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30일 토요일

“근자감 중요”…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은

 

허준이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기념 수학강연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수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39·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모교인 서울대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특강에 나섰다. 허 교수는 학생들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필즈상 수상 기념 수학 강연회’를 열고 자신의 연구 분야인 ‘조합 대수기하학’을 활용한 문제 풀이 방법을 강의했다. 허 교수가 45년 간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2012년 해결할 때 사용한 ‘호지 이론’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었다.

강의에서 허 교수는 “T S 엘리엇이 어느 장소로 돌아오는 것의 의미를 쓴 적이 있는데, 제게는 상산관(서울대)에서 지내는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 있는 자신감 말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근거가 없는 자신감이 유연성을 준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강의를 들은 서울대생 주정원 씨(18)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들었다”며 “앞으로 수학을 진로로 할 때 이 말을 계속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강의에 앞서 축사를 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BTS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 위상이 올라가면서 노벨상과 필즈상을 받는 인재는 언제 나오냐는 말이 있었는데 드디어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분이 필즈상을 받았다”고 축하했다.

앞서 5일 허 교수는 국제수학연맹(IMU)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준이 교수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동아일보

2022년 7월 16일 토요일

시인을 꿈꿨던 수학자 허준이 “먼 길 돌아왔다, 너무 조급해 말라“

 

News 1
한인 첫 필즈상 수상 쾌거, 허준이 교수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입니다. 허 교수는 미국 시민권자이긴 하지만,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과정을 마쳤습니다. 때문에 그의 성과는 한국 수학계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을 터입니다. 세계적인 수학자로 인정받은 그는 놀랍게도 대학원에서부터 수학을 공부한 늦깎이 수학자입니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입학한 서울대 물리학과에선 F학점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여정에 대해 “저는 먼 길을 돌아서 제 일과 적성을 찾았지만, 돌아보니 그 길이 제게 가장 알맞은 길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과 관련한 뉴스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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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gAng Ilbo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연구, 어떻게 인류에 기여할까?


허준이 교수의 조합 대수기하학이 인류의 지식과 기술, 미래생활에 갖는 의미



2022년 7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20분경, 수학자로서 최고 권위의 상이자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수학 노벨상’, ‘필즈상(Fields Medal)’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 대 수학 교수와 한국고등과학원의 석학 교수를 겸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가 이 영예의 수상을 받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한국계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노벨상보다 빛나는 필즈상의 영예

국제수학연맹(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IMU)에서는 수학 분야에 관한 토론과 강연 등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국제 행사, 세계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 ICM)를 개최한다. 세계수학자대회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마다 열리며, 수학계에 중대한 공헌을 한 만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

필즈상의 전면에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두상이, 측면에는 허준이 교수의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다. ©Wikipedia,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유튜브 캡처

필즈상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이명이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노벨상보다 더욱 받기 어렵다. 우선은 나이 제한이 큰 요인이다. 만 40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이 있는 이유는 ‘이룬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장래에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장려’하는 것이 필즈상 수여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허준이 교수는 1983년 6월생으로, 만 39세 나이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다수가 수상하는 노벨상과는 달리 필즈상은 최대 4명까지만 동시 수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1901년부터 시상한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947명인 데 비해, 필즈상 수상자는 1936년부터 올해 2022년 수상자를 포함해도 64명에 불과한 극히 적은 수이다.

역사상 위대한 수학자 64 안에 든 허준이 교수의 업적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교육받은 최초의 한국계 수학자 수상자라는 것과, 역대 아시아계 필즈상 수상자가 6명에 불과했으며 1990년 이후로는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올해 2월 한국의 수학국가등급이 상향되어 최고등급(5그룹) 12개국 안에 든 것에 연이은 희소식으로 한국 수학계에는 큰 기쁨이 되었다.

 

11개의 난제를 해결하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재학하던 허준이 교수는 동대학원에서 수학 석사 학위를, 이후 미국 미시건 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학자들은 ‘난제(conjecture)’를 추측의 형태로 제시하는데,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평생 하나의 난제를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허준이 교수는 40세가 되기도 전에 무려 11개의 난제를 증명하고 해결했다.

