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일 월요일

그림 그리며 배우는 ‘경우의 수’와 ‘확률’ 문제


“와∼ 엄마 너무 멋져요!” 효진이는 가족과 함께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 놀러갔습니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철새를 보며 효진이는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엄마, 저렇게 많은 기러기 떼가 서로 부딪히지는 않을까요? 기러기들이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날아가잖아요.”

“신기하게도 새들은 부딪히지는 않는단다. 맨 앞에 날아가는 새가 방향을 조정하고, 나머지 새들은 서로 간단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질서를 유지하기 때문이야.”


“아, 정말요? 개미랑 비슷하네요. 얼마 전에 책에서 봤는데요, 개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집에 올 때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유가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땅에 떨어뜨려 놓기 때문이래요. 무거운 짐을 빨리 옮기도록 가까운 길을 찾는 데에도 페로몬이라는 물질을 이용하고요. 수많은 개미가 오가면서 땅에 페로몬을 떨어뜨려 놓는데, 페로몬이 가장 많이 쌓인 길이 가장 가까운 길이래요. 신기하게도 개미들은 페로몬 향이 가장 짙은 길이 가장 가까운 길인 것을 알고 그 길로 다니는 거래요.”

“우리 효진이 정말 똑똑한데.” 엄마의 칭찬에 효진이는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동아일보 24일자 B1, 2면에 기러기나 개미처럼 자연의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모방해 우리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든 사례가 나옵니다. 개미가 페로몬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너무 신기하지요? 개미가 집까지 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텐데 말이에요. 위에 있는 [그림1]을 보고 개미가 먹이를 찾아 집으로 갈 때 가장 가까운 길로 가는 경우의 수를 구해볼까요?

가장 가까운 길로 가려면 한 번 지나간 길을 또 지나가지 않아야 합니다. 가에서 마까지 가는데 가→나→가→라→마보다는 가→나→마로 가면 더 가깝죠. 이렇게 가에서 바까지 가장 가까운 길을 찾으면 첫 번째는 가에서 다를 통해 바까지 가는 방법입니다. 가→나→다 →바죠.

두 번째는 가에서 마를 통해 바까지 가는 방법입니다. 이때에는 △가→나→마→바 △가→ 라→마→바, 이렇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즉, 가에서 바까지 가장 가까운 길로 가는 방법의 수는 세 가지입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짓수 또는 방법의 수를 ‘경우의 수’라고 합니다. ‘경우의 수’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확률의 기초에 해당합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그림으로 그려보거나 적어가면서 하면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는 서술형 문제를 풀어봅시다. 아빠 엄마 효진이 동생이 KTX를 타려고 17번부터 20번까지의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자리에 앉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일까? 17번 자리에 효진이가 앉는다고 가정하고, 17번부터 20번까지 효진이네 가족이 앉을 수 있는 경우를 줄기와 잎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 [그림2]와 같습니다.

그림2
17번 자리에 효진이가 앉을 때 효진이네 가족이 앉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6가지입니다. 이를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효진이 아빠 엄마 동생 △효진이 아빠 동생 엄마 △효진이 엄마 아빠 동생 △효진이 엄마 동생 아빠 △효진이 동생 아빠 엄마 △효진이 동생 엄마 아빠입니다.

그런데 17번 자리에 아빠 엄마 동생이 않을 수 있겠죠?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효진이네 가족이 17번부터 20번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은 각각 6가지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답은 6×4=24가지입니다.

풀이 과정을 써야 하는 서술형 문제에서는 위의 줄기와 잎 그림을 그리고 답을 쓰거나, 순서쌍으로 표현하고 답을 쓰면 된답니다.

자, 그럼 좀더 확장된 문제를 풀어 봐요. 효진이네 가족이 KTX 17번부터 20번 자리에 앉는데, 4장의 좌석표를 뽑아 나온 자리에 앉기로 하였습니다. 효진이가 17번 자리에 앉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문제를 풀려면 확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확률은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경우의 수의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효진이네 가족이 17번에서 20번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24가지입니다. 효진이가 17번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6이므로 효진이가 17번 좌석표를 뽑아 자리에 앉을 확률은 6/24=1/4입니다.

○ TIP : 서술형 문제 풀이 노하우

학교마다 약간 다르지만 서술형 평가문항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중입니다. 하지만 선다형과 단답식 평가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기 의견을 반영해 답을 풀어 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우선 당황하지 말고 무엇을 묻는지 정확히 살펴야 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답을 쓸 수 있으니까요. 표를 이용할지, 그림을 그릴지, 거꾸로 풀지 등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고, 조건에 맞게 해결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서술형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문제를 이미지로 그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미지화해야 풀 수 있는 내용이 많거든요. 1km짜리 끈을 4등분 하려고 한다, 가위로 한번 자르는 데는 2분이 걸린다, 모두 몇 분 만에 자를 수 있을까? 이런 문제가 나오면 ‘4 곱하기 2’를 정답으로 착각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반면 계산하기 전에 끈을 가위로 자르는 장면을 머릿속에 먼저 떠올린 학생은 4등분을 하려면 세번 자른다는 그림을 그립니다. 자연히 ‘3 곱하기 2’ 라는 정답이 나옵니다. 글을 이해하기 전에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풀이과정은 장황하게 쓰지 않아야 합니다. 필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요약하여 정확히 쓰는 게 요령입니다. 또 문제를 푸는 도중 중요한 단서조항을 빠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는 독서가 가장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고 내용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거나, 그림독후감상문을 써보세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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