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어리 고온서 구워 만드는 세라믹
열에 매우 강해 주방용품·벽돌도 되고 빛을 통과시켜 휴대폰 액정도 되지요
전기 통하지 않아 기기 부품으로 활용… 뼈와 성분 비슷해 인공 뼈도 만들어요
"마음대로 휠 수 있는 휴대폰 출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기기를 접할 때면 인간의 기술력은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또 어떤 놀라운 제품들이 등장할지 기대가 되지요. 이렇게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이유로 소재, 즉 제품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는 재료의 발달을 빼놓을 수 없어요. 만약 건물을 만드는 재료가 큰 무게를 견딜 수 없다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높은 건물은 지을 수 없지요. 열을 견딜 수 없는 소재로는 전기 담요를 만들 수 없겠지요? 이처럼 소재의 발달은 새로운 제품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첨단 기기를 만드는 데는 어떤 소재들이 사용될까요? 혹시 세라믹에 대해 들어봤나요? 세라믹은 첨단 기기의 핵심 소재랍니다. 어쩐지 이름도 세련되게 느껴지지요? 그런데 세라믹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이나 돌로 만든답니다. 흙을 구워 만든 그릇이나 기와도 세라믹이고 모래와 자갈 등을 혼합하여 만든 시멘트나 콘크리트도 세라믹이라 할 수 있어요. 세라믹은 쉽게 말해 돌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설명을 듣고 보니 첨단 제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세라믹은 그 어떤 소재보다도 미래지향적 소재랍니다.
- ▲ 그림=정서용
세라믹이라는 소재도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큰 특징은 열에 매우 강하다는 거예요. 플라스틱은 불에 쉽게 녹고 금속 또한 오랜 시간 가열하면 녹아내리지요. 하지만 돌이 불에 녹았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지요? 물론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오랜 시간 가열하면 돌도 녹을 수 있어요. 화산 폭발 때 나오는 마그마가 액체 상태의 돌인 셈이에요. 하지만 그런 극한 환경이 아닐 경우엔 웬만해선 돌이 녹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래서 금속을 녹이는 용광로도 벽돌, 즉 세라믹으로 만들지요. 열에 강하다는 특징만으로도 소재로서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가 음식을 담거나 조리하는 주방 용품들은 세라믹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열을 이용해야 하는 주방의 특성상 열에 약한 소재는 쉽게 변형돼 음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세라믹은 열에 강할 뿐만 아니라 열 전달도 잘해요. 금속도 열을 잘 전달하기는 하지만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어버리지요. 그런데 세라믹은 금세 뜨거워지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열을 잃지 않는 특징이 있지요. 온돌이 최고의 난방 시설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세라믹의 또 다른 특징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전기가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첨단 기기에 사용하느냐고요?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에선 전기를 차단하는 부품도 필요하거든요. 전기를 차단하는 물질로 전선을 감싸지 않는다면 감전 걱정 때문에 만질 수도 없겠지요. 세라믹은 전기를 필요한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해요. 전기가 흐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도 견디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전자회로의 기판과 반도체 등에 세라믹이 쓰여요.
특수한 세라믹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실리콘을 이용한 세라믹 태양광 전지판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요. 세라믹은 빛을 통과시킬 수도 있어요. 유리도 모래를 원료로 하는 세라믹이지요. 그래서 휴대폰이나 모니터의 화면, 현미경·망원경·카메라 등 빛을 다루는 제품에 세라믹이 활용되고 있어요. 더 놀라운 것은 세라믹이 인체 조직과 비교적 잘 어울린다는 점이에요. 뼈와 성분이 비슷해 세라믹으로 인공 뼈를 만들 수 있지요.
사실 세라믹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 덕분이에요. 초기의 세라믹은 충격에 약한 단점이 있었어요. 그릇이나 도자기 같은 세라믹 제품은 땅에 떨어지면 쉽게 깨지기 때문에 늘 조심스레 다루어야 했어요. 무게도 무거워 들고 다니는 제품에는 사용하기 곤란했지요. 그러다 돌 속의 다양한 성분을 따로 추출해 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라믹을 더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지요. 이렇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세라믹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졌답니다.
어때요? 세라믹에 대해 알고 보니 정말 놀라운 소재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지구는 생명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암석 덩어리였어요. 암석이 부서진 흙 속에서 식물이 자라난 것이에요. 인류는 암석을 쪼개고 다듬어 도구로 사용하면서 농경 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암석에서 광물을 추출해 더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 왔어요. 그렇게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게 된 거예요. 지금의 발전이 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거예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세라믹을 '마법의 돌'이라고 했어요. 돌이 첨단 기기 소재로 쓰이는 세상, 앞으로는 또 어떤 소재가 등장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특수 세라믹에 압력을 가하면 순간적으로 전압이 높은 전기가 발생해요. 마치 부싯돌을 서로 부딪치면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성질을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해설: 세라믹에 압력을 가해 만든 전기는 순간적으로 생겼다 사라지지만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어요. 가스레인지에 적용하면, 꾹 누르는 방법으로 불꽃을 일으켜 불을 붙일 수도 있지요. 압력에 반응하는 특수 세라믹의 성질을 센서 제작에 활용할 수도 있어요.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지층과 화석'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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