허준이 교수의 약력과 난제 해결 이력을 나타낸 도표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전에 오랜 수학 난제를 해결하며 수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김영훈 교수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박사 1년차에 불과한 2010년 첫 단독논문으로 수학계의 오랜 난제인 로타의 추측과 웰시의 추측이 행렬에서 참임을 증명한 것을 기점으로, 허준이 교수는 일약 수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인 2012년에 수학계의 45년 난제인 ‘리드 추측’을 증명한 것은 허준이 교수의 천재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리드 추측의 선행 연구(밀너 수 연구)는 서울대학교 석사과정에서부터 이미 시작했으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고등과학원의 방문교수(KIAS Scholar)로 있는 동안에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조합 대수 기하학이란?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으로 수학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다. 동시에 매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한데, 서로 다른 두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려면 둘 모두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이다.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융합과 직관을 통해 많은 난제를 해결했다.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유튜브 캡처

조합론(Combinatorics)이란 간단히 말해 ‘경우의 수’를 탐구하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경우의 수와 같은 맥락이다. 조합론의 주요 대상은 정수뿐 아니라 다각형과 각종 논리연산까지 포함된다. 특히, 각각의 객체들이 서로가 서로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표시함으로써 객체들의 ‘연결의 구조’를 다루는 ‘그래프 이론(graph theory)’는 컴퓨터 공학 및 구글 등 인터넷 검색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된다.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는 쉽게 말해 ‘도형’을 다루는 수학 분야이다. ‘대수’, 즉 식과 연산을 통해 ‘기하’, 도형, 곡선, 곡면 등을 연구한다. 역으로 도형 및 기하를 통해 식과 연산을 연구하기도 하며 그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해석기하학의 심화라고도 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의 ‘원의 방정식’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허준이 교수는 대수기하학에 대한 강력한 직관을 바탕으로 조합론의 많은 난제들을 해결했다. 조합론 내부에서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대수기하학과 접목시킴으로써 획기적인 해결을 보여주었다. 허준이 교수는 이에 대해 “조합된 객체들에서 공간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면, 기하학적 직관을 이용해서 원래 결합되어 있는 구조에 숨어있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표현했다.

허준이 교수의 성과는 이후로도 많은 난제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은 물론, 조합론을 포괄하는 대수기하학의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과 대수기하학의 토대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조합론과 대수기하학 두 분야에서 모두 새 지평을 연 것이다.

 

수학적 이론을 가볍게 살펴보면채색 다항식과 리드 추측

허준이 교수가 박사과정 중 해결한 난제 ‘리드 추측’과 조합 대수기하학은 조합론의 고전적인 문제인 ‘4색 문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4색 문제란 특정 여러 부분으로 나눈 평면에서 4개의 색깔을 서로 같은 색깔끼리 맞닿지 않게 색칠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지도를 생각하면 각 나라를 4가지의 색깔로 이웃 나라와 겹치지 않게 색칠하는 것이다.

허준이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 해결한 리드추측은 지도를 각기 다른 색으로 색칠하는 4색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Wikimedia commons

이 문제를 다항식 또는 함수로 바꾸어보면 ‘조합론’에 ‘대수’ 또는 ‘대수기하’를 적용한 것이 된다. 각 구획의 연결성 및 관계성을 수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획이 총 χ개일 때, 각기 다른 n개의 색깔을 겹치지 않게 색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식을 ‘채색 함수’ 또는 ‘채색 다항식’이라 한다.

4색문제 또는 채색문제를 세 구획으로 나누어진 도형에서 보면 더욱 간단하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예컨대 위와 같은 그림의 삼각형의 세 구획에 적용해 본다면, 색칠할 수 있는 가짓수를 n개라고 했을 때, 삼각형을 각기 다르게 색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G(χ=3) = n(n-1)(n-2) = n³-3n²+2n’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때 ‘4색 문제’라면 ‘n=4’이므로 총 가짓수는 6가지이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나눠진 구획이 많아질수록 다항식은 훨씬 복잡해진다.

