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4일 일요일

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빈 공간 늘수록 넓어지는 표면적의 힘 
생활 곳곳에서 우리는 스펀지를 많이 이용한다. 거실에 있는 소파나 자동차의 카시트는 겉의 재질이 천이든 가죽이든 내부는 스펀지로 되어 있다. 건축을 할 때에도 방음재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재이다. 스펀지가 달린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스펀지가 물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거품을 더 많이 내준다. 여성들은 화장을 할 때 스펀지로 화장품을 묻혀 얼굴에 바른다. 특히, 무엇이든 잘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능력을 일컬어 ‘어린 아이의 머리는 스펀지와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폭신폭신해서 감촉 좋은 케이크에 ‘스펀지케이크’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생활에서 숯도 많이 이용한다. 실내 또는 차 안에 놓은 숯은 냄새와 습기를 빨아들인다. 숯은 더러운 것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간장을 담글 때 숯 몇 덩어리를 간장독에 넣어 두곤 했다. 숯의 정화 기능을 확대 해석한 것일까? 숯이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은 집 문간에 금줄을 걸 때도 곳곳에 숯덩이를 끼웠다. 
이렇게 글 초반에 스펀지와 숯을 장황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수학적인 눈을 가지고 가만히 이 둘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지도 않게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펀지와 숯이 공통적으로 가진 수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스펀지가 푹신푹신하면서도 물질을 잘 흡수하거나, 숯이 오염 물질을 잘 흡수하는 탁월한 기능의 원리는 바로, 내부에 미세한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고,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멩거 스펀지(Menger Sponge)’를 통해 이 원리를 알아보자. 멩거 스펀지는 정육면체에서 동일한 크기의 정육면체를 계속해서 도려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만들어진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내부에 크고 작은 공간을 많이 가지게 되므로, 결국 부피는 한없이 작아지고 표면적은 한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멩거 스펀지의 부피가 어떻게 하여 한없이 작아지는지 수학적으로 따져 보기로 하자. 먼저, 각 모서리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를 하나 만든다. 그러면 처음의 부피는 1이다.
1단계: 처음에서 각 면의 가로와 세로를 3등분하면, 이 정육면체는 27개의 똑같은 작은 정사각형으로 분할되는데, 이 때 각 면의 가운데를 도려낸다. 그러면 27개의 정육면체에서 20개의 정육면체만 남게 되고, 분할된 정육면체의 한 모서리의 길이는 1/3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2단계: 1단계의 과정을 작은 정육면체에 동일하게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1단계에서 남은 20개의 정육면체에서 또 다시 작은 정육면체가 각각 20개씩 만들어지게 된다. 각 변의 길이는 1단계 정육면체의 한 변의 길이의 1/3이다. 따라서 2단계에서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3단계: 한 번 더 반복하면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약 0.41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할수록 부피는 점점 작아져서 0에 가까워지게 된다. 
멩거 스펀지의 표면적은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1×6 = 6,
1단계 : 작은 정사각형이 뚫어져서 없어지지만 새로 생겨나는 표면적이 있으므로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2단계 : 위와 마찬가지로,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이렇게, 단계를 반복하면 계속적으로 면적이 늘어나 무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내부의 공간이 늘어날수록 부피는 작아지고 표면적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숯은 1g에 대한 표면적이 무려 200~40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광물도 1g에 100~3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 30평 아파트 한 채의 면적이 99㎡임을 감안하면, 숯과 제올라이트 1g은 아파트 한 채 이상의 면적을 지닌 셈이다. 최근 새로 개발된 아연 테레프탈레이트라고 하는 물질은 1g에 6000~65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현재까지 가장 최대의 면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은 면적이 6400㎡ 이상 되어야 하므로 테레프탈레이트가 얼마나 큰 표면적을 지니고 있는지 상상이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0)스펀지와 숯의 공통점
이렇게 어떠한 기능을 가진 재료는 그 표면적이 크면 클수록, 기체나 액체를 더 많이 표면에 달라붙게 하거나 반응할 수 있게 되므로 그 기능이 향상된다. 표면적이 넓으면서도 부피가 작으면 훨씬 효과적이다. 제습기나 에어컨에도 이러한 재료를 이용하여 습기를 흡착하는 기능을 3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가정에서 청소용구로 이용하는 아크릴 수세미나 극세사 걸레, 흰색의 스펀지처럼 생긴 ‘매직블럭’은 기름기나 먼지를 흡착하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세제 없이도 어느 정도 청소가 용이하다. 또한,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수분 흡탈착 소재를 개발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역시 부피는 매우 작으면서도 표면적이 매우 넓은 멩거 스펀지와 같은 원리로 개발된 것이다. 
