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4일 목요일

교육의 대모 전혜성 박사 존경받는 아이로 키우는 법

잔설이 내린 듯 희끗한 백발의 전혜성 박사. 그녀는 슬하의 여섯 남매 모두를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보내 한국인 최초의 예일대 석좌교수, 오바마 행정부 차관보 등으로 길러내고 두 아들과 남편을 ‘지난 100년간 미국에 가장 공헌한 100인의 인사’에 올린 현명한 엄마이자 어진 아내다. 전혜성 박사에게 ‘내 아이를 존경받는 리더로 키우는 법’을 물었다


‘엄친아’가 있다면 ‘아친엄(아들 친구 엄마)’도 있다. 전혜성 박사는 단연 아친엄이다. 간추린 이력만 보아도 단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니던 중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교환학생으로 디킨슨대학에 진학해 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후 보스턴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이야 유학이 발에 차이는 말이 되었지만, 1940년대 말에는 미국 유학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또 1960년대에는 비교문화정보 체계를 만들어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과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에서 객원교수로 강단에 섰다. 화려한 이력만큼 수상 경력도 눈부시다. 국무총리상, 해외동포상에 이어 국민훈장 석류장까지 받았다. 슬하에는 3남3녀를 두었는데, 6남매 모두 하버드대와 예일대를 졸업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명예를 얻었다. 이 덕분에 전혜성 박사는 뒤늦게 ‘자녀교육의 대가’로 추앙받았다. ‘잘나도 너무 잘난’ 전혜성 박사 자녀들의 면면은 이러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첫째 딸 고경신 씨는 MIT 이학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일대 의대를 졸업한 첫째 아들 고경주 씨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둘째 아들 고동주 씨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의사이며, 셋째 아들 고홍주 씨는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 법대 석좌교수와 로스쿨 학장을 역임한 후 2009년부터 오바마 행정부 법률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대 법학박사인 둘째 딸 고경은 씨는 유색인종 여성 최초로 예일대 로스쿨 석좌 임상교수가 되었으며, 막내아들 고정주 씨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여섯 자녀 모두를 선망의 대상으로 기른, 실로 대단한 일을 해낸 전혜성 박사의 비결은 참으로 쉽고 단순하다.

“부모가 놀러 다니면서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할 수 없죠. 아이들이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교육 효과에 대한 한 사회학 연구 결과를 보면 말로만 했을 때의 효과는 30%, 부모가 역할 모델이 되어 모범을 보였을 때는 그 세 배의 효과가 있다고 해요. 저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남편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세심하게 신경 썼어요.”



전혜성 박사가 실행한 작지만 큰 자녀교육 노하우 3
1 자녀와 둘만의 대화시간을 가져라. 아이가 생의 목적을 알게 하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작정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여러 아이 중 한 아이가 우울해하면 “쇼핑가자.”, “설거지 도와줄래?”라고 하면서 대화를 신청했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목에 분을 발라주면 아이는 “엄마, 여기도 더 발라주세요.” 하면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2 가족회의를 열어라.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온 가족이 모여 회의를 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사회자 역할을 맡기니 의견을 중재하고 조율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보였다. 자녀를 한 개인으로서 존중하면 그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한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3 온 가족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라.
잠시 한국에 머무는 사이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셔서 자녀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어떤 아이는 추도사를 하고, 어떤 아이는 일의 진행 과정을 보고했다. 평소 많은 경험을 함께했기에 부모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부모가 했던 모습을 상기하며 각자의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자녀의 삶은 부모의 삶을 반영한다 
현재 전혜성 박사는 남편과 함께 설립했던 한국연구소의 정신을 계승한 예일대 동암문화연구소에서 차세대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리더 배출에 힘쓰고 있다.

“지금 세계화의 진행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라요. 한국 사람이 세계무대에서 지도자로 진출할 만큼 국가 이미지도 높아졌죠. 한국의 이미지는 자녀교육에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자긍심에 큰 영향을 주거든요. 그러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건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동양 전체의 이미지가 올라가야 하고요. 그래서 동암문화연구소를 꾸준히 운영해온 것입니다.”

여든셋의 전혜성 박사는 현재 미국의 한 실버타운에서 지낸다. 건강 프로그램이 잘돼 있고, 물 길러 우물가에 모인 이들처럼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한다.

“자녀교육과 노인 문제는 연관돼 있어요. 자녀교육에 돈을 다 써버리면 노후 준비를 할 수 없어요. 부모들도 자신의 남은 일생을 감안해서 자녀교육에 투자할 비용을 정해야 해요. 너무 늦은 시기에 마음먹으면 돈이 없어서 실버타운에 갈 수가 없죠. 교육비에서 10%를 떼어 노후보장 적금을 들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1989년에 이미 실버타운에 들어갈 것이라고 결정했고,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스물둘 된 손자가 1년 후에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결혼 자금은 알아서 구하겠다고 하더군요. 이러하니 제가 실버타운에 갈 수 있었죠. 한국에서는 결혼 안 한 나이 든 자식까지도 보듬어 안고 살더라고요. 그러한 결정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감안해야 합니다.”

부모는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자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이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한 위로가 아닐까. 전혜성 박사의 새 책 《생의 목적을 아는 아이가 큰사람으로 자란다》의 주제도 자녀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도록 돕는 방법이다.
“생의 목적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일생토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찾는 것 같아요. 그걸 찾는 과정은 행복하고, 하고픈 일을 찾아내면 더욱 행복하죠. 하지만 그건 제 나이에도 참 힘든 일이에요.”
자신을 알아가는 일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강력하다. 전혜성 박사 역시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조리 있게 잘하던 그녀에게 어머니는 “이 다음에 자라서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 오래전 기억이 지금도 전혜성 박사의 가슴 깊이 남아 때로 힘이 된다. 변호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강연을 하거나 남들 앞에 서는 일에 자신이 생겼다. 이처럼 부모는 참으로 좋은 조언자다.

“부모는 수시로 자녀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는 이 길로 가라.’ 라고 강요하면 안 돼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다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고 그 해결방안을 본인이 고민하고 정하도록 해야죠.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고 정하며 책임을 느낍니다. 자신의 꿈을 위한 조건도 꼼꼼히 따지게 되고요. 공부를 하지 않거나 실력을 쌓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부모는 자녀들이 원할 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녀가 생의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찾을 때 고려할 것이 무엇인지 옅지만 큰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전혜성 박사는 ‘덕승재(德勝才)’ 정신을 가르쳤다. 재주가 모자라도 덕망이 있으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뜻한 바가 있으면 재물은 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1등 했다고 자랑하지 마라. 2등 한 친구가 섭섭하다”고 하던 어머니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덕승재 정신을 배운 전혜성 박사의 자녀들은 재물과 명예를 탐하지 않았다. 의사가 되어 큰돈을 벌 수 있어도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돈되는 연구가 아니라 세상에 이바지하는 연구를 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명예, 남들보다 더 많은 연구비로 돌아왔다. 자신만을 위한 일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큰사람으로 자랐다.
여성조선


저커버그·잡스·게이츠 부모의 특별한 교육법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IT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천재들로 높이 평가된다. 이들은 천재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천재로 길러진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들 같은 천재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정답은 부모에게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이들 세 사람은 IT로 세상을 바꿔놓은 천재들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3총사를 내놓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다. 20여 년 전 개인용 컴퓨터 ‘애플’로 세상을 뒤흔들기도 했다. 신제품을 소개할 때는 검은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마법 같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 인물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동갑인 빌 게이츠는 컴퓨터업계에 잡스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게이츠가 만든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이 없으면 사람들은 컴퓨터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컴퓨터를 켤 수조차 없다. 마크 저커버그는 아직 20대다. 나이는 어리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그가 이룬 성과는 앞의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단하다.

IT 천재들이 태어나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기까지를 살펴보면 여러 공통점이 발견된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도사급의 실력을 자랑했으나 인간관계는 서툴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다. 명문대에 들어갔지만 졸업장을 받지 않고 중도에 자퇴한 것도 세 사람이 똑같다. 무엇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훌륭한 부모가 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정 형편은 제각각 다르지만 부모들은 자녀를 무척 사랑했을 뿐 아니라 자녀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알아내고 남다르게 교육했다. 부모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교육이 없었더라면, 이 천재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에 그쳤을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 부모들의 교육법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총액 122조 원 회사의 20대 CEO 
마크 저커버그 

profile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 갈색 곱슬머리에 매부리코, 헐렁한 후드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채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젊은이.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인물이다.



“그거 정말 재미있겠다. 네 생각대로 멋지게 한번 해보렴.”
하버드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학교를 중퇴하고 벤처기업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그의 부모가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아들이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IT에 높은 관심과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는 것을 보고 컴퓨터 천재로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저커버그의 부모. 아버지 에드워드는 치과 의사, 어머니 카렌은 정신과 의사로 비교적 유복한 가정환경이었다. 학교 수업과 별도로 개인교사를 붙여주기도 했고, 중학생이던 저커버그를 대학원 수업에 데려가 청강을 시키기도 했다. 아버지 에드워드는 교육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열정을 지지해주세요. 그 어떤 것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는 부모 부모들은 늘 질문공세에 시달린다. 그럴 때 저커버그의 부모는 절대 귀찮아하지 않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공부를 많이 한 학자이긴 해도 자녀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했다. 자신들도 잘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가능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대답해줬다. 전문가를 데리고 와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 저커버그에게는 부모가 가장 훌륭한 백과사전이자 멘토였다. 아버지 에드워드가 아들의 컴퓨터 실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면, 어머니 카렌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길러주는 일에 힘썼다. 그녀는 기술과 인문학에 두루 통달한 융합형 인재가 중요해질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저커버그에게 역사, 문학, 예술, 논리학 등 폭넓은 분야의 책을 읽도록 지도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로마사,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과 음악, 동서고금의 시와 소설 등을 틈나는 대로 읽게 했다. 저커버그가 지금도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장편 서사시 ‘일리아드’를 줄줄 외울 수 있는 데는 어머니의 조기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몸에 밴 검소한 삶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청년 재벌이지만 저커버그의 생활은 매우 검소하다. 그는 여전히 1천만 원짜리 고물 중고차를 타고 다니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는 관심도 없다. 알려진 대로 늘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이다. 이런 그의 생활태도는 부모에게서 나온 것이다. 저커버그는 고교 시절 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모는 어느 정도의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중요한 일에는 큰돈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저커버그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일에 거액을 선뜻 기부할 수 있는 것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 덕분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 저커버그는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로 전학을 간다. 링컨 대통령의 아들도 다녔을 정도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학교. 교육 여건이 좋은 만큼 학비 또한 무척 비쌌지만, 저커버그의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둘 다 의사여서 부유한 편에 속한다 하더라도 자녀가 네 명이나 됐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명문대 진학이 라는 목표가 아닌, 아들이 각지에서 모여든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이 판단은 정확했고, 옳았다.

IT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꿔버린 창의성의 귀재
스티브 잡스

profile 허름한 차고에서 창업한 ‘애플’을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티브 잡스. 강력한 카리스마, 편집광적인 열정, 완벽주의, 화려한 쇼맨십, 마법 같은 프레젠테이션, 창조경영의 아이콘 등은 잡스를 상징하는 단어다.



부모님은 성실한 분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처럼 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이 훌륭한 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잡스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을 키운 양부모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아내, 자녀 등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어린 시절 헤어진 여동생을 찾아 못다 한 우애를 나누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가족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폴과 클라라 부부는 아들 잡스가 자신들보다 그리고 일반적인 또래들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이를 알고는 자식을 특별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 클라라는 잡스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쳤다. 미취학 아동이 알파벳을 깨우치는 게 흔하지 않았던 시절인데, 책 읽는 법을 어머니가 먼저 가르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많은 지식을 알려주지는 못했지만, 삶에서 모범을 보였다. 잡스는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을 키우느라 헌신한 양부모를 깊이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는 “폴과 클라라는 1,000% 내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배운 완벽주의 잡스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집 안팎을 꾸미는 일은 물론이고 가구까지 직접 만들어 써야 했다. 아버지 폴은 뭐든지 척척 만들어낼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훌륭한 손재주 못지않게 아버지의 성실한 자세는 잡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폴은 아들 잡스와 함께 작업을 하곤 했는데, 어린 잡스의 생각에 금방 끝날 것 같던 작업도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 아버지는 남에게 보이는 앞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숨겨져서 잘 안 보이는 뒤쪽도 잘 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아버지의 꼼꼼하고 치밀한 자세는 훗날 잡스의 완벽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 폴이 울타리 뒷면은 잘 안 보이니까 대충해도 된다고 말했다면, 잡스가 만든 제품들도 줄줄이 불량품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또래보다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잡스는 1년 월반을 해서 중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중학교는 교육환경이 좋지 않았다. 수시로 패싸움이 일어났고, 어린 나이에 마약을 하거나 성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잡혀가는 학생도 있었다. 같은 반 학생들은 한 살 어린 잡스를 괴롭히고 따돌렸다. 성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잡스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주변이 안정되자 잡스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따뜻하지만 엄했던 부모
청소년기 잡스는 반항심이 컸다. 입양아라는 사실과 관련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고민을 많이 했고, 마리화나를 피우는 등 엇나간 행동도 많이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환각제 복용으로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던 아버지 폴은 이 시기에 아들을 엄하게 대했다. 훗날 잡스는 마리화나 때문에 아버지에게 꾸중 들은 날, 아버지가 그처럼 화내신 적은 전에도 후에도 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실리콘밸리의 게임회사에 다니던 잡스는 2년 뒤인 1976년 아버지의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다. 당시 잡스는 아버지에게 컴퓨터회사 설립 계획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부모는 10대 후반부터 여기저기 방황하던 아들이 마음을 잡고 사업에 의욕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이 덕분에 잡스는 고교 선배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자신의 집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자동차로 부품상자 나르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이들이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잡스가 어떤 일을 하든 그의 아버지는 “나는 너를 믿는다”는 말로 아들을 격려했다.