허준이 교수는 이 다항식의 성질, 다항식 계수들의 증감 추세에 주목했다. 이 계수들의 로그 값 경향을 추론하여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여러 난제들을 해결한 것이다. 이는 자연에서 얻는 많은 수열들이 로그를 씌웠을 때 특정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허준이 교수의 연구는 연결성과 독립성을 수학적으로 구조화한 ‘그래프(graph theorem)’와 ‘매트로이드(matroid)’의 성질에 관한 것인데, 따로따로 떨어진 점(객체)들의 연결을 구조화하고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여러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즈상에 빛나는 수학적 성과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허준이 교수의 연구 업적은 여러 기술에 응용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컴퓨터 연산, AI, 빅데이터 등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은 모두 조합론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다. ‘연결’과 ‘구조’에 주목한 허준이 교수의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현대의 많은 기술이 통신과 네트워크, 복잡계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준이 교수는 “인터넷 사용자 하나를 꼭짓점으로 보고 이들이 연결되는 형태를 수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준이 교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인 서울대 수리과학부 김영훈 교수 또한 “기초적인 그래프 이론의 활용이 구글 검색을 가능하게 했듯, 앞으로 허교수의 연구가 사람들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기술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객체들의 ‘연결’에 주목하는 허준이 교수의 수학 연구 업적은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이 중요한 현대사회와 기술에 크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GettyImagesBank

연구 업적들은 광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의 정보통신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통계물리 등 여러 분야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검색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활용될 수도 있고, 빅데이터와 고속연산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수많은 경우와 수많은 돌발 변수를 가정해야 하는 ‘초복잡계’의 교통.물류 관련 프로그램 개발, 기상 예보의 정확성 향상 등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AI(인공지능) 분야에서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리드 추측 해결 등의 성과를 활용함으로써 AI 학습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들의 변수는 노드, 즉 점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기존에는 AI의 신경망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각 점(노드)들을 사람이 직접 선을 그리며 연결해야 했다. 그러나 허준이 교수의 수학적 이론을 적용하면 점을 연결하거나 연결을 끊는 작업들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수학적 원리에 따라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훨씬 효율적인 AI 학습이 가능해진다. 현재 AI가 겪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고 비약적으로 발전해나갈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훈 교수는 “허 교수의 업적은 앞으로 100년간 IT와 AI 분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필즈상 수상과 같은 수학 분야 최정상급 연구는 수십 년에 걸쳐 활용되는 만큼 당장 어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10~20년 이내에 반드시 주요 산업에서 응용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19세기 나온 리만기하학이 50년 뒤 상대성이론으로 이어졌고, 100년 뒤 GPS(위성항법장치)의 등장으로 이어졌듯, 허 교수의 업적도 미래의 삶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덧붙였다.

 

허준이 교수는 2022년 영예의 필즈상을 수상함으로써 많은 수학자, 특히 한국의 수학자와 수학도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2022년 부로 한국고등과학원의 석학교수를 겸임하게 된 허준이 교수는 여름마다 방문하여 한국에서의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허준이 교수는 수학과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을 뿐 아니라 인류의 기술과 생활이 진보하는 기반 원리를 다져 주었다. 허준이 교수가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갈 다양한 연구를 통해 또 얼마나 세상을 놀라게 해줄 것인지 기대가 크다.

  ScienceTimes

허준이 교수가 해결한 11개 수학 난제들은? 조합 대수기하학의 11개 난제들에 대해

 

수학 분야의 노벨상, ‘필즈상’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 교수인 허준이 교수는 한국 시각으로 2022년 7월 5일 오후 4시경 수학 분야 최고 권위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연구, 어떻게 인류에 기여할까? )

필즈상(Fields Medal)은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하는 메달로 1936년 제정된 후 한 대회에서 2~4명까지 수상하기에 올해까지 수상자가 총64명밖에 되지 않는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는 관계로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필즈상은 아벨상, 울프상과 함께 수학 분야 최고권위의 상으로 불리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상과 대비되는 제한 조건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40세 미만에게만 수여된다는 점인데, 상의 제안자인 캐나다 수학자 필즈는 이에 관해 필즈상은 이미 이루어진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하지만, 이와 동시에 장래에도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의미로 상을 수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린스턴대에서의 허준이 교수 © Caroline Gutman/Quanta Magazine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먼저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으로 방정식들로 정의되는 기하학적 공간을 연구하는 대수 기하학을 통해서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새로운 수학 분야이다.

