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으로 모의유엔대회 개최한 3개 외고<대원·명덕·이화외고> 운영진 이야기
비슷한 꿈 가진 또래와 교류, 값진 경험 적은 인원 덕에 참여율 높아 효과 '톡톡'
일반적으로 모의유엔대회에선 선진국 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행사 성격 상 자신이 대표를 맡은 나라 입장에 서야 하는데, 선진국일수록 발언권이 세지기 때문. FLHMUN에선 이 같은 사태 발생을 미연에 막기 위해 선진국과 후진국을 한데 묶어 각 학교에 배정했다.
지난 6월 열린 FLHMUN 의제는 '빈부 격차 줄이기'였다. 당연히 '베푸는 입장'인 선진국 대표 측의 말이 많아졌다. 1학년만 참여하는 이번 대회에선 어느 나라든 공평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아프리카 국가의 공업화 지원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의제 결정 과정엔 지난달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 협의체(KOAFEC) 세미나에 참석했던 김민주양과 유지상군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김양은 "아프리카는 국가별 경제 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며 "당시 세미나 참석 경험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동반 성장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깨닫게 됐다"고 의제 설정 배경을 말했다.
이번 대회 준비 기간은 약 한 달. 참석자는 총 43명이었다. 일반 모의유엔대회는 예닐곱 개 위원회로 꾸려지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 탓에 FLHMUN은 단일 위원회만 마련됐다. 이재영군은 "하나의 특정 주제에 보다 깊게 파고들 수 있어 오히려 유익한 구조"라고 말했다. 박수지양은 "자기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져야 스피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며 "공부만 하느라 시사에 소홀하기 쉬운 특목고생 입장에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손수진양은 "큰 대회에 참가해 본 친구들은 '모의유엔대회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정도만 깨달을 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만 있다 오는 경우가 많다더라"고 말했다. 정기적인 데다 적은 인원 수로 적극적 참여가 필수인 FLHMUN 활동이야말로 '실질적 효과' 면에선 훨씬 도움 된다는 뜻이다. 박지훈군도 "관심사가 비슷한 아이들이 학교 대표로 참가해 그런지 매회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몰랐던 점 알아가며 진로 찾기에도 유용"
경영·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유군은 지난 6월 열린 FLHMUN이 처음으로 경험한 모의유엔대회였다. 하지만 함께 참석한 같은 학교 친구 덕분에 개막 30분도 안 돼 회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G2' 중국 대표를 맡아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중국·아프리카 기업과도 함께 일하는 컨설턴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모의유엔대회에서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 토론하며 몰랐던 점을 깨우칠 수 있어 무척 유용합니다."
여섯 학생은 "경제적 부담도 덜고 국제사회 리더를 꿈꾸는 또래 친구와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값지다"고 입을 모았다. 유엔에서 일하는 게 꿈인 김양은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게 떨리지도 않고 정말 재밌다"며 "실제와 동일하게 진행되는 모의유엔대회에 참여하는 것, 우리에게 낯선 국가명과 국기를 외우는 것 모두 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손양은 독도 분쟁 등 국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늘 궁금했다. 그 호기심 역시 모의유엔대회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의 꿈은 "문제만 지적하기보다 공통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외교관이나 정책 결정자가 되는 것이다.
이군은 "다른 친구들처럼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 모의유엔대회에 참가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FLHMUN 활동 이전과 달리 하나의 문제를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대하게 됐다. 외신 기사도 부쩍 자주 살핀다. "저희 스스로 개최하는 행사인 만큼 신경 쓸 점이 많지만 재밌습니다. 진로 탐색에도 도움되니 여러모로 일석이조죠."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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