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0일 화요일

뿌리는 식물의 '숨겨진 반쪽'… 땅위 잎·줄기와 무게 엇비슷

나무 뿌리가 바빠지게 생겼다. 얼었던 땅이 스르르 녹아 싱그러운 수액(樹液)이 치오른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가 촉촉해진다. 맞다. 깊은 샘은 마르지 않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는 식물 밑동을 땅에다 굳게 박아 바람에 넘어지지 않게 한다. 또한 '식물의 입'으로 물과 무기양분을 빨아들인다. 사막 식물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깊게 많은 뿌리를 내리지만 수생 식물은 숫제 뿌리가 없다시피 하다. 콩나물도 물이 넉넉하면 곁뿌리가 적지만, 물이 없으면 잔뿌리를 수북이 내린다.

어쨌거나 여느 생물도 혹독한 환경에 처하면 이겨내고 벗어나기 위해 애써 변한다. 적응(適應)이요 진화(進化)다. 예부터 젊어 고생은 사서 하라 했다. 갖은 애를 써서 호된 고난을 버티는 것은 곧 '진화 중'인 셈이고, 그런 사람에게선 인간다운 맛과 향이 듬뿍 난다.

'뿌리 깊은 나무 가뭄 안 탄다'는 말도 있다. 무엇이나 근원이 깊고 튼튼하면 어떤 시련도 견뎌낼 수 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이 다 근본이 있다. 개인의 본바탕과 집안 내력, 국가와 민족 전통 등도 근원(根源)이 있는 법이다. 오죽하면 '물 한 모금을 마실 때도 그 시원(始原)을 생각하라(飮水思源·음수사원)'고 했겠는가.

땅 위에 드러난 식물의 잎줄기와 땅 속에 내린 뿌리 생체량(生體量)의 규모가 거의 맞먹는다. 지상에 있는 한 포기 풀과 한 그루 나무를 모조리 잘라 각각 무게를 달고, 지하의 원뿌리·잔뿌리를 몽땅 파내 재보면 둘의 무게가 엇비슷하다는 말이다. 잔잔한 강이나 호수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그 나무의 뿌리와 맞먹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식물 뿌리를 '숨겨진 반쪽'이라 하는 것이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말도 있다. 위정자는 나무 한 그루 옮기면서도 백성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옮겨 심으면 적응에 3년쯤 걸린다고 한다. 보통 큰 나무를 이식하고 나면 걸쭉한 막걸리를 뿌리 둘레에 듬뿍 흩뿌린다. 그리고 그때 원래 자라던 땅의 모토(母土)를 가져와 흩어준다. 지금껏 죽이 맞아 잘 지냈던 토양세균(土壤細菌)과 더불어 새 땅에서 잘 지내게 해주는 것이다. 나무뿌리도 낯을 가린다고 해야 할까. 옮겨 심느라 몽탕몽탕 잘려 생채기 나고 곪아 터진 뿌리에 새살이 나게 해주는 것이 토양세균들의 몫이다. 토양세균이 분비하는 항생 물질이 식물 뿌리를 돌본다. 여기에 막걸리를 뿌려주면 세균들이 푸지고 실하게 그 수를 불린다.

다시 말하면 푸나무(초목)는 흙의 세균 없이 살지 못한다. 세상에 공짜 없는 법. 기름진 흙 속의 수많은 세균과 곰팡이는 불용성(不溶性)인 무기영양소를 이온(ion)화시켜 양분 흡수를 거든다. 반대로 미생물은 식물로부터 탄수화물 등을 얻는다. 이렇게 식물과 토양 미생물이 도우며 함께 산다. 그래서 뿌리 곁에는 딴 곳보다 갑절이나 많은 미생물이 득실득실거린다.

애타게 기다렸던 새봄 기운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에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春不耕種秋後悔·춘불경종추후회)고 했다. 회한(悔恨)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땅을 가꾸고 일구는 흙일은 본능적인 것이다. 텃밭은 나의 수도장(修道場)이다. 물씬 풍기는 풋풋한 흙 냄새 실컷 맡고, 살포시 흙살 뒤집어 써 심성(心性)까지 맑게 해주는 봄밭에다 뭇 씨앗을 정성껏 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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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視가 독서 탓? 햇빛 부족 때문

매일 40분 야외 수업한 학생들, 실내에서 공부한 학생들보다 3년 뒤 근시 발생률 10%p 적어
햇빛이 눈 보호 물질 분비 도와… 날마다 3시간 이상 쫴야 효과


 기사 관련 일러스트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 1630)는 지독한 근시(近視)였다. 밤에 책을 읽다가 촛불에 너무 가까이 눈을 가져다 대는 바람에 눈썹이 타는 일이 자주 발생할 정도였다. 경쟁자였던 티코 브라헤(1546~1601)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눈이 좋은 덕분이라고 여겼다. 브라헤는 '인간 천문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케플러는 자신의 눈이 나쁜 이유를 책을 많이 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책 읽기'는 수백년간 근시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책 읽기가 왜 근시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근시
근시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근시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억명이 근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호주 국립대 이언 모건 교수는 19일(현지 시각) 발간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근시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는 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60년 전 중국 인구의 10~20%만이 근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 청소년의 90%가 근시로 추정된다. 서울에서는 19세 남자의 96.5%가 근시라는 통계도 있다.

 [사이언스] 近視가 독서 탓? 햇빛 부족 때문
근시의 발병 원인을 분석한 모건 교수 연구팀은 근시가 유전자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에스키모는 1969년 연구에서 131명 중 2명이 근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의 자녀와 손자는 절반가량이 근시다. 유전적 변화가 근시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너무 빠른 증가세라는 것이다. 이 기간에 에스키모들은 도시를 형성하면서 실내 생활이 많아진 것이 근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국가와 다른 지역의 가장 뚜렷한 차이를 '공부 시간'에서 찾아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1주일 동안 영국의 15세 아이들은 숙제를 하는 데 5시간, 미국 아이들은 6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아이들은 14시간 이상 숙제를 했다. 아이들의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지면서 근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빛을 보라
모건 교수는 근시가 늘어난 원인이 '빛 부족'에 있다고 봤다. 책 읽기가 근시의 원인인 것도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건 교수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야외의 빛이 아이들의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중국 광저우의 6개 학교에서 6~7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40분씩 야외 수업을 진행했다. 3년 뒤 야외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40%가 근시가 된 반면 야외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30%만 근시가 됐다. 대만에서 진행된 비슷한 실험에서는 야외 수업 시간을 80분으로 늘렸다. 그 결과 야외 수업을 받은 학생은 불과 8%만 근시가 됐고, 실내에 머무른 학생들은 18%가 근시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햇빛이 망막에서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을 방출하도록 해 눈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망막 도파민은 보통 낮시간 동안에 나온다. 실내에 많은 시간을 머무를 경우 사람의 몸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망막 도파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그 결과 안구가 변형돼 근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모건 교수는 "계산 결과 아이들의 근시를 완전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룩스(Lux) 이상의 빛을 매일 3시간 이상 쫴야 한다"고 말했다. 룩스는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서 1룩스는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를 뜻한다. 1만룩스는 화창한 여름날에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정도의 밝기다. 사무실이나 교실은 채광이 잘 된다고 해도 밝기가 500룩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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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발명의 어머니… 우엉서 '찍찍이', 민들레서 낙하산이 탄생

선농일체(禪農一體)라고 정녕 텃밭은 나의 배움터다. 밭 흙을 뒤집으며 자갈을 골라내고 가랑잎도 주섬주섬 줍는다. 흙 알갱이를 알알이 조물조물 부숴 흙고물을 만든다.

그때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싸늘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은 필설로 다 못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고 했다. 씨알이나 새알이나 알이란 알은 죄다 둥글다. 저 작은 한 톨의 종자에 푸짐한 남새와 청청거목이 이미 들었다니 신비롭다. "바보도 사과 속의 씨는 헤아리지만 한 개의 씨앗에 든 사과는 신만이 헤아릴 수 있다"는 서양 격언이 실감이 간다.

 민들레
/조선일보 DB
뿌리부터 내리는 종자가 싹을 틔우려면 물·산소·온도가 필수적 요소다. 씨앗이 적당한 온도에서 물을 흡수하면, 아밀라아제(amylase) 같은 효소가 떡잎이나 배젖의 고분자 영양분을 매우 간단한 포도당·아미노산·지방산 등으로 분해한다.

산소는 이것들을 산화시켜 발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내도록 한다. 그래서 콩과 콩나물, 보리와 엿기름의 영양소가 저마다 다른 것이다.

싹이 트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무르익은 종자도 금세 발아하지 않고 일정한 휴면기(休眠期)를 지내야 하니 이를 후숙(後熟)이라 한다. 그리고 생뚱맞게도 산불에 씨앗이 그을려야 발아하는 것이 있고, 동물이 먼저 섭취해 뱃속에서 소화 효소에 껍질이 녹은 뒤 배설된 다음에야 싹을 틔우는 것도 있다.

종자를 퍼뜨리는 방법도 식물에 따라 가지가지다. 괭이밥이나 봉선화는 스스로 터져서, 도깨비바늘과 도꼬마리는 딴 동물에 묻어서, 단풍나무는 팔랑개비로 날아서, 상추나 민들레는 갓털(冠毛·관모)로 바람에 날려 널리 흩어진다<사진>.

또 제비꽃 씨앗 같은 것에는 달콤한 지방산과 단백질 덩어리인 하얀 엘라이오솜(elaiosome)이 붙어 있다. 개미는 꽃씨를 제 집으로 물고 가 엘라이오솜만 똑 떼먹고 버린다. 번식에 개미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씨앗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낙하산은 민들레 씨앗이 바람 타고 나는 모습을, 헬리콥터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을, 흔히'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velcro)는 우엉 씨앗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배움이 그렇듯 파종도 때가 있고, 흙의 썩힘과 곡식의 자람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가르침과 가꿈도 마냥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 결코 드잡이하고 닦달한다고 되지 않는다. 새싹 목을 억지로 잡아 뽑는다고 크지 않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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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가 네개로 보이는 '중력렌즈'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 입증

25세 된 허블 우주망원경

1990년 4월 24일, 허블 우주망원경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됐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허블 망원경은 지금까지 150만장이 넘는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그 중에는 우주를 보는 인류의 시각을 획기적으로 바꾼 유명한 사진이 적지 않다.

사진 ①
첨단기술로 재탄생한 창조의 기둥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허블 망원경 사진은 1995년 4월 1일 촬영한 독수리성운(Eagle Nebula, M16, NGC 6611), 이른바 '창조의 기둥'이다. NASA는 지난해 광각카메라(Wide Field Camera 3)로 새로 찍은 창조의 기둥을 지난 1월 공개했다. 새로 촬영한 사진은 훨씬 선명할 뿐 아니라 2배 이상 넓은 풍경을 담고 있다.

여름철 남쪽 하늘에 보이는 뱀자리의 꼬리 부분에 있는 독수리성운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1광년=약 9조4607억㎞) 거리에 있다. 이 성운은 고밀도의 수소와 먼지로 채워져 있다. 빛이 잘 통과하지 못해 어둡게 보인다. 세 검은 기둥 안쪽에서 한데 모여있던 가스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기며 뭉쳐진다. 이렇게 계속 뭉쳐지고 커지면서 별이 탄생한다.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내부의 수소가 서로 합쳐지면서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별은 태양처럼 밝은 빛과 뜨거운 열을 내뿜는다. 사진에서도 세 기둥 위쪽에서 새로 탄생한 별들이 쏟아내는 강렬한 빛을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사진에 별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장 큰 왼쪽 기둥의 길이는 4광년이나 된다.

