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유전자변형작물(GMO) 프랑켄 푸드’(Franken food)

"20년 먹어도 피해 없어" vs "안전하다는 증거 없어" 찬반 팽팽

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승인을 받지 않고 재배된 유전자변형 밀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미국산 밀과 밀가루에선 문제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유전자변형작물(GMO)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1994년 미국 칼젠사가 첫 유전자변형 작물인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지 20년 , 유·무해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GMO는 ‘녹색혁명’의 총아였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환경단체 등 반(反) GMO 그룹은 사람이 먹어본 적이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프랑켄 푸드’(Franken food)로 간주한다. GMO는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생물체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시켜 병충해에 강하거나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등의 특정 목적에 맞도록 개량한 농산물을 가리킨다. GMO도 크게 보면 육종(育種, 품종 개량) 기술의 일종이다. 그러나 기존의 육종 기술에선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해충 저항성이나 제초제 내성이 있는 콩·옥수수 등 개량 농산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찬·반 단체 따라 다르게 번역하는 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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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사가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한 라운드 업레디 콩. 제초제에 저항력을 갖도록 설계된 GM 콩이다. 국내에선 제초제 내성과 해충 저항성을 지닌 GM 콩 11종이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사진 몬산토 코리아]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어다. 이 중 M을 국내에선 GMO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각각 다르게 번역해왔다. 반 GMO 진영에선 ‘유전자조작식품’,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전자재조합식품’이라고 부른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세 용어를 혼용해 쓰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조작식품과 유전자재조합식품이 별개라고 오인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식약처의 주도로 GMO의 우리말 통일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반 GMO 입장인 ‘소비자시민모임’도 ‘조작’이란 표현을 배제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GMO에 호의적인 미국에선 ‘바이오테크’ 식품이라고 부른다. GMO 기술로 만든 콩·옥수수는 유기체·작물을 의미하는 O를 빼고 GM콩·GM옥수수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GM 식품이 과연 안전한가다. 만약 시소의 왼쪽에 ‘안전하다’는 측, 오른쪽에 ‘안전하지 않다’는 측을 올린다면 현재로선 무게추가 왼쪽으로 기운다. 시소 왼쪽엔 미국·세계보건기구(WHO)·미국의사협회(AMA)·‘한국소비자연맹’, 오른쪽엔 유럽연합(EU)·‘그린피스’·‘소비자시민모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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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저항성과 제초제 내성을 지닌 옥수수 51종이 안전성 승인을 받았다. [사진 몬산토 코리아]
GMO의 안전성은 몇 년을 토론해도 결론을 내기 힘든 사안이다. 안전하다는 쪽에선 “지난 20년간 GMO 성분이 함유된 식사를 2조∼3조(兆)번이나 했지만 건강상 피해를 입은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유해하다는 증거가 있으면 제시하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는 쪽은 “GMO를 장기간 섭취했을 때 안전하다는 증거는 없다. GMO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불완전하다”고 반박한다.

미국과 EU가 GMO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반대다. EU집행위원회가 1998년 GMO의 안전성이 불분명하다며 수입을 금지하자 미국은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 분쟁은 2006년 EU의 패배로 끝났다. EU의 금수(禁輸)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학자들도 의견이 갈린다. 영국 브리스톨대 존 베린저(분자유전학) 교수는 “20년만 지나면 GMO가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필수적이란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벨의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조지 월드 박사는 “GMO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동·식물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MO의 안전성에 대한 일치된 판정은 내리기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몬산토사가 신종 GM콩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몬산토사가 제출한 관련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안전성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OK’ 사인을 받은 것만 미국에서 심을 수 있는 신종 GM콩으로 인정된다. 미국 오리건주의 GM밀이 최근 문제된 것은 FDA의 최종 허가를 받지 않은 미승인 GM밀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몬산토사가 신종 GM콩 씨앗을 심어 수확한 콩(GM콩)을 한국에 판매하기 위해선 식약처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를 통해 신종 GM콩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신종 GM콩과 일반 콩의 알레르기 유발·독성물질·영양소 등이 같다면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이른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이 평가의 기본 잣대다. 국내에 수입되는 GM농산물은 식약처가 안전성을 최종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허가절차가 서류검사 위주여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GM농산물은 몬산토·듀폰·신젠타·아벤티스·바스프·바이엘크롭사이언스 등 외국 회사들이 개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GM쌀 등 수십 종이 개발됐지만 GMO에 대한 반대 여론에 밀려 시험 재배도 못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이 허가된 GM농산물(올 4월 말)은 콩(11종)·옥수수(51종)·카놀라·면화·감자·사탕무·알팔파 등 모두 91종이다.