허준이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여러 조합론 난제(보통 추측 conjecture의 형태로 제시됨)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허준이 교수는 그동안 어떤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했을까? 또한 이는 수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을까?

허준이 교수가 해결한 난제로는 리드 추측, 호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다울링-윌슨 추측, 강한 메이슨 추측, 브리로스키 추측, 도슨-콜번 추측, 오쿤코프 추측, 딤카-파파디마 추측, 엘리아스-프라우드풋-웨이크필드 추측 등이 있다.

 

리드 추측을 시작으로 호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등 여러 난제 해결

허준이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 중 수학계 난제 중 하나인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 1968)을 해결했다고 알려져 있다. 리드 추측은 영국의 수학자 로날드 리드가 1968년 제시한 문제로, 그래프에서 인접하는 꼭짓점에 서로 다른 색을 색칠하는 경우의 수인 채색 다항식(chromatic polynomial) 계수의 절댓값이 갖는 성질에 대한 추측을 말한다. 또한, 호가 추측(Hogger, 1974)은 이들이 로그-오목성을 가진다는 추측을 말한다.

참고로, 양수인 실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은 수로부터 시작하여 정점에 도달한 후 줄어들기 시작하는 수열이(줄어들다가 다시 커지지 않고 단 하나의 정점만 존재, 즉 봉우리가 하나인 수열: 아래로 오목한 곡선 혹은 단봉 unimodal 이라고 부름) 로그를 취했을 때, 다시 이런 수열이 된다면 ‘로그 오목성(log-concavity)’을 띈다고 한다. 즉, 로그-오목은 특정 부등식(아래)이 모든 i에 대해 성립하는지 묻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로그-오목은 위 특정 부등식이 모든 i 에 대해 성립하는지 묻는다.  © 사이언스타임즈

허 교수는 그의 예전 스승 히로나카 헤이스케 서울대 석좌교수의 특이점 이론을 그래프에 적용하는 방법을 발견했으며 위 방법을 이용하여 리드 추측을 해결하게 된다. 위 증명으로 허 교수는 주목을 받아 그의 소속을 미시간대학 박사 과정으로 옮기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리드 추측이 속한 더 큰 문제인 로타 추측(Rota-Heron-Welsh conjecture, 1971)에 도전하게 된다.

로타 추측이란 이탈리아 태생의 미국 수학자 잔카를로 로타가 1971년 리드-호가의 추측(Read’s conjecture, 1968 그리고 Hoggar, 1974)과 메이슨-웰시의 추측을 일반화하여, 임의의 매트로이드(matroids) M에 대해 특성 다항식의 계수들이 로그-오목임을 보이는 문제이다.

메이슨-엘시 추측(Mason-Welsh conjecture, 1971)은 유한 차원의 벡터 공간에 포함된 유한개의 벡터 집합 E가 주어질 때, 원소가 i개인 E의 부분 집합 중 일차 독립인 것의 개수를 나타내는 수열에서 이러한 특정 다항식의 계수들 즉, 특정 수열이 로그-오목인지에 관해서 묻는 문제이다. 또한 강한 메이슨 추측(strong Mason conjecture, 1972)은 메트로이드의 독립 수열에 관해서 묻는 문제이다.

리드 추측이 그래프 채색 다항식의 성질을 밝히는 문제였던 점에 반해, 로타 추측은 벡터 공간에 있는 유한 집합의 특성 다항식의 계수들이 로그-오목임을 보이는 보다 일반적인 문제이다. 허 교수는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호지가 개척한 대수기하학 관련 연구(호지-리만 관계 혹은 호지 이론)를 통해서 위 문제를 해결했다.

