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학교 출제경향 안 벗어나… 전반적 난이도 하향 평준화
(1) 교과서, EBS지문 등 활용도 증가
올해 논술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교과과정형 논술 출제가 완전히 정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교육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같은 출제 경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단순히 제시문을 ‘교과서’에서 가져온다고 해서 논술의 난도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익숙한 제시문을 보면 반가울 수 있지만 시험은 상대평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접근하는 내용에 머무르면 변별된 답안을 찾기 어렵다. 올해 논술에서는 교과서나 EBS지문을 활용하는 중에도 학생들에게 난해한 고전을 함께 제시문에 배치하거나, 정확한 주제 파악이 쉽지 않은 시나 소설 등 문학 제시문이 적극 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는 제시문 1, 2개가 나온다 하더라도 결국 전체 구조 속에서의 제시문 간 관계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2) 제시문 독해의 정확성과 심층성이 필요한 문제들 다수 배치
이제 논술시험은 제시문의 주제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그 제시문에 숨겨진 전제나 이면의 사실을 함께 고려해 핵심을 도출할 수 있는가, 다른 제시문들 간의 관계와 유기적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가가 결정하는 시험이 됐다. 올해 논술은 독해의 정확성과 심층성이 필요한 문제들이 다수 배치된 경향을 보였다. 많은 학교들이 채점의 용이성, 그리고 대학에서의 기본적 수학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제시문의 요약, 제시문 간의 관계 설명, 비교하기 등의 유형에 대해 집중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논술에서는 교육과정형 출제가 완전히 정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년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예비고3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다 해두고 논술을 준비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늦다. 수능과 함께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정문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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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반적인 난이도의 하향 평준화
전반적인 난이도는 하향 평준화됐다. 과거에 3시간 동안 3000자 가깝게 답안을 작성하게 했던 학교들이 올해는 대부분 90∼120분에 1000∼2000자 글쓰기를 요구하면서 답안 작성 면에서 부담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대부분 학교들이 모의논술을 통해 학교가 지향하는 논술 출제 경향과 유형을 상세히 공개, 학생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 것도 체감 난도를 낮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요약, 비교, 평가, 논증, 분석 등 기본적인 유형들에서 벗어나지 않은 문제들이 균형있게 배치돼 학생들은 논술에 대한 준비와 예측이 좀더 용이해졌다. 하지만 논술 문제가 쉽게 느껴진다고 해서 곧 쉬운 논술을 뜻하지 않고, 설사 쉬운 논술이라 하더라도 논술의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논술은 상대시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4) 계열별 분리의 심화 또는 계열별 통합의 강조
계열별 분리의 심화와 통합 등이 학교별로 상이하게 드러났다. 학생들은 자신이 응시하는 학교가 논술에서 계열별로 명백하게 분리되는 유형인지 통합적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학교인지 미리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같은 날에 시험을 쳐서 오전과 오후에 걸쳐 시험을 치고 ‘인문’과 ‘사회’를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유형이 동일한 통합형 문제다. 반면 이화여대의 경우 인문1과 인문2는 영어제시문 포함 유무, 수리논술 포함 유무에 따라 다른 유형으로 명백하게 분리되는 학교다. 올해 논술은 학교별로 이런 계열별 분리, 통합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정착됐다.
(5) 500자, 1000자 글쓰기의 유형 강화
대부분 대학들은 기본적인 유형들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여러 대학의 논술을 준비하면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배려한 듯하다. 올해 논술은 단순히 유형의 일치성을 넘어 글자수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500자 글쓰기(짧은 글쓰기)와 1000자 글쓰기(긴 글쓰기)로 자수를 배분하는 경향이 강했다. 학생들은 요약/비교/평가/논증/분석 문제의 유형들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되 500자류의 글쓰기와 1000자류의 글쓰기를 집중 연습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2015 논술 대비 전략 제안
(1) 꾸준함이 최고의 미덕
논술 준비에서 요행은 없다. 모든 언어적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들은 꾸준함을 통한 ‘체화’의 단계에 이르러야 완전한 학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논술시험을 직전에 대비하는 것이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다. 논술에 요행이 없다는 것도 논술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논술에는 법칙도 있고 시험 직전의 집중적 학습이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논술은 평소 꾸준히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가능성이 생긴다.
(2) 학교 발표 자료를 숙지하고 활용
올해 대부분 논술 시행 대학들은 학생들을 위한 논술 자료집을 경쟁적으로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가장 중요한 자료들이다. 실제 문제 출제자와 채점자가 생각하는 좋은 답안의 구조와 논리, 표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채점자가 생각하는 답안의 기준과 규칙을 정확히 준수하고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단 해당 대학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의 모의논술 자료집을 숙지하자.
(3) 수능, 내신에 대한 학습비중의 전략적 배분을 고민해야
올해 일부 학교에서 사실상의 논술 100%전형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내신을 함께 고려하고 무엇보다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한다. 논술을 아무리 잘해도 내신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거나 수능 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면 논술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올해 문과에서는 유달리 논술을 준비했던 친구들 중 수능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응시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수능과 내신에 대한 균형적인 학습 시간 배분을 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수능과 논술의 관계가 선후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능 공부를 다 해두고 논술을 준비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논술은 결국 준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논술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한다면 논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수능등급도 학교에서 제시한 것에 미달하고 논술 실력도 미약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반복적인 학습을 하면 향상될 수 있다.
(4) 제시문 독해에 기반한 사실적 글쓰기 vs 추가적인 논거제시능력과 확장능력이 필요한 규범적 글쓰기
모든 논술시험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능력과 이에 대한 표현능력을 묻는 사실적 글쓰기(요약, 비교)유형과 제시문을 참고로 자신의 견해를 쓰거나 대안제시까지 묻는 규범적 글쓰기(평가, 논증)의 유형이 있다. 학생들은 논술시험이 크게 이 두 개 유형의 문제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응시하고자 하는 대학이 어떤 유형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를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5) 적정 논술 준비 시간 및 논술 준비 방법
논술은 1주일에 1∼2회 준비하면 족하다. 논술을 꾸준히 하라는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논술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국어영역을 대비하면서 매일 논술 제시문에 준하는 제시문 독해를 연습하고 있다. 1주일에 1∼2회 논술 공부를 하면서 시간은 회당 4시간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는 문제를 풀고 답안을 작성하고 해설을 숙지하고 첨삭을 받아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문제에 대한 해설과 첨삭 등은 EBS를 활용하거나 학교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해나가도 된다. 논술시험의 성격상 반드시 1주일에 1편 정도의 문제는 꼭 자신의 손으로 풀어보고 첨삭을 받는 것이 최상이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