스펀지와 숯은 서로 다른 물질인데도 수학적으로는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 기능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교차로 교통신호체계와 순열

오거리에 선 운전자 언제 건널 수 있을까
[생활 속 수학이야기](32) 교차로 교통신호체계와 순열
동해와 맛있는 초당두부를 생각하면 단연 강릉이 최고다. 강릉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살펴보니 길이 여섯 개가 만나는 육거리다. “아니, 여의도 오거리, 디지털단지 오거리, 목동 오거리와 같이 오거리는 많이 봤지만 육거리라니?” 뭔가 어색하고 낯설기까지 하다.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놀랍게도 대구의 봉산 육거리, 청주의 석교 육거리, 제주의 고산 육거리와 같이 여섯 개의 길이 만나는 육거리가 종종 있었다. 과연 칠거리와 팔거리도 있을까? 많지는 않았지만 칠거리와 팔거리도 찾을 수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거리만 해도 복잡한데 오거리, 육거리, 칠거리, 팔거리의 복잡함은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길이 많이 교차되는 곳은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려면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여러 번을 기다려야만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날 내가 지나가도 된다는 파란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다음이 내 신호일까 싶으면 다른 쪽에서 차들이 달려오고, 또 이번이 내 신호인가 싶으면 다른 쪽에서 차가 좌회전을 받고 달려온다. 언제쯤 내가 지나가도 되는 것일까? 
길이 여러 개 만나는 곳은 언뜻 생각해도 복잡할 것 같지만 그 이유를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길이 여러 개 만날 때 이동 경로는 몇 개인지 구해 보자.
먼저 A, B, C 세 길이 만나는 삼거리의 경우 이동 경로는 A에서 B로, A에서 C로, B에서 A로, B에서 C로, C에서 A로, C에서 B로의 여섯 가지가 있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2) 교차로 교통신호체계와 순열
사거리의 경우에는 A에서 B, C, D로 가는 3가지 경우가 있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각각 3가지 경우가 있으므로 전체 경우는 12가지가 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동 경로의 경우의 수를 구하면 오거리의 경우 5×4=20, 육거리는 6×5=30이 된다. 더욱 어려운 수학 용어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오거리의 경우 5개에서 순서를 정해 2개를 선택하는 순열이라고 하며, 이 순열의 수는 5P2와 같이 나타낸다. 
이동 경로의 수를 표로 정리해 보자. 
이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거리가 하나 더 추가될 때마다 이동 경로 수는 비례적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수들은 사실 다각형의 대각선의 수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오각형을 생각해 보자. 어느 세 점도 일직선 위에 있지 않은 다섯 개의 점을 모두 이으면 오각형에서 대각선을 모두 그은 것과 같게 된다. 도로에서는 A에서 B로 가는 것과 B에서 A로 가는 경로가 모두 하나의 선분으로 처리된 것과 같으므로, 오각형에서 변의 수와 대각선의 수를 모두 더한 것은 오거리의 이동경로 수의 절반과 같게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2) 교차로 교통신호체계와 순열
다시 교차로로 돌아가자. 도로에서는 자동차가 다니는 이동 경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길을 건너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옛날에는 무조건 교차로에 육교를 만들어서 사람들은 육교로만 다니도록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면 차들이 다니는 경우만 고려해 교통신호 체계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차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애인들을 배려하면서 육교를 많이 없애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보행신호가 어떤 신호체계에 의해서 움직이기도 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곳에서는 보행자가 버튼을 누름으로써 보행신호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고려되어 신호체계가 바뀌려면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삼거리에서는 교통신호 체계가 간단하다. 즉, 길 A에서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동안 차들은 B에서 C로, C에서 B로 움직이면 되고, 이어서 길 B에서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게 하면 차는 A에서 C로, C에서 A로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길 C에서 사람이 건너가게 하면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2) 교차로 교통신호체계와 순열
사거리에서는 조금 복잡하다. A와 C에서 사람들이 건너가고 차들은 B와 D 사이를 다니게 한다. 이어서 B와 D에서 사람들이 건너가고 차들은 A와 C 사이를 지난다. 차가 A와 B를 다닐 때 동시에 C와 D를 다니게 하고 A와 D를 다닐 때는 B와 C를 다니게 하면 된다. 물론 이때는 어느 길에서도 사람들은 길을 건널 수 없다. 이런 경우 적절히 순서를 정하면 될 것이다. 물론 D를 사람들이 건너는 동안 차는 C에서 A로 직진하거나 B로 좌회전하게 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각 도로의 교통량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오거리는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이동경로는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대신 이런 경우에는 U턴이나 P턴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기도 한다. 사실 길이 여러 개 교차될 때 모든 길에 다니는 사람이나 차의 수가 비슷하지 않고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이용이 적은 이동 경로는 P턴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어쨌든 교통신호 체계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며 복잡하고 수준 높은 수학이 요구된다. 오거리에서 사람과 차에 부대끼며 오랜 시간 파란불을 기다릴 때 짜증을 내기보다는 이 도로에 적용되고 있는 수학을 생각하다 보면 지루함과 짜증을 잊을 수 있지는 않을까?
