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주사에 바늘은 필수? 이젠 뿌리고 붙인대요

몸에 직접 주입해 약효가 빠른 주사… 의식을 잃거나 수술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제·마취제 넣을 수 있어 유용하죠

포도당·진통제는 정맥에 직접 맞고 예방주사는 엉덩이 등 근육에 놓아
붙이고 뿌리는 안 아픈 주사도 나온대요

"기침하는 걸 보니 감기에 걸렸나 보구나. 당장 병원에 가자."

"싫어요. 병원 가면 주사 맞잖아요? 안 갈래요."

환절기인 요즘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주변에 콜록콜록 기침하는 친구가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중에는 자기가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는 친구들도 있어요. 부모님께 알려지면 병원에 가서 무서운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 주사를 왜 맞아야 할까요? 주사 대신 약만 먹으며 치료하면 안 될까요?

주사가 먹는 약과 가장 다른 점은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거예요. 약은 혈관에 흡수되어 온몸에 전달되어야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어 그 영양분이 몸에 흡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먹는 약의 효과도 먹고 나서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이 지나야 나타나지요. 이와 달리 주사는 혈관이나 근육에 직접 약물을 넣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요.

또한 먹는 약은 소화 과정에서 약 성분이 분해되거나 성질이 변하여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당뇨 치료에 쓰이는 인슐린 같은 성분은 소화액에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약으로 먹으면 아무런 효과도 나타내지 못한답니다. 반면 주사는 우리 몸에 바로 주입되기 때문에 약물 효능이 그대로 나타나요. 그래서 주입하는 양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과학] 주사에 바늘은 필수? 이젠 뿌리고 붙인대요
▲ /그림=정서용
주사의 장점은 또 있어요.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거나 의식을 잃은 환자들처럼 약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엔 주사가 환자 몸에 치료제를 넣는 유일한 방법이지요.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주사는 반드시 필요해요. 주사가 없던 시절에는 마취 효과가 있는 양귀비즙이나 에테르 등을 환자의 피부에 바르거나 솜에 적셔 호흡기로 들이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마취했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적정량을 조절하기 어렵고, 마취 성분이 환자 몸에 제대로 스며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거나 수술 도중 깨어나 쇼크로 사망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고 해요.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은 할 엄두를 못 냈겠지요? 이처럼 옛날에는 주사만 있었어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던 병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이 많았어요.

주사는 의학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어요. 주사를 이용하면 더욱 정교하게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사는 몸의 크기나 의식 상태, 소화 가능 여부 등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사를 이용하면 인간 외의 다른 동물에게도 정확한 양의 약물을 주입하거나 체액을 뽑아낼 수 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질병을 연구하거나 약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을 먼저 하여 더 다양하고 안전한 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사는 왜 상황마다 맞는 부위가 다른 것일까요? 학교에서는 주사를 팔에 맞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로 병원에 가면 대부분 엉덩이에 맞지요. 병원에 입원해 본 친구라면, 손등에 링거 바늘을 꽂아 아팠던 적도 있을 거예요. 이렇게 주사를 놓는 위치가 다른 이유는 맞는 부위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주사는 크게 정맥주사, 근육주사, 피하주사, 피내주사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 피부는 피부 아래에 '진피층'이 있고, 그 아래로 '피하층'과 '근육층'이 차례로 있어요. 정맥주사는 피하층과 근육층 사이에 있는 정맥까지 바늘을 찔러 약물을 주입하는 것을 뜻해요. 약이 혈관 안으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나지요. 정맥주사는 적은 양으로도 즉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포도당 주사나 마취제·진통제 등을 맞을 때 주로 사용됩니다.

근육주사는 피부의 근육층에 약물을 주입하는 거예요. 정맥주사만큼 효과가 빠르지 않지만, 근육에도 가느다란 혈관(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해 약물이 빨리 흡수되지요. 많은 약물을 빠르게 주사해야 할 때는 내부 압력 때문에 정맥에 직접 놓는 것보다는 근육층에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요. 그래서 독감이나 간염 예방주사 등은 근육이 많은 엉덩이에 놓는 것이 좋지요. 하지만 학교에서처럼 여러 사람이 단체로 주사를 맞을 경우에는 엉덩이 대신 팔에 맞기도 한답니다.

피하주사는 피부의 피하층에 약물을 주입해요. 피하층에는 모세혈관이 적어 흡수 속도는 근육주사보다 느리지만,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도 적어서 덜 아프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적은 약물을 매일 맞아야 하는 환자에게 알맞고, 환자가 스스로 놓기에도 적합한 주사라고 할 수 있어요.

피내주사는 피부 가장 바깥쪽에 맞는데, 이 부분에는 신경이 많이 분포해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이 매우 커요. 하지만 약물이 들어가는 상황이나 피부 반응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 검사, 약물 민감성 검사 등에 사용되지요. 맞을 때 굉장히 아프고 흉터가 남는 결핵 예방주사는 대표적 피내주사예요.

어때요? 주사의 장점과 특징을 알고 나니 주사 맞을 때의 아픔 정도는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아픔도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여요. 통증은 바늘의 굵기, 약물의 농도, 맞는 부분의 신경 분포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바늘 없이도 약물을 강한 압력으로 분사하여 피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거든요. 이때 분사되는 약물은 아주 가늘어서 피부를 뚫고 들어가도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아프지 않다고 해요. 또한 피부에 붙이면 아주 가느다란 바늘이 튀어나와 약물을 주입하는 패치도 개발되어 머지않아 병원에 가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하지요. 이런 시대가 오면 주사를 맞을 때의 아픔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주사를 놓는 주사기는 매우 청결하게 관리해야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한 해 100만 명을 넘습니다. 주사는 우리 건강을 지켜주지만,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돌변할 수 있어요. 한 번 사용한 주사기를 실수로라도 다시 쓰지 않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해설: 현재 한 번 사용하면 바늘 색깔이 변하는 주사기, 피스톤이 자동으로 부러지는 주사기 등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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