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소나무가 늘 푸른 건 뾰족한 잎 덕분

햇빛 받아 필요한 영양분 만드는 잎
빛 비치는 시간·세기 줄어든 겨울엔 쓰는 에너지가 더 많아 잎 떨어지죠

면적 작은 바늘 모양 잎 가진 침엽수는 넓은 잎의 활엽수보다 수분 소모 적어 사계절 내내 푸른 잎 가질 수 있어요

소치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긴 여정을 마쳤어요. 동계올림픽이 열린 소치는 러시아 최남단에 자리해 겨울 날씨가 비교적 온화하지만,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은 겨울에 영하 30℃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를 보여요. 시베리아 북부지역은 겨울 기온이 영하 70℃까지 내려갈 정도지요. 우리나라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5℃ 안팎인 걸 생각하면 얼마나 추운지 가늠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추운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눈으로 뒤덮인 앙상한 나뭇가지와 푸른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땅이 떠오른다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시베리아에는 언제나 푸른빛을 잃지 않는 대규모 수풀지대가 있답니다.

우리가 '추운 겨울'이라고 하면 앙상한 나뭇가지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우리 주변의 나무 대부분이 여름에 푸른 잎사귀를 무성하게 드리우고, 가을이 되면 서서히 색이 변하여 단풍이 들었다가 겨울을 앞두고 잎을 모두 떨어뜨리기 때문이에요. 나무는 왜 겨울을 앞두고 잎을 떨어뜨릴까요?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의 양에 있어요. 잎의 주요 기능은 빛을 이용해 나무의 생장에 필요한 녹말, 당 등의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를 광합성(光合成)이라고 해요. 겨울에는 햇빛이 비치는 시간도 적고 그 세기도 약해져 잎에서 만들어내는 영양분의 양도 많이 줄어들지요. 즉, 잎을 통해 얻는 에너지보다 잎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더 크기 때문에 일부러 잎을 떨어뜨리는 거예요. 하지만 모든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에요. 겨울에도 푸른 잎을 그대로 달고 살아가는 나무가 무척 많지요. 이런 나무를 항상 푸르다는 의미로 '상록수(常綠樹)'라고 불러요. 그렇다면 상록수는 어떻게 겨울을 날까요?

[재미있는 과학] 소나무가 늘 푸른 건 뾰족한 잎 덕분
▲ /그림=정서용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록수는 소나무와 잣나무예요. 그런데 소나무 잎을 자세히 보면 낙엽이 지는 나무의 잎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생겼다는 점이지요. 소나무뿐만 아니라 상록수들의 잎을 보면 대부분 이렇게 길쭉하고 얇은 형태를 띠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특징을 가진 나무들을 통틀어 '침엽수(針葉樹)'라고 부른답니다.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이에요. 반대로 넓적한 잎을 가진 나무는 '활엽수(闊葉樹)'라고 부르고요.

바늘 모양의 잎은 넓적한 잎보다 겨울을 나는 데 훨씬 유리해요. 우선 표면적이 작아 수분을 적게 소모하지요. 적신 휴지를 뭉쳐놓을 때보다 넓게 펼쳐 놓을 때 훨씬 빠르게 마르는 것처럼 표면적이 커지면 증산작용(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물이 기체 상태로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작용)에 의해 증발하는 물의 양이 많아져요. 그만큼 나무에 공급되어야 할 물의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건조해 물이 적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지요. 선인장이 메마른 땅에서 잘 살아가는 이유도 가시 모양의 잎이 수분을 최대한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표면적이 작으면 물뿐만 아니라 열 손실도 줄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면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지요? 몸을 웅크릴수록 우리 몸의 표면적이 작아져 발산되는 열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온이 아주 낮아지면 아무리 바늘 모양을 한 잎일지라도 꽁꽁 얼 수밖에 없어요. 침엽수의 잎이 극한의 온도에서 잘 견디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생체부동액에 있어요. '부동액(不凍液)'이란 한자 뜻 그대로 '얼지 않는 액체'란 뜻이지요. 물은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는데, 이때 식물의 세포가 파괴될 위험성이 커져요. 그런데 물은 불순물이 섞일수록 더 낮은 온도에서 어는 특징이 있어요. 같은 양의 물에 한쪽에는 소금을 넣고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서 냉동실에 넣으면 소금물이 더 느리게 얼지요. 이와 같은 원리가 침엽수의 잎에도 나타나요. 기온이 떨어지면 세포에는 프롤린, 베타인 같은 아미노산과 수크로스 등의 당분이 늘면서 수액의 농도가 짙어지거든요. 이렇게 되면 수액의 어는점도 낮아지지만, 설령 수액이 얼더라도 얼음 결정이 아주 작게 생기기 때문에 세포가 크게 파괴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렇다면 상록수는 죽을 때까지 같은 잎을 달고 살아갈까요?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상록수라고 해도 오래된 잎은 점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잎으로 교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보통 활엽수는 봄에 새로 난 잎이 그해 가을에 떨어지지만, 소나무는 그해 만들어진 잎이 겨울을 지내고 나서 이듬해 5월경 떨어져요. 그래서 초여름 산에 올라가면 갈색으로 변한 솔잎이 땅에 떨어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떨어질 때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리카락처럼 번갈아가며 떨어지기 때문에 늘 푸른빛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추운 날씨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상록수의 모습이 참 멋지지요? 그래서 소나무같은 상록수를 소재로 한 시나 노래가 많답니다. 여러분도 상록수처럼 늘 푸른 꿈을 잃지 않길 바라요.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식물의 세계' '열전달과 우리 생활' 5학년 1학기 '식물의 구조와 기능'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함께 생각해봐요]

건물 등을 지을 때 쓰는 목재나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는 대부분 침엽수에서 생산한다고 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침엽수는 줄기가 곧고 키가 크며, 큰 가지가 적은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버리는 부분이 적어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요. 가볍고 강도가 높지 않아 가공하기 쉽고요. 또한 수액의 점성이 높아 쉽게 썩지도 않는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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