 사진 ① : 첨단기술로 재탄생한 창조의 기둥사진 / 사진 ② : 일반상대성이론 입증한 중력렌즈
사진 ②
일반상대성이론 입증한 중력렌즈
올해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6일자에 일반상대성이론을 입증하는 한 장의 천체사진을 실었다. 바로 지난해 11월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레프스달(Refsdal)' 초신성 사진이다.

사진에서 가운데 확대된 부분에 있는 네 개의 별은 실제로는 하나의 별이다. 레프스달 초신성은 지구에서 93억광년 거리에 있다. 이 초신성과 지구 사이에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거대 은하들이 모여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한다. 덩달아 빛도 휜다. 은하들이 거대한 중력을 내면서 렌즈처럼 빛을 휘게하는 이 현상을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라고 한다. 초신성과 은하, 지구가 일직선으로 있으면 초신성 빛이 강력한 중력을 가진 은하를 지나면서 은하 바깥쪽으로 균일하게 휘어져 마치 둥근 고리처럼 빛이 난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이 중력렌즈 효과를 예측해, 이를 '아인슈타인 고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초신성과 렌즈 역할을 하는 은하,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에 있지 않으면 초신성 빛은 둥근 고리 모양이 아니라 네 갈래로 갈라져 허블 망원경에는 각기 다른 4개의 별 모양으로 관측된다. 4개의 별이 십자가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이 역시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따서 '아인슈타인 십자가'라고 부른다. UC버클리대 연구진은 "레프스달 초신성과 은하의 위치를 예측한 결과, 앞으로 5년 내에 다시 아인슈타인 십자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IFpedia→]

성운(星雲·nebula)


가스와 먼지가 별과 별 사이에 거대한 구름처럼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초신성(超新星·supernova)
거대한 별이 수명이 다해 폭발하면서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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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탄생과정의 가장 큰 비밀 풀렸다

45억년 전 원시지구가 다른 행성과 충돌하면서 나온 파편이 뭉쳐 달이 만들어졌다는 ‘거대 충돌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공동연구진은 8일(현지시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원시지구와 충돌한 행성은 원래 지구와 유사한 성분이었고, 그 때문에 현재 지구와 달의 성분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45억년 전 원시지구에 화성 크기의 행성 '테이아'가 충돌하는 상상도.
/네이처
45억년 전 원시지구에 화성 크기의 행성 '테이아'가 충돌하는 상상도. /네이처
달의 탄생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여러 학설이 있었다. 지구를 형성하고 남은 소행성들이 지구 주변에서 서로 뭉쳐 만들어졌다는 ‘집적설’,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는 ‘분열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이론은 현재 지구와 달의 운동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는 1946년 미국 하버드대의 레저널드 댈리가 제안한 거대 충돌설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거대 충돌설은 45억년에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던 원시지구에 자신의 절반 정도 크기인 행성 ‘테이아(Theia)’가 충돌, 산산히 부서지면서 일부는 지구로 흡수되고 나머지 파편과 먼지가 서서히 뭉쳐 달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거대 충돌설은 ‘지구와 달의 구성성분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아폴로 계획 등을 통해 달에서 가져온 암석은 산소 동위원소의 비중이 지구의 암석과 비슷하다. 산소는 중성자를 16개 가진 O16, 17개 가진 O17, 18개 가진 O18 등 세 종류의 동위원소가 있다. 지구의 경우는 O16이 99.757%, 017이 00381%, O18이 0.205%로 구성돼 있다. 태양계의 행성과 혜성, 소행성 등은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모두 다르다. 이는 태어날 당시에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온도나 압력 등 형성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거대 충돌설이 맞다면 원시지구에 충돌했던 테이아 역시 지구와는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달랐을 것이고, 테이아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달 역시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와 달라야 한다.

이스라엘·프랑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태양계 형성 초기의 모습을 재현, 행성의 탄생 과정을 살폈다. 수천개의 초기행성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뭉쳐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했다. 연구팀은 “기존에는 컴퓨터 계산능력의 한계로 일부 초기 행성의 움직임만 재현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초기 태양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입해 시뮬레이션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원시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하는 시기에는 두 행성이 비슷한 구성성분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비슷한 궤도에 있는 초기 행성들은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45억년 전 충돌 당시의 지구와 테이아 역시 주변의 조그마한 행성이나 소행성들과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숱하게 겪은 후였다. 이 때문에 태생적으로는 산소 동위원소 비중이 달랐더라도, 다른 천체와 각기 섞이는 과정에서 구성성분이 점차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는 “원시지구와 테이아의 성분이 비슷했고, 그 결과 오늘날 지구와 달의 성분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는 것”라며 “거대 충돌설의 가장 큰 궁금증을 해결한 연구결과로, 모든 천체가 구성성분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기존의 고정관념도 깨뜨린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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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세포는 왜 죽어도 죽지 않는가

불멸의 암세포, 알아야 다스린다

암세포 못죽이는 이유는 '무한분열'
정상세포, 시간 지나면 성장 멈추지만
암세포는 분열 반복, 새 암세포 만들어

암세포는 왜 생기나
DNA 복제과정 10억번에 한 번 오류, 손상된 DNA 때문에 암세포가 탄생
"오래 살면 누구나 암 걸릴 가능성"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에볼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등 신종 질병이 꾸준히 등장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을 묻는다면 대부분 암(癌)을 꼽을 것이다. 암은 오랜 기간 불치(不治)병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단 기술과 수술법, 항암제 등의 발달 덕에 초기에 암을 발견해 완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심장질환이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 암 완치율은 높아진 반면, 심장질환 발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 진단과 치료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여전히 암이 압도적인 사망 원인 1위다.

언젠가 인류가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까. 애석하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암세포에는 '불멸(不滅)'이라는 특성이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상 세포는 어느 정도 분열을 하면 분열을 멈추고, 숫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세포마다 수명(壽命)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암세포는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암세포 하나하나가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자손, 즉 새로운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그 자손들 역시 계속 분열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겨난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사람의 몸을 잠식하는 것이다. 이를 의생물학에서는 '암세포의 무한분열'이라고 한다.

암세포는 자기가 살아갈 환경도 직접 만들어낸다. 암세포가 뭉친 악성 종양 덩어리가 생기면, 그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혈관이 뻗어나온다. 이 혈관은 몸 속의 영양분을 흡혈귀처럼 쪽쪽 빨아들인다. 무한분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다. 사람의 세포는 원래 있어야 하는 곳에 머물도록 설계돼 있다. 피부세포는 피부에, 뇌세포는 뇌에 있다. 뇌세포가 위나 장으로 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런 장벽이 없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닌다. 유방에 생긴 암세포는 뇌로도 가고, 골수로도 간다. 암세포가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무한분열을 시작하는 것을 전이(轉移)라고 한다. 수술이나 화학치료 등을 통해 암세포를 죽여도, 완치까지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전이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
자료:美 듀크대
DNA 손상으로 생긴 불멸의 세포
암세포는 도대체 왜 생겨나는 것일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암세포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폐에서 생겼느냐 유방에서 생겼느냐, 남성에게서 생겼느냐 여성에게서 생겼느냐에 따라 모두 다르게 생겼고 특성도 다르다. 같은 환자의 간에서 생긴 암세포조차 위치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함께 뭉쳐 있는 암세포 덩어리에서도 여러 종류가 나타난다. 암세포를 불멸의 세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많은 종류의 암을 빠짐없이 모두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세포가 생기는 원인도 한두 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기 힘들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암도 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HPV)이라는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주변 정상 세포의 구조를 바꾸면서 생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유전자(DNA) 손상을 지목하고 있다. 두 가닥의 나선 구조인 DNA는 사람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염색체를 구성한다.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DNA는 자신과 같은 놈을 복제해 분열된 세포에 같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DNA 복제 과정에서 드물게 오류가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10억번 분열할 때 한 번 정도 큰 오류가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손상된 DNA가 만들어진다. 분열된 세포에 잘못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들은 정상 세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행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분열을 멈추거나,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머물러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다. 암세포의 탄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저명한 암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우리는 오래 살게 되면서 언젠가는 모두 암에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암의 실체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사람은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고 몸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포분열을 경험한다. DNA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손상이 10억 번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가 많을수록 DNA 손상이 일어나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암은 몸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세포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이 암세포와 싸울 방법을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하고 있다. 암이 진화하는 만큼, 암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암이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쉽게 치료하고 다스리는 질병이 될 날을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카오스의 '기원(origin)' 강연 시리즈 중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가 진행한 '암의 기원'을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조선닷컴

윤초 시행…내일 하루는 24시간 1초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전 세계가 동시에 시간을 1초 늘리는 윤초(閏秒)가 7월1일 시행된다. 윤초란 휴대폰이나 TV화면에 표시되는 원자 시간과 지구 공전과 자전으로 만들어지는 천문시간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7월1일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4시간 1초’가 되는 셈이다. 윤초 적용은 2012년 7월1일 적용된 이후 3년 만이다.


[앵커]
내일 오전 1초가 더 늘어납니다. 하루 24시간에 1초를 더하는 윤초가 전세계에서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국제 표준시와 지구의 자전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천문시 사이의 오차를 바로 잡기 위해섭니다.

최수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 시각으로 내일 오전 9시 전세계에서 1초가 더 늘어납니다. 4년마다 한번씩 2월에 하루를 더하는 윤일을 실시하는 것처럼 하루 24시간에 1초를 더하는 윤초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일은 오전 8시59분59초 다음에 윤초 1초가 더해져 8시59분60초가 되고 이어서 9시 정각이 됩니다.

윤초는 시각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준시는 지구가 한 바퀴 회전하는 자전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천문시'입니다.

그런데 자전 속도는 태양과 달의 인력 등의 영향으로 속도가 가변적이라, 천문시로 시간을 측정하면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국제도량형총회는 지난 1967년부터 세슘원자가 진동하는 주기를 기준으로 1초를 새로 정의한 '원자시'를 국제 표준으로 삼았습니다. 원자시가 정확하긴 하지만 천문시와의 오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윤초를 둬서 두 시각을 서로 맞추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처럼 표준시를 수신해 표시하는 시계를 제외한 시계들은 1초씩 늦도록 조작해야 합니다. 윤초는 지금까지 모두 26차례 실시됐습니다. 마지막 윤초는 2012년 7월이었습니다.

TV조선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How We Got To now'

냉기 뿜는 에어컨, 美 정치판을 흔들었다

유리·냉기·소리·청결·시간·빛… 여섯가지 핵심어로 역사 설명

4000년전 장신구였던 유리… 인쇄술 보급되면서 안경으로
오늘날엔 광섬유 케이블로 변신 거듭하며 발전 이끌어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스티븐 존슨 지음|강주헌 옮김|324쪽|프런티어|1만6000원
먼 미래 '로봇 역사학자'가 지난 시대를 서술한다면 전혀 다른 곳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 로마제국 몰락이나 신대륙 발견처럼 인간이 쓴 역사에서 크게 취급하는 대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18세기 체스 게임을 흉내 내던 기계식 장난감 같은 로봇 발전의 단초가 더 의미가 있다. 미국 브라운대 출신 과학 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은 이 로봇 역사학자처럼 낯선 시선으로 역사 보기를 제안한다.
유리(glass)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인간이 사는 세상은 유리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2600만년 전 아프리카 리비아사막에서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표 온도가 섭씨 500도 이상 올라가 모래 속에 있던 이산화규소 알갱이들이 대거 녹아내렸다. 인간은 1만년 전 이 사막에서 햇빛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단층을 보았다. 지금 우리가 유리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4000년 전 이집트 지배자들은 유리 장신구를 몸에 달았다. 14세기 베네치아 상인들은 화려한 꽃병 등 유리 사치품을 만들었다. 혁신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났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출판물이 쏟아지자 일반 백성들은 자기 눈이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 원시(遠視)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전에는 수도사들이나 라틴어 성경을 읽을 때 볼록 유리 덩어리를 사용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보급이 안경의 폭발적 수요를 가져온 것이다.
이후 유리의 변신은 눈부시다. 20세기 초 유리를 길게 늘여 실처럼 긴 섬유를 뽑아냈다. 유리섬유는 강철보다 강했다. 단열재와 헬멧, 컴퓨터 회로판을 비롯해 항공기 동체를 만들 때 사용된다. 유리섬유는 빛을 한 곳에 모은 레이저와 결합해 광섬유로 발전한다. 오늘날 전 지구를 연결하는 인터넷은 광섬유 케이블로 이어져 있다. 저자는 "월드와이드웹도 결국 유리실로 짜인 것"이라고 말한다.


