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4일 일요일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24시간중 시침과 분침은 몇번이나 만날까
[생활 속 수학이야기](33)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으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으샤바 2008년” 
왜 하필 동대문과 남대문은 12시에 문이 닫히고 신데렐라는 12시까지 반드시 돌아가야 했을까? 날짜가 바뀌는 정점이기 때문이었을까? 시계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12시는 왠지 모를 신비감을 준다.
아마도 이러한 신비감이 함께 어우러져 뭔가 중요한 시점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계는 하루 24시간 중에 만나는 시간이 정오 12시와 자정 12시뿐일까? 그렇지 않다. 분침이 한 시간에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시간마다 한 번씩은 만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시침과 분침은 만나게 되는 것일까? 
분침은 한 시간에 360°씩 움직인다. 시침은 12시간 동안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한 시간에 360÷12=30(°)씩 움직인다. 그러므로 시침은 1분 동안에 0.5°씩 움직이고, 분침은 1분 동안에 6°를 움직인다. 이 사실을 이용하여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을 알아보자. 
12시 정각에 시침과 분침이 만나고 이어서 1시까지는 시침과 분침은 만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시와 2시 사이에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을 구해 보자. 시계에서 12를 기준으로 보면, 1시 정각에 분침은 0° 위치에 있지만 시침은 30° 위치에 있다. 시간이 χ분 지나면, 분침이 움직인 각도는 6xχ°가 되고, 시침의 위치는 30 + 0.5 x χ)°가 된다. 시침과 분침이 만나려면 이 두 각도가 같아야 하므로 방정식 6 + χ=30 + 0.5x χ 를 풀면 된다. 결과적으로 χ=60/11=5.4545...가 된다. 초등학생이 이 방정식을 풀기는 약간 어려울 것이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하면 조금 쉬울 수 있다. 시침과 분침은 1분에 5.5°씩 가까워진다. 
시침과 분침은 처음에 30°나 떨어져 있었으므로 30÷5.5=60/11(분) 후에 만나게 된다. 따라서 1시 5.45분 정도가 되면 시침과 분침이 만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방법을 일반화하여 다른 시간대에 시침과 분침이 겹치는 시각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3) 시계속에 숨겨진 수학원리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침과 분침이 만나는 시각은 11시와 12시를 제외하고는 무한히 반복되는 소수로 나타난다. 즉 그 시간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중에 어느 시점이라는 것밖에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11시에서는 60분 후, 즉 12시가 되는 순간에 정확하게 만나게 되어, 또 다시 360°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기에 12시라는 것은 하루의 정오와 자정을 구분하는 것 이외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신비한 시간인 것이다.
위와 같은 시침과 분침의 방정식을 통해서 보다 더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5시와 6시 사이에서 언제 시침과 분침이 일직선을 이룰까? 앞서 시침과 분침이 겹쳐지는, 즉 각도가 같게 되는 시각을 구했는데, 이 경우에는 분침과 시침이 180°를 이루는 시각을 구하면 된다.
이와 같이, 시계에서 두 바늘이 만나는 각과 그 때의 시각에 대해 알아보려면 일차방정식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시계에는 이것보다 더 어려운 고등수학도 숨어 있다. 모듈산술 또는 시계산술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10시에서 5시간 후면 15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보통은 3시라고도 말한다. 즉, 시계에서는 10에 5를 더하면 15가 된다기보다는 3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일상적인 덧셈에서 나온 결과를 12로 나눈 나머지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전문적인 기호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10+5≡3(mod 12)가 된다. 이러한 모듈산술은 시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달력에도 있다. 즉, 각각의 날짜를 7로 나눈 나머지가 같은 날은 모두 같은 요일이 되는데, 요일을 따지는 것이 바로 이 모듈산술인 것이다. 

알고 보면 간단한 것에서 이와 같은 고등수학의 내용을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사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수학적으로 살피다 보면 여러분도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가 사는 어느 공간을 지키고 있는 시계, 하루 종일 나의 일상을 함께 하는 시계를 보며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수학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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