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모리대학 자코버스 드 루드 교수팀은 동물들이 자신과 동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식물을 이용하는 사례들을 ‘사이언스’ 12일자에 발표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는 굶어 죽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는 속담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197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다니엘 잰즌 교수는 호랑이나 들개 등이 몸속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유독성 식물을 먹는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그 뒤 침팬지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용 허브를 먹는다는 사실 등이 속속 알려지며 식물을 이용한 동물의 자가치료 능력이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연구의 범위를 확대해, 동물이 자신뿐 아니라 동료나 후손을 위해서도 이런 능력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대표적으로 불나방 애벌레는 나뭇잎에서 독성이 강한 부분을 일부러 먹어서 애벌레의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다. 참새나 핀치새는 진드기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니코틴이 든 담배꽁초를 둥지에 넣기도 하고, 황제나비는 본인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유액을 분비하는 식물에 알을 낳아 기생충에서 후손을 보호한다.
또 꿀벌은 침엽수의 수액에서 얻은 ‘레진’을 벌집에 발라 미생물이 생기지 않게 않다. 꿀벌은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가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레진이 면역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미시간대 마크 헌터 교수는 “사람들이 자녀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고르는 것처럼 동물도 후손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동물의 자가치료법을 연구하면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동물의 생태에 관여할 때 동물의 자가치료 능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루드 교수는 “양봉가가 벌집에 있는 레진을 무리하게 제거한다면 꿀벌은 기생충과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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