경향신문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24시간중 시침과 분침은 몇번이나 만날까
[생활 속 수학이야기](33)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으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으샤바 2008년” 
왜 하필 동대문과 남대문은 12시에 문이 닫히고 신데렐라는 12시까지 반드시 돌아가야 했을까? 날짜가 바뀌는 정점이기 때문이었을까? 시계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12시는 왠지 모를 신비감을 준다.
아마도 이러한 신비감이 함께 어우러져 뭔가 중요한 시점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계는 하루 24시간 중에 만나는 시간이 정오 12시와 자정 12시뿐일까? 그렇지 않다. 분침이 한 시간에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시간마다 한 번씩은 만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시침과 분침은 만나게 되는 것일까? 
분침은 한 시간에 360°씩 움직인다. 시침은 12시간 동안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한 시간에 360÷12=30(°)씩 움직인다. 그러므로 시침은 1분 동안에 0.5°씩 움직이고, 분침은 1분 동안에 6°를 움직인다. 이 사실을 이용하여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을 알아보자. 
12시 정각에 시침과 분침이 만나고 이어서 1시까지는 시침과 분침은 만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시와 2시 사이에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을 구해 보자. 시계에서 12를 기준으로 보면, 1시 정각에 분침은 0° 위치에 있지만 시침은 30° 위치에 있다. 시간이 χ분 지나면, 분침이 움직인 각도는 6xχ°가 되고, 시침의 위치는 30 + 0.5 x χ)°가 된다. 시침과 분침이 만나려면 이 두 각도가 같아야 하므로 방정식 6 + χ=30 + 0.5x χ 를 풀면 된다. 결과적으로 χ=60/11=5.4545...가 된다. 초등학생이 이 방정식을 풀기는 약간 어려울 것이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하면 조금 쉬울 수 있다. 시침과 분침은 1분에 5.5°씩 가까워진다. 
시침과 분침은 처음에 30°나 떨어져 있었으므로 30÷5.5=60/11(분) 후에 만나게 된다. 따라서 1시 5.45분 정도가 되면 시침과 분침이 만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방법을 일반화하여 다른 시간대에 시침과 분침이 겹치는 시각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3)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은 11시와 12시를 제외하고는 무한히 반복되는 소수로 나타난다. 즉 그 시간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중에 어느 시점이라는 것밖에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11시에서는 60분 후, 즉 12시가 되는 순간에 정확하게 만나게 되어, 또 다시 360°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기에 12시라는 것은 하루의 정오와 자정을 구분하는 것 이외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신비한 시간인 것이다.
위와 같은 시침과 분침의 방정식을 통해서 보다 더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5시와 6시 사이에서 언제 시침과 분침이 일직선을 이룰까? 앞서 시침과 분침이 겹쳐지는, 즉 각도가 같게 되는 시각을 구했는데, 이 경우에는 분침과 시침이 180°를 이루는 시각을 구하면 된다.
이와 같이, 시계에서 두 바늘이 만나는 각과 그 때의 시각에 대해 알아보려면 일차방정식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시계에는 이것보다 더 어려운 고등수학도 숨어 있다. 모듈산술 또는 시계산술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10시에서 5시간 후면 15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보통은 3시라고도 말한다. 즉, 시계에서는 10에 5를 더하면 15가 된다기보다는 3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일상적인 덧셈에서 나온 결과를 12로 나눈 나머지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전문적인 기호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10+5≡3(mod 12)가 된다. 이러한 모듈산술은 시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달력에도 있다. 즉, 각각의 날짜를 7로 나눈 나머지가 같은 날은 모두 같은 요일이 되는데, 요일을 따지는 것이 바로 이 모듈산술인 것이다. 

