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경쟁 통해 만들어지는 것”
“한국 교육 시스템은 대량 생산에 맞게 디자인”
“과학분야는 창의성 살리는 영재 육성이 핵심”
“키 작은 학생도 맞는 농구대만 있다면 잘할 것”
“영재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대학에서도 영재급 강의를 받는 반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에핌 젤마노프 교수)
“평등도 중요하지만 우수 학생 교육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이장무 서울대 총장)
“키 작은 학생에게 맞는 농구대가 있다면 그 학생은 농구를 좋아할 것입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선 수준별 학습이 필요합니다.”(해롤드 크로토 교수)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크로토(Harold W. Kroto)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에핌 젤마노프(Efim I. Zelmanov) 한국고등과학원 석학 교수, 그리고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15일 서울대 총장 집무실에서 ‘최고의 인재, 어떻게 키울 것인가’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인재가 많은 국가’를 만들려면 교육에 경쟁원리가 충분히 작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재급 인재를 키우려면
▲이장무 총장=지식 기반 사회에서 최고 인재의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파레토(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의 법칙처럼 상위 20%가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현대 사회의 발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에핌 젤마노프 교수=중고등학교 차원에서는 특별학교나 특별반에 배치해서 더 경쟁적인 프로그램을 듣게 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영재급 강의반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평범한 학생들과는 다른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특히 이런 노력은 12세 이하의 학생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에 ‘내가 수학을 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겠구나’하는 동기를 주면 그들은 더 좋은 수학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해롤드 크로토 교수=과학 분야는 영재 육성이 핵심이다. 많은 학생들이 변호사나 경영인으로만 몰리는 것은 그 사회의 창의성이 죽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다. 우리가 경영인이나 변호사를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월급이 많은 곳으로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서구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평등 교육”은 이치에 안 맞아
▲이장무=교육에서 ‘기회의 평등’은 꼭 필요하지만 ‘능력의 평등’은 성립하지 않는다. ‘평등한 교육’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교육과정에 일관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대입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역효과를 낸다. 우리가 지식기반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평등한 교육과 함께 우수 학생 교육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크로토=높은 수준에 있는 학생들의 능력에 맞추는 유연한 교육방식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또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힘들다. 마치 농구 경기와 같다. 키 작은 학생들에게 맞는 농구대가 있다면 그들은 농구를 좋아할 것이다. 나에게 과학이란 것은 무엇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무엇을 발견하는 방법을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도 연구하고 주제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원하는 교사에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선생님 의견에도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창의적인 학생을 길러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 핵심인재의 자질
▲이장무=자기만의 독특한 생각과 창의력을 갖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한다. 설득능력도 중요하다.
▲크로토=성공을 위해서 말인가? 나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나, 내 학생들보다 더 똑똑하지 않지만, 내 능력껏 최선을 다할 결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노력할 수록 행운도 더 따랐다. 인재가 되려면 끝없는 의문(persistent doubt)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크로토=꼭 노벨상을 목표로 삼은 필요는 없다.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가졌을 때 노벨상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느낀 것은 노벨상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첫 노벨상이 나오기 20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과학발전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갖췄다. 한국의 경우 얼마만큼의 과학 인프라를 갖췄는지 살펴보라. 사실 나는 학자에게 노벨상을 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논문 인용의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요 저널에 한국인들의 논문이 많아 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젤마노프=과학자가 노벨상이나 필즈상을 타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중간 단계의 연구에서 최첨단 연구까지 그 사회의 과학 수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과학자가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의 획득은 결국은 목표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가져온 결과다.
▲이장무=한국이 노벨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하도록 발전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에 맞도록 디자인돼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도 젊고 뛰어난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절실하다. . 조선일보
“한국 교육 시스템은 대량 생산에 맞게 디자인”
“과학분야는 창의성 살리는 영재 육성이 핵심”
“키 작은 학생도 맞는 농구대만 있다면 잘할 것”
“영재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대학에서도 영재급 강의를 받는 반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에핌 젤마노프 교수)
“평등도 중요하지만 우수 학생 교육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이장무 서울대 총장)
“키 작은 학생에게 맞는 농구대가 있다면 그 학생은 농구를 좋아할 것입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선 수준별 학습이 필요합니다.”(해롤드 크로토 교수)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크로토(Harold W. Kroto)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에핌 젤마노프(Efim I. Zelmanov) 한국고등과학원 석학 교수, 그리고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15일 서울대 총장 집무실에서 ‘최고의 인재, 어떻게 키울 것인가’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인재가 많은 국가’를 만들려면 교육에 경쟁원리가 충분히 작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재급 인재를 키우려면
▲이장무 총장=지식 기반 사회에서 최고 인재의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파레토(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의 법칙처럼 상위 20%가 경제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현대 사회의 발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에핌 젤마노프 교수=중고등학교 차원에서는 특별학교나 특별반에 배치해서 더 경쟁적인 프로그램을 듣게 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영재급 강의반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평범한 학생들과는 다른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특히 이런 노력은 12세 이하의 학생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에 ‘내가 수학을 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겠구나’하는 동기를 주면 그들은 더 좋은 수학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해롤드 크로토 교수=과학 분야는 영재 육성이 핵심이다. 많은 학생들이 변호사나 경영인으로만 몰리는 것은 그 사회의 창의성이 죽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다. 우리가 경영인이나 변호사를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월급이 많은 곳으로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서구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평등 교육”은 이치에 안 맞아
▲이장무=교육에서 ‘기회의 평등’은 꼭 필요하지만 ‘능력의 평등’은 성립하지 않는다. ‘평등한 교육’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교육과정에 일관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대입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역효과를 낸다. 우리가 지식기반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평등한 교육과 함께 우수 학생 교육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크로토=높은 수준에 있는 학생들의 능력에 맞추는 유연한 교육방식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또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힘들다. 마치 농구 경기와 같다. 키 작은 학생들에게 맞는 농구대가 있다면 그들은 농구를 좋아할 것이다. 나에게 과학이란 것은 무엇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무엇을 발견하는 방법을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도 연구하고 주제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원하는 교사에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선생님 의견에도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창의적인 학생을 길러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사회를 이끌 핵심인재의 자질
▲이장무=자기만의 독특한 생각과 창의력을 갖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한다. 설득능력도 중요하다.
▲크로토=성공을 위해서 말인가? 나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나, 내 학생들보다 더 똑똑하지 않지만, 내 능력껏 최선을 다할 결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노력할 수록 행운도 더 따랐다. 인재가 되려면 끝없는 의문(persistent doubt)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크로토=꼭 노벨상을 목표로 삼은 필요는 없다.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가졌을 때 노벨상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느낀 것은 노벨상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첫 노벨상이 나오기 20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과학발전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갖췄다. 한국의 경우 얼마만큼의 과학 인프라를 갖췄는지 살펴보라. 사실 나는 학자에게 노벨상을 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논문 인용의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요 저널에 한국인들의 논문이 많아 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젤마노프=과학자가 노벨상이나 필즈상을 타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중간 단계의 연구에서 최첨단 연구까지 그 사회의 과학 수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과학자가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의 획득은 결국은 목표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가져온 결과다.
▲이장무=한국이 노벨상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하도록 발전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에 맞도록 디자인돼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도 젊고 뛰어난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절실하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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