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3일 수요일

"스펙 고민, 이렇게 해결하세요"

"벼락치기 안 통해… 시간·노력 들여 한 우물 파라"


고교생 스펙왕 3인이 말한다

시험 며칠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해본 학생이라면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도박인지 잘 알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등 수시모집 영역을 앞다퉈 늘리면서 일명 '스펙'으로 불리는 비교과활동 역시 벼락치기로 때우려는 학생이 적지 않다. 관심도 없던 취미를 급조하느라 고액 과외를 등록하는가 하면, 방학을 '자격증 취득 기회'로 삼아 변변한 추억 하나 못 만든 채 개학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런 건 아니다. 맛있는공부는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정직하게 투자해 온 '고교생 스펙왕' 3인을 발굴했다. 이들이 귀띔한 '고(高)스펙, 자연스레 쌓는 비법'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case1│ '과학 천재' 류혜진(부산 해강고 2년) "상상은 자유롭게… 전문가 조언 적극 활용하길"
류혜진(부산 해강고2)
류혜진(부산 해강고 2년)양은 지난해 12월 ‘2012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류양의 꿈은 ‘대기 관측 인공위성 제작’이다. ‘그래봐야 고교생’이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그는 이미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논문을 게재했다. 특허 출원한 발명품 개수만 18개. ‘카이스트(KAIST) IP 영재기업인 특허왕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류양은 자신의 저력을 ‘의심병’ 덕(?)으로 돌렸다. “초등 3학년 때 학교에서 현무암 생성 과정을 배웠어요. 당시 교과서에 ‘현무암 구멍은 바위 속 가스가 빠져나가며 생긴 것’이라고 적혀 있었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암석 형성 시간을 고려하면 가스가 있어야 구멍이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모 대학 지질학과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죠. 결국 그 교수님에게서 제 생각이 맞다는 답 메일을 받았어요. 그날 이후 ‘주어진 지식을 무조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과학도를 꿈꾼다면 답을 좇아 공부하기보다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자유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의 팁(tip)은 ‘전문가 조언 구하기’. “혼자서 전문 자료를 파고들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그럴 땐 같은 분야 논문을 여러 편 읽은 후 저자에게 메일로 질의해보세요. 돌아오는 답변을 검토하다 보면 ‘학자마다 연구법도, 결과 도출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 경우 그런 식으로 접한 방법론이 논문 작성 시 큰 도움이 됐어요.”

case2│ '경제 고수' 이주은(서울 정신여고 2년) "최상의 활동 위해 체력·시간 엄격하게 관리"
이주은(서울 정신여고2)
경제는 스펙 관리에 신경 쓰는 중고생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 중 하나다. 이주은(서울 정신여고 2년)양은 바로 그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치른 제17회 국가공인 경제이해력시험 테샛(TESAT, 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에선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고 같은 해 열린 제9회 전국고교생 경제한마당에선 동상을 수상했다. △한국은행 사이버경제교육 과정 수료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경제교실 참가 △금융감독원 청소년 금융교실 참가 등 외부 활동 경력도 다채로운 편.

이양에 따르면 경제를 공부할 때 반드시 ‘원론 독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제 경우 관심 가는 주제부터 읽었어요. 시험을 준비할 땐 일간지 기사를 훑으며 자주 나오는 시사 용어를 정리했죠. 용어 정리엔 책보다 인터넷이 유용해요.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는 경제뿐 아니라 영어·수학·논술 등에서도 교내외 주요 상을 석권했다. 그가 밝힌 스펙 관리 비결은 ‘엄격한 시간 관리’다. “평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 시간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키는 등 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편입니다.”

case3│'학생 문인' 한명오(안양예고 2년) "결과 두려워 말고 끝없이 도전… 메모도 습관화"
한명오(안양예고2)
한명오(안양예술고 2년)군은 고교 입학 후 줄잡아 600회가량의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 문인’이다. 그가 예고 진학을 결심한 계기도 “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그 덕에 고교 시절 내내 원 없이 시작(詩作) 활동을 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 2년간 크고 작은 대회에서 눈에 띄는 상을 64회나 수상했다.

한군은 교내 인문학 동아리 ‘휴먼유레카’ 창단 멤버인 동시에 교지 ‘뷰(View)’ 편집부장이다. 대외 경력도 화려해 제7회 대한민국청소년모의유엔대회(SKYMUN) 당시 UNHRC(유엔인권위원회) 의장직으로 활약했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국민지원단 청소년 미래포럼 기자단에선 스포츠예능부 부팀장을 역임했다. 그 모든 일을 해내면서 단 한 번도 학급 석차 5등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백일장 개최지는 전국에 분포해 있어요. 시험과 백일장 일정이 겹칠 땐 이동하는 차 안에서 틈틈이 공부했죠. 시를 쓰다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수학 문제집을 펴들었어요. 수학은 문학과 달리 정답이 확실한 과목이잖아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곤 했습니다.”

그는 ‘메모’와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소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메모하세요. 또 하나,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600번 도전해 64개 상을 거머쥔 절 떠올리시면서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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