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목요일

유리는 왜 투명할까


다른 사물은 빛을 반사하지만 유리는 빛 그대로 통과시켜 투명해요
모래 속 규사에 소다·석회 섞어 가열해 순간 냉각시키면 유리 된답니다
열처리·표면 냉각 반복하면 '강화유리'

"버스가 빨리 온 덕분에 비를 안 맞았어."

요즘 날씨가 무척 변덕스러워서 갑자기 비가 내릴 때가 잦아요. 하지만 우리는 비가 오더라도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면 불편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지요. 그런데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차를 타고도 비를 쫄딱 맞을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유리'랍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비를 맞지 않으려면 안팎을 완전히 차단하는 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막이 투명하지 않다면 앞을 볼 수 없어서 운전이 불가능할 테니까요. 유리는 비는 물론 눈이나 세찬 바람까지 완벽히 막아주면서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해 주지요.

◇투명한 유리, 인류 문명 발달에 큰 역할
유리는 '투명함'을 상징하는 물질이에요. 투명하다는 것은 '빛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보는 것이에요. 노란색 물체는 노란빛을 반사하고, 파란색 물체는 파란빛을 반사하지요. 이와 달리 유리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요. 그 결과 유리 뒤쪽에 있는 물체에 반사된 빛만을 우리에게 보여주지요. 이러한 유리의 성질은 인류 문명에 큰 발전을 가져왔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우선 상점에는 유리로 된 벽이 있지요? 그래서 문을 닫은 채로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상점 안의 물건을 보여줄 수 있어요. 물속 생물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수족관에도 유리가 중요하게 쓰이지요. 유리병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고요. 온도계의 수은주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안경으로 나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것도, 거울로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유리 덕분이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우리가 밤에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전구의 발명 덕분인데, 유리가 없었다면 전구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전구 속의 필라멘트는 산소와 만나면 순식간에 타버리는 성질을 가졌어요. 그래서 전구 속은 공기를 완전히 빼내고 외부와 차단되어야 하지요. 그렇다고 투명하지 않은 재료로 전구를 만들면 빛이 외부로 퍼지지 못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어요. 유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여 전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병원균을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도, 우주를 관찰하는 망원경도 유리로 만든 렌즈 덕분에 탄생하였지요.

◇고온의 액체유리, 순간 냉각시키면 투명해져
그렇다면 유리는 언제, 누가 발견한 것일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리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한 것이에요. 아주 오래된 고대 유물에서도 유리가 발견될 정도로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유리를 가공하여 썼지요. 하지만 인류가 어떻게 유리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기원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해요. 다만 지중해 연안의 페니키아라는 곳에서 뱃사람들이 모래 위에 암염(소금 성분으로 된 암석) 덩어리를 놓고 불을 피웠는데, 여기서 투명한 액체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면서 유리 제조법을 알게 되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모래에서 유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까닭은 유리의 주원료가 규사(SiO₂)이기 때문이에요. 규사는 모래에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거든요. 규사에 소다와 석회를 혼합하여 가열하면 액체유리가 되는데, 이것을 순간적으로 냉각시키면 투명한 유리가 된답니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유리는 구조가 불안정하여 작은 충격에도 깨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사람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강화유리'를 만들었어요. 강화유리를 만들 때는 일반 유리를 섭씨 500~600℃의 높은 온도로 열처리한 뒤, 표면을 차가운 공기로 식혀요. 그러면 유리 내부는 높은 온도에 의해 늘어나고, 표면은 차가워지며 줄어들지요.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유리의 내부도 줄어드는데, 이때 표면도 한 번 더 줄어들어요. 이렇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과정이 반복되면 유리의 구조가 매우 조밀해져서 일반유리에 비해 굽힘 강도는 3~5배, 충격을 견디는 힘도 3~8배 강한 강화유리가 됩니다. 강화유리는 최대 200℃까지 견딜 수 있어서 '투명한 강철'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특수하게 만든 강화유리는 총알도 막아내요. 여러분도 영화 등에서 '방탄유리'라는 것을 본 적 있지요? 방탄유리는 두 장의 강화유리 사이에 특수 플라스틱 필름을 끼워 만든다고 해요.

어떤가요? 유리에 대해 알고 보니 유리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주변에서 유리로 만든 물건을 찾아보고, 그 물건이 왜 유리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보세요. 또 유리로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에 유리를 사용한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도 탐구해 보세요. 바로 이런 자세에서 우리 미래를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법이니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의류, 침구류 등을 짤 때 쓰는 가느다란 실과 같은 물체를 섬유라고 하는데, 섬유에는 유리섬유라는 것이 있어요. 유리섬유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세요.
해설: 유리는 높은 온도에서 실처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섬유처럼 만들어 옷감을 짜는 것도 가능해요. 유리로 짠 옷감은 높은 온도에도 잘 견디고, 불에 타지 않으며, 물을 흡수하지 않고, 부식되지 않지요. 또한 전기 절연성도 크고 단열·방음성도 좋아 전기 절연재료, 보온·보냉재, 흡음·방음재, 공기여과재 등 다양하게 활용된답니다.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4학년 2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6학년 1학기 '빛'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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