 

“Top-heavy” 다울링-윌슨 추측도 해결하다

다울링-윌슨 추측(Dowling-Wilson conjecture, 1974)은 1974년 수학자 토마스 다우링과 리차드 윌슨이 제시한 문제로 “top-heavy” 문제라고도 불리운다. d차원 공간에 있는 점 n개가 초평면 하나에 모두 포함되지 않는다면 (가정: 2d ≥ 직선 p일 때), 그 점으로 결정되는 (p-1) 차원 공간의 수는 점 n개로 결정되는 (d-p) 차원 공간의 수보다 클 수 없다는 추측이다 (엄상일 교수의 따끈따끈한 수학에서 발췌).

허 교수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왕 교수는 위 추측에 대한 증명뿐 아니라 각각의 (p-1) 차원 공간이 대응되는 (d-p) 차원 공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대응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밝혀서 화제가 되었다.

강의 중인 허준이 교수 © Caroline Gutman/Quanta Magazine

브리로스키 추측, 도슨-콜번 추측 역시 로그-오목 관련 추측

브리로스키 추측 (Brylawski conjecture, 1982)는 1982년 수학자 토마스 브리로스키가 제시한 문제로 연결된 매트로이드의 텃 다항식(Tutte polynomial: 유한 그래프 및 유한 매트로이드에 대응되는 2변수 정수 계수 다항식) 이 기약(irreducible: 더 낮은 차수의 다항식의 곱으로 표시되지 않음)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도슨-콜번 추측 (Dawson-Colbourn conjecture, 1984) 역시 브리로스키 추측과 같이 특정 다항식에서 나오는 로그-오목과 관련이 있는 추측이다.

도슨은 매트로이드의 h-vector가 로그-오목이라고 추측했으며 콜번은 네트워크 안정성(network reliability)의 맥락에서 그래픽 매트릭스에 대해서 로그-오목임을 추측했다. 허 교수는 Denham, Garrousian 및 Schulze의 특정 다항식에 대한 기하 공식을 기반으로, 특정 필드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매트로이드에 대해서 도슨의 추측을 증명해냈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는 계속된다

오쿤코프 추측(Okounkov conjecture, 2003)은 러시아의 수학자 안드레이 유례비치 오쿤코프가 2003년 불변량 이론(invariant theory)의 관점에서 로그-오목임을 추측한 이론이다. 이외에도 허 교수가 해결한 난제로는 딤카-파파디마 추측(Dimca-Papadima conjecture, 2003: 수학자 알렉산드루 딤카와 슈테판 파파디마가 추측한 이론으로 고립된 특이점을 가진 모든 호말로이드 초표면 homaloidal hypersurfaces 에 관한 추측), 그리고 엘리아스-프라우드풋-웨이크필드 추측(Elias-Proudfoot-Wakefield conjecture, 2016: 매트로이드에 대해서 Kazhdan-Lusztig 다항식을 도입하며, 다항식이 평면 격자의 각 요소 쌍에 대해서도 정의될 수 있다는 이론) 등이 있다.

허준이 교수의 강의 노트 © Caroline Gutman/Quanta Magazine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인 조합론은 컴퓨터 계산, 인공 지능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많은 산업과 강한 연계성을 보이고 있기에 전망도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허준이 교수와 Quanta Magazine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수학자들은 계속해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필즈상의 의의대로 허준이 교수의 장래에 계속 아름다운 성과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  ScienceTimes

