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바다로 어뢰(魚雷)를 발사한다. 그런데 어뢰가 바다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물방울이 튀어 오르면 적에게 발각되기 십상이다. 농부가 제초제를 뿌린다. 작물의 잎에서 방울이 되어 튀어 오르면 비싼 제초제를 허비하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고체와 액체가 만날 때 액체 방울이 튀어 오르지 않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명, 물방울을 없애라.
◆소리없이 빠져드는 어뢰
공처럼 둥근 물체가 물에 빠지면 어떤 때는 쏙 들어가고 어떤 때는 엄청난 물방울을 튀어 오르게 한다. 프랑스 클로드-베르나르대의 리데릭 보케 박사팀은 왜 같은 크기와 모양, 재질의 두 공이 다른 결과를 내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의 표면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유리로 된 공의 표면을 과산화수소, 황산, 알코올로 깨끗이 닦아 표면이 물을 끌어당기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유리공을 물에 빠뜨리면 물방울이 거의 튀어 오르지 않고 부드럽게 물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엔 유리공의 표면에 방수제(防水劑)로 많이 사용되는 실란(silane, 수소화규소)으로 분자 하나 두께의 층을 만들었다. 실란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번엔 유리공이 물에 빠지면서 엄청난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피직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을 밀어내는 물질은 공과 물 사이에 공기 방울을 형성시킨다고 밝혔다. 이것이 물 분자를 밀어내면서 물방울을 튀어 오르게 한다는 것. 물과 친한 물질에서는 이런 공기 방울이 생기지 않았다.
보케 박사팀은 “하늘에서 바다로 발사하는 공대해(空對海) 어뢰처럼 물과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물체 표면에 물을 끌어당기는 미세층을 만들면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 가벼우면 물방울 안 생겨
공이 물에 빠지는 것처럼 고체가 액체에 부딪힐 때도 물방울이 생기지만 반대로 물과 같은 액체가 고체표면에 부딪혀도 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물장난을 할 때야 시원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비싼 제초제나 페인트를 뿌릴 때 표면에 달라붙지 않고 방울 져 튀어 나가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미 시카고대 시드니 나겔 박사팀은 액체의 점도(끈적거리는 정도)와 주변 공기압을 조절함으로써 이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장치에 다양한 기체를 넣어주고 액체의 점도를 조절해가면서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주변 공기분자의 질량이 낮을수록, 즉 공기압이 낮을수록 액체 방울이 튀어 오르는 일이 줄어들었다. 또한 점도가 높은 액체일수록 공기압을 조금만 낮춰도 바닥에 그대로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약 고가의 액체를 물체 표면에 코팅하는 제조공정이라면 밀폐된 공간에 가벼운 기체를 넣어줌으로써 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액체 자체의 점도를 높이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장이 아닌 들판에서 공기를 다른 기체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액체의 점도가 높아지면 스프레이로 뿌리기가 어렵게 된다. 점도가 큰 꿀을 작은 방울로 뿌리기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스프레이에 들어간 용수철 분자
프랑스의 화학회사인 로디아사의 루이 보벨 박사팀은 2000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액체에 스프링처럼 탄성이 있는 고분자물질을 첨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액체가 바닥에 부딪히면 일단 옆으로 퍼진다. 그러나 표면이 액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으면 액체는 표면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곧바로 다시 응축한다. 연잎에 내린 비가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이 돼 굴러버리는 것도 잎 표면이 물을 밀어내는 왁스(wax) 층이기 때문이다. 액체의 응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면서 액체 방울의 일부는 표면을 벗어나 공기중으로 튀어 오르게 된다.