최고의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IT 천재
빌 게이츠

profile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소프트웨어를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킨 인물. 컴퓨터를 사면 소프트웨어를 끼워주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던 시기에, 소프트웨어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람. 2008년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명예롭게 은퇴했으며, 지금은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이끌며 자선활동에 힘쓰고 있다. “죽기 전에 내가 번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실제로 지켜지고 있다.



빌 게이츠의 정식 이름은 윌리엄 헨리 게이츠 3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교사 출신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유명인사였다. 아버지 게이츠는 변호사 업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워싱턴주 변호사협회장까지 맡으며 성공을 거뒀다. 어머니 메리는 자녀들이 태어나자 교사 일을 그만두고 시애틀 지역에서 자선활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가 역사박물관에서 방문객에게 유물 해설을 하는 동안 빌 게이츠는 맨 앞자리에 앉아 설명을 같이 들었다고 한다.

지인들의 성공담을 듣던 식사시간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매주 일요일 저녁. 게이츠의 부모는 저녁식사에 지인들을 자주 초대해 자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 대개 시장, 주의회 의원 같은 정치가, 저명한 학자, 의사, 고위 공무원,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게이츠에게 자신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을 들려줬다. 어린 게이츠는 초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성공과 도전정신에 대해 직감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게이츠 가족은 종종 시애틀 근교로 캠핑이나 하이킹을 떠나 가족애를 다졌다. 대표적인 것은 시애틀 외곽 치리오에서 가진 여름 캠프. 게이츠가 네 살 되던 해부터 매년 7월이면 자동차에 짐을 싣고 2주간의 치리오 탐험을 떠났다. 친지와 지인 등 열 가족 정도가 탐험에 동참했는데 대부분 변호사, 기업가, 정치인 등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었다. 이 캠프에서는 치리오 올림픽이라는 것을 열었는데, 게이츠는 팀을 움직이는 게임을 하면서 팀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법을 배웠다.

학창 시절 게이츠는 오직 컴퓨터 외의 다른 일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통제할 능력을 잃어버렸을 정도로 심각했다. 부모는 게이츠에게 1년 동안 컴퓨터 사용을 금지시켰고, 게이츠는 이를 완벽하게 따랐다. 심각한 상태였던 아들이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것을 보고 부모는 안도했다. 이 기간 동안 게이츠는 컴퓨터가 아닌 과학, 인문, 역사 등 다방면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았다. 그래서 더 이상 컴퓨터에만 빠져 사는 괴짜가 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성공의 발판, 아버지에게 배운 계약법
게이츠가 ‘사업계약서 내용을 제일 잘 이해하는 최고 경영자’라는 평을 듣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그는 중요한 사업을 계약할 때는 계약서 문구를 꼼꼼히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서명해야 한다는 걸 어려서부터 체득하고 있었다. 1980년 최고의 IT 기업이었던 IBM과 맺은 컴퓨터 운영체제 판매계약이 대표적인 예다.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막대한 부를 안겨준 최고의 계약이었고, IBM 경영진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 ‘IT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계약’으로 통한다.

2008년 회사 업무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한 게이츠는 자신이 IT 업계에서 할 일은 다 했으니 남은 인생은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선사업은 게이츠 집안의 오랜 전통이다. 은행장이었던 외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까지 모두 자선사업에 큰 관심을 쏟았다. 어머니는 남편이 변호사로 성공을 거두자 교직에서 물러나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모금기관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웨이의 시애틀 지부에서 활동했다. 아버지는 공립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힘썼고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게이츠는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웠다. 이 재단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기금을 운영하는 자선재단이다.
여성조선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입학사정관전형 3대 오해와 진실

내신 1등급보다 진로의 진정성 보여줘라

수험생의 학업성적뿐 아니라 특기, 열정, 잠재력 등을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학사정관제가 올해로 시행 6년째를 맞았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한 모집인원은 2013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전체 모집정원의 12%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 하지만 대학마다 전형 방식이 다르고 그 명칭도 다른 데다 합격 기준도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려워 입학사정관전형을 둘러싼 오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올바르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합격자를 실제로 심사했던 입학사정관들을 통해 합격의 ‘진짜’ 요인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는 과정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수험생들이 갖고 있는 3대 오해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입학사정관전형의 관문을 뚫기 위한 올바른 대비법이 무엇인지를 입학사정관들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

[오해1] 3년 치 스펙을 한 줄에 꿴 ‘준비된 인재’가 아니면 합격은 불가?

수많은 수험생이 갖는 대표적 오해 중 하나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진로를 명확히 설정한 뒤 이와 관련한 각종 비교과활동에 매진한 경우에만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지망 전공을 공부하기에 적합한 소양을 지녔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얼마나 일찍 진로를 확고히 설정했는지, 전형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직접적인 평가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유신재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2013학년도 서강대 입학사정관전형에 원서를 낸 한 수험생은 고3 때까지 사학과 전공을 지망했지만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국문학과로 지망 학과를 바꿨다. 그는 이 스토리를 자기소개서에 진정성 있게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때가 언제이든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한 스토리를 소소한 내용이라도 진솔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오해2] 특허 출원, 영화제 출품…‘한방’ 스펙은 기본?

입학사정관전형이 사실상 ‘스펙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다. 특히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전형의 선배 합격자 중 발명특허를 몇 개씩 보유하거나 과학연구 논문집을 내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사례가 있을 경우 그런 경력을 기본으로 갖춰야 합격이 가능한 것으로 믿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대부분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교내 활동만을 심사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믿지 않아 발생한다고 입학사정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극히 일부 수험생이 화려한 대외 활동 경력을 보유하기도 하지만 실제 심사의 초점은 동아리 활동, 지망 전공 관련 교과성적, 출석 상황 등 교내 생활 충실도에 맞춰진다”면서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이 창의성 넘치고 지망 전공을 무척 좋아한다고 서술했지만 정작 그와 관련한 교내 활동 기록을 학생부에서 찾을 수 없어 불합격하는 수험생이 많다”고 말했다.

[오해3] 내신 1등급 아니면 상위권 대학은 꿈도 못 꾼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평소 내신 성적 관리에 소홀했던 수험생은 원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할 자격조차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정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선 내신 성적이 1등급이 아닌 지원자는 서류심사에서 무조건 탈락된다는 소문도 있다.

수험생이 기억할 것은 실제 심사 과정에서 지원자의 내신 등급이 얼마인지보다는 지망 전공 관련 교과를 얼마나 충실히 공부했는지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

유 입학사정관은 “실제 평가 과정에서 내신 1등급인 학생이 2등급인 학생보다 무조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내신 4등급이었던 과목을 남다른 노력으로 2등급으로 끌어올린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가 입학사정관이 찾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우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은 “고교 내신 성적이 전 과목 1등급이더라도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잠재력과 지망 전공 및 진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스토리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면 관문을 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왜 곱셈은 덧셈보다 먼저 계산할까요?


“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콘서트에 관객 수만 명이 모였다는 신문기사를 봤어요. 현장의 관객 수를 어떻게 세는 건지 궁금해 하다가 나름의 계산법을 만들어봤죠. 일단 1m² 공간에 사람이 몇 명 들어갈 수 있을지 가늠한 뒤 그 수에 서울광장 면적을 곱하니 2만∼3만 명의 관객이 광장에 들어가겠다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실제 관객 수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요(웃음).”

서울 대치초 3학년 김율 양(10)은 일상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밴 ‘꼬마수학자’다.

집에서 책과 신문, 잡지를 읽거나 부모님과 산책을 할 때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수학 개념·원리를 적용하고 탐구하는 게 그의 공부이자 놀이.


수시로 탐구한 내용은 수학문제, 수학동화, 수학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을 남겨 자신만의 수학학습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김 양의 이런 수학공부법은 ‘실생활 소재 연계’ ‘스토리텔링식 수업’ 등 달라지는 초등수학교육과정의 핵심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해 10월 수학의 기초원리를 동화형식으로 풀어낸 책 ‘왜 곱셈은 덧셈보다 먼저 계산할까요?’를 펴내기도 한 김 양을 만나 ‘수학 문제집 없이 즐겁게 수학정복하기’의 비결을 들었다.

수학탐구로 가득한 독서노트와 일기

책을 좋아하는 김 양이 지금까지 읽은 책만 2만여 권. 예비 초등 4학년의 책꽂이라면 서너 권쯤 보일 만한 참고서나 문제집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학교시험 대비가 완벽히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

그러나 김 양은 학교시험에서 전 과목 ‘매우 잘함’을 유지할 정도로 학교 공부에 빈틈이 없다. 또 지금까지 총 10회 출전한 교외 수학경시대회에서 별도 준비 없이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전국초등수학학력평가’에선 초등 3학년 응시자 3000여 명 중 상위 0.8%인 28등을 기록했다. 정답률이 2%에 불과한 문제도 풀었다고.

학원은 물론이고 유치원도 다녀본 적 없는 김 양이 독학으로 수학을 정복하는 데는 매일 작성하다시피 한 수학일기와 수학노트가 그 몫을 톡톡히 했다.

김 양은 수학도서에서 새로운 개념 하나를 공부하면 다른 관점에서 해당 개념을 풀이해보거나 새로운 사례에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독서노트와 일기를 작성했다. 김 양이 쓴 책 ‘왜 곱셈은 덧셈보다 먼저 계산할까요?’는 연산의 순서를 배우는 첫 단계에서부터 생긴 의문을 한 편의 동화로 풀어낸 것.

“7세 때부터 A4용지 두세 장 분량으로 짧은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A4용지 10장 분량의 이 책 원고도 서너 시간 만에 쓸 수 있었어요.”(김 양)

하루 3시간 여가, 5시간 독서… “모든 일상이 수학공부죠”

저녁이면 책을 읽거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는 김 양.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 있을 시간이면 김 양은 집 주변인 서울 양재천변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한다. 이때 김 양은 평소 책이나 신문, 잡지를 보며 궁금했던 점을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또 현장에서 보이는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수학퀴즈를 부모님께 내기도 한다.

“천변의 전봇대 높이를 어떻게 잴 수 있을지 생각하던 중 그림자를 이용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아빠의 키와 그림자의 비율을 이용하면 전봇대 그림자 길이만 알아도 높이를 계산해낼 수 있었죠.”(김 양)

수학에 대한 김 양의 관심은 지난해 4월 수학학습용 도구를 발명해 특허를 출원하는 열매를 맺었다. 원반 모양의 자를 회전축에 장착하는 방법으로 원을 그리면서 동시에 원 둘레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컴퍼스를 제작한 것.

김 양은 이처럼 수학 창의력과 사고력을 무한 발휘하는 일을 평생 하겠다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

“격자무늬 천장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좌표’를 고안한 데카르트처럼 사소한 일에서도 위대한 수학법칙을 발견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물론 작가로서의 삶도 쭉 이어나가야겠죠?
동아일보

발레리나의 꿈→ 문학박사→ 하버드 법대 교수… "지금도 발레 접은게 가슴 아프다"

석지영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자전적 에세이 내
한국식 성공 원하는 부모와 갈등 - 발레 못하게 해 실의… 문학서 길 찾아
예일대 진학, 英 옥스퍼드서 문학박사… '아이티인 변호' 고홍주에 감명, 법학으로
난 선생님 복이 있었다 - 고비때마다 '너는 할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공부가 놀이처럼 즐겁다는 걸 일깨워줬죠… "이민자 차별 안 당하고 선물처럼 기회얻어
"강의 첫날 '완벽한 실패' - 잘해야지 다짐하며 단상으로 가다 넘어져
오히려 긴장 풀리며 마음 편해지더라… "복도에 걸린 내 초상화… 정말 민망하다"
아이들 교육은 - 난 완벽한 엄마도, 완벽해지기도 안바란다
내가 사랑했던 책 함께 읽고, 여행하고… 아이들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토론할뿐

석지영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와의 인터뷰 영상
지적이고 영민한 데다 아름답기까지 한 여성과 마주하는 일은 곤혹스럽다. 겸손마저 느껴질 땐 '화'가 난다. 석지영(40)은 그런 여자였다.