"한국 학생들 '수포자' 만든 건…" '필즈상' 허준이 교수의 일침

 필즈상' 허준이 교수 한국 수학교육에 일침


수학공부 조급해 말고 쉬면서
어른들은 교육정책 바꿔줘야

수상기념강연서 연구성과 설명
"수학의 경계 허물며 관계 맺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청량리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부설고등과학원에서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청량리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부설고등과학원에서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수학 교육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만드는 배경인 것 같다.”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사진)는 13일 서울 회기동 한국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용기를 갖고 거침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사회교육 정책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분들은 학생들의 이런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세상에 수많은 수학자와 수학 전공 학생들이 수학이 즐거워서 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쉬어야 할 때 쉬어가며 공부한다면 언젠가 준비됐을 때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연구의 산업계 적용 가능성에 대해 허 교수는 “예를 들어 말하자면 기존에는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응용 분야에 대해서는 “적용 산업을 1 대 1로 연결 짓는 것은 어렵다”며 “중세 시대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교육하는 것이 바로 다음해 흉작을 예측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간담회에 이어 열린 ‘2022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경계와 관계’를 제목으로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허 교수는 복잡한 넓이를 측정할 때 작은 정사각형을 그린 뒤 그 개수를 센다거나, 수없이 많은 작은 쌀알의 개수를 컵으로 정량화해 측정하듯이 셀 수 없는 것을 셀 수 있게 만들어서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내 연구는 조합과 해석, 기하라는 수학의 서로 다른 영역을 ‘호지 구조’라는 것을 통해서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인접한 점에 서로 다른 색을 넣어 표현하는 법을 수식으로 옮긴 ‘채색다항식’에서 숫자들의 패턴이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된 리드의 추측을 증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연에서 발생한 많은 일을 수식으로 옮겼을 때, 밥그릇을 엎어 놓듯 오목한 모양으로 ‘로그-오목’한 모습이 나오는 것에서 연유한 ‘로그-오목성’ 관련 난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허 교수가 풀어낸 리드 추측을 비롯한 호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도슨-콜번 추측 모두 특정 수식에서 나오는 로그-오목성과 관련이 있다.

허 교수의 연구 성과는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물류,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허 교수는 미국 고등연구소 연구원, 스탠퍼드대 교수를 거쳐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경

[필즈상 축하] 허준이 교수, 어떤 내용으로 필즈상 받았나?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립니다. 허준이 교수님은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토대가 더욱 확장되도록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계 수학자로서는 허준이 교수님이 최초 수상입니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 수상으로 한국 수학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된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다음 '필즈상'은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서울대학교 김영훈 교수님의 강의를 참고했습니다.

2022년 7월 9일 토요일

허준이 교수는 누구인가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수학동아DB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수학동아DB

한국계 수학자로 첫 필즈상 수상 영예를 안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 고등과학원 석학 교수)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가 미국에서 유학중 출생했다. 

 

허 교수는 두 살 때 한국으로 돌아온 뒤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 졸업과 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한국에 있었다.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과에 진학했고 학부 시절 수학을 복수전공했다. 학부 시저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석학 초청 강연에 초청된 히로나카 헤이스케 필즈상 수상자의 강연을 들으며 수학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히로나카 교수의 권유로 학부를 마치고 2007년 서울대 수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석사 과정에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지도로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했고 초곡면을 평면으로 잘라서 얻는 특이점의 밀러 파이버를 연구해 2009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2012년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로타 추측’의 부분 문제 ‘리드 추측’을 해결하는 논문을 발표해 수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허 교수는 2018년 로타 추측도 해결해 전세계 수학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2014년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해 ‘메이슨-웰시 추측’, ‘딤카-파파디마 추측’, ‘호가 추측’ 등 수학계 난제들을 잇따라 해결하며 2017년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고 2018년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초청 강연을 진행, 필즈상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21년부터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와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 재직중이다. 2021년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준이 교수가 2020년 8월 4일 이산 수학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모습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이산수학그룹 제공
허준이 교수가 2020년 8월 4일 이산 수학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모습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이산수학그룹 제공

○허준이(June Huh) 교수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

△2007년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졸업

△2009년 서울대 수학과 석사 졸업

△2012년 ‘리드 추측’ 해결

△2014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수학과 박사 졸업

△2014년 ‘메이슨-웰시 추측’ 해결

△2014년 ‘딤카-파파디마 추측’ 해결

△2014년 ‘호가 추측’ 해결

△2017년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

△2018년 ‘로타 추측’ 해결

△2018년 2018 ICM 초청 강연

△2019년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

△2020년 ‘다울링-윌슨 추측’ 해결

△2020~2021년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

△2021년 ‘브리로스키 추측’ 해결

△2021년 ‘도스-콜번 추측’ 해결

△2021년 삼성호암상 과학상 수상

△2021년~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2022년~현재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허준이 교수의 '리드 추측' 증명, AI 학습 돌파구 열었다"

허준이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가 한국 수학자로는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허 교수의 연구 성과를 실제 경제·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허 교수는 수십 년간 풀지 못한 ‘리드 추측’부터 ‘엘리아스-프라우드풋-웨이크필드’ 추측까지 11개의 난제를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융합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허 교수의 업적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허 교수의 석사 지도교수인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설명과 함께 살펴봤다.