 (왼쪽)인쇄된 책을 읽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원시’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안경을 쓴 수도사의 모습을 묘사한 최초의 그림. 1342년 작품이다. (오른쪽)19세기까지도 물에 몸을 담그면 위생에 좋지 않다고 여겼다. 염소 처리법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한 이후 위생 관념이 바뀐다. 물로 깨끗이 씻을 것을 강조한 1955년 미국 포스터.
(왼쪽)인쇄된 책을 읽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원시’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안경을 쓴 수도사의 모습을 묘사한 최초의 그림. 1342년 작품이다. (오른쪽)19세기까지도 물에 몸을 담그면 위생에 좋지 않다고 여겼다. 염소 처리법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한 이후 위생 관념이 바뀐다. 물로 깨끗이 씻을 것을 강조한 1955년 미국 포스터. /프런티어 제공
물질은 사람의 인식을 바꾼다. 볼록 유리를 안경처럼 나란히 놓지 않고 일렬로 배열하면 물체가 확대된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그렇게 태어났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미경을 통해 세포와 박테리아를 발견하고 소독과 청결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유리 한쪽 면에 주석과 수은의 혼합물을 바르면 반사력이 뛰어난 거울이 된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렘브란트 같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린 것은 거울 덕분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이 새로운 물건의 등장으로 거울과의 대화, 즉 자의식과 자기 성찰도 일어났다.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롱 줌(long zoom)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시선으로 유리를 비롯해 냉기(cold)·소리(sound)·청결(clean)·시간(time)·빛(light) 등 여섯 가지 핵심어로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의 역사를 설명한다. 냉기를 잡아두는 기술인 냉장고의 발명으로 인간은 신선한 식품을 오랜 기간 먹을 수 있게 됐다. 에어컨의 발명은 미국의 정치 지도를 바꿔 놓기도 했다.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남부 지역 에어컨 달린 집에 보수 성향 은퇴자들이 몰려들면서 선거 판도가 바뀌었다.
변화와 혁신은 이를 주도한 이들도 전혀 예상 못한 분야의 변화까지 가져온다. 20세기 초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염소 처리법 발견으로 유아 사망률이 이전보다 74% 낮아진 것은 예측 가능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 덕분에 더운 여름날 수영장에서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는 비키니가 등장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염소 처리법으로 깨끗한 물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공공 수영장이 탄생했고, 여성들은 무릎과 어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관점을 달리하면 새로운 역사의 무늬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물 뒤에 가라앉아 있는 역사의 침전물을 길어올리는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다. 원제 'How We Got To now'.
조선일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부모의 말 한 마디

부모의 말 한 마디는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아이에게 짜증, 불안, 공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는 말은 삼가고, 자신감, 희망, 행복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전하는 말은 자주하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육아법, 교육법이 넘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부모들은 오히려 '아이의 행복'이란 중요한 요소를 놓치기 쉽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믿을만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와 대화 속에서 아이가 행복감을 느낀다면 분명 아이는 멋진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한 마디
"네가 있어 기뻐"
아이도 성장 과정 속에서 좌절, 슬픔을 경험할 때가 있다. 이 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따뜻한 지지다. 모두가 아이를 비난할 때도 부모만큼은 아이를 절대로 깎아내리는 말을 해선 안 된다.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 시무룩할 때 아이를 안아주면서 말해보자. "네가 있어 엄마는 너무 기뻐."
"오늘 진짜 잘했다"
모든게 어른보다 서툴다 보니 아이가 하는 일이 부모의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부모는 누구보다 아이를 인정하고 칭찬해줘야 할 사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그대로 부모가 칭찬을 자주 구체적으로 할 수록 아이는 더욱 열심히 잘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평소에 엉망으로 하던 일을 잘 해냈을 때 아이를 크게 칭찬해주자. "오늘 정말 잘하더라."
"꾸준히 발전하고 있구나"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때문에 어떤 일을 해내기까지 아이는 어른보다 더 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부모가 칭찬해야 할 것은 아이가 해낸 결과뿐만 아니라 바로 이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이의 결과만 볼 때 부모는 아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과정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며 칭찬해야 한다. "잘하고 있어. 꾸준히 발전하고 있구나."

"좋은 생각이야"

생각이 깊은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말을 자주 하자. 아이가 멋진 의견을 제안했을 때 또는 지난 경험을 이야기 할 때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칭찬해주자. "그렇게 했다니, 좋은 생각이야. 엄마 아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야!" 칭찬을 들은 아이는 자신감이 생겨 모든 일에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이대로의 네 모습이 좋아"
'고슴도치 부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 새끼는 부모 눈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다. 아이의 작은 성취 하나에도 뛸듯 기뻐하며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모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자랄 수록 아이를 향한 애정표현이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부모라면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모든 모습을 사랑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의 네 모습이 좋아"라는 말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부모가 자기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준다고 느낄 때 아이는 힘든 일에도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일단 한 번 해봐"

모든 일에 나서길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격려와 지지가 절실하다. "못해요"를 입에 달고 산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믿음을 표현해야 한다. "OO이가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엄마는 믿어. 일단 한 번 해보자. 엄마도 도와줄게." 진심 어린 사랑과 아낌없는 격려는 아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또 "한번 해봐"라는 말을 통해 아이에게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간에 도전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꼭 알려줘야 한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아이를 평생 부모 품에만 끼고 지낼 생각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독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스스로 하길 바라면서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간섭을 한다. 아이의 독립심을 키울 생각이라면 아이에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엄마 아빠는 널 믿는단다"라고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아이가 능동적으로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비로소 아이는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자란다.
참조 -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하라(제이플러스)
키즈맘

2015년 6월 29일 월요일

화성인을 꿈꾸는 미래인 - 일론 머스크

e3.jpg » 2013년 10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기술산업 국제컨퍼런스 '더블린 웹 서미트'에 초대된 일론 머스크. 
 
손 대는 것마다 산업을 재창조하다

 미래인은 꿈을 꾼다. 그가 꾸는 꿈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그는 미래인이라기보다는 공상가로 불릴 것이다. 미래인의 꿈은  인류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에게만 더 나은 세상,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세상을 꿈꾼다면? 그는 혁신가가 아니라 파괴자일 것이다. 진정한 미래인은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다. 상상력과 실천력, 휴머니즘, 이 3박자를 잘 갖췄다면 미래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3박자를 갖춘 미래인들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세상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키고 열매까지 맺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엄청난 부까지 거머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43)는 그 극히 드문 주인공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손 대는 것마다 그 분야의 산업지형을 바꿨다. 송금에 며칠씩이나 걸리던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소매유통의 흐름을 바꿨다. 그가 시작한 서비스는 페이팔로 이어져 전세계 온라인 결제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됐다. 2004년 세운 전기차업체 ‘테슬라 모터스’(Teslar Motors)는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 모델로 변신시켰다. 이제 세계 자동차업계에는 전기차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2년 출범한 스페이스 엑스(Space X)는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를 열었다. 공동창업한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대여료를 무기로, 미국의 주택 지붕을 태양광패널로 바꿔가고 있다. 2014년 12월 경제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추정하는 그의 자산은 82억달러.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진 그는 현재 3개 회사의 직함을 갖고 있다. 첫째는 우주선업체의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 둘째는 전기차업체의 최고경영자이자 제품개발자, 셋째는 태양광패널 업체의 회장이다.

e1.jpg » 영화 <아이언맨 2>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일론 머스크(맨 오른쪽)가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아이언맨 2>에서 일론 머스크가 카메오로 출연한 장면 보기




공상과 과학과 사업의 3박자

그가 벌이는 일들은 공상이자, 과학이자, 사업이다. 공상의 원천은 어린 시절 탐독하던 만화책이었다. 지독한 책벌레였던 그는 만화책이라면 뭐든 다 읽었다고 한다. 만화로 얻은 상상력에,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 탐독한 백과사전이 지식을 보탰다. 어렸을 때부터 독학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학 시절 배운 물리학은 그의 상상력과 지식을 과학으로 무장시켰다. 그는 이를 무기로 자신이 뛰어든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과학을 직접 독학으로 터득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그의 사업가적 본성이다. 12살 때 ‘블라스타’라는 컴퓨터용 우주전투 게임을 개발한 뒤 직접 게임방을 차리려 했던 소싯적 사건은 그의 사업가적 기질이 타고난 것임을 보여준다.  
 대개의 미래인이 그렇듯, 그 역시 언제나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꿈을 꾸어왔다. 그는 지식강연회 <테드>에 출연해 “대학 시절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교통수단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든 건 1999년, 28살 때였다.  첫 프로젝트는 금융이었다. 그는 페이팔의 전신 ‘엑스닷컴’(X.COM)을 창업해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온라인 유통시장의 거인 이베이의 시스템과 맞붙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베이와의 시스템 경쟁에서 이겼다. 이베이는 결국 기존 서비스를 접고 2002년 초 페이팔을 인수했다. 인수대금 15억달러 중 머스크에게 떨어진 몫은 1억8천만달러.
 그는 이를 밑천 삼아 페이팔보다 더 신나는 일을 찾아나섰다. 그때 그의 눈에 우주가 들어왔다. 그는 지난 6월 방영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별을 탐험하면서 사는 미래와 지구에 갇혀 사는 미래를 비교해봤다. 우리는 언제 화성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나한테 돈이 있으니 직접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11.jpg »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최초의 민간 우주화물선 드래곤. 스페이스엑스닷컴.