미국 예일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다시 법을 공부한 뒤 2006년 한국계 최초로 하버드 법대 교수로 임용된다. 2010년에는 하버드 법대 종신 교수로 선출됐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하버드라면 껌벅 죽는 한국에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가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 이달 한국에 왔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북하우스)는 영어에 대한 공포와 수치심으로 미국 교실에 앉아 있던 일곱 살 소녀가 전 세계 수재가 모이는 하버드 법대 강단에 서기까지의 성장사다. 석지영은 "나에게 성공이란, 내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을 찾아 그것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지영은 한국말을 대부분 알아들었지만, 답변은 영어로 했다. 나이 마흔에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부터 물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친딸이라는) 수사적 이름표가 나한테 붙었다는 생각에 움찔했다. 이 책을 써서 내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엄친딸' 아니다

―자신을 '엄친딸'이라고 부르는 것에 충격받아 그걸 해명하려고 책을 썼다던데.

"종신 교수가 된 뒤 한국에 왔더니 어딜 가나 나더러 '엄친딸'이란 단어를 아느냐고 묻더라. '재능 많고 총명하며 예쁘기까지 한 엄마 친구의 완벽한 딸'이라는 뜻이라던데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 별명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 속엔 '비교'가 들어 있고, 비교의 대상이 자녀이며, 뭣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 때문이다. 비교는 자녀에게 상처를 준다.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느끼며 자라야 한다."

―석지영의 성공비결이 궁금한 부모들은 이 책을 읽고 하버드에 가려면 피아노, 발레, 불어까지 모든 방면에 만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녀를 더욱 압박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일 뿐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도 이렇게 해보라는 지침서가 아니다. 한국 문화와 교육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공통의 주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음악, 무용, 위대한 문학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성장기에 꼭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 잠재된 열정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지영이 하버드가 아닌 다른 대학의 교수였다면 화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한국에선 스님도 하버드를 나와야 인기를 얻는다.

"한국인들에게 하버드대학이 특별한 상징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교육과 배움의 성취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는 한국적 가치관에서 기인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셨을 때 일면식 없는 나를 알아보셨을 정도다(웃음).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으면 하버드 투어에 나선 한국 소녀들이 사인을 요청한다.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독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게 된 것은 기쁘다."

―당신 또한 예일대 법대가 아니라 하버드 법대를 선택했다.

"학부를 예일에서 다녔기 때문에 다른 학교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 하버드 법대는 미국의 법률 시스템과 깊이 연관돼 있다. 미국 법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크라테스 교수법도 하버드 법대에서 시작된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해럴드 고(고홍주)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성공이 귀감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분석에 동의하는지.

"미국 시스템과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결합(combination)된 것은 맞지만 그들이 조화(harmony)를 이뤘다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충돌(conflict)하고 갈등했던 것이 성공의 에너지 아닐까. 부모가 지닌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과 미국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를 헤쳐나가려는 노력이 자녀 세대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저항은 혁신의 에너지다."
자전에세이 출간을 기념해 서울에 온 석지영 교수를 16일 홍대 앞 북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이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며 웃었다. 종신 교수의 영예에 대해서도 “안주가 아니라 마음껏 도전하고 모험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 이진한 기자
춤을 추고 싶었던 법학자

교포 1.5세대인 석지영 또한 '한국식' 성공을 원하는 부모와 갈등했다. "춤을 출 때 진정 살아있다"고 느꼈던 그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아메리칸발레학교(SAB)를 그만둔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구원한 것이 문학이다. 예이츠, 디킨슨, 브레히트에 빠져든 소녀는 예일대 문학부에 들어갔다가 마셜 장학생에 선발되어 옥스퍼드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어머니의 교육열이 대단했더라.

"공부는 물론 옷 입는 법까지 딸들의 부족한 점을 관찰하고 고치게 하는 어머니와 사는 게 쉽지는 않았다(웃음). 물론 어머니의 열성적인 뒷바라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지만, 동시에 '아, 나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다가는 진정한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겠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었다."

―발레를 못 하게 하는 부모에게 맞서 저항할 용기는 없었는가.

"열다섯 살인 내게 힘이 없었다. 지금도 발레의 꿈을 접은 게 가슴 아프다. 그때의 교훈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열망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게 맞는다."

―그래도 서울대 나온 아버지와 이화여대 나온 어머니의 DNA를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심하게 운이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러 다른 요소가 합쳐져서 결과물이 나온다. 부모님 없이 내가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이 DNA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승 복도 많았더라. 고비 때마다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너는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손을 잡아준다.

"내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교사의 중요성이다. 내 인생을 이끈 가장 중요한 관계(key relation)는 대부분 선생님과 이뤄졌다. 나의 선생님들은 학생 개인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주셨다. 학습은 놀이처럼 재미있다는 걸 일깨워줬고,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소수민족, 이민자, 그리고 여성이어서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경험'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해석의 조합으로 형성된다. 내 기억에 차별을 심하게 받은 경험은 없다. 오히려 선물처럼 여러 가지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불가사의한 것은, 발레 하던 소녀가 법대 교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책에 보니 아메리칸 발레학교 동료였던 발레리노는 무대에서 은퇴한 뒤 하버드에 들어가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더라. 이게 가능한 일인가?

"미국에서는 자신을 재창조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평생 한 가지 직업만 갖고 사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하나의 커리어(career)를 갖고 있다가 새로운 공부를 해서 새로운 커리어를 갖는 것,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종신 교수라 내가 원하는 만큼 대학에 머물 수 있지만 10년 뒤에 내가 어떻게 될지 100% 확신할 수 없다."


2011년 1월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자랑스러운 한인상’을 수상한 석지영 교수. / 연합뉴스
성공이란 무엇인가?

영어 이름이 '지니 석'인 그가 개설한 '공연예술과 법' 강의는 하버드 법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다. 알렉 볼드윈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유명 발레리나, 작가들을 강사로 초청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형법, 가족법이 전공이지만 석지영은 패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법의 접목을 시도한다. 하버드 법대 교수 100여명이 만장일치로 그를 종신 교수에 선출한 것도 이런 실험과 학문적 성취 덕분이다.

―하버드 법대에서는 종신 교수가 되면 초상화를 그려 복도에 건다던데.

"매일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는 게 고역이다. 정말 민망하다(웃음)."

―문학에서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문학을 읽고 즐기는 건 행복했지만 그걸 해석해 글로 쓰는 작업이 힘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묘사하는 일보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용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해럴드 고 국무부 법률고문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91년 아이티 쿠데타 후 폭력과 박해를 피해 피신한 아이티인들을 대변한 변호사였다. 미국 정부는 난민들을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했다가 아이티로 돌려보냈다. 당시 예일대 법대 교수였던 해럴드 고는 법대 학생들과 함께 아이티 난민을 대표하여 연방법원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해럴드 고 자신이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모국을 떠나 미국에 망명한 한국인 부부의 자녀라는 점에서 내가 받은 감명은 더욱 컸다. 해럴드 고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를 바쳐 일하는 사람이다."

―하버드 법대에서 첫 강의를 하던 날, 너무 긴장한 바람에 단상을 향해 걸어가다가 장렬하게 넘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하하! 그날 정말 긴장했다. 옷도 완벽하게 입었다.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밖에 없었다. 커피와 함께 강의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보다 더한 실패는 앞으로 없을 테니까(웃음). 학생들에게 완벽한 교수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자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긴장도 풀려 우리 강의실은 매우 인간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배우 알렉 볼드윈을 강사로 초청했다. 미국의 가족법이 이혼한 남성이 자녀양육권을 얻는 데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토론회였다.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국가가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고 성취도 높았다. 그러나 여기서 파생된 문제점이 있다. 가정 폭력 '혐의자'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혐의자들의 권리는 대체로 무시된다. '가정 폭력'의 법적인 정의가 매우 넓어지면서 남성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특히 이혼은, 남성이 가정 폭력의 혐의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자녀양육권을 여성에게 빼앗긴다. 이혼 과정을 겪은 볼드윈 또한 아버지도 어머니만큼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권리가 있는데 현재의 법은 남성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의 항의가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일궈온 개혁과 성공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주의 개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의도하지 않은 결과, 부정적인 결과까지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우리 세대 페미니스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단지 여성을 돕는다는 명분만으로 정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사들을 강의에 초청한다. 보수적인 하버드에서 '튄다'는 핀잔을 듣지는 않는지.

"하버드가 젊은 교수들을 뽑는 이유는 혁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버드는 시간에 갇혀서 변하지 않는 학교가 될 것이다. 내가 아는 하버드는 결코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이 한국에서 인기다. 당신은 책에 '내게 법률 연구와 법학도를 가르치는 일은 법 안에서 위대하게 살기를 갈망하는 방법'이라고 썼더라. '법이 곧 정의'라고 믿고 장발장을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법학도를 가르치는 나에게 그 질문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하버드에서는 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단지 법의 언어에 고지식하게 따르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실용적인 지혜와 절제력, 자비심을 가지고 법을 포괄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자베르의 '법은 곧 정의'라는 경직된 사고의 교훈은 법학뿐 아니라 모든 고등교육(elite education)에 적용된다. 세상에는 정확하게 정해진 것보다 애매모호한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나.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고 완벽해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어린 시절 사랑했던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여행을 떠날 때 가능하면 아이들을 데려간다. 학교 개근보다 여행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일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토론한다."

―세속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부모의 과도한 욕심, 그리고 자신의 꿈 사이에서 씨름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부모와 학생 모두 성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하버드대 교수라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찾아라. 그러면 진정한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조선일보

사람 세포에서 DNA 4중 나선구조 발견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DNA는 두 개의 나선구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영국 학자들이 사람의 세포 속에서 활동하는 네 가닥의 나선 구조를 발견했다고 BBC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과학자들은 “인체 세포 속에는 ‘4중 나선구조’도 있으며 이들은 종종 암과 관련된 기능을 한다”고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발표했다.

이들은 “이런 구조는 세포가 특정 유전자형을 갖거나 특정 기능장애 상태에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구조를 억제하는 것이 새로운 질병 퇴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직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합성 분자를 이용해 이런 특정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진 것은 꼭 60년 전 같은 대학에서 연구한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서다.

이 두 과학자의 업적은 4개의 염기(A, T, G, C)로 이루어진 기다란 화학 분자 사슬 두 개가 어떻게 서로 얽혀 우리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는지 설명한 것으로, 이후 이 대학에서는 DNA의 복잡한 구조에 관한 연구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몇년 전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G-4중나선’ 구조를 연구했다. G-4중나선 구조는 4개의 염기 가운데 하나인 G(구아닌)가 다량으로 존재하는 DNA 안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학자들이 원생동물인 섬모충에서 이런 DNA를 발견한 적은 있지만 사람의 세포에서 이런 구조가 확실히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4중 나선구조가 많이 분포된 인체 DNA 영역을 찾아내 결합하도록 설계한 항체 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형광 표지를 부착해 이런 구조가 언제 어디서 세포 사이클에 나타나는지 알아내고 영상을 촬영했다.

그 결과 4중 나선구조는 세포가 분열 직전의 DNA를 복제하는 이른바 ‘s기’(s-phase)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바로 이것이 암 연구의 핵심적인 관심사임을 강조했다. 암은 대개 DNA 복제를 증가시키도록 변이를 일으킨 암유전자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G-4중나선 구조가 일부 암의 진행에 관여하는 것이 확인되면 이런 구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종양의 뿌리에서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세포 증식을 차단하는 합성 분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실패 좀 하면 어때? 목표 향해 힘껏 밀어붙이렴"

청소년문학 작가 3인의 '계사년 희망' 이야기

설(2월 10일)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육십갑자가 음력을 기반으로 성립된 개념이란 점에 비춰본다면 설이야말로 '진짜 계사년(癸巳年)'의 첫날이다. 탈피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뱀(巳)처럼 설을 앞둔 이맘때 초·중·고교생 역시 지난 학년의 허물을 벗고 새 학년으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진 않을까? 맛있는공부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새 출발을 준비 중인 학생 독자를 위해 '아주 특별한 멘토' 3인을 초대했다. 또래 눈높이에 마침맞은 이야기보따리로 청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작가들이 그 주인공. 세 작가가 청소년에게 들려준 '계사년 희망 메시지'를 정리했다.
(왼쪽부터)손현주·김이윤·김선영 작가./염동우 기자
◇작은 불행도 못 견딘다면 ‘마음의 근육’ 키워야
“그것 아세요? 심적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극렬하게 아픈 기간은 사흘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 김선영 작가는 “자신감과 인내심이 결여된 학생은 불행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학생이 ‘눈앞의 고통이 평생을 지배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극단적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어떤 고통이든 시간이 지난 후엔 사라지게 마련이에요. 그걸 깨닫지 못하는 건 고난을 스스로 헤쳐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

손현주 작가도 김선영 작가의 얘기에 맞장구쳤다. “청소년이 크고 작은 시련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스스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사소한 고민이나 역경쯤은 직접 부딪쳐 극복해야 하죠.” 김이윤 작가는 학부모의 ‘인내’를 강조했다. “청소년 본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의지,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학부모의 태도예요. 사사건건 자녀 일에 간섭하며 모든 걸 해결해주려는 ‘잘난 엄마’ 역할은 과감히 포기하세요. 때론 한걸음 뒤로 물러나 묵묵히 지켜봐주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쯤은 ‘공부’ 말고 ‘취미’에도 몰입해보길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MBC 표준 FM) 구성작가이기도 한 김이윤 작가는 얼마 전 방송국에 도착한 청취자 사연 얘길 들려줬다. “초등 5년생이 부모님께 쓴 감사 편지였는데 마지막 문장에 유독 눈길이 가더군요. ‘언젠가 공무원이 돼 효도하겠다’고 쓰여 있었거든요. 기특하면서도 좀 씁쓸했어요. 언제부터 학생들이 ‘안정적 직장’을 자신의 꿈으로 삼게 됐나, 싶어서요. 초등 5학년이면 얼마든지 더 크고 다소 황당한 꿈을 꿔도 좋은 나이인데….”