AI 학습 ‘이륙’ 돌파구 열어
"허준이 교수의 '리드 추측' 증명, AI 학습 돌파구 열었다"
허 교수의 업적은 순수 학문인 수학에서 얻은 성과지만 그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할 것이란 평가다. 허 교수의 학문적 성과가 특정 산업·기술에 1 대 1 형식으로 곧바로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통계물리 등의 분야 기술 발전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교수는 “허 교수의 업적은 앞으로 100년간 IT와 AI 분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기계학습 등 셀 수 없는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필즈상 수상과 같은 수학 분야 최정상급 연구는 수십 년에 걸쳐 활용되는 만큼 당장 어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10~20년 이내에 반드시 주요 산업에서 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받는 것은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다. 리드 추측 등을 풀어낸 성과를 활용하면 AI를 학습시킬 때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기존에는 AI 신경망을 설계할 때 모든 노드(점·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들의 변수)를 사람이 직접 선을 그려 연결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허 교수가 돌파구를 마련한 그래프 이론을 적용하면 어떤 점을 연결하고 뺄지를 수식으로 표현해 효율적인 AI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고양이 사진’을 AI에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고 모니터에 ‘고양이 단어’를 출력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 사진과 단어를 각각 하나의 점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선으로 연결된다. ‘강아지 사진’과 ‘고양이 단어’는 연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없이 많이 반복하면서 효율화하는 것이 AI 학습이라고 할 때, 이를 가장 간단한 수식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식이다. 그간 AI는 인간과 달리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런 제약을 재빨리 넘을 길을 마련한 셈이다.
검색부터 보안산업까지 ‘혁신’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을 해결한 것은 검색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그래프 이론을 적용해 모든 선에 점수를 매겨 우선순위를 얻은 뒤 가장 점수가 높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첫 페이지에 보여주는 방식을 선보일 수 있다”며 “허 교수의 연구를 응용하면 검색 페이지 결과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빅데이터와 고속연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수많은 사례를 가정하고 돌발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초복잡계 교통·물류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집합과 순열, 조합, 확률 등을 다루는 이산수학에서의 성과는 반도체 설계나 통신·보안 프로그램 개선과 직결된다. 초고난도 암호를 만들어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쪽으로 응용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자연에서 발생한 많은 일을 수식으로 옮겼을 때, 그 수식에서는 ‘로그-오목’한 모습이 나오는 것에서 연유한 ‘로그-오목’ 관련 난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허 교수가 풀어낸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도슨-콜번 추측 모두 특정 수식에서 나오는 ‘로그-오목’과 관련이 있다.한경닷컴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허준이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가 한국 수학자로는 사상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허 교수가 수십년간 풀리지 않고 있었던 ‘리드 추측’부터 ‘엘리아스-프라우드풋-웨이크필드’ 추측까지 11개의 난제를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융합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수상의 주 이유 입니다.