연구팀은 액체에 폴리에틸렌옥사이드(PEO)란 고분자 물질을 첨가했다. PEO는 액체가 표면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퍼졌다가 다시 응축할 때 마치 용수철처럼 늘어났다가 수축한다. 결국 액체가 PEO를 늘리고 수축시키는 일을 한 셈이 돼 액체 자체의 운동에너지가 상당부분 소실된다. 에너지가 부족해진 액체는 더이상 방울로 튀어 오르지 못하고 그냥 표면에 달라붙어 있게 된다. 연구팀은 농약·잉크·헤어스프레이·페인트·광택제 등 스프레이 제품에 소량의 고분자를 첨가한다면 주변으로 튀어 나가는 것을 막아 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동시에 환경오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PEO는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기 때문에 액체 자체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분자가 커서 액체에 잘 녹지 않는다. 따라서 액체를 스프레이로 뿌렸을때 잘 분해가 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로디아사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PEO와 같은 성질을 갖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물질은 식품첨가제로 널리 이용되는 것이어서 인체나 환경에도 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일보]
◆소리없이 빠져드는 어뢰
공처럼 둥근 물체가 물에 빠지면 어떤 때는 쏙 들어가고 어떤 때는 엄청난 물방울을 튀어 오르게 한다. 프랑스 클로드-베르나르대의 리데릭 보케 박사팀은 왜 같은 크기와 모양, 재질의 두 공이 다른 결과를 내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의 표면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유리로 된 공의 표면을 과산화수소, 황산, 알코올로 깨끗이 닦아 표면이 물을 끌어당기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유리공을 물에 빠뜨리면 물방울이 거의 튀어 오르지 않고 부드럽게 물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엔 유리공의 표면에 방수제(防水劑)로 많이 사용되는 실란(silane, 수소화규소)으로 분자 하나 두께의 층을 만들었다. 실란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번엔 유리공이 물에 빠지면서 엄청난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피직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물을 밀어내는 물질은 공과 물 사이에 공기 방울을 형성시킨다고 밝혔다. 이것이 물 분자를 밀어내면서 물방울을 튀어 오르게 한다는 것. 물과 친한 물질에서는 이런 공기 방울이 생기지 않았다.
보케 박사팀은 “하늘에서 바다로 발사하는 공대해(空對海) 어뢰처럼 물과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물체 표면에 물을 끌어당기는 미세층을 만들면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 가벼우면 물방울 안 생겨
공이 물에 빠지는 것처럼 고체가 액체에 부딪힐 때도 물방울이 생기지만 반대로 물과 같은 액체가 고체표면에 부딪혀도 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물장난을 할 때야 시원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비싼 제초제나 페인트를 뿌릴 때 표면에 달라붙지 않고 방울 져 튀어 나가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미 시카고대 시드니 나겔 박사팀은 액체의 점도(끈적거리는 정도)와 주변 공기압을 조절함으로써 이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장치에 다양한 기체를 넣어주고 액체의 점도를 조절해가면서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주변 공기분자의 질량이 낮을수록, 즉 공기압이 낮을수록 액체 방울이 튀어 오르는 일이 줄어들었다. 또한 점도가 높은 액체일수록 공기압을 조금만 낮춰도 바닥에 그대로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약 고가의 액체를 물체 표면에 코팅하는 제조공정이라면 밀폐된 공간에 가벼운 기체를 넣어줌으로써 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액체 자체의 점도를 높이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장이 아닌 들판에서 공기를 다른 기체로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액체의 점도가 높아지면 스프레이로 뿌리기가 어렵게 된다. 점도가 큰 꿀을 작은 방울로 뿌리기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스프레이에 들어간 용수철 분자
프랑스의 화학회사인 로디아사의 루이 보벨 박사팀은 2000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액체에 스프링처럼 탄성이 있는 고분자물질을 첨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액체가 바닥에 부딪히면 일단 옆으로 퍼진다. 그러나 표면이 액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갖고 있으면 액체는 표면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곧바로 다시 응축한다. 연잎에 내린 비가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이 돼 굴러버리는 것도 잎 표면이 물을 밀어내는 왁스(wax) 층이기 때문이다. 액체의 응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면서 액체 방울의 일부는 표면을 벗어나 공기중으로 튀어 오르게 된다.
연구팀은 액체에 폴리에틸렌옥사이드(PEO)란 고분자 물질을 첨가했다. PEO는 액체가 표면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퍼졌다가 다시 응축할 때 마치 용수철처럼 늘어났다가 수축한다. 결국 액체가 PEO를 늘리고 수축시키는 일을 한 셈이 돼 액체 자체의 운동에너지가 상당부분 소실된다. 에너지가 부족해진 액체는 더이상 방울로 튀어 오르지 못하고 그냥 표면에 달라붙어 있게 된다. 연구팀은 농약·잉크·헤어스프레이·페인트·광택제 등 스프레이 제품에 소량의 고분자를 첨가한다면 주변으로 튀어 나가는 것을 막아 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동시에 환경오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PEO는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기 때문에 액체 자체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분자가 커서 액체에 잘 녹지 않는다. 따라서 액체를 스프레이로 뿌렸을때 잘 분해가 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로디아사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PEO와 같은 성질을 갖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물질은 식품첨가제로 널리 이용되는 것이어서 인체나 환경에도 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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