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올해 도입 '수능 A·B형' 유보해야" 서울 9개 사립대 입학처장들 주장

"입시 복잡해져 사교육 성행"… 교과부 "실시 미룰 수 없다"

 
서울 지역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올해 고3 대상 2014학년도 대입에 도입 예정인 A·B 선택형 수능시험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10일 발표했다. 9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입학처장들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의견서에서 "A·B 선택형 수능시험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수험생, 고등학교 교사, 대학 당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학생이 교육 실험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되새기며 실시 시기를 유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올해 실시되는 수능부터 국어·영어·수학은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뉘어 출제된다.

이들은 A·B 선택형 수능의 문제점에 대해 ①입시가 복잡해져 사교육·컨설팅이 성행할 수 있고 ②학생의 학업 능력보다 A·B 중 어느 유형을 택하느냐에 따라 수능 성적과 대학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예컨대 A·B형을 모두 반영하는 대학 중에는 난도가 높은 B형을 선택했을 때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같은 수능 등급을 받는 학생이라도 어떤 유형을 택했는가에 따라서 합격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2년 전 A·B 선택형 수능 도입이 예고됐을 땐 미처 몰랐으나 차차 현실적으로 적용해보니 고교 현장과 입시에 너무나 큰 혼란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입시가 닥친 상황에서 A·B형 수능 도입이 철회되어도 혼란이 있겠지만, 이대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도입하지 않는 것이 혼란이 적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고 "수준별 수능 실시 유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 송선진 대입제도과장은 "수능 제도는 수험생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3년 전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대학들이 지난 2년간 가만히 있다가 입시가 닥친 지금 와서 '제도 도입을 유보해달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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