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서 멈춰 있게 되면 속상해진다. 주위에 사고가 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길이 막힐까? 차가 휙휙 지나가면 아무리 차가 많아도 길이 막힐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그럴까?
우선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군인들은 지휘관의 구호에 따라 모두 동시에 움직인다. 몇백 명이 모여 있어도 지휘관의 “앞으로 가!” 명령이 떨어지면 가장 앞에 있는 군인이든 가장 뒤에 있는 군인이든 모두 왼발(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오른발)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게 된다. 그리고 “제 자리 서!” 명령이 떨어지면 동시에 모두 멈춰 선다. 아무리 많이 있어도 부딪히거나 앞 사람과의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자동차도 이렇게 움직인다면 길이 막혀서 정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의 움직임과 자동차의 움직임은 다르다. 앞 차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 차가 움직이고 나서야 뒤의 차가 움직이고, 앞 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뒤의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뒤의 운전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운동 신경이 나쁘면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서 앞차와 추돌하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앞 차와 추돌하지 않을 만한 거리, 즉 안전거리를 확보해야만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보통 차의 주행 속도 수치를 그대로 m로 나타낸 수치를 안전거리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80km의 속력으로 달릴 때 안전거리는 80m 정도가 되는 것이다. 물론 비나 눈이 오는 경우에는 더 미끄럽기 때문에 이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안전하다.
도로에 차가 많아지면 많은 차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속력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의 속력에 따라서 안전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 보자. 안전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의 합이다.
공주거리는 운전하는 사람이 차를 정지할 필요성을 느끼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자동차가 달린 거리이다. 그 반응 시간을 보통 0.5초나 1초로 잡는데, 여기서는 1초로 잡자. 이 1초 동안 차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즉, 등속 운동) 달린다. 그러므로 시속 100km(초속 28m)와 80km(초속 22m), 50km(초속 14m)로 달리는 차의 공주거리는 각각 28m, 22m, 14m가 된다.
제동거리는 브레이크를 밟은 후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이다. 이 때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등가속도 운동이라고 한다. 이 때 움직인 거리는 다음 공식으로 구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속도를 알아야 제동거리를 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가속도를 -5m/초2이라고 하자. 나중 속도는 0km이므로, 시속 100km(초속 28m)와 80km(초속 22m), 50km(초속 14m)로 달리는 차의 제동거리를 위의 공식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자동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에 자동차의 길이를 더한 값이 되므로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공주거리는 속력에 비례하지만 제동거리는 속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차의 속도가 2배 빨라지면 제동거리는 4배 더 길어지고, 그래서 안전거리도 4배 정도 더 길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과속이 위험한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이제 길이가 10km인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차량이 모두 몇 대까지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그 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거리는 109m이다. 그러므로 10000/109=92(대)의 차가 있을 수 있다. 시속 80km인 경우에는 10000/73=137(대), 시속 50km인 경우에는 10000/37=270(대)가 있게 된다.
즉, 10km 구간에서 92대까지는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지만 차가 그 이상 많아지면 속력이 떨어지게 되어, 차가 137대, 270대로 많아지면 차량 속력은 각각 시속 80km와 시속 50km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끼어들기를 한다거나 사고가 났을 때, 혹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곳이 막힐 때는 더 차의 속력이 떨어진다.
차가 많아지면 당연히 차의 속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화를 내거나 조급해 한다고 해서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사고를 낼 가능성만 더 높아진다. 차의 주행 속도를 생각해 보면서 도로 위의 차량 수를 계산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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