손현주 작가도 엇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의 3대 불운 중 하나는 소년기 성공에 도취되는 것’이란 프랑스 옛말이 있어요. 요즘 청소년은 ‘확실한 것’만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요. 청소년기의 진짜 정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힘껏 밀어붙이는 게 허용되는 시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학생들이 좀 더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김선영 작가는 “한 번쯤은 ‘공부’ 말고 ‘취미’에 빠져보라”고 권했다. “어렸을 때 책을 끼고 사는 절 보며 어머니는 항상 ‘책이 밥 먹여주느냐’며 핀잔 주시곤 했어요. 요즘은 반대로 제가 큰소리치죠. ‘책이 밥 먹여주잖아요’라면서요.(웃음) 전 학생들이 ‘취미 생활 하면 공부엔 방해된다’고 공식처럼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혹시 또 알아요? 지금 여러분의 취미가 나중에 여러분을 밥 먹여줄지….”

◇독서력 키우려면 ‘눈높이 맞는 책’부터 접할 것

손현주 작가는 사춘기 무렵 ‘허클베리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파우스트’(괴테) ‘죄와 벌’(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는 “청소년기야말로 고전이 주는 감동을 가장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책부터 읽기 시작하세요. 그러다 보면 독서력은 절로 자랄 겁니다.”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기 추천 도서는 ‘제인에어’(샬럿 브론테) ‘사막에 숲이 있다’(이미애 글, 서해문집)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로렌스 앤서니 글, 뜨인돌출판사) 등이다. “실은 둘째 아이가 책보다 영상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가 책에 좀 더 관심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서점을 찾을 때면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실린 책을 골라주곤 하죠. 축구를 좋아해 유명 운동선수 자서전을 사준 적도 있어요.”

김이윤 작가는 “자신이 관심 가는 책을 골라 읽어야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독서에 영 흥미가 안 생긴다면 영화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보세요. ‘배트맨’ 시리즈를 본 후 그래픽 노블 ‘배트맨 웃는 남자’(에드 브루베이커 외 글, 더그 만케 그림, 김동욱 번역, 세미콜론)를 읽는 식으로요. 독서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재미’니까요.”
조선일보

"스펙 고민, 이렇게 해결하세요"

"벼락치기 안 통해… 시간·노력 들여 한 우물 파라"


고교생 스펙왕 3인이 말한다

시험 며칠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해본 학생이라면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도박인지 잘 알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등 수시모집 영역을 앞다퉈 늘리면서 일명 '스펙'으로 불리는 비교과활동 역시 벼락치기로 때우려는 학생이 적지 않다. 관심도 없던 취미를 급조하느라 고액 과외를 등록하는가 하면, 방학을 '자격증 취득 기회'로 삼아 변변한 추억 하나 못 만든 채 개학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런 건 아니다. 맛있는공부는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정직하게 투자해 온 '고교생 스펙왕' 3인을 발굴했다. 이들이 귀띔한 '고(高)스펙, 자연스레 쌓는 비법'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case1│ '과학 천재' 류혜진(부산 해강고 2년) "상상은 자유롭게… 전문가 조언 적극 활용하길"
류혜진(부산 해강고2)
류혜진(부산 해강고 2년)양은 지난해 12월 ‘2012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류양의 꿈은 ‘대기 관측 인공위성 제작’이다. ‘그래봐야 고교생’이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그는 이미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논문을 게재했다. 특허 출원한 발명품 개수만 18개. ‘카이스트(KAIST) IP 영재기업인 특허왕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류양은 자신의 저력을 ‘의심병’ 덕(?)으로 돌렸다. “초등 3학년 때 학교에서 현무암 생성 과정을 배웠어요. 당시 교과서에 ‘현무암 구멍은 바위 속 가스가 빠져나가며 생긴 것’이라고 적혀 있었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암석 형성 시간을 고려하면 가스가 있어야 구멍이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모 대학 지질학과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죠. 결국 그 교수님에게서 제 생각이 맞다는 답 메일을 받았어요. 그날 이후 ‘주어진 지식을 무조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과학도를 꿈꾼다면 답을 좇아 공부하기보다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자유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의 팁(tip)은 ‘전문가 조언 구하기’. “혼자서 전문 자료를 파고들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그럴 땐 같은 분야 논문을 여러 편 읽은 후 저자에게 메일로 질의해보세요. 돌아오는 답변을 검토하다 보면 ‘학자마다 연구법도, 결과 도출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 경우 그런 식으로 접한 방법론이 논문 작성 시 큰 도움이 됐어요.”

case2│ '경제 고수' 이주은(서울 정신여고 2년) "최상의 활동 위해 체력·시간 엄격하게 관리"
이주은(서울 정신여고2)
경제는 스펙 관리에 신경 쓰는 중고생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 중 하나다. 이주은(서울 정신여고 2년)양은 바로 그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치른 제17회 국가공인 경제이해력시험 테샛(TESAT, 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에선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고 같은 해 열린 제9회 전국고교생 경제한마당에선 동상을 수상했다. △한국은행 사이버경제교육 과정 수료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경제교실 참가 △금융감독원 청소년 금융교실 참가 등 외부 활동 경력도 다채로운 편.

이양에 따르면 경제를 공부할 때 반드시 ‘원론 독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제 경우 관심 가는 주제부터 읽었어요. 시험을 준비할 땐 일간지 기사를 훑으며 자주 나오는 시사 용어를 정리했죠. 용어 정리엔 책보다 인터넷이 유용해요.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는 경제뿐 아니라 영어·수학·논술 등에서도 교내외 주요 상을 석권했다. 그가 밝힌 스펙 관리 비결은 ‘엄격한 시간 관리’다. “평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 시간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키는 등 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편입니다.”

case3│'학생 문인' 한명오(안양예고 2년) "결과 두려워 말고 끝없이 도전… 메모도 습관화"
한명오(안양예고2)
한명오(안양예술고 2년)군은 고교 입학 후 줄잡아 600회가량의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 문인’이다. 그가 예고 진학을 결심한 계기도 “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그 덕에 고교 시절 내내 원 없이 시작(詩作) 활동을 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 2년간 크고 작은 대회에서 눈에 띄는 상을 64회나 수상했다.

한군은 교내 인문학 동아리 ‘휴먼유레카’ 창단 멤버인 동시에 교지 ‘뷰(View)’ 편집부장이다. 대외 경력도 화려해 제7회 대한민국청소년모의유엔대회(SKYMUN) 당시 UNHRC(유엔인권위원회) 의장직으로 활약했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국민지원단 청소년 미래포럼 기자단에선 스포츠예능부 부팀장을 역임했다. 그 모든 일을 해내면서 단 한 번도 학급 석차 5등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백일장 개최지는 전국에 분포해 있어요. 시험과 백일장 일정이 겹칠 땐 이동하는 차 안에서 틈틈이 공부했죠. 시를 쓰다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수학 문제집을 펴들었어요. 수학은 문학과 달리 정답이 확실한 과목이잖아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곤 했습니다.”

그는 ‘메모’와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소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메모하세요. 또 하나,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600번 도전해 64개 상을 거머쥔 절 떠올리시면서요.”
조선일보

美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 체험기

"언어·문화의 높은 장벽 적극적 자세로 넘었죠"

#1. 남승정(미국 워싱턴컬리지 국제학전공 3년·왼쪽 사진)씨는 한국 출신 미국 대학생 중 흔치 않은 '4년 장학생'이다. 재학 중 학교 측에서 받는 장학금은 1억원 규모. 중학교 졸업 전까지 어학연수 경험이 없었던 남씨는 유학 초기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 2 때이던 지난 2008년 9월 학기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후 장기 유학에 돌입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4년 장학금'의 파격적 혜택을 누리며 워싱턴컬리지의 일원이 됐다.

#2. 지난 2011년, 조석란(경기 수원 수일여중 3년)양은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학생 신분으로 현지 고교에 입학한 그는 한동안 혼자서 밥을 먹어야 했다. ‘F’ 학점이 찍힌 성적표를 받아들고 눈물이 핑 돈 적도 있다. 하지만 1년 후 조양은 평균 평점 4.0 이상의 우등생으로 변신했다. 귀국 후 고교 입시용 자기소개서에 당시 경험을 녹여낸 그는 내신 불리를 딛고 한국외국어대 부속 용인외국어고(이하 ‘용인외고’)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남승정(미국 워싱턴컬리지 국제학전공 3년·왼쪽)씨, 조석란(경기 수원 수일여중 3년)양./한준호 기자·백이현 인턴기자
남승정씨와 조석란양은 둘 다 미국 국무부 주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하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참가자 출신이다. 맛있는공부는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시즌을 맞아 두 사람의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 200% 활용 비결’을 정리했다(남승정씨는 연세대 교환학생 프로그램 이수 차 국내에 체류 중인 덕분에 인터뷰 진행이 가능했다).

step 1 학교·숙소 선택부터 신중 기해야
어릴 적부터 외교관이 꿈이었던 조석란양은 수시로 부모님께 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고교(충남 아산 온양용화고) 시절 교내·외 영어대회 상을 휩쓸었던 ‘영어광(狂)’ 남승정씨 역시 해외 유학에 대한 기대를 막연하게나마 키워 왔다.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둘의 꿈을 실현시켜준 셈이다. 조양은 부모님, 남씨는 고 1 당시 담임교사의 권유로 각각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두 사람 모두 현지에서 공부할 학교를 정하는 데 적잖이 공을 들였다(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자는 자신이 머물고 싶은 주〈州〉나 학교를 지정, 신청할 수 있다). 조양은 아이비리그 인근에 위치한 공립학교(워렌힐즈고교)를, 남씨는 남동부 테네시주 소재 공립학교(센테니널고교)를 각각 택했다. “미국 사립고교는 공립고교에 비해 한국인 비중이 높은 편이에요. 전 한국인 유학생 특유의 ‘끼리끼리 문화’가 유학의 대표적 패인이란 생각에 처음부터 사립학교 진학을 피했습니다.”(남승정)

step 2 부담감·향수병은 자신감으로 극복
미국 유학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조양은 난생처음 과학에서 ‘F’ 학점을 받았다. “중성자·원소처럼 한국어로도 이해 안 되는 단어를 영어로 공부하려니 막막했어요. 교과서 속 단어를 몽땅 찾아 달달 외운 후에야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죠.” 남씨는 향수병에 시달렸다. “미국에 온 지 2주쯤 지난 어느 날, 하굣길에 스쿨버스를 놓쳤어요. 집까지 가려면 승용차로 20분은 이동해야 해 걸어가기도 어려웠죠. 이 낯선 땅에 도움 청할 이 한 명 없다고 생각하니 서럽더라고요.”

홈스테이 생활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차이도 두 사람을 힘들게 했다. 조양의 경우, 그 격차를 이기지 못해 프로그램 도중 홈스테이 가정을 한 차례 바꿨을 정도. 이와 관련, 남씨는 “(갈등의 원인이 된) 우리나라 문화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학생은 홈스테이 가정 부모가 뭔가 부탁할 때 예의상 ‘예스(yes)’라고 답해요. 하지만 정작 상대는 그런 반응을 ‘솔직하지 못하다’라고 느낄 수 있어요.”

step 3 적극적 자세로 비교과 활동‘개척’
두 사람의 위기 극복 비결은 ‘적극적 자세’였다. 현지 고교 입학 후 2주간 ‘나홀로 점심 식사’를 견뎌야 했던 조양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니 길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옆 친구에게 ‘밥 같이 먹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응하더라고요. 이후 연극 수업이나 방과 후 밴드부 활동 등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그랬더니 1년간 미국인 페이스북(facebook.com) 친구만 200명 넘게 사귈 수 있었어요.”

☞美 국무부 주관 교환학생 프로그램

미국 국무부 교육문화국이 주관하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 전 세계 중고생(만 15~18.5세, 한국 학제 기준 중학 2년~고교 2년) 3만여 명이 수료했다. 최근 3년간 학교 내신 평균 성적 ‘미(70점)’ 이상, SLEP 테스트 50점 이상인 학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맛있는유학은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조선일보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공표 이후 변경 금지

최저학력기준 완화 등 불가…학과통폐합 등에만 제한 허용

 
올해 대학입시부터는 대학이 입학전형시행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는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나중에 변경할 수 없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및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의 변경을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4일 입법예고, 올해 상반기 중 개정이 완료되면 2014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입전형시행계획은 대학이 입학연도 개시 1년3개월 전 모집인원과 전형방법 등을 담아 공표한다. 그동안 대학들이 시행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다.

