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읽기 지문, SAT보다 쉬워… 한국 수험생에게 유리


미국 대입, ACT로 준비해볼까?
응시자 수, 지난해 처음으로 SAT 넘어서
美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돼 공신력 높아
'문과생 취약' 과학, 난이도는 고 1 수준

#1 지난 2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입 고사 SAT(Scholastic Aptitude Test)의 개편 가능성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데이비드 콜먼 칼리지보드(College Board, SAT 시행 기관) 신임 회장은 이사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AT를 고교와 대학, 수험생 모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redesign)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엔 지난해 응시자 수 부문에서 또 다른 미국 대입 고사 ACT(American College Test)가 SAT를 최초로 앞선 '이변'이 숨어 있다. 그해 ACT 응시자 수는 166만6017명. 같은 기간 SAT 응시자 수(166만4479명)보다 1538명 많았다.

#2 충남 천안 북일고 국제반 졸업생 오은상(20)씨는 10학년 당시 별다른 준비 없이 치른 ACT에서 31점(36점 만점)을 받았다. 이는 SAT 점수로 환산하면 최대 2090점(수학·크리티컬리딩 1390점, 작문 700점)에 해당한다. 큰 노력 없이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s)가 밝힌 'SAT 고득점 10위권 대학' 합격권에 든 것이다.
(왼쪽부터) 한상범 수퍼바이저, 박지원·하승준·오은상씨./이경민 기자
미국 현지를 중심으로 ACT 응시자가 소리 소문 없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학 준비생은 여전히 '미국 대입 고사=SAT' 공식에 갇혀 있다. 국내에선 이렇다 할 ACT 교육 기관이 드문 데다 관련 자료를 구하기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박지원·오은상·하승준(이상 20)씨가 한상범(43) GAC코리아센터 ACT 테스트 수퍼바이저를 만났다.

한상범 수퍼바이저는 ACT 지정 고사장인 GAC코리아센터의 ACT 시행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이날 그를 찾은 세 사람은 모두 충남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고교 재학 중 ACT를 딱 한 번 치러봤다. 두 번째 응시를 시도하지 않은 건 "주변에 ACT를 준비하는 친구가 없어서"였다. (하승준씨는 "고교 진학 후에야 ACT란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 수퍼바이저에 따르면 ACT의 국내 지명도가 낮은 첫째 이유는 강사진에 있다. "우리나라 유학원 강사의 대다수가 SAT를 준비해 미국 대학에 진학한 이입니다. 국내에 ACT가 처음 도입된 게 7년 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응시자가 전무하다시피 했죠.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ACT 응시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해 총 응시 인원이 900명 선이었는데 올해는 3월까지의 응시자만 2000명에 이릅니다."

한 수퍼바이저는 "요즘 ACT는 공신력 측면에서 SAT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ACT 문항은 미국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됩니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은 ACT의 난이도를 '학교 내신 성적을 충실히 관리한 학생이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해요. 반면, SAT는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어서 출제 범위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내신과의 연계성은 자연히 ACT보다 떨어지죠."

SAT와 달리 과학 과목이 편성된 점도 ACT의 특징 중 하나다. 문과 계열 학생에겐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문과 성향인 오씨는 ACT 응시 당시 과학 성적이 가장 낮게 나왔다. 하지만 한 수퍼바이저는 "ACT는 계열과 상관없이 모든 수험생이 도전해볼 만한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ACT 과학 과목의 난이도는 한국 교과로 치면 '중 3이나 고 1' 수준입니다. 이과 계열 교육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 학생은 문제 유형만 파악해도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구조죠. SAT보다 쉬운 읽기 과목 지문도 한국 수험생에게 유리한 요소입니다. 렉사일(Lexile·독해수준지표) 지수로 따졌을 때 SAT는 1330L, ACT는 1210L 수준의 지문이 출제되죠. (렉사일 지수의 단위는 'L'이며 척도 범위는 -200L부터 1700L까지다. 숫자가 커질수록 독해 수준이 높아진다.) 따라서 SAT 과목 중 크리티컬리딩에 특히 취약한 학생이라면 ACT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 ACT
미국 대학 입학 자격 심사 시 학생 선발 기준으로 사용하는 표준 시험. 지난 1959년 창설된 미국의 비영리 교육 평가 기관 ‘ACT(American College Testing) Inc’가 출제, 시행한다. 아이비리그를 비롯, 미국 3000여 대학이 지원자에게 ACT·SAT 중 하나를 골라 성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영어·수학·읽기·과학 등 총 네 과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고사장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actstudent.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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