민간 우주산업시대를 연 스페이스 엑스

2002년 그는 스페이스 엑스(Space X))를 설립했다. 그는 러시아를 몇차례 오가며 독학한 끝에, 우주산업의 장애물이 로켓이란 결론을 얻었다. 비용이 적게 드는 로켓을 만들어 재활용할 수만 있다면 채산성이 맞을 듯했다. 그는 직접 팰컨 로켓과 드래곤 우주선을 설계했다. 2012년 5월 그는 마침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실은 드래곤 우주선을 보내 도킹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간 우주업체로서는 최초의 성공이었다. 2008년 16억달러에 미 항공우주국(NASA)과 12차례의 우주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한 지 4년만에 이룬 개가였다. 그는 우주시대를 여는 관건은 로켓의 재사용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주여행 비용을 10분의 1, 100분의1로 줄여 우주여행 대중화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 그의 다음 목표는 2015년 드래곤 우주선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우주정거장을 갔다 오는 것이다.
e5.jpg » 테슬라 모터스가 개발한 고급 전기차 모델S 발표회장에서 일론 머스크가 한 여성 의원과 파안대소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전기차를 고급차로 변신시킨 테슬라

 우주산업에 손 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대학시절의 꿈이었던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개발에 나섰다. 그가 선택한 건 전기차였다. 내연기관에 비해 훨씬 연료효율이 좋기 때문이었다. 2004년  ‘테슬라 모터스’를 세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실리콘 밸리의 유일한 자동차회사가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골프 카트 정도의 성능밖에 내지 못했다. 그는 페라리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전기차로 만들어보이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페이팔 매각 대금을 전부 쏟아붓고도 자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마침내 2012년 고급 세단형 전기차 모델S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현재 모델S는 한 번 충전에 250마일(시속 65마일 기준)까지 달린다. 1회 충전시 최장 주행 기록은 420마일이다. 충전소만 적절히 세운다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충분히 겨룰 만한 수준이다. 2013년 테슬라 모델S는 <모터 트렌드>로부터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그는 전기차 개발 계획을 3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첫째는 고가 소량 생산. 2008년 출시한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10만달러)가 첫번째 단계의 차였다. 둘째는 중가 적정량 생산. 현재 생산중인 모델 S(5만달러)가 2단계에 속한다. 2015년엔 모델 S를 SUV용으로 개조한 모델 X를 내놓을 예정이다. 마지막 셋째는 저가 대량생산 단계이다. 그는 앞으로 3~4년 안에 고성능의 3만달러짜리 전기차로 자동차업계 판도를 전기차 중심으로 바꿔버릴 작정이다. 2014년 6월 테슬라의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전기차를 전 업계에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zspeak-gallery-05.jpg » 솔라시티가 구축한 태양광 패널들. solarcity.com

솔라시티, 축제에서 받은 영감을 현실로

 우주산업과 전기차사업에 몰두하면서도 그의 상상력은 또 다른 곳을 향했다. 2004년 가족과 함께 놀러간 버닝맨 축제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영감’을 떠올린 것. 버닝맨 페스티벌은 매년 8월말 미 네바다주의 블랙록사막(Black Rock Desert)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약 일주일 동안 자신의 재능을 맘껏 표현하는 행사이다. 2년 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태양광패널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솔라시티의 주력 사업은 무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장기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는 것이다. 대여료가 기존 전기료보다  싼 덕에, 솔라시티는 짧은 기간 안에 미국 제2의 태양광 발전 업체, 미국 제1의 지붕형 태양광패널 업체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생산(태양광패널)과 소비(전기차) 시장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셈이다. 그는 전기차 충전소의 전기를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으로 만들어내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화석연료 의존도는 급속히 낮아질 것이다.  그는 20년 안에 태양광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e10.jpg » 일론 머스크의 지휘 아래 9개월만에 완성된'하이퍼루프.' 개념구상도.

  비행기보다 빠른 열차라면 어떨까

 2013년 8월 그는 돌연 또 하나의 지속가능형 교통수단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비행기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다. 이 초고속열차는 유선형의 캡슐 열차를 공기 저항이 극히 적은(진공은 아님) 튜브 안에서 총알을 쏘듯 발사하는 방식이다. 실현될 경우 최고 시속 760마일(약 1200㎞)로 달릴 수 있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보통 국제선 여객기의 최고 속도가 시속 900킬로미터 정도이니, 여객기보다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는 셈이다. 하이퍼루프의 동력원은 튜브 위의 태양광 패널. 그는 캘리포이나주 정부가 공개한 초고속 열차 시스템을 보고 실망해, 이런 구상을 내놓게 됐다고 말한다. 총 건설비용으로 60억달러를 추정하고 있어 현재로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밟아온 이력을 보면, 그는 여기에서도 끊임없이 기술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미 전역에 걸친 하이퍼루프 교통망 설치 비전을 담은 두번째 보고서를 냈다.
e2.jpg » 영화 <인터스텔라> 예고편에 등장한 일론 머스크의 지식강연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인터스텔라는 성간여행, 나는 화성여행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새 행성을 찾아 성간여행에 나선다. 그 쿠퍼와 같은 마음으로 머스크는 화성에 가고 싶어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화성에 지구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는 2012년 화성식민지 건설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요지는 20년 안에 8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화성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왜 하필 8만명일까? 사람 수가 적으면 유전적, 문화적 다양성이 소멸되고 사람 수가 너무 많으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화성에 자급자족의 문명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단 화성 거주자는 채식을 해야 한다. 그가 대략 뽑아본 화성 식민지 건설 비용은 360억달러. 그는 이를 근거로 화성 거주 자원자 1인당 50만달러(8만명 총액 400억달러)의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2014년 9월16일 드래곤 유인우주선 공개 영상





 나는 화성인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 그리고 앞으로 쏟아부을 막대한 돈으로 화성 식민지 대신 지구를 살리는 게 더 현명한 건 아닐까? 이런 질문에 그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지구문제에 대한 그의 해법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하는 우주산업의 성패에 대해 <테드> 지식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인류가 범우주적 문명을 이루느냐 못 이루느냐의 문제이다.  즉 우주라는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범우주적 문명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지구라는 좁은 공간에서 멸종을 맞을 것인가를 가르는 문제이다. 우주 개척을 통해 인류는 진정한 다행성 생물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인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소행성이나 거대 화산이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인류는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했다. 그러나 지난 60년 사이 핵무기가 우리 자신을 멸종시킬 잠재력을 만들어냈다.” (‘위키피디아’에 인용된 어록 중에서)
     
e4.jpg » 2010년 팰컨 로켓 발사를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위키피디아.

그가 미래인인 진짜 이유는 꿈 자체보다, 그가 꿈을 속속 현실로 구현해 가려는 데 있다. 그의 화성인 꿈도 그 대열에 들 수 있을까?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 엑스는 2015년 새해 벽두에 5번째 우주화물선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발사는 얼마 전 다른 민간 우주선업체들의 로켓 발사가 두 차례 연속 실패한 뒤 시도되는 것이다.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와중이어서 이번 발사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 부담을 느껴서인지 그는 애초 12월19일로 예정돼 있던 일정을 충분한 사전점검을 이유로 새해 1월6일(현지시간)로 연기해 놓은 상태다. 그가 이번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14년 6월 블룸버그 인터뷰




 @ 사족 : 그동안 한국 언론이나 출판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주로 엘론 머스크, 또는 엘런 머스크로 표기해 왔다. 그러나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일론 머스크'로 표기하는 게 옳다. 또 위키피디아에 올라 있는 그의 이름 발음기호도 '일론'(ˈlɒn ˈmʌsk)으로 돼 있다. '일론'이라 표기하는 것이 실제 발음과도 부합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갈수록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될 이름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바로잡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사족을 붙인다.

머스크의 성장 스토리

e12.jpg » 어린 시절의 일론 머스크. 유튜브 화면 캡처.

 잘난 척했던 책벌레, 왕따 소년

1971년생 일론 머스크는 국적이 세개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이력 탓이다. 두번의 결혼을 했는데, 첫 부인한테서만 남자아이 다섯을 낳았다. 아버지는 영국 출신 엔지니어, 어머니는 캐나다 출신 유명 모델 겸 영양사였다. 3남1녀 중 맏이로 태어났는데, 9살 때인 1980년 부모가 이혼한 뒤로는 주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또래들보다 1년 먼저 학교에 들어가서인지 또래들과 놀기보다는 책과 노는 걸 좋아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어린 시절 그는 똑똑한 척한다고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움받기 딱 좋은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책을 읽는 게 어린 머스크의 주된 일과였다. 읽은 것은 거의 모두 기억했다. 동생 킴벌이 전하는 바로는, 10살 때 아이비엠이 실시한 한 테스트에 참가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사상 최고점수를 받았다. 그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은 순전히 독학으로 쌓은 것이었다. 어린 머스크는 결국 12살 때 일을 내고야 말았다. ‘블라스타’라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 것. 그는 뭔가 돈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근처에 게임방을 차리면 근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성인뿐이었다. 아버지가 찬성할 리가 없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게임방이 무산되자 그는 이 게임을 500달러에 팔아버렸다.
 
e14.jpg » 캐나다 퀸즈 칼리지 시절의 일론 머스크. 오른쪽 여성은 이 때 만난 첫 아내로 보인다. 유튜브 화면 캡처.

스탠퍼드가 뭐 이래, 이틀만에 박차고 나오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17살 되던 해에 그는 남아공을 떠나 어머니의 고향인 캐나다로 떠났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의 퀸즈 칼리지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업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평소엔 혼자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고, 강의실에는 시험 치를 때만 들렀다. 이때 첫 아내를 만났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 편입해 경영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1995년에는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과정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는 여전히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이었지만, 그의 표현을 빌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 그는 떠날 결심을 굳히고 학과장에게 인터넷기업을 창업하겠다고 말했다. 입학한 지 불과 이틀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곤 벅찬 꿈을 안고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당시 그의 수중엔  2천달러가 전부였다.
 
e9.jpg » 2013년 <모터 트렌드>로부터 '올해의 차'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유튜브 화면 캡처.

28살에 청년 백만장자가 되다

 실리콘밸리로 온 24살의 청년 일론은 곧바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집투(ZIP2)라는 회사를 세워, 인터넷으로 사무실 위치나 전화번호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인터넷 도입 초기여서 일반기업들엔 인터넷 자체가 생소했을 때였다. 창업 4년만인 1999년 그는 집투를 컴퓨터 제조업체인 컴팩의 자회사 알타비스타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3억7000만달러. 이 가운데 2200만달러가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는 단숨에 청년 백만장자가 됐다. 이 때 그의 나이 28살. 혈기왕성한 청년은 그 돈으로 우선 스포츠카 ‘맥라렌 F1’을 샀다. 하지만 노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흥이 나지 않는 법. 곧 새로운 일을 찾아나섰다. 페이팔,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대담한 인생 2막이 시작된 셈이다.
 그는 2008년이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말한다. 그해 말 그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신이 이끄는 3개 업체의 부도 위기를 막느라 진땀을 뺐다. 첫 결혼도 8년만에 파경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모건스탠리는 솔라시티 투자금을 회수해갔다. 일주일 정도 버틸 자금밖에 안남은 상황까지 몰렸다. 실의에 빠진 그때, 그는 두번째 부인인 영국 영화배우 타룰라 라일리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런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둘은 2010년 결혼했다.
e6.jpg » 일론 머스크에게는 각종 강연, 대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더블린 서미트 행사에서 아일랜드 총리 엔다 케니와 대담하고 있는 장면. 위키피디아.

내 혁신적 사고의 기반은 물리학

 <테드> 지식강연에서 어떻게 이런 많은 혁신을 한 사람이 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많이 일합니다, 진짜 많이 일합니다.” 사회자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엔 이렇게 대답했다. “물리학적 접근을 하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물리학은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발견할지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직관에 의존하지 않지요. 그리고 저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입니다.”
 물리학은 그에게 우주관, 생명관을 심어준 학문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한 인터뷰에서 장엄한 우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전지전능한 지성의 존재가 아닌 기본적인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복잡한 현상들은 단순한 요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 그는 외계인의 존재 역시 부정한다. 그는 “인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아마도 유일한 지적 생명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xEGUhIIIAA9NDM.jpg » 직원들과 `역전의 법칙'이라는 이름의 일본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일론 머스크(오른쪽).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인용.


