2017년 11월 8일 수요일

봄의 불청객, 황사는 왜 불어올까?

중국·몽골 맞닿은 사막·황토 지역에서 겨울에 꽁꽁 언 흙이 봄에 녹아 부서져 편서풍 만나 동쪽으로 날아오죠
발암물질·미세먼지 등이 건강 위협… 나무 심으면 황사피해 줄일 수 있어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꽃샘추위도 지나고 모처럼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이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황사가 기승을 부리네요. 황사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편한 손님이지요. 사실 황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자연현상이에요. 문자가 발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고대 중국의 문헌에도 기록되었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해마다 황사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그로 인한 피해도 심각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황사 피해는 왜 점점 심각해질까요?

황사(黃砂)는 말 그대로 '노란 모래'를 의미해요. 우리가 해변에서 흔히 보는 모래보다 알갱이의 크기가 훨씬 작아서 흙먼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바람이 세지 않은 날에도 공중에 떠다닐 수 있지요. 황사는 중국과 몽골이 맞닿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곳은 바다와 멀리 떨어진 데다 비가 적게 내려요. 매우 건조해서 수분도 쉽게 증발하지요. 그래서 이 지역에는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황토 고원지대 등이 널리 분포합니다. 물은 먼지에 스며들어 무겁게 만들고 먼지끼리 서로 달라붙게 하여 먼지가 바람에 떠오르는 것을 막아줘요. 그래서 건조한 곳일수록 쉽게 먼지가 발생하지요. 이곳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우리가 겪는 황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해요. 자신의 손바닥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모래폭풍이라고 하니까요.

[재미있는 과학] 봄의 불청객, 황사는 왜 불어올까?
▲ /그림=정서용
중국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까지 미친다고 해요. 심지어는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황사는 어떻게 이렇게 멀리 퍼져 나갈까요? 황사 발생 지역의 흙은 겨울에 꽁꽁 얼었다가 봄이 되면서 녹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여 건조해지면서 흙이 잘게 부서지지요. 그래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시기에 황사가 많이 발생한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서진 흙이 공중으로 떠오르려면 위를 향해 부는 바람이 필요해요. 바람이 공기의 움직임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지요? 공기는 뜨거울수록 입자 사이가 벌어져 위로 떠오르고, 차가울수록 아래로 가라앉아요. 햇빛이 강해지면 지표면이 가열되고,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공기도 뜨거워지면서 위로 향하는 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생긴 바람을 타고 황사가 공기 중에 높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이렇게 떠오른 황사가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까지는 어떻게 이동할까요? 황사가 동쪽으로 멀리 퍼져 나가는 이유는 동쪽을 향해 부는 강한 바람 때문이에요.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서 부는 바람은 지형·기압 등에 따라 방향이 자주 바뀌지만, 높은 곳의 바람은 태양에너지와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1년 내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요. 이런 현상을 '대기 대순환'이라고 하지요.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편서풍',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바람이 1년 내내 부는데, 높이 떠오른 황사가 이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멀리 퍼지는 거예요. 추운 계절에 부는 바람 또한 '북서풍'으로,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기 때문에 황사는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 더 극성을 부리지요.

황사가 발생하는 원리를 알고 보니 더 막막하지 않나요? 지구 자전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자연법칙을 바꿀 수도 없으니, 황사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잖아요. 하지만 황사 피해를 가중시킨 데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어요. 사실 황사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황사에 포함된 석회 등의 알칼리 성분이 산성비를 중화하여 토양과 호수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바닷속 플랑크톤에게는 먹이를 공급하여 농업과 어업에 이익을 가져다줬거든요. 우리가 입는 황사 피해는 황사 자체보다 황사가 싣고 오는 각종 오염물질 탓이 더 커요. 황사가 산업화로 오염된 하늘을 지나면서 중금속·발암물질 등 다양한 미세 먼지를 함께 싣고 와 더 무서워진 거예요. 또한 사막이 점점 늘어나는 사막화 현상도 사람에게 책임이 있어요. 사람들이 숲의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어내거나 농사짓기 위해 많은 땅에서 풀과 나무를 불태우면서 사막이 점점 넓어지고 있지요.

어때요? 이제는 황사 피해를 줄일 방법을 알겠지요? 오염 물질을 적게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을 지키는 일이에요. 나무를 자원으로 사용하더라도 그만큼 나무를 더 심고 보호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자연을 지키는 일에는 황사 피해를 보는 지역의 사람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요. 지구 대기는 끊임없이 순환하며, 물과 공기는 모든 인류가 함께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언젠가는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물을 사먹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워졌지요. 어떤 물은 자동차에 넣는 기름 값보다 비싸기도 해요. 정수기를 설치한 가정도 점점 늘어나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요. 최근엔 공기 오염 탓에 '공기청정기 열풍'도 일었고요. 놀랍게도 최근 중국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담은 '공기 캔'까지 시판되었다고 해요. 우리가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름 값보다도 비싼 공기를 마시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관련 교과]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6학년 2학기 '날씨의 변화'


[함께 생각해봐요]

기상청에서는 황사, 풍랑, 호우, 대설 등을 예측하고, 미리 기상특보를 발표해요. 때로는 ‘주의보’, 때로는 ‘경보’를 내리지요. 주의보와 경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해설: 기상청에서는 기상 악화가 예상될 때 ‘기상특보’를 발효해요. 위험성에 따라 단계별로 주의보와 경보를 내리지요. 황사의 경우 시간당 미세 먼지 오염도 4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주의보’를, 미세 먼지 오염도 8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경보를 발령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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