최저학력기준 폐지나 완화 등 학생부담을 완화하는 방향, 보건의료정원 조정에 따른 입학정원변경, 구조조정을 위한 학과 통폐합에 따른 변경 등이 허용됐다.

시행령 개정안은 구조조정을 위한 학과 통폐합, 선발인원이 바뀌게 되는 시정ㆍ변경명령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등에만 시행계획 변경을 허용키로 했다. 학생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이라도 학생ㆍ학부모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의대ㆍ약대 등 보건의료계열 학과 조정에 따른 입학정원 변경은 2015학년도까지만 허용되고 2016학년도부터 금지된다.

개정안은 대학이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사후 변경할 수 없게 한 것에 맞춰 대학들이 시행계획을 만들 때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담은 대입전형기본사항도 공표 이후에는 법령 제ㆍ개정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게 했다.

대입전형기본사항은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이 입학연도 개시 1년6개월 전에 발표해왔다.
연합뉴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선발하나?

거의 매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합격자 통보를 하고 난 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거나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과 학부모 들 중에 대학입시 결과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공평하다고, 제대로 선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특히 자신보다 학교 성적(GPA)과 테스트 성적(SAT, ACT)이 낮은 학생이 합격이 되고 본인은 합격하지 못하였을 때 불평이 나온다.
20년이 넘게 대학진학 상담을 하고 있는 베브 테일러는 최근 허핑턴 포스트에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응시자들이 제출한 모든 서류들을 종합적적으로 살펴보고 합격의 당락을 결정한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로또가 아니며, 그들은 결코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대학들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하게 만들어진 룰(rule)에 의하여 입학심사 과정이 이루어진다.’라고 아이비리그 대학의 합격자 선발심사에 대해 설명하였다.
일단 응시자들이 성적증명서, 대학입시원서, 학교 성적표, 테스트 점수, 고등학교 설명서, 추천서, 교사 평가서, 에세이 등을 제출하면 입학사정관들은 우선 응시자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학업평가지수(Academic Index, A.I.)를 만든다.
학업평가지수(A.I.)는 학생의 내신 성적, 학교 등수, SAT 혹은 ACT 점수, SAT II의 과목 테스트 점수로 만든다. 어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9를 최고점으로 하여 1~9등급으로 나누고,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1~5등급으로 나눈다.
학업평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항들이 동등하다면, 물론 학업평가지수 9를 받은 학생이 6을 받은 학생보다 당연히 합격해야 하겠지만 사실은 다른 요소들이 결코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합격의 당락을 쉽게 예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업평가지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요소들을 모두 종합적으로 함께 평가한다.
예를 들어 에세이도 입학심사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에세이를 평가하는 기준을 무조건 주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들이 하나의 에세이에 대해 서로 다르게 평가할 수는 있지만, 합격을 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정도로 의견을 크게 달리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에세이 소제로는 여행, 봉사활동,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 운동을 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야기 등인데 수년간 거의 같은 패턴의 내용들이라고 한다. 또한 대부분이 진부한 내용들로 입학 사정관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학사정관들에 의하면, 매년 수없이 많은 에세이를 읽어 보기 때문에 에세이 첫 부분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상투적인 내용인지, 얼마나 진정으로 감동적인 에세이인지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상적이고 강한 에세이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인위적이거나 다른 사람이 작성해준 진실이 아닌 에세이는 많은 경험을 가진 입학사정관들이 바로 알아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입학처장 윌리암 피츠시몬스는 하버드 대학 입시 사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세 가지 평가기준은 지적 상상력, 강한 의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테스트 점수와 학교성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과외활동 경험, 교사와 카운슬러의 평가, 동창이나 대학입학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입학심사위원회에서는 이렇게 파악된 내용들을 토대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탁월한 과외활동 경력, 개인적인 자질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응시자 하나하나를 심사한다고 한다.
어떤 응시자들은 한 가지 방면에 집중하여 특별하고 훌륭한 능력과 활동을 보여주어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학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응시자는 학업 능력과 과외 활동에서 다양하게 탁월한 성취감을 나타내는 다재다능한 학생이다. 그러한 모습에서 학생의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으며, 미래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입학 심사 평가기준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시는 종합적인 평가이다.
조선일보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제주

 
 
영국 본교 교육프로그램을 그대로… 글로벌 인재 양성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이하 NLCS Jeju)는 2011년 9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문을 연 국제학교다. 학제는 유치원을 포함해 13학년까지(우리나라 초중고교 과정)로 구성되며, 2013년 1월 현재 12학년까지 재학 중이다. 1∼6학년은 남녀 합반, 7∼11학년은 남녀 분반, 12∼13학년은 다시 남녀 합반으로 수업을 받는다.

NLCS Jeju는 외국인학교와 달리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으며 국내의 안전한 환경에서 해외유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NLCS Jeju측은 “졸업생은 졸업과 동시에 국내 고교학력도 인정받기 때문에 해외 대학에 지원할 때는 물론이고 검정고시를 따로 볼 필요 없이 국내 대학에도 바로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LCS Jeju의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영국 명문 사립학교의 교육을 그대로

NLCS Jeju의 교육은 영국 본교의 교과과정을 가져왔다. “신뢰, 책임, 존중과 자신감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영국식의 절제된 자유주의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학생들은 수학, 디자인, 과학, 역사, 지리, 음악, 드라마, 체육 등 교과목을 영어로 배운다. 한국어와 국사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을 영국에서 온 교사가 직접 가르친다.

피터 데일리 NLCS Jeju 교장은 “영국 NLCS 본교는 매년 졸업생의 40% 이상이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다”면서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내 가장 성공적인 사립학교’에 최근 10년 동안 2회 선정된 명문 학교”라고 밝혔다.

‘브라이언트 액티비티’로 대입 수시모집도

NLCS Jeju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 외 활동 경험을 지원한다. 최근 국내 대학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이 주요 평가요소가 된 상황. 특히 2014학년도부터 서울대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해 ‘국제학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기가 어려워 국내 명문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통념도 일부 깨질 가능성이 생겼다.

‘브라이언트 액티비티(Bryant Activities)’는 교과 외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NLCS Jeju의 대표적 교육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20세기 초 영국 본교의 교사이자 교육자, 사회활동가로 활동한 소피 브라이언트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영국 본교의 교육철학을 국내 환경에 적용한 것이다.

학생들은 ‘C’(Creativity·창의성), ‘A’(Action·신체 활동), ‘S’(Service·사회공헌) 등 3개 카테고리에 걸쳐 망라된 활동들 중 5가지를 선택해 브라이언트 액티비티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C는 △사진 및 영상 프로세싱 △마사지 기술 △커뮤니케이션 기술, A는 △피트니스 △암벽등반 △승마 △요가, S는 △바리스타 △애견훈련 △응급처치법 △음악 사회공헌 활동 등이다.

NLCS Jeju 10학년에 재학 중인 최은서 양은 “이번 학기에는 음악 사회공헌 브라이언트 활동에 참여해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다”면서 “자선콘서트를 열어 모은 수익금을 제주 사회단체에 기부할 계획이어서 더욱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IB 디플로마’ 프로그램 운영

NLCS Jeju의 10∼11학년(국내 중3, 고1 과정) 학생들은 국제표준중등교육과정인 IGCSE(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를 이수한다.

12, 13학년(국내 고2, 3학년 과정)부터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디플로마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이하 IB 디플로마)에 참여할 수 있다.

IB 디플로마는 영어 경제학 사회학 물리학 인문학 실험과학 시각예술 등의 교과목을 배우는 국제공인 교육과정.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일정 수준의 성적을 받으면 국가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여러 대학의 입시에 지원할 때 일정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영국 옥스퍼드대 등을 포함해 102개국 2200여 개 대학에서 IB 디플로마를 신입생 선발 전형에 반영한다.
동아일보

예비 고3의 시기별 대입 준비전략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 고3 수험생들은 시기별 전략을 세워 내신, 수능, 입시 등 대입 전형에 반영되는 요소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올해는 수능이 개편되는 만큼 미리 준비할 것을 확인해 빈틈없는 고3 생활을 보내야 한다.


◇1~2월…학습계획 세우기 = 수험생활 전반에 대한 학습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야 한다.

겨울방학, 1학기, 여름방학, 2학기 등 4단계로 시기를 세분화해 학습 계획과 목표 성적을 세우면 좋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성적, 비교과 실적, 모의고사 성적 등을 기준으로 자신의 강점을 판단해 유리한 전형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지원하고 싶은 수시 전형의 서류평가에 자기소개서가 포함된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달라진 수능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명칭이 국어, 수학, 영어로 각각 바뀌고, A형과 B형으로 시험 난이도가 나뉜다.

중상위권 이상 학생의 경우 일단 인문계열은 국어B, 수학A, 영어B, 자연계열은 국어A, 수학B, 영어B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서울 주요대학 및 지역 국립대들이 이 유형을 지정해 반영한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문제풀이 식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개념정리가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수능 전 범위를 한 번 학습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3~6월…실전연습과 위치 점검 = 3, 4, 6월에 치르는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해야 한다.

시험 후에는 자신의 위치를 냉철히 분석해 목표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맞는 실질적인 학습 전략을 세워 수능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6월 수능 모의평가는 그 해 수능의 출제경향을 예고하는 시험이므로 집중적으로 분석해 취약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 이후에는 A형을 볼지 B형을 볼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6월까지는 B형을 준비하다가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수시모집은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되고, 서울 상위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학 등은 3학년 학생부 성적 반영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교과 성적 관리가 중요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물론 논술 전형에서도 학생부 성적은 중요하므로 중간ㆍ기말고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7~8월…학습량↑, 수시 전략도 세워야 = 고3 수험생활 중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시기다. 학습 효율성도 높은 시기이므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도록 학습 전략을 자세히 세워야 한다.

취약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면서 심화학습을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좋다.

수능 전 100일을 기점으로 학습 계획과 입시 전략을 재점검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좋다.

9월부터 시작하는 수시모집 지원 여부도 결정할 시기다. 총 6회로 제한되는 지원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우고, 지원 대학에 맞는 대학별 고사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원서접수도 9월에 한다.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틈틈이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9월~수능…실전 감각 다지기 =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주 1회 정도 실전 수능과 똑같은 조건을 갖추고 수능 실전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시험 시간이 부족하면 시간을 안배하는 훈련을 하는 등 실전 연습으로 자신의 취약점을 완벽히 보완해야 한다.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 그동안 공부한 책을 정리하며 문제풀이를 병행해야 한다. 틀린 문제들을 다시 점검하면서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수능 시험 시간표 순서에 맞춰 과목별 학습을 하고, 쉬는 시간까지도 수능 당일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면 좋다.

불안한 마음에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등 무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분하게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수시에 집중하는 학생은 대학별 고사 준비 기간을 고려해 수시와 수능 준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대학별 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연합뉴스)

서울대 정시 논술·면접 및 구술고사 “대체로 평이”

서울대 입학본부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
서울대는 2013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자 650여명을 대상으로 16일 인문계열 논술고사와 자연계열, 경영대학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했다.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5시간 동안 3문항(사범대 체육교육과는 2시간 동안 1문항)을 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논술고사에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제시문을 읽고 이들이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견해와 반론을 서술하는 문제 등 3문항이 출제됐다.


자연대와 공대, 농생대 등 자연계열 면접 및 구술고사는 모집단위별로 수학과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하나 선택) 등 과목별로 60분 내외의 답변 준비시간을 가진 뒤 15분 내외의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학 과목에서는 쌍곡선 관련 문제와 오목·볼록에 대한 그래프 개형 문항이, 물리 과목에서는 행성과 역학에 관한 문항 및 축전기와 자기장 등에 대한 문항이 출제됐다.

화학 과목에서는 수용액 농도 구하기, 양전자와 중성미자 등에 대한 문항이 나왔으며 생물 과목에서는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의 이동 경로, ATP 생성, 교차율 및 유전 등에 관한 문항이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대학 면접에서는 영어 제시문으로 주어진 스티브 잡스 전기문을 읽고 인문학적 소양이나 기술적 소양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 계획을 구술하는 문제 등 3문항이 나왔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제시문과 논제, 다루는 주제 등이 생소하지 않아 학생들이 크게 어렵거나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고 전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논술과 구술, 면접고사 모두 고교 교과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출제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날 응시자를 대상으로 수능 30%, 학생부 40%(교과 30%, 비교과 10%), 논술고사와 구술 및 면접고사 3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다만 사범대학 응시자는 교직적성 인성검사 결과가 일부 반영된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2월4일 발표되며 서울대는 합격자 발표와 함께 논술고사, 구술 및 면접고사 문제를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특강예비 고 1이 알아야 할 입시 지식〈下〉수능·대학별고사·기타

선택 수능제 실시… 수준·진로에 맞는 유형 확인해야

◇수능|표준점수·백분위·등급 개념 이해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과목과 3개 탐구 영역(사회·과학·직업), 제2외국어·한문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인문계열은 전 영역 성적을 제출해야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인문계열은 국어·수학·영어·사회(혹은 제2외국어·한문) 성적, 자연계열은 국어·수학·영어·과학 영역 성적을 각각 반영한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매년 두 차례(6·9월) 모의고사를 실시해 난이도를 점검한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는 수준별 시험 제도가 도입된다. 난이도는 A·B형 두 가지로 나뉜다. A형은 현행 수능 난이도보다 쉽게, B형은 현행 난이도 수준에서 출제될 예정이다. 수험생은 본인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유형을 택해 응시하면 된다. 한편, 각 대학(학과)은 입시에 반영할 난이도 유형 지정을 이미 마친 상태. 이에 따르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는 B·A·B형(이하 국어·영어·수학 순)을, 자연계열 학과는 A·B·B형을 각각 채택했다.

