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거나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쓰는 장치다. 그러나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은 관측 장비를 싣고 준궤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떨어진다. 추력이 낮아 탈출속도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구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인공위성을 올리지도 못한다.
수십~수백 km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들 길어야 몇십 분 안에 다시 떨어져 버릴 로켓을 뭐하러 발사하는 걸까. 지상에서 약 40km까지는 풍선을 이용해 대기와 기상을 연구할 수 있다. 200km 이상의 고도는 인공위성으로 관측할 수 있다. 이 사이에 있는 사각지대를 관측하는 용도로 쓰는 게 바로 사운딩 로켓이다. 이 지역을 직접 관측하는 수단은 사운딩 로켓이 유일하다.
하늘을 측정하는 로켓
‘사운딩’이라는 이름은 항해 용어에서 나왔다. 물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무거운 밧줄을 던지는 행위를 일컫는다. 즉 사운딩 로켓은 ‘측정을 하기 위해 하늘로 던진 로켓’이라는 뜻인 셈이다. 대개 1단이나 2단으로 구성된 엔진을 쓴다. 고체연료를 쓰는 엔진은 발사 준비에 시간이 덜 걸리지만 한번 점화하면 그 뒤로 통제할 수 없는 반면, 액체연료 엔진은 연소 도중 통제가 가능하지만 연료가 부식성이라 발사가 미뤄지면 연료를 다시 빼내고 주입해야 한다. 관측 장비는 보통 로켓 꼭대기에 실리며, 페어링으로 덮어 보호한다. 경우에 따라서 분리되기도 하고 그대로 함께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사운딩 로켓은 대기권이나 전리권 관측에 특히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이곳을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수단이 로켓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권과 전리권은 수직 방향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게 중요한데, 로켓은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사운딩 로켓은 규모가 작아서 발사 장소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가능한 한 과학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발사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오로라나 방사능 및 자기장의 변화가 일어난다. 에너지가 아주 높은 양성자는 몇십 분 만에 지구 대기에 부딪치기도 한다. 사운딩 로켓은 여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관측 도구다. 발사 뒤 다시 지구로 떨어지는 데는 길어야 20~30분밖에 안 걸리지만, 그동안 풍향, 기압, 온도, 방사능, 전류의 흐름, 전자나 이온의 밀도, 자기장의 요동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재료과학, 유체역학, 생물학 분야에서는 사운딩 로켓이 훌륭한 실험실이 된다. 연료 연소가 끝나면 로켓은 정점에 이르렀다가 다시 떨어지는 10여 분 동안 중력이 평소의 수천~수만 분의 1에 불과한 미세중력 상태에 놓인다. 중력이 매우 낮으면 물질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불가능한 물질이나 단백질체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소재나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운딩 로켓을 이용한 미세중력 실험은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 안전하고 비용이 저렴하다.
사운딩 로켓으로 검증한다
사운딩 로켓이 쓰인 건 1940년대부터였다. 195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의 로켓이 군사용이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1957~1958년에 이뤄진 ‘국제 지구물리의 해(IGY)’라는 프로젝트를 계기로 바뀌었다. 냉전으로 한참 동안 교류하지 못하던 동방과 서방의 과학자들이 오랜만에 모여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기회로, 67개국이 참여했다.
연구 주제는 오로라, 우주선(cosmic ray), 지자기, 중력, 전리층 등이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군사용 로켓을 개조해 만든 사운딩 로켓을 발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스카이락’이다. 1957년 첫 발사된 스카이락은 2005년까지 거의 200대가 발사됐다. 첫 시작 이후 발사하는 사운딩 로켓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과학자와 로켓공학자의 협력도 활발해졌다.
접근하기 어려운 대기 상층부를 직접 관측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장점 외에도 사운딩 로켓은 기술적으로도 유용했다. 일단 개발 중인 로켓이나 관측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시험하는 데 유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1950년대부터 사운딩 로켓을 이용했다. 지금까지 이용한 횟수는 3000번에 달한다. 지구 대기나 방사선대, 혹은 지구 밖의 천체를 관측하는 장비를 실제로 발사하기 전에 사운딩 로켓에 실어서 검증했던 것이다. 콤튼 감마선우주망원경이나 트레이스우주망원경과 같은 잘 알려진 관측위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시험용 장비를 분리한 뒤 낙하산을 이용해 지상에 내려오게 하면 회수한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탐사선을 발사했다가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위한 연습용으로도 쓴다. 홍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경영팀장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우주기술 선진국도 처음에는 사운딩 로켓을 이용해 시험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로켓 기술도 마찬가지다. 로켓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운딩 로켓으로 자세제어장치, 관성항법장치 같은 기초 기술을 습득하는 건 자연스럽다. 실제 로켓으로 실험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학생도 경험 쌓을 수 있어야
마지막으로 사운딩 로켓의 중요성은 로켓 기술 개발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데 활용하기 좋다. NASA도 사운딩 로켓 프로젝트에 고등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NASA와 함께 연구장치를 개발하고 발사에도 참여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에서 로켓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도 사운딩 로켓은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사운딩 로켓이 활성화되면 로켓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미리 로켓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홍 팀장은 “우리나라도 연구자들이 학생 시절부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사운딩 로켓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사운딩 로켓을 개발한 경험은 있다. ‘과학로켓’으로 알려진 KSR-I, II, III다. 1993년 발사된 KSR-I은 150kg의 과학 연구 장비를 싣고 고도 40여 km까지 올라갈 수 있는 1단형 고체연료 로켓이다. 2회에 걸쳐 발사돼 로켓 발사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고 우리나라 상공의 오존층 상태를 측정했다.