알고 보면 간단한 것에서 이와 같은 고등수학의 내용을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사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수학적으로 살피다 보면 여러분도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가 사는 어느 공간을 지키고 있는 시계, 하루 종일 나의 일상을 함께 하는 시계를 보며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수학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경향신문

소문의 전파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까?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해킹이나 개인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거대한 포털 사이트와 유조 회사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공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서 그 손해를 따지기가 어렵다. 게다가 요즘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서 전해지는 스팸 메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스팸 메일을 차단해 놓아도 신종 스팸 메일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얼마 전 필리핀에 사는 한 친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왠지 스팸 메일 같아보였으나 친구의 메일이라 얼른 서둘러서 읽어 내려갔다. 
‘여기에 쓰여 있는 내용과 똑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써서, 1주일 안에 7명에게 보내면 행운이 오고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다가올 것’이라는 내용 때문에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운의 편지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되어 메일뿐 아니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로도 전달된다. 이런 문자에 현혹되어 다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간혹 몇 사람은 심심풀이로 보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문자를 이어서 보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를 받은 사람은 모두 각각 또 다른 세 사람에게 1시간이 걸려서 문자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중복되어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하면 다음 표와 같이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이제 24시간이 지나면 문자를 받은 사람은 모두 1+3+9+27+…324와 같이 된다. 1, 3, 9, 27, …과 같이 앞에 있는 수에 일정한 수를 곱해서 그 다음 수가 정해지는 수의 열을 고등학교에서는 등비수열이라고 하고, 이러한 항들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공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몇 번째 항까지의 합을 구해봄으로써 귀납적으로 그 합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그러므로 1+3+9+27+…324는 325=847,288,609,443에서 1을 빼고 2로 나눈 값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 합은 423,644,304,721로 24시간이 지나면 4천억명이 넘는 사람이 문자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문자를 보낼 때,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문자를 받게 되는 시간을 계산해 보자. 20시간 후면 5,230,176,601명이 문자를 받게 되고, 21시간 후면 지구상의 인구인 67억명을 훨씬 초과하는 15,690,529,804명이 문자를 받게 된다. 
만약 3명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4명에게 문자를 보낸다면 그 시간은 얼마가 될까? 이 때 합을 구하는 방법은 앞의 방법에서 2로 나누지 않고 3으로 나누는 것과 같게 된다. 이 경우 16시간이 지나면 지구 인구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5,726,623,061명에게 문자가 보내지게 된다. 즉, 3명에서 4명에게 보내도록 하면 4시간 정도가 절약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자를 받고 읽고 보내는 데 1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며, 3명씩에게 보낼 때는 불과 21회만 계속되면 되니, 이렇게 똑같은 비율로 커지는 수들의 엄청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유명 연예인의 자살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겪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악성 댓글의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악성 댓글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의 전파 속도는 위에서와 같이 신속하다. 이러한 현상들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등비수열로서 설명되어질 수 있겠지만 수학이 아닌 현실에서는 그것이 전해지면서 그 내용이 와전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일이다. 그로 인해 요즘에는 이러한 인터넷 댓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경향신문

분자크기 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이유


[생활 속 수학이야기](38) 분자크기
바쁜 아침 시간이다. 빨리 준비해서 집을 나서지 않으면 항상 일정하지 않게 오는 버스를 또 눈앞에서 놓쳐 지각할 것 같아 불안하다. 밥은 꼭 먹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식탁 앞에 앉긴 하지만, 바쁜 마음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셔버린다.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더부룩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향한다. 밥을 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걸… 하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젖병을 떼고 밥을 막 먹기 시작한 유아에게 엄마가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꼭꼭 씹어 먹어요.”이다. 밥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우유 급식을 지도하실 때도, 우유도 음식을 씹듯이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된다고 말씀하신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건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여러 번 씹어 음식이 잘게 부수어지는 것이 덩어리째 삼키는 것보다는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왜냐고 재차 물으면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배운 수학을 근거로 대답하면 아주 명확한 대답이 된다.