허 교수가 풀어낸 난제들이 무엇인지, 현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 허 교수의 석사지도교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설명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세계 수학계가 인정할만큼 최첨단의 연구 성과를 글로 풀어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비유와 생략이 일부 이뤄진 점은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또 기사 작성 과정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김영훈 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림원과 김 교수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1852년 ‘4색 문제’에서 출발
리드 추측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4색 문제’를 통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4색 문제는 1852년 영국 수학자 드모르간이 받은 질문에서 발전한 문제입니다. ‘평면 지도를 4가지 색만 써서 모든 국가를 구별해 색을 칠할 수 있는지’가 주 내용입니다. 이웃한 두 국가는 같은 색을 써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는 ‘채색다항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채색다항식은 각 국가를 점으로 표현하고, 인접한 국가들은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점의 개수와 점에 넣을 수 있는 색의 개수를 수식으로 계산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그리고 점의 개수를 늘려가며 수식을 풀어본 결과 수식에 들어가는 숫자들이 서서히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1→4→6→3 과 같은 순서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여기에서부터 ‘리드의 추측’이 나옵니다. 1968년 영국 수학자 도널드 리드는 채색다항식의 숫자들을 앞에서부터 따졌을때 증가하다가 감소한다는 내용의 추측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추측은 1974년 ‘호가의 추측’으로 강화됐습니다. 채색다항식의 숫자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아래로 오목한 ‘로그(log)-오목’한 모습을 그린다는 추측을 제시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로그-오목’ 증명
‘로그-오목’의 개념은 수학자들이 오랜 시간 고민해 오던 주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에서 발생한 많은 일들을 수식으로 옮겼을 때, 그 수식에서는 ‘로그-오목’한 모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허 교수가 풀어낸 메이슨-웰시 추측, 강한 메이슨 추측, 로타 추측, 브리로스키 추측, 도슨-콜번 추측 모두 특정 수식에서 나오는 ‘로그-오목’과 관련이 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김 교수는 “허 교수 연구 성과를 한 줄로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이라며 “자연에서 얻는 모든 ‘로그-오목’ 수열의 뒤에는 이를 설명하는 구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허 교수는 11개 난제들에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에서 나오는 ‘그래프’와 ‘매트로이드’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그래프는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한 붓 그리기가 기초적인 그래프 중 하나입니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도 그래프로 볼 수 있습니다.

매트로이드는 점과 점이 모두 연결 돼 있을 경우엔 의존적으로 보고, 연결돼 있지 않을 경우엔 독립적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관련 돼 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허 교수는 두 개념을 이용해 ‘로그-오목’ 성질이 다양한 수식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증명한 각 추측들이 바로 어디에 활용된다고 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앞으로 100년 동안 정보통신(IT)과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반도체 설계, 교통-물류 연구에 응용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식 증명으로 IT·AI·반도체 효율성 높일 전망

그래프 이론은 네트워크를 그림으로 그린 수학적 개념입니다. 점과 점이 선으로 연결되는지(의존적), 안 되는지(독립적)를 나타냅니다.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응용되는 것은 구글 페이지 랭킹입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한국경제신문’을 키워드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한국경제신문’ 단어가 들어간 웹페이지들이 모두 각각의 점이 되고, 각 점을 연결한 게 선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래프 이론을 적용해서 모든 선들에 점수를 매겨 우선 순위를 얻은 뒤 가장 점수가 높은 원하는 검색결과를 1페이지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허 교수의 연구를 응용하면 검색 페이지 결과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도 있습니다.

AI를 학습시키는 것의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를테면, ‘고양이 사진’을 AI에게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고, 모니터에 ‘고양이 단어’를 출력하게 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니다.

고양이 사진과 단어는 각각 하나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선으로 연결됩니다. ‘강아지 사진’과 ‘고양이 단어’는 연결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없이 많이 반복하면서 학습하고 효율화하는 것이 AI 학습이라고 할 때, 이를 최대한 간단한 수식 하나로 표현 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식입니다. 허 교수의 연구가 응용 가능한 분야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이외에도 수많은 트랜지스터의 집합체인 반도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시킬지, 교통물류 관점에서 점 하나인 트럭 한 개를 수많은 선들로 볼 수 있는 길들 중 어떤 길을 통과 시킬 때 가장 효율적으로 배달 할 수 있는지 등도 관련됩니다.

김 교수는 “필즈상 수상과 같은 수학 분야 최정상급 연구는 수십년에 걸쳐 활용된다”고 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푼 11개 난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나 [김진원의 머니볼]
그는 “19세기 나온 리만기하학 50년 뒤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이어졌고, 그 뒤 50년이 지나고 위성항법장치(GPS)가 나오고 인공위성이 날아다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