참고자료
 http://www.industryweek.com/technology/world-according-elon-musk?page=3
 http://www.industryweek.com/companies-executives/elon-musk-arrogance-success-factor?page=1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Elon_Musk#cite_note-108
 포브스의 머스크 소개 페이지
 http://www.forbes.com/profile/elon-musk/
 머스크 일생 소개 동영상
 http://www.businessinsider.com/elon-musk-tesla-spacex-career-family-2014-7
 블룸버그의 머스크 소개 동영상
 http://youtu.be/mh45igK4Esw
 머스크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elonmusk
 머스크 개인 홈페이지 
 http://elonmusk.com/about-elon-musk/
 머스크 테드 강의 동영상
 http://www.ted.com/talks/elon_musk_the_mind_behind_tesla_spacex_solarcity
   머스크의 <아이언맨2> 카메오 출연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EuG2AVFB-g0
 인터스텔라 예고편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QyT8cDk-DWg

   일론 머스크의 전처가 쓴 '어떻게 하면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될까'
    http://newspeppermint.com/2015/04/21/extreme-success/
 
일론 머스크의 라이프 스토리 및 인터뷰(2015.5.8.)
http://waitbutwhy.com/2015/05/elon-musk-the-worlds-raddest-man.html
http://newsroom.cisco.com/video-content?type=webcontent&articleId=1634321
http://kottke.org/15/05/elon-musks-quest-for-a-fantastic-future

일론 머스크에게 영감을 준 9권의 책
http://www.businessinsider.com/elon-musk-favorite-books-2014-10#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2/2015060201108.html

참고하지 못한 책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
엘런 머스크의 가치있는 상상(오세웅 지음)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김영사. 2015)
 한겨레신문

2015년 6월 28일 일요일

잃어버린 태양계 권력, 명왕성(Pluto)은 되찾을 수 있을까

뉴호라이즌스號 7월 14일 명왕성 접근
美·유럽 우주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美가 유일하게 찾은 행성, 유럽이 퇴출시켜
명왕성의 세 가지 미스터리 풀릴까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지구를 출발한 것은 2006월 1월 19일이었다. 그로부터 9년 반, 뉴호라이즌스호가 드디어 목적지인 명왕성(冥王星)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명왕성은 행성(行星)의 지위를 잃고 왜소 행성(矮小行星·dwarf planet)이 되었다. 하지만 명왕성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미지의 세계이고, 태양계의 비밀을 풀려면 꼭 밝혀내야만 할 숙제이다. 명왕성은 왜 행성에서 퇴출됐을까. 뉴호라이즌스호가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 최근접하는 뉴호라이즌스호의 상상도. 탐사선 바로 앞이 명왕성이고 그 뒤가 가장 큰 위성인 카론이다.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 최근접하는 뉴호라이즌스호의 상상도. 탐사선 바로 앞이 명왕성이고 그 뒤가 가장 큰 위성인 카론이다. /NASA 제공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

명왕성은 1930년 2월 18일, 미국 그랜드캐니언 남동쪽에 있는 로웰 천문대에서 톰보라는 천문학자가 발견했다. 아홉 번째 행성 발견 소식은 곧 전 세계에 알려졌고, 할아버지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영국의 11세 소녀 베네샤 버니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왕 '플루토(Pluto·플루톤의 영어명)'가 이 행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생각은 할아버지와 영국의 천문학자를 거쳐 행성 발견자인 톰보에게 전해졌다. 결국 톰보는 로웰 천문대의 설립자이자 아홉 번째 행성 예언자였던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이름 머리글자 'PL'과 같은 명왕성(Pluto)을 공식 이름으로 채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왕성 근처에서 형태가 비슷한 작은 천체(天體)가 계속 발견됐다. 결국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 작은 얼음 천체가 모여 있는 궤도가 알려지게 되었고, 그곳에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후 명왕성이 카이퍼 벨트에 있는 다른 천체와 비슷한 작은 얼음 천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해야 할 결정적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5년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명왕성 궤도 바깥에서 명왕성보다 큰 새로운 천체(에리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8월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회의를 열고, 명왕성을 에리스와 함께 왜소 행성으로 분류했다. 명왕성은 미국에서 발견된 최초이자 유일한 행성이었다. 미국 과학자들에게는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었던 명왕성을 유럽 천문학자들이 행성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한 지 불과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아직도 불만 소리가 높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끌어내린 직접적 원인이었던 에리스의 크기가 실제로는 오차 범위 내에서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작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탐사를 계기로 명왕성을 다시 9번째 행성으로 되돌리고 싶어 할 것이다.

위성 공전 둘러싼 미스터리

뉴호라이즌스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명왕성을 도는 위성들을 관측하는 것이다. 명왕성도 태양계 다른 행성처럼 위성을 갖고 있다. 명왕성에는 가장 큰 카론을 포함해 위성이 모두 5개 있다. 그런데 행성과 위성 관계가 독특하다. 위성들이 정확히 명왕성을 중심으로 돌지 않고, 명왕성에서 약간 떨어진 가상의 점을 중심으로 돈다.

먼저 위성을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태양계 초기에 명왕성과 카론이 충돌했고, 그 부스러기가 모여서 나머지 위성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왕성 크기는 지름이 약 2300㎞이고, 카론은 그 절반 정도인 1200㎞이다. 나머지 위성은 명왕성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스틱스, 닉스, 케르베로스, 히드라 순으로 돌고 있다. 스틱스 지름이 10~25㎞로 가장 작고, 케르베로스 13~34㎞, 닉스 46~137㎞, 히드라 61~167㎞ 순으로 크다. 워낙 멀리 있어 현재로선 이렇게 어림치로만 크기를 추정한다.

위성이 행성 주위를 도는 것은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성이 행성 주변을 도는 궤도의 중심은 둘 사이의 중력 중심, 즉 질량 중심이다. 지구는 달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 둘 사이 질량 중심이 지구 내부에 있다. 그래서 지구는 가만히 있고 달만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관계는 좀 다르다. 카론의 질량은 명왕성의 약 8분의 1이나 된다. 카론 역시 명왕성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한 질량인 것이다. 이 때문에 명왕성과 카론의 중력비는 8대1이 되고, 질량 중심은 둘 사이를 그은 선에서 명왕성 쪽 9분의 1 지점이 된다. 명왕성도 이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돈다. 카론은 질량 중심을 따라 좀 더 큰 원을 그린다. 나머지 위성도 명왕성과 카론 사이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돈다. 과학자들은 이런 관계가 두 항성(恒星)이 서로 공통 질량 중심을 도는 이중성(二重星)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중(二重) 행성'이라고 부른다.

둘째 미스터리는 명왕성의 작은 위성들이 어떻게 서로 부딪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 수 있느냐이다. 명왕성의 위성들은 다른 행성의 위성보다 아주 가까이 붙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찾은 해답은 '궤도 공명'이라는 현상이다. 이것은 여러 위성이 중력으로 서로 묶여서 도는 현상을 말한다. 스틱스와 닉스, 그리고 히드라는 각각 지구 시간으로 20.2일, 24.9일, 38.2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 대략 3:4:6 비율이다. 결국 세 위성이 한 묶음으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지 않고 돌 수 있다는 것이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도 궤도 공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공전주기는 1:2:4 비율이다.

명왕성 스쳐 가는 뉴호라이즌스호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명왕성의 또 다른 비밀을 발표했다. 명왕성에서 보이는 위성 모습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것. 달은 늘 지구에 같은 면을 보여준다. 마치 하인이 항상 주인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태양계의 많은 위성들도 그렇다. 달이 지구에 같은 면만 보이는 것은 달보다 지구의 질량이 훨씬 크고 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위성이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한쪽 얼굴만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명왕성 위성들의 자전주기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명왕성과 카론의 이중 행성계가 미치는 중력이 다른 행성계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위성 자체의 모양이 럭비공처럼 찌그러져 있다면 자전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가까이 가면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서 약 1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같은 왜소 행성인 세레스를 탐사하는 '돈(Dawn)'호가 세레스 주위를 돌면서 지속적으로 탐사하는 것과 달리,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또 다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 바깥에 천체가 밀집해 있는 카이퍼 벨트도 탐사할 계획이다. 과연 이번에 명왕성의 비밀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잃었던 9번째 행성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뉴호라이즌스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조선닷컴

멸종의 방아쇠 인류가 당기고 있다

자연파괴·온난화 일으켜… 35년새 무척추동물 45% 사라져
사라지는 스타벅스·보이茶
인간들이 촉발한 기후변화로 2080년 커피 産地 에디오피아 아라비카 나무 85% 없어져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미 남서부 사막도시 앨라모고도에서 불덩이가 하늘로 솟구쳤다.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폭발 시험이 이뤄진 것이다. 불덩어리의 지름은 200m나 됐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프로젝트의 책임자 오펜하이머 박사는 나중에 실험 당시 힌두교 경전의 한 구절이 머리에 떠올랐다고 했다. "나는 세상의 파괴자, 죽음이 됐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원자폭탄은 세상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상은 종말로 다가가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자연 파괴와 기후변화로 생물들이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폭탄 하나 터지지 않아도 매년 남한 면적 4분의 3에 맞먹는 7만5000㎢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35년간 인간은 두 배로 늘었지만 무척추동물은 45%가 사라졌다.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5번의 대멸종(大滅種)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금 추세라면 이르면 100년 안에 생물종의 75%가 사라지는 제6의 대멸종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연파괴·온난화 일으켜… 35년새 무척추동물 45% 사라져
핵실험으로 시작한 인류의 시대

인류에 의한 대멸종은 지질학마저 뒤흔들고 있다. 인간에 의한 오존층 파괴를 밝혀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파울 크뤼천 박사는 2000년 "인류 전체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쳤으므로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질시대는 가장 큰 단위가 신생대, 중생대 같은 대(代)이고 중간이 페름기, 쥐라기 같은 기(紀), 가장 작은 단위가 홀로세, 플라이스토세 같은 세(世)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무려 35%나 높였는데 이는 지난 40만년 중 최고 수준이다. 농업과 댐 건설 등으로 없애버린 퇴적층은 자연이 할 수 있는 침식의 1000배나 됐다. 지난 500년간 지구상 생물은 4분의 1이 사라졌다.

결국 인류세는 인간이 스스로 붙인 주홍글씨인 셈이다. 최근 그 시작 시점을 두고 논란이 치열하다. 당초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에 인류세가 시작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던 20세기 중반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월,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과의 얀 잘라시에비츠 교수가 이끄는 12개국 26명의 과학자는 "인류세의 시작을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던 1945년 7월 16일로 잡아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핵확산금지조약이 발효되기 전인 1945~1963년에 약 500번의 핵실험이 이뤄졌다. 수만 년 후에도 지금의 지질시대를 구분할 수 있는 인공 방사성 물질들이 이때 땅속에 남았다. 공교롭게도 생태계 파괴에 큰 역할을 한 대형 댐 건설, 물 사용량, 화학 비료 사용량도 모두 20세기 중반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현실화되는 제6의 대멸종

 지구상의 대멸종
공식적으로 지금은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 또는 충적세(沖積世)라고 부른다. 홀로세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현재까지 인류 문명이 시작되고 급격하게 발달한 시기를 말한다.
국제층서위원회(ICS)는 2008년에서야 홀로세를 정식으로 인정했다. 홀로세는 지질학으로 보면 워낙 최근이라 전 지구적인 지질 변화의 증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빙하에서 홀로세 초기의 지구온난화 징후를 찾아내 근거를 댈 수 있었다.

인류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반영한 홀로세도 최근에야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인류세가 가까운 시간에 학계의 승인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계에서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에게 인류세는 이미 어느 지질시대보다 유명해졌다. 생물종 멸종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4억400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期)부터 6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까지 모두 다섯 번 생물종의 4분의 3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기가 있었다. 2억5000만년 전 페름기 말의 대멸종이 생물종의 96%가 사라진 최악의 대멸종기였다. 가장 최근의 백악기 대멸종 때에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공룡이 멸종했다.

