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 강성모 KAIST 총장 대담
“한국인의 창의력은 빌 게이츠도 인정했다. 창의력이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서 노력하는 의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5일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1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최고경영자(CEO)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인의 의지력을 높이 평가했다. 빌 게이츠가 김 총재와의 저녁 자리에서 “한국인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무언가를 더 낫게 만들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합쳐서 상품으로 만드는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한국은 창의적”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이날 강성모 KAIST 총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기조연설에서 “지독하다 하리 만큼 무언가 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교육제도는 이런 투지를 길러주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끊임없는 시도가 창의력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5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이후 미국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되돌아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제안받았을 때마다 그저 뛰어들었다. 원래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비정부기구(NGO)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면서 힘이 있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게이츠재단으로부터 4500만달러 자금을 따냈고, WHO에서 에이즈 담당 국장으로 일했고, 다트머스대 총장에 이어 세계은행 총재에까지 오게 됐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라는 점이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못 할까’ 같은 생각은 하지 마라. 뭐가 되고 싶다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기회가 생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교육 선도자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내년 5월엔 세계교육포럼이 한국에서 열린다.
“14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종종 ‘공부 안 하면 한국에 보내버린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 교육의 엄격한 맛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 교육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 교육체계의 결과는 매우 탁월한 반면 심리적인 비용은 상당히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좁다. 가수 싸이와 저녁을 함께 먹을 기회가 있었다. 싸이는 한국 교육제도 내에서 실패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만나 보니 너무 똑똑했다. 다만 한국 교육제도 내에서 전통적으로 가치 있게 평가하는 ‘똑똑함’이 아니었던 것뿐이다.”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암기식 교육이 단점은 아닌 것 같다. 의대 1학년 때 외울 게 너무 많다고 하는데, 3학년이 돼 직접 병동을 돌면 외울 게 더 많아진다. 머리에 아무것도 없다면 창의력을 발휘하기 너무 어렵다. 머리에 뭔가 더 많으면 창의력을 발휘할 재료가 많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집중적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가수 싸이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수학·과학에서 1등은 못 했지만 춤출 때와 노래할 때는 잘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학교에서 배웠을 것이다. 지능지수(IQ)는 못 바꾸지만 투지는 바꿀 수 있다. 한국 교육제도는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투지를 키운다.”
▶한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독일은 고등학생의 4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진 직업학교로 간다. 스위스는 25%가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견습제도에 참여한다. 이런 교육제도는 시장과 잘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은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와 미스매치가 나타난다.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간다는 건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분명히 수정돼야 한다. ”
▶글로벌 대학들이 학생 선발시 고민하는 점은 무엇인가.
“내가 총장으로 있던 다트머스대는 학생을 선발할 때 단순히 점수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만점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우리는 흥미로운 학생을 찾는다. 대부분 유수 대학은 점수가 완벽한 학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자기관리 능력이나 창의력을 보이는 학생을 찾는다. 다트머스대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훌륭한 교수를 초빙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도전의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려고 한다. 미국 대학들이 굉장히 흥미로워지는 이유도 바로 다양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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