수능 성적표엔 표준점수·백분위·등급 등이 기재된다. 표준점수는 각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와 평균점수 간 간격을 표준편차를 통해 나타낸 점수다. 과목별 전체 수험생 평균 점수를 100점으로 놓고 봤을 때 표준점수 100점 이상 득점자는 평균 점수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표준점수 100점 이하 득점자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수능의 경우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평균이 100이고 표준편차가 20인 점수 척도 △탐구 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은 평균이 50이고 표준편차가 10인 점수 척도를 각각 활용한다. 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일치시키는 건 (각 과목의 난이도가 다르므로 나타나는) 선택과목별 유·불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쉬운(평균이 높은) 과목에서 90점을 받은 학생과 어려운(평균이 낮은) 과목에서 60점을 받은 학생의 성적이 절대 점수로 비교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표준점수는 이 과정을 거쳐 새롭게 산출한 점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백분위는 수험생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지수다. 즉 '(특정 수험생을 기준으로)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백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험생 A가 국어 영역에서 원점수 94점, 백분위 96점을 받았다면 A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계열별 전체 응시자의 96%가 된다. 백분위 점수는 전체 수험생을 9개 등급으로 나누는 데 쓰인다. 수능 등급은 수시모집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시모집에선 주로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쓰이며 일부 대학에 한해 등급 성적이 필요하다.

◇대학별고사|논술에도 엄연히 '정답' 존재해
대학별고사는 논술·면접 등 각 대학이 수시·정시모집 시 수능이나 내신과 별도로 치르는 시험을 통칭하는 용어다. 논술고사는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 수시모집 일반 전형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인문계열은 인문·사회 통합논술 문항을, 자연계열은 수리·과학 통합논술 문항을 각각 출제한다. 대학별 특성에 따라 간혹 인문계열에서 수리·논리 문항이, 자연계열에서 문·이과 혼합형 문항이 나오기도 한다.

수험생 중 상당수는 '논술고사=글짓기 평가'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논술고사에선 어느 정도 정답이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 인문계열에선 일정 조건이나 전제를 제시한 후 그에 맞는 정답을 요구한다. 자연계열 문항 역시 대부분은 답이 있다. 단, 단편적 결과만 서술하는 시험은 아니므로 본인의 사고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글 실력은 갖춰야 한다.

면접은 크게 △일반면접 △심층면접 △인·적성면접 등으로 나뉜다. 일반면접에선 수험생의 인성과 가치관을 파악하고 제출 서류의 사실 여부를 파악한다. 대부분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채택하는 면접 방식이기도 하다. 심층면접은 전공 관련 교과 지식을 묻는 형태로 진행된다. 인문계열 문항에선 영어 제시문이 출제되거나 사회현상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자연계열 문항에선 수학·과학 문제 풀이법이 요구된다. 인·적성면접은 사범·의학계열 등 졸업 후 직업이 결정되는 학과에서 주로 실시된다. 직업 적합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행되므로 일반면접에 교과 지식 평가를 덧붙인 형태가 많다.

전공적성검사는 2013학년도 기준으로 한양대(ERICA)·한국외국어대(글로벌캠퍼스)·가톨릭대 등 중위권 대학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활용된다. 이른 시일 안에 문제 파악 능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지원자에게 유리한 시험 유형이다. 크게 언어·수리 영역으로 구분되며 일부 대학에선 외국어 영역이 추가되기도 한다. 내신 연계 문항이 주를 이루지만 수리추리·공간지각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은 IQ테스트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 전공적성검사는 문항 수에 비해 시험 시간이 짧으므로 유형 파악과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기타|자기소개서 거짓 작성 시 면접 때 발각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나 추천서 등 입시 제출 서류 중 자기 홍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었던 비교과 활동을 드러내고 학생부의 약점을 해명할 수 있기 때문. 자기소개서는 면접 단계에서 진위가 대부분 확인되므로 솔직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 작성 항목은 △성장과정과 가족환경 △지원 동기 △학업·진로계획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과 교내·외 활동 △역경 극복 사례 등이다.

학업계획서는 자기소개서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별도 제출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다. 대개 △해당 학과 지원 동기 △입학 후 학년별 활동계획 △동아리 활동계획 △장래 포부 등이 포함된다.
조선일보

진도만 나가는 게 능사 아냐… 초등 핵심 개념 정복부터 수학

초등 6학년에서 중 1로 넘어가는 시기, 수학 교과 내용은 상당히 달라진다. 무엇보다 낯선 수식·기호·개념이 대거 등장,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초등생이 중학교 진학 시 느끼는 수학 체감 난이도는 (초등학교 때의) 10배 이상"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초등생 때 수학 성적 우수자가 중학교 진학 후 수학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초등 수학과 중학 수학, 과연 뭐가 얼마나 달라지는 걸까?
(왼쪽부터)허은경 강사, 강미선 소장.
음수·1차방정식 등 '핵심 개념' 등장
초등 수학의 중심이 '(자연수·분수의)사칙연산'이었다면 중학교 수학에선 △수(數) 체계가 확장되고 △문자와 기호 사용이 증가하는 등 적잖은 변화가 시작된다. 당장 이전까지 '0'과 '양의 유리수'(이하 '양수')만 배웠던 학생들은 난생처음 '음의 유리수'(이하 '음수')를 접하게 된다. '마이너스(-)' 부호와 음수 개념을 익히는 것도 모자라 이를 활용, 사칙연산까지 해내야 하는 것.

강미선 스콜라스교육연구소장('수학은 밥이다'〈스콜라스〉 저자)은 "이제 막 초등학교 과정을 끝낸 아이에게 음수 이해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며 "초등 수학의 기반이 '(손으로 만져지는)구체물을 활용한 사칙연산'이라면 중학 수학의 기반은 '(음수·기호 등으로 대표되는)추상적·논리적 사고'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자 활용 빈도의 증가도 주요 변화 중 하나다. 초등 과정에서 □·△·○ 등으로 표현되던 미지수가 x·y등의 문자로 일제히 바뀌는 것.

중 1 수학의 최대 특징 중 하나는 중등 수학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수(代數) 영역 중 '1차방정식'이 처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허은경 수박씨닷컴 수학 강사는 "중 1 1학기 수학의 80% 이상은 대수 관련 내용이 차지한다"며 "따라서 1차방정식을 제대로 익혀두지 않으면 이와 연계된 연립1차방정식(중 2 과정)이나 2차방정식(중 3 과정) 학습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함수를 그래프로 나타낼 때 활용하는)좌표평면' 역시 중 1 학생이 처음 배우는 개념이다.

전년도까지 중 1 1학기 첫째 단원이었던 '집합' 부분이 고 1 과정으로 옮겨지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집합 단원이 있던 자리엔 '소인수분해'가 등장할 예정. 자연히 '소수(素數)'도 함께 익히게 된다. 강 소장은 "소인수분해의 기초가 되는 약수·배수 개념은 초등 5학년 수학에 등장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단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중학교 진학 전 다시 한 번 복습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 1 과정 예습은 '초등생 눈높이'로
겨울방학을 맞아 적지않은 예비 중 1이 불안감에 떨며 선행학습에 집중한다. 하지만 수학은 결코 '진도 빨리 뗀다'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다. 중학 수학의 성패를 가르는 건 '초등 수학 과정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가'다. 허 강사는 "초등 수학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분수 계산 등은 이맘때 반드시 복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수 사칙연산을 정확히 해내야 (중학교 때 등장하는) 음수 사칙연산도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강 소장은 예비 중 1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초등 수학 교과서 목차를 훑어보면서 단원별 제목에 나오는 핵심 개념·용어를 자녀에게 말(또는 글)로 설명하도록 해보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자와 기호 부분도 헷갈리기 쉽다. 예를 들어 '10×10=10²'과 같은 지수 개념은 중 1 때 처음 나온다. 지수 기호가 쓰인 계산 문제에선 '10²×10³=10�L' 같은 오답 형태가 자주 등장한다. 문자식 계산에서도 '2x'와 '3x'의 합을 '5x²'으로 잘못 쓰는 등의 사례가 적지않다. 강 소장은 "문자가 포함된 수식 연산을 지도할 때 '2와 3을 더한 후 뒤에 �G를 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설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려워 보이는 개념도 하나씩 풀어서 생각하게 하면 아이들은 금세 이해해요. 예를 들어 '10²=10×10' '10³=10×10×10' 등으로 풀어보면 '10²×10³=10�K'이란 사실을 절로 깨닫게 되죠. '2x+3x'의 경우도 '2x=x+x' '3x=x+x+x'라고 생각하면 정답(5x)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예습 수준은 수학에 대한 개개인의 흥미도에 따라 달리 정하는 게 좋다. 허 강사는 "평소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쉬운 문제집을 택해 자신감부터 길러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섣불리 1학년(또는 1학기) 진도 전체를 선행학습으로 익히려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강 소장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원 1개, 수학 성적이 우수한 아이라면 가장 어려워 보이는 단원 1개를 각각 골라 '중학교 입학 전까지 이 단원 하나는 확실히 정복하자'는 식으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중학 수학에서 '한눈에 답이 보이는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신이 배운 개념을 적용, 수식을 세우고 계산하는 '수학적 사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풀린다. 초등생 시절 내내 '빠른 연산'만 훈련했던 아이에게 이 과정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강 소장은 "실제로 초등학교 때 수학 시험 문제를 20분 만에 다 풀던 아이가 중학교 시험 문제를 접하곤 '쉬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안해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며 "그런 일을 안 겪으려면 주어진 시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한 문제씩 찬찬히 풀어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고득점 비밀은 논제 속에… 이해·분석력 키워라

7개 주요 대학이 밝히는 예비 고 3 '논술 공부법'

논술은 수험생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공부만으로도 벅차 논술까지 따로 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 하지만 논술 전형은 국내 주요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2013학년도 수시만 해도 고려대 1351명, 연세대 1160명 등 총 39개 대학이 논술 전형으로 1만7000여 명을 선발했다. 맛있는공부는 7개 대학 입학처장(혹은 논술 출제위원장)을 만나 2013학년도 대입 논술 출제 경향과 예비 고 3을 위한 ‘효율적 논술 공부법’을 들었다.
도움말 주신 분(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이름 가나다 순, 괄호 안은 소속 학과)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물리학과),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물리학과), 서경석 한양대 논술출제위원장(국어국문학과), 심형욱 한국외국어대 논술출제위원장(독일어과), 이산호 중앙대 논술출제위원장(프랑스어문학과),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통계학과), 이정훈 서강대 논술출제위원(국어국문학과) / 한준호 기자·이경민 기자·이신영 기자
경향1 | 교과서 내 제시문 출제로 예년보다 평이
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2013학년도 논술시험은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고과서 출제 비중을 높이라"는 학부모·교사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중앙대는 인문계열 Ⅰ·Ⅱ·Ⅲ 논술에 쓰인 제시문 18개를 전부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했다. 한양대도 인문계 논술 Ⅰ에서 고교 국어·문학·독서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 두 편을 제시문으로 줬고, 인문계 논술Ⅱ에선 세계지리 등 사회 교과서 속 '더 생각해보기' 항목에서 논제를 뽑아냈다. 논술 실시 대학 중 유일하게 영어 제시문을 사용하는 한국외국어대 역시 제시문 중 하나를 영어 교과서(High School English Ⅱ)에서 발췌했다.

'실생활 관련형 주제'가 다뤄지는 점도 최근 논술시험의 특징이다. 한양대는 인문계열 논술 1번 문항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올바른 선택 방향'을 논제로 삼았다. 고려대 인문계열 논술에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대안' '평판의 사회적 기능과 신뢰' 등의 주제가 제시됐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였던 '경제민주화'를 소재로 '경쟁에서의 효율성과 형평성' 등의 논제를 구성했다.

경향2 | 시험 형태 달라도 평가 요소는 엇비슷해
대학별 논술시험 형태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평가요소는 대동소이하다. △제시문을 읽고 핵심어(문장)를 찾아내는 '이해력' △서로 다른 2개 지문의 관계를 파악하는 '비교분석력'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제해결력' 등이 대표적.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문제를 예로 들면 △제시문 (가)·(나)·(다)의 공통 주제어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제시문 비교하기 △제시문 (라)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논지 평가하기 등이 출제됐다. 한국외국어대 역시 인문계열 논술에서 △제시문 A·B의 공통 핵심어와 논제 찾고 두 제시문의 요지 서술하기 △제시문 A·B의 공통 핵심어로 자료 1·2·3을 분류한 후 비교 분석하기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자료분석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성균관대의 경우, 매년 표·그래프·그림 등이 포함된 문제가 나왔다. 2013학년도에도 △주어진 데이터로 제시문의 두 입장 중 한 쪽 비판하기 △표·그래프 등의 내용과 제시문을 연관 지어 설명하기 등의 문항이 출제됐다.

