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지구 주변 떠도는 괴물 '우주 쓰레기'

충돌하거나 고장난 인공위성 잔해들 점점 모여서 '우주 쓰레기' 되지요
정상 궤도 벗어나 움직임 알 수 없어…
많은 과학자는 이를 방치해두면 영화 '그래비티' 현실로 될 수 있대요

"아,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야."

작년 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래비티'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래비티(gravity)는 우리말로 '중력(重力)'이란 뜻이지요. 중력이란 쉽게 말해 지구가 우리를 잡아당기는 힘이에요. 만약 지구 상에 중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땅에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물체는 모두 공중에 떠서 흩어져버리고 말 거예요. 물이나 공기도 중력에 의해 지구에 붙들려 있었기 때문에 모두 흩어져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고 말겠지요? 그런데 어떤 물체가 지구와 점점 멀어지면, 어느 순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게 돼요. 우리는 그 순간을 가리켜 '어떤 물체가 우주에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제목이 '중력'인 것은 중력이 지구와 우주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거예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런데 사실 영화 속에 나오는 공간은 중력이 없는 공간이 아니에요. 정말 중력이 없다면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들은 지구 주위를 일정하게 돌지 못할 테니까요. 우리가 어떤 물체를 줄에 매달아 돌리면 물체는 줄을 잡은 손을 중심으로 돌아요. 이때 빠르게 돌릴수록 줄이 팽팽해지지요. 원운동 하는 물체에는 원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힘, 즉 원심력(遠心力)이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지구가 중력으로 어떤 물체를 잡아당겨도 그 물체가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돌면 원심력이 커져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이 우주인가?' 하는 기준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요. 우리는 보통 지구에서 수천 혹은 수만 킬로미터(km) 정도 떨어져 있어야 우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은 겨우 300km 상공에 떠 있고 어떤 위성은 3만km 상공에 떠 있기도 하지요. 낮은 고도에 떠 있을수록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도는데, 국제우주정거장은 하루에 지구 주위를 16번가량 돌고, 항상 같은 자리에 떠 있어야 하는 통신용 위성은 지구 자전에 따라 지구를 한 바퀴만 돌아야 하므로 3만6000km나 되는 높은 궤도에 있지요. 이렇게 벗어나려는 힘과 잡아당기는 힘이 같아지기 때문에 무중력을 체험하게 되는 거예요.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은 제자리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속보다도 몇 배 빠른 속도로 나는 셈이지요.

영화 '그래비티'는 주인공들이 약 600km 상공에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중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시작돼요. 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많은 우주 전문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덮친 것은 불필요한 인공위성을 폭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종의 '우주 쓰레기'예요. 인류는 1957년 최초로 인공위성(구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나서 지금까지 다양한 우주 장비들을 끊임없이 쏘아 올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임무를 마치거나 고장 난 장비도 점점 많아졌는데, 이를 우주에 방치하면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거예요.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우주 쓰레기가 지금까지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다른 궤도에서 움직이는 물체끼리는 충돌 위험이 없다는 점 때문이에요. 비행기와 자동차가 서로 다른 높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충돌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고장 나거나 파편이 되어버린 물체는 정상 궤도를 벗어나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게 돼요. 실제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우주인들을 대피시키거나 궤도를 바꾼 일이 10여 차례나 있었다고 해요. 2009년에는 미국 통신위성인 이리듐 33호와 러시아 통신위성인 코스모스 2251호가 충돌하기도 했고요. 당시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에 수명을 다해 지구 궤도에 버려진 우주 쓰레기나 다름없었어요. 사실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마찰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심력과 중력이 같아지면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일정 궤도를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위성이 지구와 가까울수록 대기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점점 낮아진다고 해요. 그래서 우주 쓰레기는 서서히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불타 없어지기도 해요. 사용 중인 우주 장비들이 계획된 장소에서만 움직이는 이유는 추진 장치를 이용해 수시로 궤도를 수정해주기 때문이지요.

많은 과학자가 우주 쓰레기를 함부로 방치하면 언젠가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해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도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악취나 세균으로 피해를 보고, 심각한 오염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잖아요. 마찬가지로 아무리 사람이 살지 않는 우주라도 우주 쓰레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면 인류 전체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지도 몰라요. 우리가 사는 지구도 우주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지구의 자연환경이 우리 생명을 지켜주는 것처럼 우주는 지구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지구의 자연환경일 테니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아래에 있는 영화 '그래비티'의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이 장면에는 과학적 오류가 있답니다. 과연 어떤 점이 잘못되었을까요?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해설: 우리의 머리카락이 평소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은 중력 때문이에요. 따라서 무중력 상태에서는 머리카락을 묶지 않으면 가라앉지 않고 산발이 된다고 해요. 다른 우주 관련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들을 찾아보세요.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지구와 달'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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