이들 GM농산물이 종자(씨앗) 상태로 수입되진 않는다. 따라서 일부에서 거론하는 외국의 종자 기업에 의한 ‘종자 예속’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GM농산물을 심으면 “농약 살포를 줄일 수 있어 환경·식품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과 “시간이 지나면 농약 사용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현재 국내에선 GM농산물이 생산·재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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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흔히 하는 오해

GMO를 섭취하면 자신의 유전자도 변형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전자(DNA)는 GM콩은 물론 일반 콩에도 들어 있다. 일반 콩과 GM콩에 함유된 유전자는 우리 몸속의 소화효소와 강산성인 위액(胃液)에 의해 분해된다. 콩 섭취 뒤 우리 몸의 유전자가 변형되지 않듯이 GM콩도 마찬가지다. 국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이 모두 미국산 GM감자로 만든 것이란 얘기도 낭설이다. GM감자는 1998년부터 미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으나 시장 수요 감소로 재배면적이 점점 줄어들면서 지금은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

“GMO 여부를 꼭 확인하고 비(非) GM식품만 구입하면 GMO로부터 완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비 GM식품, 즉 일반 식품에도 GMO 성분이 소량 섞일 수 있어서다. 일반 농산물이 GM농산물과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종자의 구입에서 생산·운송·선적까지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꽃가루가 날려 GM옥수수가 일반 옥수수 밭에서 자라거나 운반 도중 서로 섞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비(非) 의도적 혼입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GM농산물의 비의도적 혼입을 3%까지 허용한다. 일반 콩 100g을 검사했는데 GMO 유전자가 2.9g 검출됐다면 GM콩이 아니라 일반 콩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일본은 허용 한도가 5%, 유럽은 0.9%다.

지난해 식용 옥수수가 211만t이 수입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03만t(46%)이 GM옥수수다. 지난해 수입된 식용 콩의 72% 이상(88만t)이 GM콩이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유전자변형 ○○’·‘유전자변형 ○○포함’·‘유전자변형 ○○포함 가능성 있음’ 등 스스로 GMO라고 ‘자수한’ 농산물이나 식품은 찾기 힘들다. 설령 GM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간장·식용유(콩기름·옥수수기름)·당류(포도당·과당·엿류 등)·주류(맥주·위스키· 브랜디리큐르·증류주·기타 주류 등)·식품첨가물은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품에 표시를 하지 않도록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콩기름·옥수수기름 등 식용유는 100% 지방이라 제조 과정에서 GMO 유전자가 모두 제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콩기름에선 GMO 유전자가 일절 검출되지 않는다. EU는 GMO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제조 원료가 GMO이면 예외 없이 GMO 표시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GM옥수수로 만든 옥수수기름엔 GMO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 반면 GMO에 대해 관용적인 미국에선 GM농산물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GMO 표시 대상에서 빠진 옥수수기름·콩기름·간장·전분당 등에 대해서도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최근 네 건이나 국회에 상정됐다. 이 같은 GMO 표시 강화 명분은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이다. 최종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권리를 제대로 누리려면 먼저 GMO를 바로 알아야 한다. 막연히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자세로는 올바른 선택이 힘들다. GMO 표시를 강화하면 식품 가격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일반 콩·옥수수의 가격이 GM콩·GM옥수수보다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콩·옥수수를 재료로 한 식품 가격이 20% 이상 오를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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