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4일 일요일

분자크기 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이유


[생활 속 수학이야기](38) 분자크기
바쁜 아침 시간이다. 빨리 준비해서 집을 나서지 않으면 항상 일정하지 않게 오는 버스를 또 눈앞에서 놓쳐 지각할 것 같아 불안하다. 밥은 꼭 먹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식탁 앞에 앉긴 하지만, 바쁜 마음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셔버린다.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더부룩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향한다. 밥을 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걸… 하고 뒤늦게 후회를 한다.
젖병을 떼고 밥을 막 먹기 시작한 유아에게 엄마가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꼭꼭 씹어 먹어요.”이다. 밥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우유 급식을 지도하실 때도, 우유도 음식을 씹듯이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된다고 말씀하신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건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여러 번 씹어 음식이 잘게 부수어지는 것이 덩어리째 삼키는 것보다는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왜냐고 재차 물으면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배운 수학을 근거로 대답하면 아주 명확한 대답이 된다.
한 마디로 말하여, 어떤 음식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전체의 부피는 변하지 않지만 음식이 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소화액(침 속의 아밀라아제)이 닿는 부분이 넓어져서, 소화액이 그만큼 더 잘 침투하여 음식물의 분해를 돕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을 생각해보자.
음식물의 모양이 구에 가깝다고 가정하자. 반지름이 r인 구 모양의 음식의 겉넓이는 4πr의곱 :(π는 원주율임)이다. 닮음비를 고려하여(반지름의 비가 2:1일 때, 부피의 비는 8 : 1이므로), 이 음식물을 8개의 알갱이로 잘게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반지름이 반으로 줄어, 작아진 알갱이의 반지름은 ½이 된다. 이 음식물 알갱이 한 개의 겉넓이는 4π(½r)의 곱 = πr의 곱이므로,
알갱이 8개의 총 겉넓이는 = 8πr의 곱. 
즉, 원래의 덩어리였을 때보다 8개의 알갱이로 나눈 음식의 겉넓이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르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 모양의 알사탕을 깨뜨려 먹으면, 입 속에서 굴려서 먹을 때보다 빨리 녹여 먹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위의 예보다 약간 복잡하다(한 번 씹을 때마다 기술 좋게 정확히 이전 단계의 반씩 쪼개진다고 가정하자). 
[생활 속 수학이야기](38) 분자크기
수식은 약간 복잡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사탕이 쪼개지는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의 겉넓이는 4πr의곱→6πr의곱→8πr의곱→10πr의곱…으로 계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은 영양 성분에 따라 소화가 되는 정도가 다른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소화가 잘 안 된다. 그런데, 같은 지방이라도 마가린이나 마요네즈 지방은 버터나 기름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 지방은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음식은 꼭꼭 씹어 먹거라.” 하시는 어른들의 말씀 속에 이렇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수학적 원리가 담겨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가? 수학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이렇게 지혜가 담겨 있는 어른들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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