논술 출제위원들은 "논술 고득점 답안 작성 비결은 논제에 이미 포함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요구하는 순서대로 답안을 작성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양대 인문계열 논술 문제의 경우, 한 문제가 3개의 작은 문제로 나뉜다. "세 지문 속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 방식상 특징을 설명하고(①), 이를 활용해 테러 위험보다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대한 대응에 사람들이 소극적인 이유를 추론한 후(②), 그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③)"란 형태다. 답안 분량이 '원고지 1400자'로 다소 길지만 논제 요구 순서에 따라 답안을 3개 단락으로 구성하면 된다.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정훈 서강대 교수는 "흔히 논술시험 앞 부분에 나오는 △핵심어나 핵심 문장 찾기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제시문 비교·분석하기 등은 모두 '제시문 내용과 제시문 간 관계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평가하는 문제"라며 "제시문 분석이 치밀하고 정확하게 이뤄질수록 점수가 높게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제시문에서 벗어난 내용을 기술하면 감점되기 쉽다. 서경석 한양대 교수는 "논제와 상관없이 외워 온 지식으로 답안을 쓰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 역시 "제시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답안은 감점 대상이지만, 제시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후 자기 문장으로 다시 쓴 학생은 가산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대비법 | 같은 값이면 ‘다독’보다는 ‘정독’ 권장
논술 준비 시 가장 중요한 교재는 고교 교과서다.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은 "논술과 고교 교과서 연계가 강화되는 만큼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교수 역시 "사회 교과서 내용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고 연계성을 따져보는 식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서 측면에선 '다독(多讀)'보다 '정독(精讀)'이 효과적이다. 심형욱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A4 반쪽 분량의 짧은 글을 읽고 요약하는 습관 △언어영역 문제 제시문을 읽으며 핵심 단어(문장)를 찾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가운데 주제를 정해 친구들과 찬반토론하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이산호 중앙대 교수는 "목표 대학의 논술 문항 유형이나 모범답안 구성 양식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시 지원 기회가 6회로 제한되면서 목표 대학 맞춤형 학습이 한층 중요해졌어요. 논술 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라면 두세 군데 목표 대학을 설정, (매년 3·4월에 배포되는) 대학별 논술 안내 책자 내용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교육의 본질은 행복한 인생 돕는 것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18일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의 성공과 출세를 돕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돕는 것” 라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이날 서울 송파구 정신여고에서 ’이제는 행복교육입니다’를 주제로 서울지역 전체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행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부 잘하면 출세하고 성공하고 돈 많이 벌어 행복해진다고 아이들에게 교육해왔지만, 출세와 성공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게 수많은 연구 결과로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그동안 우리 교육이 ’행복해지려면 고생도 사서 해야한다’고 가르치는 ’고진감래형 교육’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복도 습관이자 능력”이라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습관을 길러주고 능력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정서와 습관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 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다”라며 “교사들이 부정적 정서를 가진 아이를 도와 긍정적 정서로 전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들을 통해 ’행복교육’ 철학이 학교에 스며들길 바란다”며 “행복이라는 화두로 올 한해 교육현장에서 애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2013학년도 수능 만점자 4인이 공개하는 공신비법

그야말로 올 100점이다.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단다. 한두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시험지 한두 장만 푸는 시험도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 문제만 140개이고 사회와 과학, 여기에 제2외국어까지 합하면 300문제에 육박한다.

쉬운 시험도 아니다. 한 문항에 4~5점짜리가 수두룩해 하나라도 틀리면 점수 단위부터 달라진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그런데 이 어렵다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 큰 시험에서 하나의 실수조차 허용하지 않고 만점을 만들어내 대한민국 ‘공부짱’으로 등극한 학생들. 그들의 공부 이야기가 궁금하다. 비법은 있었을까, 없었을까?


자율학습이 밑바탕되어야 한다!

원주고등학교 이민홍
“기본 개념은 수업으로, 고난이도 문제는 인터넷 강의로 정리하세요!”


“중학교까지는 말 그대로 학교 진도에 맞춰서 공부했고요. 선행학습은 없었다고 볼 수 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는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수학학원에 다녔고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강의로 메웠어요. 이과를 선택한 이유는 수학을 잘해서였어요.”
이민홍 군이 다닌 학원은 여느 또래 학생들이 다니는 큰 규모의 단과학원이었다. 학교와 학원 수업은 기본 개념에 충실한 내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혼자 개념을 공부하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효율성도 훨씬 높다고 한다. 대신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문제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접하거나 해결했다고. 또한 오답노트를 꾸준히 작성해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오답노트라고 해서 시험지를 오려붙이고, 내용을 깔끔하게 필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한 문제 더 푸는 게 낫겠죠?(웃음) 모의고사 같은 걸 본 후 왜 틀렸는지, 어디서 틀렸는지 간단히 메모해두었다가 다음에 봤을 때 기억나는 정도면 충분해요. 그렇게 오답노트를 활용하면 실수가 줄고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을 수 있어요.”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풀이를 깔끔하게 정돈하면서 시험지에 써나가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그러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공부하는 거예요. 학원도, 인터넷 강의도 그 다음이거든요. 학원 간다고, 인터넷 강의 본다고 자습할 시간을 뺏긴다면 사실 기본이 흔들리는 거라고 봐요. 또 모의고사에서 틀렸던 문제, 실수한 문제들은 꼭 점검하고 넘어가세요.”
자신만의 공부비법을 묻는 질문에는 컨디션 조절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꼽았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인 이민홍 군도 처음에는 공부를 좀 더 하겠다고 잠을 줄여봤지만, 결국 수업시간에 졸게 되고 공부의 질만 떨어졌다고. 그래서 한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자기절제를 해내는 것도 관건이라고 했다. 입시 준비에서는 물리적인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기 싫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는 입시 사이트 같은 곳에 가서 희망하는 대학들에 대해 알아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민홍 군은 이처럼 자신만의 컨디션 조절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지막으로 조언해주었다.

이민홍 군의 공부비법● 학교, 학원, 인터넷 강의 각각의 공부 내용과 목적을 확실히 하고 효율을 높여라.
● 기본적인 자율학습 시간을 확보하라.
●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면시간을 지켜라.
● 수학 문제풀이는 깔끔하게 정돈하며 써라.

학습계획표를 꼼꼼하게 짜고 철저하게 준수한다!
전주 상산고등학교 조자경
“모의고사를 통해 내가 어떤 문제에 강하고, 어떤 문제에 약한지 꼭 체크하세요!”


모의고사를 본 후 항상 모든 문제를 단원별·문제유형별, 강·중·약으로 철저하게 분류했다. 그러면 내가 어떤 문제에 강하고 어떤 문제에 약한지가 보였고, 당장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의 효율을 높여가며 공부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나갔다.

“작년 수능시험 때였어요. 제가 이번에 재수를 한 거거든요.(웃음) 그런데 돌이켜보면 운이 나빠서 시험을 못 본 게 아니라, 딱 제 실력만큼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운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되뇌며 실력을 키우려고 무던히 애를 썼어요.”

스스로 시험운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자칫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자만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두어야 한다고 조자경 양은 말했다. 시험 결과는 어디까지나 평소 노력에 근거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 뼈 있는 조언을 했다. 한 번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덕분이었는지, 조자경 양은 재수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공부시간을 확보하려고 애썼다.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 식사량까지 줄였다고. 많이 공부한 날은 하루 16시간을 내리 자습했다.

“고3 때는 인강(인터넷 강의)도 참 많이 들었어요. PMP에는 항상 인강 파일이 가득 담겨 있었죠. 펜을 들고 공부했던 시간보다 PMP 화면을 보고 있었던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어요. 자기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인강만 보는 것은 독이라는 걸 재수하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재수하는 동안 조자경 양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윤리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파이널 강의를 듣는 정도로만 인터넷 강의를 활용했고, 직접 펜을 들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공부법으로는 실수노트와 공부계획표를 손꼽았다.
“실수는 반복되는 거거든요. 늘 실수하는 부분을 적어두세요. 그리고 끊임없이 의식해서 그 실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중요해요. 실수를 가장 많이 하는 수학 같은 경우에는 시험시간 100분 동안 문제를 한 번 푸는 게 아니라 두 번 푼다 생각하고 연습을 하세요.”

조자경 양은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게 공부의 절반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부계획표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철저하게 준수했다고 한다. 슬럼프가 오거나 성적이 떨어져도 자신이 세운 공부계획표를 제대로 지켰을 때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평가원 기출문제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문제는 무조건 많이, 빨리 풀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깊이 고민하여 풀어보라고 권했다. 특히 남에게 가르칠 수 있을 만큼 그 문제를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쉬운 수능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번 수능에서도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만점을 기대했다. 하지만 자경 양 자신은 재수생이어서 그랬는지 체감 수능 난이도가 무척 높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경험에 비추어보면 시험의 난이도는 점수와 크게 연관이 없는 것 같다며,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진짜 실력을 갖추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자경 양의 공부비법● 인터넷 강의를 맹신하지 말고 손으로 직접 하는 공부를 먼저 하라.
● 실수노트를 만들어 반복되는 실수의 고리를 끊어라.
● 공부계획표를 준수해 공부 슬럼프와 성적 하락으로 인한 심리적인 동요를 막아라.
● 평가원 기출문제는 천천히 풀면서 모두 이해해라.
● 모의고사 문제는 모두 단원별·문제유형별, 강·중·약으로 분류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라.

부산국제고등학교 문지환
“몰라서 틀린 것인지, 실수로 틀린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특목고에 입학했지만 목표는 중위권 유지였을 만큼 소박했다. 날고 긴다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는 이유를 찾은 이후 성적은 무섭게 올랐다. 성적이 오르는 만큼 목표도 높아졌다. 그리고 ‘수능 만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공부에 매진해야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 하지만 이 말을 문지환 군(19)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환 군은 고3 때까지 매일 7시간씩 잤고, 주말이면 주중에 모자란 잠까지 몰아서 9시간 정도를 잤으니 말이다.

“자고 싶은 만큼 자도 공부 잘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에요.(웃음) 집중력 얘길 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잠이 많은 편이에요. 성적 좀 올리겠다고 저도 자는 시간을 줄여봤는데요.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성적은 더 떨어졌어요. 잠을 줄이는 건 제게 맞지 않았던 거죠.”

문지환 군은 경험에 비춰 자신에게 맞는 생활 리듬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공부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것이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교과서로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성적이 저마다 제각각인 이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의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시켜서 하는 공부와 스스로 하는 공부의 효율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1학년 겨울방학 때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 책을 읽은 후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쳐가는 경제학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확실한 목표가 있으니까 공부에 탄력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성적도 오르고요.”

모범생의 정답 같은 말만 하는 지환 군이지만, 처음부터 공부를 잘했던 건 아니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때는 중상위권 정도 성적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대만의 국제학교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낼 때는 영어로 고생을 많이 했다. 게다가 귀국 후에는 한국의 진도보다 훨씬 느린 국제학교의 수학 진도 때문에 얼마간 고전하기도 했다.

“영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에 갔어요. 고생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어를 제대로 잡았죠. 문제는 수학이었어요.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거든요. 1학년 2학기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개념 파악부터 꼼꼼히 해나갔어요. 몰라서 틀리는 문제가 많았으니까요.”

문지환 군은 문제를 틀리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수로 틀렸다면 문제집을 통해 실전연습을 하면 되지만, 몰라서 틀렸다면 실력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 개념서로 기초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문제를 틀린 원인을 찾아보라고 했다. 또한 공부할 때 못하는 과목보다 잘하는 과목부터 시작하면 학습 컨디션을 만들기도 쉽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귀띔해주었다.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시험 난이도에 대한 소문에 일비일희하지 말라고 했다. 심리적으로 동요가 일어나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자칫 어이없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지환 군의 비법 하나하나에서 공부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문지환 군의 공부비법
● 몰라서 틀린 문제라면 문제집이 아닌 기본 개념서부터 보라.
● 재미있는 인터넷 강의가 있다면 반복해서 보고 내용을 아예 마스터하라.
● 자신에게 맞는 생활 리듬을 찾고 그에 맞게 공부 스케줄을 짜라.
● 공부의 이유를 찾아라.

해운대고등학교 정세진
“시험에 강해지는 비법이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실전에 강한 타입이 결코 아니다. 시험만 보면 긴장한 나머지 단순 사칙연산 문제에서 계산 실수를 하기 일쑤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론은 하나.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거였다. 충분한 공부량은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았다.

