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계 고등학교 위기에 대해 교사들은 입시위주 교육이 개선돼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초은고의 나일수 교사는 “지난해 우리 반 학생들을 조사해 봤더니 20%(5∼6명)가 특성화고에 가고 싶어했다”면서 “하지만 특성화고 입학 문턱이 높아 공부보다는 취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까지도 원치 않는 대입용 교육과정을 듣는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의 입학 권한이 교육감이 아니라 교장에게 있어 특성화고 전학이 하늘의 별 따기란 얘기다.
나 교사는 “차라리 중학교에 도입한다는 자유학기제를 고교 1학년 때 운영해 공부가 맞지 않는 학생을 억지로 잡아둘 것이 아니라 전문분야로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A고 B교사도 “우리 학교 문과생(인문계) 중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잘해야 1명”이라며 “그런데도 이 학생을 위해 나머지 학생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에 지원하려면 인문계생도 과학교과 8단위를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계생이 배우는 화학과 생물 수업을 개설한 다음 자연계 수업이 전혀 필요없는 인문계생까지 수업을 듣게 한다는 것이다.
B교사는 “공부하기 싫다는 학생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지는 못할망정 상위권 학생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입시 위주 그리고 ‘대학을 가야만 사회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오산고 이호승 교사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명문대 위주의 학벌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이수단위 완화 같은 교육과정 자율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C고의 D교사는 “일반계고의 필수이수단위는 116단위이고, 자율형사립고(자율고)나 특목고는 이보다 훨씬 적어 일반계고는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에 빨리 적응하기 힘들다”며 “일반계고도 교육과정을 좀 더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천 초은고 나 교사는 “외국어고와 국제고의 교육과정을 자율화해 진짜 글로벌한 인재가 양성됐느냐”고 반문한 뒤 “대부분 특목고나 자사고의 교육과정을 자율화한 결과 국어와 영어, 수학 위주의 입시교육만 강화됐다”고 비난했다. 섣부른 교육과정 자율화는 되레 입시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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