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슈퍼마켓 홀푸드가 최근 식품 유통업계의 새 장을 열었다. 미국 소매업체 중 최초로 유전자변형생물(GMO)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 해당 라벨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홀푸드의 결정이 식품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GMO 식품 때문에 우리 모두 돌연변이 괴물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면 다음 사실들이 위안이될지 모른다.
유럽은 수 년 전부터 GMO 라벨을 부착한다. EU는 1997년 최종 상품에서 GMO가 검출된 식품에 라벨 부착을 의무화했다. 2004년에는 최종 상품에서 검출 여부에 상관 없이 제조 과정 전체에서 GMO가 사용된 모든 식품에 라벨을 부착하도록 규제를 확대했다.
인체에 무해하다. ‘프랑켄슈타인 음식’이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GMO는 미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미 의학협회(AMA) 등에서 대부분 안전하다고 간주된다. 유전자변형 작물은 본래 자라기 어려운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세계의 기아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돈도 절약된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기술이 없다면 콩은 10%, 옥수수는 6% 정도 가격이 오르게 된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콩과 옥수수 대부분은 GMO다. 유전자변형을 거치면 콩은 제초제에 면역력이 생기고, 옥수수는 자체적으로 살충 물질을 생산한다.
암을 치료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영국에서 실시된 소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암세포를 파괴하고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시킨 우두 바이러스 백신이 말기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 그 백신을 대량 투여받은 환자 16명이 평균 14.1개월 생존한 반면 소량 투여받은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6.7개월이었다. 보다 큰 규모의 실험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귀엽기까지! 글로피쉬(Glo-Fish)로 불리는 형광 제브라피시는 애완용으로 팔린 첫 GMO다. 싱가포르 과학자들이 해파리에서 추출한 녹색 형광 단백질을 제브라피쉬 배아 속 유전자에 합성해 만들었다. 원래 의도는 환경독소를 검출하는 물고기의 개발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기막힌 애완동물이 됐다.
이런 물고기도… 매사추세츠 소재 생명공학회사 아쿠아바운티는 유전자변형 연어를 개발했다. ‘아쿠어드밴티지 피쉬(AquAdvantage)’로 명명된 이 연어는 유전자 교체를 통해 왕연어의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지녔다. 매년 여름에만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고 성체가 되기까지 3년이 걸리는 일반 연어와 달리 1년 내내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며 1년 반만에 성체가 된다. 늘어나는 수요 탓에 고갈돼 가는 자연산 수산물 수량을 늘릴 수 있다.
GMO는 미래의 에너지원?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 연구원들은 유전자를 변형시킨 바이러스의 전자기계 속성을 제어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비를 공개했다. 이 바이러스(유해하지 않다)를 나노 기술로 만들어진 발전 장비에 넣은 뒤 압력을 가할 때마다 전기가 생산된다.
여전히 우려하는 사람이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프랑스의 연구에 따르면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 몬산토에서 개발한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거나 제초제 ‘라운드업’에 노출된 쥐들이 종양과 장기 손상으로 다른 쥐들보다 일찍 죽었다. 그러나 그 연구의 기초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졌다. 실험 대상 쥐들이 음식 섭취를 제한하지 않으면 유방 종양에 걸리기 쉬운 종이었고 유전자변형 식품을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고작 암·수 10쌍뿐이었다) 역시 나중에 대부분 종양에 걸린 사실이 밝혀졌다.
반GMO운동을 일으킨 사람도 후회한다. “1990년대 중반 반GMO 운동을 일으켰다”고 자임하는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지난 1월 “유전자변형 작물을 훼손해온” 과거 행적에 공개 사과했다. 그는 옥스퍼드 영농컨퍼런스에서 유전자변형 기술이 환경파괴없이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간단했다.
“과학을 알게 됐다.” 이전까지는 기업불신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비과학적 요소들 탓에 GMO에 반대했다고 털어놓았다. “환경운동가로서, 또 모두가 건강에 좋고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완전히 그에 반대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농업생물공학 기업 정말 후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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