“만점을 예상했느냐고요? 전혀요. 모의고사에서조차 단 한 번도 만점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만점 받았다는 걸 확인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한두 과목 정도 100점을 기대하긴 했지만요.(웃음) 사실 언어나 외국어, 수리에서 100점 받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만점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정세진 군(19)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자신은 실전에 강한 타입이 결코 아니어서 더욱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수능 전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소처럼만 성적이 나오기를 바랐을 정도로 세진 군은 누구보다 시험에 긴장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타입이었다. 실제로 고3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너무 떨어서 망치기도 했고, 수리영역의 경우 단순 사칙연산 문제에서 계산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치른 3월 모의고사에 제가 전교 69등을 했어요. 중학교 때 매번 1등만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정말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공부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하는 만큼 성적이 오르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 오르던 성적은 정체기를 거치다 어느 순간 하락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공부 슬럼프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공부량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떨어지자 무척 혼란스러웠다. 깊어가던 고민의 해답을 찾은 것은 그해 겨울방학이었다.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고,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성적이 떨어지니 수능 만점을 받은 지금보다 더 충격이었죠.(웃음) 그런데 곧 깨달았어요. 고2 때도 고1 때와 같은 공부량을 유지한 게 문제였다는 것을요. 고2가 되면 고2에 맞게 공부량을 늘였어야 했어요.”

나름의 해답을 찾은 세진 군은 독하게 마음먹고 무섭게 공부에 매진했다. 고2 겨울방학 동안은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을 정도로 수면시간을 줄였고, 먹는 시간까지 아꼈다. 그렇다고 성적이 곧바로 쑥쑥 올랐던 건 아니다. 되레 더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수록 공부량을 더 늘였다고 했다.
“제게 공부비법이나 시험 잘 보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제 답은 하나예요.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요. 하루 10시간 해서 안 되면 14시간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신감이 저절로 생겨요. 그 자신감이 시험지를 받고도 떨지 않게 해주는 거고요.”

세진 군은 성실하게 준비했다면, 자신이 택한 답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라고 조언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수능을 두 달 앞두고는 언어·외국어·수리영역을 매일 모의고사 한 세트씩, 실제 수능시험과 같은 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했다고 귀띔해주었다.

의대에 진학할 예정인 세진 군은 의과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3 담임선생님(이상봉)”이라고 답했다. 점수에 대한 스트레스로 짜증도 많이 부렸는데, 언제나 너그럽게 이해해주셨다며 한껏 웃어 보였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무장한 정세진 군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정세진 군의 공부비법● 물리적인 공부량이 중요하다.
●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반복적으로 들어라.
● 야간 자율학습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라.
● 모의고사 문제집은 실제 수능시간에 맞춰 푸는 습관을 들여라.
  • 조선일보
  • 발레리나의 꿈→ 문학박사→ 하버드 법대 교수… "지금도 발레 접은게 가슴 아프다"

    석지영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자전적 에세이 내
    한국식 성공 원하는 부모와 갈등 - 발레 못하게 해 실의… 문학서 길 찾아
    예일대 진학, 英 옥스퍼드서 문학박사… '아이티인 변호' 고홍주에 감명, 법학으로
    난 선생님 복이 있었다 - 고비때마다 '너는 할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공부가 놀이처럼 즐겁다는 걸 일깨워줬죠… "이민자 차별 안 당하고 선물처럼 기회얻어
    "강의 첫날 '완벽한 실패' - 잘해야지 다짐하며 단상으로 가다 넘어져
    오히려 긴장 풀리며 마음 편해지더라… "복도에 걸린 내 초상화… 정말 민망하다"
    아이들 교육은 - 난 완벽한 엄마도, 완벽해지기도 안바란다
    내가 사랑했던 책 함께 읽고, 여행하고… 아이들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토론할뿐

    석지영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와의 인터뷰 영상
    지적이고 영민한 데다 아름답기까지 한 여성과 마주하는 일은 곤혹스럽다. 겸손마저 느껴질 땐 '화'가 난다. 석지영(40)은 그런 여자였다.

    미국 예일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다시 법을 공부한 뒤 2006년 한국계 최초로 하버드 법대 교수로 임용된다. 2010년에는 하버드 법대 종신 교수로 선출됐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하버드라면 껌벅 죽는 한국에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가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 이달 한국에 왔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북하우스)는 영어에 대한 공포와 수치심으로 미국 교실에 앉아 있던 일곱 살 소녀가 전 세계 수재가 모이는 하버드 법대 강단에 서기까지의 성장사다. 석지영은 "나에게 성공이란, 내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을 찾아 그것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지영은 한국말을 대부분 알아들었지만, 답변은 영어로 했다. 나이 마흔에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부터 물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친딸이라는) 수사적 이름표가 나한테 붙었다는 생각에 움찔했다. 이 책을 써서 내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엄친딸' 아니다

    ―자신을 '엄친딸'이라고 부르는 것에 충격받아 그걸 해명하려고 책을 썼다던데.

    "종신 교수가 된 뒤 한국에 왔더니 어딜 가나 나더러 '엄친딸'이란 단어를 아느냐고 묻더라. '재능 많고 총명하며 예쁘기까지 한 엄마 친구의 완벽한 딸'이라는 뜻이라던데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 별명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 속엔 '비교'가 들어 있고, 비교의 대상이 자녀이며, 뭣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 때문이다. 비교는 자녀에게 상처를 준다.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느끼며 자라야 한다."

    ―석지영의 성공비결이 궁금한 부모들은 이 책을 읽고 하버드에 가려면 피아노, 발레, 불어까지 모든 방면에 만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녀를 더욱 압박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일 뿐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도 이렇게 해보라는 지침서가 아니다. 한국 문화와 교육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공통의 주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음악, 무용, 위대한 문학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성장기에 꼭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 잠재된 열정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지영이 하버드가 아닌 다른 대학의 교수였다면 화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한국에선 스님도 하버드를 나와야 인기를 얻는다.

    "한국인들에게 하버드대학이 특별한 상징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교육과 배움의 성취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는 한국적 가치관에서 기인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셨을 때 일면식 없는 나를 알아보셨을 정도다(웃음).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으면 하버드 투어에 나선 한국 소녀들이 사인을 요청한다.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독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게 된 것은 기쁘다."

    ―당신 또한 예일대 법대가 아니라 하버드 법대를 선택했다.

    "학부를 예일에서 다녔기 때문에 다른 학교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 하버드 법대는 미국의 법률 시스템과 깊이 연관돼 있다. 미국 법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크라테스 교수법도 하버드 법대에서 시작된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해럴드 고(고홍주)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성공이 귀감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분석에 동의하는지.

    "미국 시스템과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결합(combination)된 것은 맞지만 그들이 조화(harmony)를 이뤘다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충돌(conflict)하고 갈등했던 것이 성공의 에너지 아닐까. 부모가 지닌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과 미국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를 헤쳐나가려는 노력이 자녀 세대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저항은 혁신의 에너지다."
    자전에세이 출간을 기념해 서울에 온 석지영 교수를 16일 홍대 앞 북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이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며 웃었다. 종신 교수의 영예에 대해서도 “안주가 아니라 마음껏 도전하고 모험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 이진한 기자
    춤을 추고 싶었던 법학자

    교포 1.5세대인 석지영 또한 '한국식' 성공을 원하는 부모와 갈등했다. "춤을 출 때 진정 살아있다"고 느꼈던 그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아메리칸발레학교(SAB)를 그만둔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구원한 것이 문학이다. 예이츠, 디킨슨, 브레히트에 빠져든 소녀는 예일대 문학부에 들어갔다가 마셜 장학생에 선발되어 옥스퍼드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어머니의 교육열이 대단했더라.

    "공부는 물론 옷 입는 법까지 딸들의 부족한 점을 관찰하고 고치게 하는 어머니와 사는 게 쉽지는 않았다(웃음). 물론 어머니의 열성적인 뒷바라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지만, 동시에 '아, 나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다가는 진정한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겠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었다."

    ―발레를 못 하게 하는 부모에게 맞서 저항할 용기는 없었는가.

    "열다섯 살인 내게 힘이 없었다. 지금도 발레의 꿈을 접은 게 가슴 아프다. 그때의 교훈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열망이 이끄는 길로 가는 게 맞는다."

    ―그래도 서울대 나온 아버지와 이화여대 나온 어머니의 DNA를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심하게 운이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러 다른 요소가 합쳐져서 결과물이 나온다. 부모님 없이 내가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이 DNA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승 복도 많았더라. 고비 때마다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너는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손을 잡아준다.

    "내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교사의 중요성이다. 내 인생을 이끈 가장 중요한 관계(key relation)는 대부분 선생님과 이뤄졌다. 나의 선생님들은 학생 개인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주셨다. 학습은 놀이처럼 재미있다는 걸 일깨워줬고,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소수민족, 이민자, 그리고 여성이어서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경험'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해석의 조합으로 형성된다. 내 기억에 차별을 심하게 받은 경험은 없다. 오히려 선물처럼 여러 가지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불가사의한 것은, 발레 하던 소녀가 법대 교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책에 보니 아메리칸 발레학교 동료였던 발레리노는 무대에서 은퇴한 뒤 하버드에 들어가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더라. 이게 가능한 일인가?

    "미국에서는 자신을 재창조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평생 한 가지 직업만 갖고 사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하나의 커리어(career)를 갖고 있다가 새로운 공부를 해서 새로운 커리어를 갖는 것,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종신 교수라 내가 원하는 만큼 대학에 머물 수 있지만 10년 뒤에 내가 어떻게 될지 100% 확신할 수 없다."


    2011년 1월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자랑스러운 한인상’을 수상한 석지영 교수. / 연합뉴스
    성공이란 무엇인가?

    영어 이름이 '지니 석'인 그가 개설한 '공연예술과 법' 강의는 하버드 법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다. 알렉 볼드윈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유명 발레리나, 작가들을 강사로 초청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형법, 가족법이 전공이지만 석지영은 패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법의 접목을 시도한다. 하버드 법대 교수 100여명이 만장일치로 그를 종신 교수에 선출한 것도 이런 실험과 학문적 성취 덕분이다.

    ―하버드 법대에서는 종신 교수가 되면 초상화를 그려 복도에 건다던데.

    "매일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는 게 고역이다. 정말 민망하다(웃음)."

    ―문학에서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문학을 읽고 즐기는 건 행복했지만 그걸 해석해 글로 쓰는 작업이 힘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묘사하는 일보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용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해럴드 고 국무부 법률고문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91년 아이티 쿠데타 후 폭력과 박해를 피해 피신한 아이티인들을 대변한 변호사였다. 미국 정부는 난민들을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했다가 아이티로 돌려보냈다. 당시 예일대 법대 교수였던 해럴드 고는 법대 학생들과 함께 아이티 난민을 대표하여 연방법원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해럴드 고 자신이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모국을 떠나 미국에 망명한 한국인 부부의 자녀라는 점에서 내가 받은 감명은 더욱 컸다. 해럴드 고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를 바쳐 일하는 사람이다."

    ―하버드 법대에서 첫 강의를 하던 날, 너무 긴장한 바람에 단상을 향해 걸어가다가 장렬하게 넘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하하! 그날 정말 긴장했다. 옷도 완벽하게 입었다.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밖에 없었다. 커피와 함께 강의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보다 더한 실패는 앞으로 없을 테니까(웃음). 학생들에게 완벽한 교수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자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긴장도 풀려 우리 강의실은 매우 인간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배우 알렉 볼드윈을 강사로 초청했다. 미국의 가족법이 이혼한 남성이 자녀양육권을 얻는 데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토론회였다.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국가가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고 성취도 높았다. 그러나 여기서 파생된 문제점이 있다. 가정 폭력 '혐의자'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혐의자들의 권리는 대체로 무시된다. '가정 폭력'의 법적인 정의가 매우 넓어지면서 남성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특히 이혼은, 남성이 가정 폭력의 혐의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자녀양육권을 여성에게 빼앗긴다. 이혼 과정을 겪은 볼드윈 또한 아버지도 어머니만큼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권리가 있는데 현재의 법은 남성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의 항의가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일궈온 개혁과 성공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주의 개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의도하지 않은 결과, 부정적인 결과까지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우리 세대 페미니스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단지 여성을 돕는다는 명분만으로 정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사들을 강의에 초청한다. 보수적인 하버드에서 '튄다'는 핀잔을 듣지는 않는지.

    "하버드가 젊은 교수들을 뽑는 이유는 혁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버드는 시간에 갇혀서 변하지 않는 학교가 될 것이다. 내가 아는 하버드는 결코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이 한국에서 인기다. 당신은 책에 '내게 법률 연구와 법학도를 가르치는 일은 법 안에서 위대하게 살기를 갈망하는 방법'이라고 썼더라. '법이 곧 정의'라고 믿고 장발장을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법학도를 가르치는 나에게 그 질문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하버드에서는 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단지 법의 언어에 고지식하게 따르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실용적인 지혜와 절제력, 자비심을 가지고 법을 포괄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자베르의 '법은 곧 정의'라는 경직된 사고의 교훈은 법학뿐 아니라 모든 고등교육(elite education)에 적용된다. 세상에는 정확하게 정해진 것보다 애매모호한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나.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고 완벽해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어린 시절 사랑했던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여행을 떠날 때 가능하면 아이들을 데려간다. 학교 개근보다 여행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일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토론한다."

    ―세속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부모의 과도한 욕심, 그리고 자신의 꿈 사이에서 씨름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부모와 학생 모두 성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하버드대 교수라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지 찾아라. 그러면 진정한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