한 마디로 말하여, 어떤 음식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전체의 부피는 변하지 않지만 음식이 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소화액(침 속의 아밀라아제)이 닿는 부분이 넓어져서, 소화액이 그만큼 더 잘 침투하여 음식물의 분해를 돕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을 생각해보자.
음식물의 모양이 구에 가깝다고 가정하자. 반지름이 r인 구 모양의 음식의 겉넓이는 4πr의곱 :(π는 원주율임)이다. 닮음비를 고려하여(반지름의 비가 2:1일 때, 부피의 비는 8 : 1이므로), 이 음식물을 8개의 알갱이로 잘게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반지름이 반으로 줄어, 작아진 알갱이의 반지름은 ½이 된다. 이 음식물 알갱이 한 개의 겉넓이는 4π(½r)의 곱 = πr의 곱이므로,
알갱이 8개의 총 겉넓이는 = 8πr의 곱. 
즉, 원래의 덩어리였을 때보다 8개의 알갱이로 나눈 음식의 겉넓이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르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 모양의 알사탕을 깨뜨려 먹으면, 입 속에서 굴려서 먹을 때보다 빨리 녹여 먹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위의 예보다 약간 복잡하다(한 번 씹을 때마다 기술 좋게 정확히 이전 단계의 반씩 쪼개진다고 가정하자). 
[생활 속 수학이야기](38) 분자크기
수식은 약간 복잡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사탕이 쪼개지는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의 겉넓이는 4πr의곱→6πr의곱→8πr의곱→10πr의곱…으로 계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은 영양 성분에 따라 소화가 되는 정도가 다른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소화가 잘 안 된다. 그런데, 같은 지방이라도 마가린이나 마요네즈 지방은 버터나 기름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 지방은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음식은 꼭꼭 씹어 먹거라.” 하시는 어른들의 말씀 속에 이렇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수학적 원리가 담겨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수학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이렇게 지혜가 담겨 있는 어른들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경향신문

거울의 반사 법칙

[생활 속 수학이야기](40) 거울의 반사 법칙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본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 빈도수가 높다. 집안을 들여다봐도 현관, 화장대, 욕실 등 우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거울들이 있다. 여름에는 거울을 소재로 하는 공포 영화도 볼만하다.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2003)나 알렉산더 아자의 ‘미러(Mirror)'(2008)와 같은 영화를 보라. 물론 영화는 실체를 반사해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에 어떠한 힘이 살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학작품 속에도 거울은 자주 등장한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 앨리스’는 거울의 대칭의 원리를 재미있게 이해하게 해 준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는 시구를 통해 온갖 고뇌와 시련을 거쳐 도달한 생의 원숙경(圓熟境)을 묘사한다. 이해인의 ‘거울 속의 내가’라는 시는 ‘얼굴을 돌리려 들면/거울 속의 내가/나에게 말합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허상인 거울의 내가 나에게 말하듯 표현을 하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는 햇빛과 건강과의 관계를 연구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면서 최근 경제 상황으로 인해 반지하방과 고시원 등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통계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최근에 반사 거울로 햇빛을 지하 공간까지 전하는 장치가 발명되어서 자연채광으로 밝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장치는 태양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울 시스템으로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활과 밀접한 거울 속에는 어떤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거울에는 빛의 반사의 법칙이 들어 있다. 거울에는 평면거울과 구면거울(오목거울 그리고 볼록거울)이 있는데, 평면거울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반사의 법칙은 들어올 때의 각도와 반사되어 나가는 각도가 같고 동일평면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자연의 최소 작용의 원리가 들어 있어서 최소 에너지로 최단 시간에 최단 거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반사의 원리가 숨어 있는 평면거울의 경우는 사실 전신 거울이라 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키만큼 큰 거울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신상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은 키×½이면 된다. 그리고 약간의 여유분만 있으면 거울 안에 전신이 ‘쏙’ 들어간다. 
