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한국 엄마는 이미 '호랑이'… 아이 놀게 해줘라

"한번의 시험이 인생 결정하는 한국, 엄격함과 따뜻한 포용 조화시켜 창의성 발휘하도록 도와주세요"
 
 
 
"아이에게 자유를 주세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을 주세요."
뜻밖이었다. '타이거 마더', 호랑이처럼 무서운 자녀 훈육법이 아이를 성공시킨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에이미 추아(52) 예일대 법대 교수가 "아이에게 자유를 주라"고 역설했다. 20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서다. 강연 후 만난 추아 교수에게 "그사이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물었다. "타이거 맘은 그대로다. 여기가 한국이라 자유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웃음). 한국·중국은 지나치게 엄격해 아이들을 옥죄는 반면 미국과 유럽의 학교 시스템은 너무 관대해서 열다섯 살 소녀가 임신하는 일이 벌어진다. 내 책 '타이거 마더'는 자녀를 방관하다시피 키우는 미국 부모들을 위한 쓴소리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에이미 추아는 로마·페르시아·대영제국 등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의 공통점을 연구한 '제국의 미래', '불타는 세계' 등의 저자로 이름을 알린 석학이다. 그러나 유명세는 2011년 출간한 '타이거 마더' 때문에 치렀다. 너무 유명해진 바람에 이런 일도 있었다. "살아있는 호랑이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타임지가 나를 촬영하기 위해 보낸 거다. 몸집이 얼마나 큰지 사슬에 묶인 채 우주복 같은 옷을 입은 사육사들과 함께 나타났는데 나더러 그 호랑이 목을 쓰다듬으며 웃으라고 하더라(웃음)." 



 한국에선 타이거 마더보다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자는 '불량 맘'이 늘고 있다.
"그 흐름에 동의한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식 교육 시스템은 얼마나 위험한가.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아이들의 자살률이 가장 낮다. 부모가 자녀를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우울하게 한다. 내게 메일을 보내오는 많은 미국인은 '내가 당신 같은 타이거 마더를 만났다면 내 인생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아이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이가 뭔가를 선택했다면 포기하지 않도록 이끄는 게 타이거 맘이다.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 뜻대로 밀고 나가라는 게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싸이처럼 팝스타가 되는 것도 그렇지 않나? 아이들은 중간에 쉽게 포기한다.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하고 어려운 과정도 즐기도록 독려해 마침내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는 '나는 타이거 맘의 희생양이었다'고 고백했다. 매를 맞으며 바이올린을 배웠다더라.
"타이거 맘에도 경계가 있다. 소리 지르거나 겁을 주며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미국 엄마들처럼 정확한 음을 연주하지 못했는데 무조건 잘했다 박수를 쳐서도 안 된다. 엄격한 자세와 따뜻한 포용, 둘의 조화가 필요하다."
―성공한 부모가 자녀 교육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니 아이가 응석이 많고 끈기도 없다. 그래서 더 엄하게 교육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에이미 추아가 중국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건 오해였다. 그는 부모와 교사에게 무조건 순종하라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하버드대학 시절 마음고생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무리 노력해도 학점이 B 이상 안 나오더라. 부모가 원하는 전공을 택한 데다, 교수 말이 무조건 옳다는 믿음에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거다. 비판하는 능력,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자세를 뒤늦게 길러야 했다."
그래서 추아 교수가 권한 타이거 마더 창의 교육 1계명〈그래픽 참조〉이 '아이가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도와줘라'다. "유대계인 남편은 어릴 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부모님과 정치·경제·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단다. 우리는 밥을 빨리 먹고 숙제하러 가야 했는데(웃음). 6~7세라도 어른 대접을 하면서 토론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미국식 교육에서 본받을 점이다."
―자유분방한 부모를 만났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로스쿨에 적응하긴 훨씬 쉬웠겠지. 그러나 내가 미국 친구들을 따라잡고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 가치관 덕분이었다. 근성, 끈기, 포기하지 않는 자세!"
―둘째 딸 룰루와는 갈등이 있었다.
"바이올린이 싫다고 울며불며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압박하면 안 되겠다 싶어 딸이 원하는 테니스를 하게 했다. 타이거 맘도 시행착오를 겪는다. '2등은 수치'라고 가르친 아버지의 교육 방식에서 나는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해졌다(웃음).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딸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부모의 노력과 상관없이 아이는 타고난 대로 산다는 말도 있다.
"최고의 타이거 맘은 아이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재능이 단지 학교 성적이 높은 걸 뜻하진 않는다. 개인의 능력 차도 받아들여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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