제6의 대멸종이 다가오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연구진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금의 멸종 속도는 매년 100만 종 중 100~1000종이 사라지는 셈이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의 멸종 속도는 매년 1000만 종 중 한 종꼴이었다. 인류 이전보다 멸종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현재 생물종으로 따지면 전체 종의 0.01~0.7%가 매년 사라진다. 100년이 지나면 최대 70%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앞서 일어난 대멸종에 육박한다.

곤충 멸종하면 농업에 직격탄

제6의 대멸종 원동력은 소행성 충돌도 화산 폭발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네이처지에 따르면 현재의 생물 멸종을 부른 주범은 서식지 소실·파괴(44%)가 1위를 차지했고, 남획(37%), 기후변화(7%), 외래종(5%) 순이었다.

생물 멸종은 단지 우리 옆에 있던 생물이 사라지고 종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인간에게도 직격탄이 된다. 현재 곤충 종의 26%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농약 남용 등으로 인해 꿀벌이 하루가 다르게 없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농작물의 75%는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한다. 곤충이 사라지면 농업이 무너진다. 꽃가루받이의 경제적 가치는 2005년 기준으로 2000억달러에 이른다.

남획은 대형동물에 집중돼 있다. 대형동물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멸종하면 피해는 생태계 전체에 미친다. 케냐에서 대형동물인 얼룩말과 기린, 코끼리가 사라지자 설치류가 급증한 것이 좋은 예다. 설치류가 늘자 전염병도 급증했다.

스타벅스·카페베네 사라질지도

일상에도 멸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인류가 촉발한 기후변화가 커피와 차, 초콜릿 같은 기호식품마저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품종 둘 중 하나다. 로부스타는 커피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인스턴트 커피로 쓰인다. 60~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는 커피전문점이나 캡슐 커피머신에 사용하는 커피의 원재료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라비카다. 해발고도 1000~2000m 사이의 차가운 구름이 덮인 숲에서만 자란다. 섭씨 30도 이상 기온이 장기간 지속되면 잎이 떨어지고, 23도 밑에서는 커피 열매가 너무 빨리 열려 제대로 익지 않는다. 영국 왕립 식물원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2080년이면 커피 주산지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있는 아라비카 나무의 85%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조건을 가혹하게 하자 99.7%가 사라졌다. 사실상 ‘멸종’이나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야생 커피나무를 찾아 종 다양성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인이 가장 귀하게 치는 보이차도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중국 최대의 보이차 산지인 윈난성(雲南省) 일대가 우기(雨期)에는 강우량이 크게 늘고, 건기에는 기온이 높아졌다. 기후가 혹독해진 것이다. 보이차 잎은 우기에 두 배로 자라지만 반대로 차의 맛을 좌우하는 물질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우기의 강우량이 늘면서 차의 품질이 떨어졌다.

건기에는 차 맛을 내는 물질이 많아지지만 기온이 너무 오르면 아예 잎이 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2010년 100년 이래 최악의 가뭄에 윈난성 차밭의 차나무 5만 그루가 고사했다. 인도에서도 건기가 길어지면서 홍차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 서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이어지면서 코코아 열매의 수분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초콜릿 생산량도 감소했다. 이처럼 제6의 대멸종은 아마존 밀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00년 뒤에 “인류는 종(種)의 구원자, 생명이 됐다”고 자평(自評)할 수 있게 전 지구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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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에게도, 찬란하게 빛나는 부분이 있다

보석이 된 벌레, 비단벌레


 이 사진은 미국의 사진작가 찰스 크렙스가 부쿼티 비단벌레의 눈 주위를 450배 확대해 찍은 것이다.
Nikon Small World 제공
붉은색에서 시작해 황금색을 거쳐 보라색으로 마무리되는 무지갯빛 광채가 눈을 어지럽힌다. 어느 보석(寶石) 세공사가 이렇게 멋진 장신구를 만들어냈을까. 금속성 광택으로 빛나지만 사실 사진의 주인공은 살아있다. 바로 '크리소크로아 부쿼티(Chrysochroa buqueti)'란 학명(學名)의 비단벌레다. 지난해 니콘의 현미경 사진대회 '스몰 월드(Small World)'에서 수상한 이 사진은 미국의 사진작가 찰스 크렙스가 부쿼티 비단벌레의 눈 주위를 450배 확대해 찍은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사는 ‘크리소크로아 부쿼티(Chrysochroa buqueti)’란 학명의 비단벌레.
동남아시아에 사는 ‘크리소크로아 부쿼티(Chrysochroa buqueti)’란 학명의 비단벌레. 위 사진은 부쿼티 비단벌레의 눈 주위(화살표)를 450배 확대한 모습이다.
'살아있는 보석' 비단벌레는 전 세계에 1만500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87종이 있다. 부쿼티 비단벌레는 동남아시아에 산다. 2012년 농촌진흥청은 한국과 일본, 동남아에 사는 비단벌레의 DNA를 분석해 '한국 비단벌레(Chrysochroa coreana)' 종을 찾았다. 한국 비단벌레는 초록색이 섞인 황금빛을 띤다. 비단벌레의 화려한 색은 짝짓기용이다. 해마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벚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같은 오래된 활엽수에서 화려한 빛으로 짝을 유인하는 비단벌레를 볼 수 있다. 전남 해남 두륜산과 완도, 전북 정읍 내장산, 고창 선운산, 부안 변산반도 등에서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한국 고유의 비단벌레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신라 유물에서 비롯됐다.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 비단벌레로 장식된 금동 말안장 가리개, 발걸이, 허리띠꾸미개 등의 유물이 발굴됐다. 복원 작업을 거치자 황금빛과 초록색이 섞인 한국 비단벌레의 영롱한 빛이 살아났다. 어떻게 비단벌레는 1600년 동안 아름다운 빛을 그대로 간직했을까.

비단벌레의 껍질에는 무지갯빛을 내는 색소(色素)가 없다. 대신 빛을 반사하는 미세 결정 구조들이 촘촘히 나있다. 바로 '광결정(光結晶)'이다. 공작의 화려한 깃털, 모포나비의 푸른색 날개, 보석 오팔의 영롱한 색도 다 광결정 덕분이다. 우리 눈에 색이 보이는 것은 물체에서 그 색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이 반사되기 때문이다. 광결정은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하고 나머지는 그냥 통과시킨다. 반면 색소는 특정 빛을 반사하고 나머지는 흡수해 열로 소멸시킨다. 색이 바래는 것은 이처럼 색소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광결정은 빛을 흡수하지 않으므로 세월이 흘러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광결정을 모방해 다양한 곳에 활용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광결정으로 더 많은 빛을 태양전지에 보내면 발전(發電)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광결정으로 빛을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면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 빛은 전자보다 정보 처리의 양과 속도에서 월등하다. 광결정으로 빛이 오가는 길을 칩 위에 만들 수 있으면 지금의 컴퓨터보다 더 빠른 광(光)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하버드대와 전자부품연구원, KAIST 공동 연구진은 광결정으로 색이 바래지 않는 물감을 개발했다. 서울대 권성훈 교수는 광결정 잉크로 지폐에 위조 방지용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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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암세포, 알아야 다스린다

癌세포는 왜 죽어도 죽지 않는가

카오스재단 지상강의… 불멸의 암세포, 알아야 다스린다

암세포 못죽이는 이유는 '무한분열'
정상세포, 시간 지나면 성장 멈추지만
암세포는 분열 반복, 새 암세포 만들어

암세포는 왜 생기나
DNA 복제과정 10억번에 한 번 오류, 손상된 DNA 때문에 암세포가 탄생
"오래 살면 누구나 암 걸릴 가능성"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에볼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등 신종 질병이 꾸준히 등장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을 묻는다면 대부분 암(癌)을 꼽을 것이다. 암은 오랜 기간 불치(不治)병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단 기술과 수술법, 항암제 등의 발달 덕에 초기에 암을 발견해 완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심장질환이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 암 완치율은 높아진 반면, 심장질환 발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 진단과 치료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여전히 암이 압도적인 사망 원인 1위다.

언젠가 인류가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까. 애석하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암세포에는 '불멸(不滅)'이라는 특성이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상 세포는 어느 정도 분열을 하면 분열을 멈추고, 숫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세포마다 수명(壽命)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암세포는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암세포 하나하나가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자손, 즉 새로운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그 자손들 역시 계속 분열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겨난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사람의 몸을 잠식하는 것이다. 이를 의생물학에서는 '암세포의 무한분열'이라고 한다.

암세포는 자기가 살아갈 환경도 직접 만들어낸다. 암세포가 뭉친 악성 종양 덩어리가 생기면, 그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혈관이 뻗어나온다. 이 혈관은 몸 속의 영양분을 흡혈귀처럼 쪽쪽 빨아들인다. 무한분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다. 사람의 세포는 원래 있어야 하는 곳에 머물도록 설계돼 있다. 피부세포는 피부에, 뇌세포는 뇌에 있다. 뇌세포가 위나 장으로 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런 장벽이 없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닌다. 유방에 생긴 암세포는 뇌로도 가고, 골수로도 간다. 암세포가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무한분열을 시작하는 것을 전이(轉移)라고 한다. 수술이나 화학치료 등을 통해 암세포를 죽여도, 완치까지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전이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
자료:美 듀크대
DNA 손상으로 생긴 불멸의 세포
암세포는 도대체 왜 생겨나는 것일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암세포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폐에서 생겼느냐 유방에서 생겼느냐, 남성에게서 생겼느냐 여성에게서 생겼느냐에 따라 모두 다르게 생겼고 특성도 다르다. 같은 환자의 간에서 생긴 암세포조차 위치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함께 뭉쳐 있는 암세포 덩어리에서도 여러 종류가 나타난다. 암세포를 불멸의 세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많은 종류의 암을 빠짐없이 모두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세포가 생기는 원인도 한두 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기 힘들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암도 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HPV)이라는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주변 정상 세포의 구조를 바꾸면서 생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유전자(DNA) 손상을 지목하고 있다. 두 가닥의 나선 구조인 DNA는 사람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염색체를 구성한다.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DNA는 자신과 같은 놈을 복제해 분열된 세포에 같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DNA 복제 과정에서 드물게 오류가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10억번 분열할 때 한 번 정도 큰 오류가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손상된 DNA가 만들어진다. 분열된 세포에 잘못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들은 정상 세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행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분열을 멈추거나,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머물러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다. 암세포의 탄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저명한 암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우리는 오래 살게 되면서 언젠가는 모두 암에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암의 실체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사람은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고 몸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포분열을 경험한다. DNA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손상이 10억 번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가 많을수록 DNA 손상이 일어나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암은 몸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세포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이 암세포와 싸울 방법을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하고 있다. 암이 진화하는 만큼, 암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암이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쉽게 치료하고 다스리는 질병이 될 날을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카오스의 '기원(origin)' 강연 시리즈 중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가 진행한 '암의 기원'을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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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의 나라, 인도 교육법

인도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세계 명문대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모셔간다는 엘리트의 나라, 인도의 교육 방식을 주목해보자.

