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1일 토요일

서울대는 왜 과학학과를 설립했나

 서울대가 최근 자연과학대 산하에 과학학과를 정식으로 신설했다. 서울대는 지난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서 학과 창립식을 열고 석사와 박사 과정을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과학학과는 1984년 개설된 서울대 과학사와 과학철학 협동과정이 확대된 것이다. 서울대 전체로 봤을 때 석사로는 75번째, 박사 과정으로는 76번째로 신설된 과정이다.   

 

서울대가 과학학과를 신설한 것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점점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같은 당면 현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구와 달리 국내에서는 이를 해결할 사회와 과학기술의 관계 설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30조원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의 본성과 역사적 발전 과정을 탐구하고 과학기술과 사회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분석해 과학기술의 윤리적, 법적 쟁점을 연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과 경제, 기술 혁신의 요소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정책적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인 과학학에 대한 체계적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과학학과 초대 학과장은 생명과학부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치던 홍성욱 교수가 맡는다. 그간 서울대 과학사와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도 국내 대학에 마땅한 학과가 설치돼 있지 않아 뿔뿔이 흩어져 소속이 제각각이었다.  

 

서울대는 과학학과 출범을 계기로 현대사회의 과학 기술이 제기한 쟁점을 고민하고 혁신과 경제, 과학기술과 법, 규제와 윤리에 대한 최근 현황과 이슈들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이익과 위험간에 균형점을 찾는데 필요한 법적, 정책적, 윤리적, 문명사적 연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홍 교수는 “과학학과가 과학의 역사와 본질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신기술·신산업이 제기하는 사회적, 공공정책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들을 보다 심화시킬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시대,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상과 발전경로를 탐색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창립식에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이준호 자연과학대 학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 김영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오 총장은 축사를 통해 “협동과정이 학과가 되더라도 학제적 연구를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연구개발비가 세계적 수준이지만 과학연구를 지원하는 철학과 토대가 아직 부족하다. 과학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과학학과가 과학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논의와 과학정책적 측면에서도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토론회도 진행됐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 박범순 KAIST 교수, 박진희 동국대 교수가 참여해 과학학과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활용 방안 등에 대한 적실한 대안을 모색하는 창의적 연구와 교육의 주체로 성장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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