평면거울의 경우 실상에 대한 허상의 비율인 배율은 (허상의 크기) / (실상의 크기) = 1이 된다. 이것은 또 거울부터 실상까지의 거리와 허상까지의 거리는 같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는 평면거울에서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물체가 움직일 경우는 물체의 속도와 거울 속 허상의 속도가 같다. (아래그림) 그러나 거울을 움직일 경우에는 거울 속의 상은 실체보다 2배의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허상의 위치가 물체와 같은 거리에 놓여야 하므로 2배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40) 거울의 반사 법칙
[생활 속 수학이야기](40) 거울의 반사 법칙
거울을 보면서 흔히 우리는 ‘좌우대칭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오른손을 움직이면 왼손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좌우대칭이 아니라 거울을 사이에 두고 전후 대칭이 되는 것이며, 그렇다고 거울이 항상 전후 대칭만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거울이 놓인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벽면과 같이 옆쪽에 거울을 놓았을 때는 좌우가 바뀌어 보이지만 거울을 천정에 놓으면 상하가 바뀌어 보이게 된다. 
<거울이 옆면에 있는 경우>
<거울이 옆면에 있는 경우>
<거울이 천장에 있는 경우>
<거울이 천장에 있는 경우> 
2001년 일본의 미에현에 사는 기카무라 겐지(57)는 좌우가 바꾸지 않는 거울을 발명해 특허를 따냈다. 바른 모습을 비춘다는 뜻으로 정영경(正映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것은 거울 2장을 직각으로 세우고 앞면은 투명 유리를 붙여 삼각기둥 모양을 만든 다음 그 안에 물을 채워 넣은 것이다. 즉, 거울에 반사된 것을 다시 반사하면 원래의 모습이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거울이 항상 좌우가 바뀌어 보인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정영경과 같은 것은 너무나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거울의 원리를 조금 더 따져보고, 생활의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개선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경향신문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nxn무늬 속 마름모·평행사변형을 찾아라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겨울이다. 추위가 제법 뼛속까지 시린 느낌을 준다. 이런 계절에는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두껍고 따뜻한 코트나 파카를 꺼내 입게 되는데, 그 안에 스웨터를 함께 입으면 더 든든하고 포근하다. 불경기라 실내 난방 온도를 마음 놓고 올리지 못하는 요즘, 코트나 파카를 벗게 되더라도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있다면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스웨터 무늬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아가일(Argyle)’ 무늬가 있다. 
겨울철에 특히 인기가 있어서 아가일 무늬가 있는 스웨터, 목도리, 양말 등이 어느 집이든 한 벌쯤은 있을 것이다. 아가일 무늬는 다이아몬드 모양(평행사변형)으로 이루어진 평면, 또는 평면에 간격이 비슷한 평행한 직선을 여러 개 긋고, 이를 선대칭 방향으로 다시 비슷한 방식으로 직선을 그어 생긴 평행사변형 평면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무늬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안에 또 다른 깊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자. 내 아가일 무늬 스웨터에는 마름모꼴 사각형이 몇 개 있을까? 스웨터를 방바닥에 펼쳐 놓고 손으로 일일이 세어 보는 방법이 있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수학적인 재미를 느끼기 어려우므로, 다음과 같이 작은 단위의 무늬부터 점점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차근차근 세어 보도록 하자.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위와 같이, 표를 계속 작성하다 보면 n×n무늬에서 마름모의 수는 12+22+32+…+n2이 될 것이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그런데, 또 가만히 아가일 무늬 스웨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름모꼴의 사각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길쭉한 모양의 평행사변형들도 무수히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내 아가일 무늬 스웨터에는 사각형이 도대체 모두 몇 개나 있을까? 이를 정확히 세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즉, 1) 네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마름모꼴의 개수를 먼저 세고, 2) 평행사변형이지만 마름모가 아닌 사각형을 차근차근 빠짐없이 세어야 한다.
먼저, 규칙을 찾기 위하여 2×2단위의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개수를 찾아보자. 크기와 모양이 각각 다른 평행사변형을 차근차근 세어 보면 왼쪽과 같은 표를 얻을 수 있고, 평행사변형의 총 개수는 9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3×3 단위의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개수를 찾아보면 총 36개가 나오게 된다. 
이를 정리하여 보면, 
1×1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수는 1 
2×2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수는 9=32=(1+2)2 
3×3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수는 36=62=(1+2+3)2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생활 속 수학이야기](41) 아가일 무늬의 사각형 개수
4×4 단위의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수는 (1+2+3+4)2=102=100, 5×5 단위의 무늬에서는 (1+2+3+4+5)2=152=225개의 평행사변형을 찾을 수 있다. 즉, n×n단위의 무늬에서 평행사변형의 수는 (1+2+3+…+n)2이 되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개수가 된다.