최근 삼성전자 인사에서 삼성의 최연소 임원이 된 인도 출신 프라나브 미스트리(33) 상무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인도 10대 대학 중 하나인 구자라트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MIT 미디어랩에 입학했으며, 200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이력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한 이유는 지금 미스트리 상무와 같이 인도의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인도의 수준 높은 교육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높은 교육열만큼 교육의 결과도 뛰어나다. 미국, 유럽 등의 대학과 기업에서는 장학금과 높은 연봉을 약속하며 인도 출신 인재 영입에 나선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높은 교육열로 정평이 난 인도가 어떻게 우리나라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지 그 비결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 현실과 비교해볼 만한 인도 교육의 특징인도국제학교나 대학에 가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임상희 인도라 유학원 원장은 인도의 교육에 대해 “영국의 귀족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라고 전한다. 인도가 영국의 통치를 오랫동안 받아 그 영향이 교육 분야에도 뿌리 깊게 남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학교 외에도 사립학교, 국제학교가 무수히 많은 것도 특징이다. 대다수의 사립학교와 국제학교에서는 인도 교육청에서 만든 영국식 교육 시스템인 CBSE(Central Board of Secondary Education) 학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제학제인 IB, ISCE(Council for the Indian School Certificate Examination) 등도 채택하고 있다.

1 학교 정규 수업을 영어로 인도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 과외나 학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규교육이 영어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도 있다. 물론 인도 사람들은 힌디어 등 전통 언어도 많이 쓴다. 하지만 정부가 공문서 등에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으며 회사에 취직하려면 영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중산층은 대부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 무엇보다 사립학교, 국제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만큼은 확실히 익히게 된다. 과거 우리 교육처럼 문법 위주가 아니다. 인도는 발표 수업이 많고 저학년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서술하도록 가르친다. 말하기, 쓰기를 통해 어릴 때부터 영어 에세이 쓰기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 대학에 가기 위해 따로 영어 에세이 과외를 받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도에서 학교를 나오면 영어만큼은 확실히 배운다”라며 인도 유학을 선호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2 수학 수업은 수준별로 나눠서 인도는 유독 수학, 과학 분야의 천재들이 많다. 화학상, 물리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도 다수고 천재 수학자도 많이 배출했다. 일반 학생들도 수학에 강한 편이다. 기초과학, 공학 분야의 강국인 인도의 위상 뒤에는 수학 교육에 집중하는 비밀이 있다. 인도 학교에는 수학 실험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문제를 푸는 일반 수업과는 달리 하나의 수학 공식이 왜 나오게 됐는지 원리를 중심으로 파헤친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원의 수학 수업 같다고나 할까. 수학 과목의 시험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위주다. 정답보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풀이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아도 감점 처리한다. 또 수학 과목은 아이들의 실력에 따라 반을 나눠서 수업을 진행한다. 9학년(중3)부터 심화반과 일반으로 나뉘며 수학 과목만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이동 수업을 한다.

3 학교 시험은 모두 주관식 인도 학교 교육의 특징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시험이 주관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객관식 문제는 극소수에 그친다. 지문을 읽고 요약하라거나 풀이 과정을 서술하라는 등 서술형 시험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답을 찍을 수도, 요행을 바랄수도 없다. 자신이 아는 바를 논리적으로 요약해서 써내야 하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말 그대로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학생들도 많다고. 수업 또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먼저 책을 읽은 뒤 모르는 것을 물어보라는 형태의 수업이 많다.

4 대학 가기 전부터 전공과목에 집중 초중고를 나누지 않고 1~12학년까지 통합한 형태인 인도 학교에서는 11학년(고2) 때부터 희망 진로에 따라 집중 공부를 한다. 특히 수학은 이과대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아니면 11학년 때부터 듣지 않아도 된다. 대신 희망하는 대학에 따라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들이 있다. 그래야 대학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공대를 가려는 학생들은 수학, 화학, 물리 수업을 2년 동안 들어야 한다. 특히 인도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를 선호한다. 공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에 비해 심화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도 성행 중이다. 인문계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영어, 제2 외국어, 역사, 심리학 등을 선택해 듣는다. 경영대를 가려는 학생들은 영어, 비즈니스, 경제 등을 듣도록 돼 있다. 인도 학교는 우리나라처럼 과목이 많지 않아 학생들의 부담이 적은 편으로 희망 전공에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필요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한다.

5 최소한의 안전장치, 유급제도 기초 교육 보장을 위해 인도 학교들은 유급제도를 도입했다. 10학년 말과 12학년 말에 시험을 봐서 일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유급을 시킨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에 통과하는 편이나, 그 어떤 학생이라도 공부를 안 할 수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Mini Interview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업 방식에 만족”
김해상(연세대학교 국제학부 재학생)



인도에는 언제 갔나?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인도로 건너가 2학기부터 국제학교인 안델리의 라이언 글로벌스쿨에 다녔다. 12학년까지 마치고 연세대에 합격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다.

우리나라 학교와 인도 학교를 모두 경험했다. 무엇이 다르던가?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점은 전공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는 점이다. 인도의 학교는 9학년 때부터 전공 대비 수업을 시작한다. 보통 4과목 정도 전공 관련 수업을 듣게 되는데, 나는 경영·경제 분야로 진학하려고 했기 때문에 경영, 경제, 회계 수업을 주로 들었다. 내 전공과 상관없는 과학 수업은 듣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수업 중에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를 해서 등교하지 않으면 안 됐다. 처음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부담스러웠고, 발표 수업도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내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 에세이를 쓰거나, 친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마치 대학교 같은 수업이 많은 것도 인도 교육의 특징이다.

인도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 인도의 학교는 유달리 축제가 많다. 이런 학교 축제에는 학생 전원이 참가해야 하는데, 관심 분야에 따라 직접 무대에 서는 아이들도 있고, 기획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문화 덕분에 성격이 더 활발해진 면도 있고, 인도 친구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적어서 크게 공부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며 학교생활을 하는 행운도 누렸다.

인도 교육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는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그리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나를 인도에 보내면서 ‘영어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히 하겠지’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한다. 인도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나도 학교를 통해 모의 UN, 디베이트(토론) 대회 등에 나가서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 신문에 기사를 써서 글을 잘 쓰는 특기를 인정받기도 했다. 연세대 국제학부에 특기자전형으로 합격하게 된 것도 이런 인도 교육의 장점이 적용된 덕분이라고 본다.
레이디경향

학업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유럽의 교육법

최근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2013년 발표한 ‘부유한 국가 아동의 주관적 웰빙’ 조사 지표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동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조사 대상국 29개국 중 최고였다. 반면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16.8%), 프랑스(20.8%), 독일(23.9%)이었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경쟁적인 한국 교육의 대칭점에 있는 세 나라의 교육 현주소를 짚어봤더니 시사점이 크다.


 
 
네덜란드
학교 제도 만 4세부터 초등학교 시작
네덜란드의 초등학교는 총 8년 과정이다. 만 4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유아 교육이 초등 교육과 분리되지 않고 연계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만 4세 생일이 지나면 각자 입학하기 때문에 단체 입학식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초등학교는 학생의 수준에 맞게 수준별 교육, 과목별 이동 수업이 이뤄지고 유급과 월반 제도가 있다. 개개인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 시험 결과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진 중·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인문계 중·고등학교는 6년 과정, 상위 보통중고등학교는 5년 과정, 중·하위 직업중고등학교는 4년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평가 제도 성적보다 중요한 학교생활 태도초등학교부터 유급 제도가 있어 아이들마다 졸업 시기가 다를 수 있다. 수업 과정을 따라오지 못해 유급되기도 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 교사와의 친화력 등 사회적 태도도 유급의 중요한 기준이다. 학교가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기초를 잡아주기 위함이다. 초등학교에서는 1년간의 시험 점수를 합쳐 대다수 과목이 10점 만점에 6점을 넘지 못할 때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유급을 권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창피해하지 않는다. 유급을 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하지만 학교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교사의 유급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공부 성적과 인성 중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교육 ‘학원’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네덜란드는 사교육이란 개념조차 없는 철저한 공교육의 나라다.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공부하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보는 정도이고,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습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곳이 없고, 초등학생들은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기 때문에 예습, 복습을 시켜야 한다는 개념도 없다. 사교육 기관이 없는 것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사교육이 없는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 실제로 전체 국민의 15% 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예외적으로 사교육이 있는 분야가 있다. 예체능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뮤직스쿨’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연주 및 무용, 그림 등 예능 분야를 가르친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수업료가 책정되는데, 저소득층에는 아주 저렴한 수업료만 부과되며 나눠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예체능 사교육을 시킨다 해도 사교육비 부담은 거의 없다. 네덜란드 부모들에게 중요한 사교육은 스포츠다. 대부분 아이들은 스포츠 클럽에서 한 종목 이상의 스포츠를 배운다. 이 또한 비용이 아주 저렴해 돈이 없어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예체능 분야 사교육도 철저히 취미 측면에서 시키는 것이지,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한다는 ‘휩쓸리기식’의 사교육은 아니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왜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지?네덜란드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대학 입학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성적을 더 올리라며 다그치지 않는다. 물론 자녀가 공부를 잘해 대학에 합격하면 기뻐하고 축하해준다. 타고난 재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아이가 공부 외의 다른 재능을 보이면 일찌감치 그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이들의 교육 태도다.

주한 네덜란드 부대사인 마르요 크롬푸츠씨는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가 평균 수준의 성적을 받는 것에 만족하며 시험 점수가 10점 만점에서 6점이 나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네덜란드의 초·중·고를 통틀어 중간 점수대의 학생은 전체 학생의 70~80%를 차지한다고. 이런 태도는 네덜란드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머리로 일하는 사람과 기술로 일하는 사람이 골고루 필요하다고 여긴다. 모두 학문을 연구하기만 한다면 누가 집을 짓고 도로를 청소하고 빵을 만드느냐고 반문하며 모든 직업을 존중하는 것. 실제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기반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교육 광풍’이 없는 것이다.


Profile 도움말을 준 정현숙씨는…
네덜란드에서 10년간 세 아이를 키운 엄마로 현재 큰아들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법학과에, 작은아들은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막내딸은 현지 초등학교를 거쳐 현재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네덜란드의 교육 현실에 대해 직접 보고 겪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리포트를 알토란처럼 엮어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를 펴냈다.



프랑스



학교 제도 준비 학년부터 시작하는 초등학교

기본 학제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4학년, 고등학교 3학년으로 이뤄져 있다. 만 6세인 1학년은 준비 학년으로 다음해부터 있을 본격적인 공부를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 교육과 초등학교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셈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월반 제도가 있고,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1년을 더 연장해주는 제도도 있어 학생별 이해 능력에 따라 교육이 이뤄진다. 중학교 3학년 때 성적과 학생의 희망에 따라 진로를 결정짓고 이후부터는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직업 자격증을 취득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평가 제도 서열을 매기는 상대평가 없다프랑스 초등학교의 성적표에는 등수가 없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적용해 A, B, C, D 식으로 등급이 표기된다. 물론 이것은 본인만 알 수 있으며, 아이들은 친구들과 경쟁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한국처럼 시험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시험 기간이 따로 없고, 평소에 수시로 간단한 과목별 평가 시험을 보는 편이다. 시험을 자주 본다니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시험 스트레스가 더 클 것 같지만, 프랑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는 물론 고등학교에 가서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은 계속해서 학문을 연구하고 대학에 입학하길 희망하는 소수의 아이들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공부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극히 적다.

