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꽃잎 그리고 식물의 잎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찾아보자. 이 수열은 식물뿐 아니라 고둥이나 소라의 나선 구조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 수열은 운명적으로 가장 아름답다는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황금비는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이나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시작해 오늘날에는 신용카드와 담뱃갑, 종이의 가로 세로 비율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인간만 황금비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황금비는 태풍과 은하수의 형태, 초식동물의 뿔, 바다의 파도에도 있다.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의 비율도 황금비이다. 이런 사례를 찾다보면 우주가 피보나치 수열의 장난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수열은 12세기 말 이탈리아 천재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제안했다.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이 수열이다. 이 수열은 앞서 나오는 두 개의 숫자의 합이다. 1, 1, 1+1=2, 1+2=3, 2+3=5, 3+5=8, 5+8=13, 8+13=21, 13+21=34, 21+34=55, 34+55=89…이처럼 계속 수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변의 꽃잎을 세어보면 거의 모든 꽃잎이 3장, 5장, 8장, 13장…으로 되어 있다. 백합과 붓꽃은 꽃잎이 3장, 채송화·패랭이·동백·야생장미는 5장, 모란·코스모스는 8장, 금불초와 금잔화는 13장이다. 과꽃과 치코리는 21장, 질경이와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종류에 따라 55장과 89장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피보나치 숫자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해바라기나 데이지 꽃머리의 씨앗 배치에도 존재한다. 해바라기 씨앗이 촘촘히 박혀 있는 꽃머리를 유심히 보면 최소 공간에 최대의 씨앗을 배치하기 위한 ‘최적의 수학적 해법’으로 꽃이 피보나치 수열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씨앗은 꽃머리에서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방향으로 엇갈리게 나선 모양으로 자리 잡는다. 데이지 꽃머리에는 서로 다른 34개와 55개의 나선이 있고, 해바라기 꽃머리에는 55개와 89개의 나선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식물의 잎차례이다. 잎차례는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하는 방식이다. 잎차례는 t/n로 표시한다. t번 회전하는 동안 잎이 n개 나오는 비율이 참나무·벚꽃· 사과는 2/5이고, 포플러·장미·배·버드나무는 3/8, 갯버들과 아몬드는 5/13이다. 모두 피보나치 숫자다. 전체 식물의 90%가 피보나치 수열의 잎차례를 따르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신비롭게도 가장 아름다운 기하학적 비율인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앞뒤 숫자의 비율을 2/1, 3/2, 5/3, 8/5, 13/8, 21/13, 34/21, 55/34, 89/55…식으로 무한대로 가면 1.618…이란 황금비에 수렴한다. 이처럼 잎차례가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 것은 이것이 잎이 바로 위의 잎에 가리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수학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식물의 DNA가 피보나치 수열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식물의 씨앗이나 잎이 먼저 나온 씨나 잎을 비집고 새로 자라면서 환경에 적응해 최적의 성장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보나치 수열이 형성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아졌다.
최근 들어 생물뿐 아니라 전하를 입힌 기름방울을 순서대로 떨어뜨려도 해바라기 씨앗처럼 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피보나치 수열과 이 수열이 만들어내는 황금비는 생물은 물론 자연과 우주 어디에나 숨어 있다.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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