언뜻 보기에 아가일 무늬 스웨터는 단순한 다이아몬드 무늬 같았지만, 실은 수백 개의 사각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가일 무늬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꽤 오랫동안 질리지 않게 입을 수 있고, 또 그것을 입었을 때 왠지 고상해 보인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기하학 무늬 속에 담긴 이러한 오묘한 수학 때문은 아닐까?
실제 아가일 무늬 옷에서 사각형의 개수를 알아내려면, 옷의 모양과 전체적인 무늬의 배치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찾아야 할 것이며 좀더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 규칙을 찾고 표를 만들어가다 보면 개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집에서 혼자 아가일 무늬 옷을 펼쳐 놓거나 또는 아가일 무늬 옷을 입은 친구와 함께 따뜻하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에 빠져보자.
경향신문

안전거리 구하기

[생활 속 수학이야기](43) 안전거리 구하기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서 멈춰 있게 되면 속상해진다. 주위에 사고가 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길이 막힐까? 차가 휙휙 지나가면 아무리 차가 많아도 길이 막힐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그럴까? 
우선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군인들은 지휘관의 구호에 따라 모두 동시에 움직인다. 몇백 명이 모여 있어도 지휘관의 “앞으로 가!” 명령이 떨어지면 가장 앞에 있는 군인이든 가장 뒤에 있는 군인이든 모두 왼발(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오른발)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게 된다. 그리고 “제 자리 서!” 명령이 떨어지면 동시에 모두 멈춰 선다. 아무리 많이 있어도 부딪히거나 앞 사람과의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자동차도 이렇게 움직인다면 길이 막혀서 정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의 움직임과 자동차의 움직임은 다르다. 앞 차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 차가 움직이고 나서야 뒤의 차가 움직이고, 앞 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뒤의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뒤의 운전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운동 신경이 나쁘면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서 앞차와 추돌하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앞 차와 추돌하지 않을 만한 거리, 즉 안전거리를 확보해야만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보통 차의 주행 속도 수치를 그대로 m로 나타낸 수치를 안전거리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80km의 속력으로 달릴 때 안전거리는 80m 정도가 되는 것이다. 물론 비나 눈이 오는 경우에는 더 미끄럽기 때문에 이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안전하다.
도로에 차가 많아지면 많은 차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속력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의 속력에 따라서 안전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 보자. 안전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의 합이다. 
공주거리는 운전하는 사람이 차를 정지할 필요성을 느끼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자동차가 달린 거리이다. 그 반응 시간을 보통 0.5초나 1초로 잡는데, 여기서는 1초로 잡자. 이 1초 동안 차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즉, 등속 운동) 달린다. 그러므로 시속 100km(초속 28m)와 80km(초속 22m), 50km(초속 14m)로 달리는 차의 공주거리는 각각 28m, 22m, 14m가 된다.
제동거리는 브레이크를 밟은 후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이다. 이 때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등가속도 운동이라고 한다. 이 때 움직인 거리는 다음 공식으로 구하게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43) 안전거리 구하기
그러므로 가속도를 알아야 제동거리를 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가속도를 -5m/초2이라고 하자. 나중 속도는 0km이므로, 시속 100km(초속 28m)와 80km(초속 22m), 50km(초속 14m)로 달리는 차의 제동거리를 위의 공식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자동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에 자동차의 길이를 더한 값이 되므로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43) 안전거리 구하기
공주거리는 속력에 비례하지만 제동거리는 속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차의 속도가 2배 빨라지면 제동거리는 4배 더 길어지고, 그래서 안전거리도 4배 정도 더 길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과속이 위험한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이제 길이가 10km인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차량이 모두 몇 대까지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그 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거리는 109m이다. 그러므로 10000/109=92(대)의 차가 있을 수 있다. 시속 80km인 경우에는 10000/73=137(대), 시속 50km인 경우에는 10000/37=270(대)가 있게 된다. 
즉, 10km 구간에서 92대까지는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지만 차가 그 이상 많아지면 속력이 떨어지게 되어, 차가 137대, 270대로 많아지면 차량 속력은 각각 시속 80km와 시속 50km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끼어들기를 한다거나 사고가 났을 때, 혹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곳이 막힐 때는 더 차의 속력이 떨어진다. 

차가 많아지면 당연히 차의 속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화를 내거나 조급해 한다고 해서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사고를 낼 가능성만 더 높아진다. 차의 주행 속도를 생각해 보면서 도로 위의 차량 수를 계산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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