KSR-II는 2단형 고체연료 로켓으로 1997년, 1998년에 두 번 발사돼 로켓의 관성항법장치와 자세제어시스템을 시험했다. 2002년 발사된 KSR-III는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으로 소형위성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나로호 발사에도 이때 얻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러나 사운딩 로켓을 수백 대나 발사하면서 경험을 쌓아온 우주기술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 전 국민의 이목을 끄는 대형 로켓 발사도 시도하면서 동시에 꾸준히 인력을 양성하고 로켓 기술을 축적해야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사운딩 로켓이 쓰인 건 1940년대부터였다. 195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의 로켓이 군사용이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1957~1958년에 이뤄진 ‘국제 지구물리의 해(IGY)’라는 프로젝트를 계기로 바뀌었다. 냉전으로 한참 동안 교류하지 못하던 동방과 서방의 과학자들이 오랜만에 모여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기회로, 67개국이 참여했다.
연구 주제는 오로라, 우주선(cosmic ray), 지자기, 중력, 전리층 등이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군사용 로켓을 개조해 만든 사운딩 로켓을 발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스카이락’이다. 1957년 첫 발사된 스카이락은 2005년까지 거의 200대가 발사됐다. 첫 시작 이후 발사하는 사운딩 로켓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과학자와 로켓공학자의 협력도 활발해졌다.
접근하기 어려운 대기 상층부를 직접 관측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장점 외에도 사운딩 로켓은 기술적으로도 유용했다. 일단 개발 중인 로켓이나 관측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시험하는 데 유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1950년대부터 사운딩 로켓을 이용했다. 지금까지 이용한 횟수는 3000번에 달한다. 지구 대기나 방사선대, 혹은 지구 밖의 천체를 관측하는 장비를 실제로 발사하기 전에 사운딩 로켓에 실어서 검증했던 것이다. 콤튼 감마선우주망원경이나 트레이스우주망원경과 같은 잘 알려진 관측위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시험용 장비를 분리한 뒤 낙하산을 이용해 지상에 내려오게 하면 회수한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탐사선을 발사했다가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위한 연습용으로도 쓴다. 홍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경영팀장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우주기술 선진국도 처음에는 사운딩 로켓을 이용해 시험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로켓 기술도 마찬가지다. 로켓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운딩 로켓으로 자세제어장치, 관성항법장치 같은 기초 기술을 습득하는 건 자연스럽다. 실제 로켓으로 실험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학생도 경험 쌓을 수 있어야
마지막으로 사운딩 로켓의 중요성은 로켓 기술 개발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데 활용하기 좋다. NASA도 사운딩 로켓 프로젝트에 고등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NASA와 함께 연구장치를 개발하고 발사에도 참여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에서 로켓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도 사운딩 로켓은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사운딩 로켓이 활성화되면 로켓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미리 로켓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홍 팀장은 “우리나라도 연구자들이 학생 시절부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사운딩 로켓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사운딩 로켓을 개발한 경험은 있다. ‘과학로켓’으로 알려진 KSR-I, II, III다. 1993년 발사된 KSR-I은 150kg의 과학 연구 장비를 싣고 고도 40여 km까지 올라갈 수 있는 1단형 고체연료 로켓이다. 2회에 걸쳐 발사돼 로켓 발사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고 우리나라 상공의 오존층 상태를 측정했다.
KSR-II는 2단형 고체연료 로켓으로 1997년, 1998년에 두 번 발사돼 로켓의 관성항법장치와 자세제어시스템을 시험했다. 2002년 발사된 KSR-III는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으로 소형위성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나로호 발사에도 이때 얻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러나 사운딩 로켓을 수백 대나 발사하면서 경험을 쌓아온 우주기술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 전 국민의 이목을 끄는 대형 로켓 발사도 시도하면서 동시에 꾸준히 인력을 양성하고 로켓 기술을 축적해야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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