사교육 스포츠 클럽이 유일한 사교육프랑스 역시 사교육의 개념이 없다. 한국처럼 학교 과목을 따로 더 공부하거나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프랑스인들은 그런 종류의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학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이들이 모여서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클럽뿐이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이런 클럽에 다니며 신체 활동을 즐기고 취미 활동을 한다. 학원에 다니지 않다 보니 방과 후에도 시간적 여유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서로의 집을 방문하거나 공원에 가서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이 많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정답이 아닌 생각이 중요한 사회
프랑스 사회는 전인교육을 중시해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과 자질을 살려주는 교육 방식을 추구한다. 또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프랑스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의 큰 목표다. 프랑스 교육을 상징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이다. ‘과거를 망각하면서 현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등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제만 봐도 프랑스 사회가 추구하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출제된 문제는 프랑스 전 사회의 이슈가 돼 TV 토론회 등이 등장한다. 합격자는 수험생의 80% 이상, 20점 만점에 10점 미만자에게는 재시험의 기회를 줘 합격률을 높이려 한다.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닌, 더 많은 이에게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또 프랑스인들은 책상 앞에서 책을 파는 것만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 시간에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다. 프랑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김정서씨는 “프랑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과 다양한 주제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때문인지 사고방식이 일찍부터 성숙해지는 것 같다”라고 전한다. 실제로 학교 교육도 논리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중요시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한국의 교육과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 중요한 프랑스의 교육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독일

학교 제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진로 결정독일의 초등학교는 4학년까지다. 중·고등학교는 학교에 따라 8~9학년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9학년까지였는데 8학년으로 변경됐다가 학생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다시 학교에 따라 8~9학년으로 변경됐다. 독일 교육제도의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들의 진학 계획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4학년 중간 성적표가 나오면 학업 능력과 적성을 바탕으로 어느 학교에 진학할 것인지를 정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할 학생과 실업학교 등에 진학할 학생으로 나뉜다. 너무 일찍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신의 길을 빨리 정하는 독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교육 정책이다.


평가 제도 필기시험만큼 중요한 평소 수업 태도초등학교의 성적은 필기시험 점수가 50%, 수업 중 발표하기 등 수업 태도가 50%를 차지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성적표에 점수가 기재되지 않고 문장으로 된 성적표가 나온다. 2학년부터는 점수가 있는 성적표가 나오며 과목 점수 외에 공부하는 태도, 사회적인 태도에 관한 점수가 표시된다. 그만큼 아이들의 공부 자세와 평소 학교생활 태도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무리 과목 성적이 좋다고 해도 이 점수가 나쁜 학생은 초등학교 졸업 뒤 진학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사교육 한국 같은 과외 열풍은 없다독일에도 사교육이 있긴 하다. 최근 들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렇다 해도 전문 선생님을 고용해 고액 과외를 시키는 한국의 사교육과는 차이가 큰,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독일의 학교는 낙제 제도가 있는데, 학생이 낙제할 가능성이 크다 싶을 때 중·고등학교부터 개인과외를 하는 편으로 조금 위 학년의 학생들에게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과외를 받는 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학교의 지원 수업을 통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 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중 교육을 실시한다. 학교에서 무료로 해주는 과외 수업인 셈이다. 독일어, 책 읽기 등 공부 과목뿐 아니라 운동까지 지원 수업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 추세, 그래도 한국보다는 덜 경쟁적
최근 독일의 교육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출산율이 줄면서 1~2명의 자녀만 키우는 가정이 늘어났는데, 그러다 보니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게 많은 지원을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요즘에는 자녀를 직업학교가 아닌 고등학교(김나지움), 대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한다. 점점 고학력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가 9학년제에서 8학년제로 바뀐 것도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는데, 8학년으로 과정이 줄면서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가 과도해졌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직 8학년을 고수하는 학교가 더 많지만 거센 비난 여론에 다시 9학년으로 바꾼 학교들도 있다.

이런 일련의 사회적 변화 때문에 요즘 독일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예전에 비하면 조금 늘었다는 의견이 많지만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엄마들은 “그래도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스트레스가 적다”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이런 스트레스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만 느끼는 것이지, 실업학교 등 다른 진로를 택한 학생들은 과도한 공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또 독일 부모들은 최근 들어 고학력을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 자녀가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억지로 공부하도록 하기보다는 빨리 욕심을 버리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레이디경향

미리 시작하면 좋은 우리 아이 역사교육법

ㆍ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수능이 아직 먼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역사를 접한 아이들에게 더욱 유리할 수 있다.


 
2016학년도 입시(현 고3)까지는 ‘한국사’가 사회탐구 10개 과목 중 하나의 선택과목이지만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필수과목이 된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만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택했던 한국사가 이제 수능 응시자 전체의 필수과목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결과,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학생들의 기본적인 역사 지식과 사고력이 부족해졌다고 판단해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게 됐다. 한국사는 아이들의 좋고 싫음이 분명한 과목이다. 따라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로 이어지고, 나아가 역사의식을 깨우치는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1 대화를 통해 관심을 갖게 하자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에게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주제를 역사에 한정짓지 말고 미술, 수학 등 여러 방면으로 꼬리를 물고 확장해나가야 한다. 불쑥 역사 이야기를 들이밀면 아이 귀에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 또 아이가 질문했을 때 답을 모를 경우 그냥 넘어가지 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라도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주자. 아이에게 직접 검색이나 책을 통해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 스스로 지식을 찾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언어와 설명 방식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겠지만, 이럴 땐 ‘대화’를 통해 아이와 엄마가 서로 많이 배울 수 있다. 아이와 대화하고 지식을 찾다 보면 부모 머릿속의 흐릿하고 뒤엉킨 생각들이 쉽고 선명해진다. 또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방면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자. 역사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포인트.

2 아이의 역사책을 고를 땐 신중히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어린이 역사책을 고를 때는 크게 두 가지 경우를 피한다. 단편적으로 흥미를 끄는 데만 치중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각색이나 과장이 과한 경우와 반대로 어른 책의 요약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읽기 어렵게 서술해놓은 경우다. 아이의 생각을 완결 짓고 닫아주는 방식보다는 열어주고 더 확장할 수 있는 책을 골라줘야 한다. 부모가 읽기에 ‘똑 부러지니 시원하네!’라는 느낌이 드는 책은 어쩌면 아이에게는 시야를 열어주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의 역사관이 성급하게 굳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목소리와 접근 방식을 담고 있는 책들을 함께 읽게 하는 것이 좋다.

3 책을 읽을 땐 역사 용어나 개념 설명을 철저히역사책엔 여러 가지 용어가 등장한다. 역사 용어는 사실이나 사건의 내용과 의미가 집약돼 표현된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 용어의 의미를 알면 역사적 사실이나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시간대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용어조차 생소하고 복잡해서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 나오는 용어가 아이에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부모가 직접 그 용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고, 용어와 역사적 사실을 연결 지어 얘기해줘야 한다.

역사 개념은 여러 가지 사실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다. 홍경래의 난이 ‘사실’이라면 봉기는 ‘개념’에 해당한다. 즉, 봉기는 임술 농민 봉기나 고부 농민 봉기 등 유사한 성격을 갖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묶을 수 있는 개념이 된다. 개념이 등장하면 아이와 함께 유사한 특징을 가진 사실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다.

4 역사적 자료를 이용해보자글을 통해서만 역사를 접하면 아이가 역사를 ‘공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역사는 매우 재미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배워가는 모든 지식들이 결국 역사와 맞닿아 있는데도 그 사실을 깨달을 틈도 없이 ‘역사’ 하면 지루하고 어려운 교과목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역사가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글 이 외의 자료들을 이용해보자. 사진이나 그림은 글보다 훨씬 생생하게 사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시각 자료는 역사를 공부할 때 좋은 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사건이나 문화유산 등에 대한 시각 자료를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와 연결 지어 설명해주자.

아이와 함께 역사적 현장이나 박물관, 전시관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는 관련 내용을 조금이라도 미리 찾아본 뒤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소재라고 해도 이야깃거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이가 경험하는 정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아이들에게 직접 정보를 찾아보도록 ‘미션’을 준 뒤 현장에서 부모님께 들려달라고 하고 함께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역사적 흐름 파악 후 상상력 자극하기
역사적 사건은 시간의 흐름 위에서 진행된다. 언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은 중요할 수 있지만 연도를 무작정 암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이에게 특정한 시기에 일어난 사실을 순서대로 알려주면서 전개 과정을 이야기로 연결 지어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포인트.

역사 학습에서는 각 시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각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을 설명한다면 유물의 쓰임새와 당시의 사회 상을 연관 지어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자. 역사에서 사상이나 제도는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변화되곤 한다. 사례를 통해 그것이 변화되는 계기와 원리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학습이 끝난 뒤엔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네가 어떤 역사적 인물이 돼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과 추론은 과거를 실감 나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6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이용하기아이가 초등학교 이상에 재학 중이라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해보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역사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한국사 전반에 걸쳐 역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한다. 평가 등급은 고급, 중급, 초급으로 나뉘는데, 초급은 한국사 입문 과정으로 한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역사 상식을 평가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역사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초급에 응시할 수 있다.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 초급의 경우 60~69점은 6급, 70점 이상은 5급으로 인정받게 된다. 한국사 자격증은 대학생이 돼서도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꾸준히 시험에 응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Mini Interview“역사교육은 아이 성장에 중요한 영역”
금현진(작가·「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저자)



Q ‘역사’라면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아이들을 역사에 흥미를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미 역사를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역사의 재미를 맛보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우선 아이가 다시 역사 공부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아주 쉽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주제나 시기에서 벗어나 ‘통사(通史)’로서 한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세요. 무슨 일이든 앞뒤 맥락을 알아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처럼, 역사도 단편적인 이야깃거리들에 머물지 않고 큰 흐름으로 이해해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Q 역사책(텍스트)과 역사 현장(체험), 어느 부분에 더 중점을 둬야 할까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척 다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일반화해서 한마디로 이야기하긴 어렵지요. 또 배경 설명이나 균형 잡힌 해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잘못 이해하게 될 가능성도 늘 존재하니까요. 예를 들어 아이와 박물관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교육적으로 훌륭한 경험이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전시물들에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오히려 대상을 더 멀고 낯설게 느끼게 되겠지요. 또 박물관 전체가 편향된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일단은 정확하고 균형 잡힌 텍스트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역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역사교육’에 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역사는 어떤 식으로든 가치관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작게는 자아 형성의 시기에 ‘나’를 둘러싼 환경과 뿌리를 이해하는 일부터, 크게는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기르는 데까지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이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도 역사가 한 교과목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성장에 무척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레이디경향

내 아이의 미래를 엿보다! 15년 후 입시와 진로

우리나라의 출생 인구수는 과거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 내 자녀의 대학 입학은 수월해질까? 아니면 여전히 치열할까? 또 요즘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들마다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곧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해 일자리를 빼앗는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것. 그럼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결코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만저만이 아니다.


 
년 후, 대학은?기자가 태어난 1979년의 출생 인구수는 83만여 명이었다. 그리고 기자의 아들이 태어난 2011년생 아이들은 모두 45만여 명이다. 신생아의 수가 거의 절반가량이 줄었다. 이는 15년 후 과거에 비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수도 절반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내 아이의 2030년 대학 입시 풍경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인구수에 비례해 대학 수가 많으니 그 문턱은 다소 낮아질까? 아니면 지금처럼 여전히 좋은 대학을 위한 입시 경쟁을 치러야 할까? 교육 전문가와 미래연구 전문가가 가까운 우리의 미래 10년, 15년 후의 모습을 예측했다.

먼저 두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은 “대학 가기는 여전히 힘들 것이다”라는 것이다. 스카이에듀의 유정안 이사는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대학의 수도 감소할 것이지만, 인기 대학과 학과의 경쟁률은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몰락으로 ‘인 서울’의 주요 대학과 인기 학과의 경쟁률은 오히려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대학은 인구수 감소에 따른 마켓 사이즈를 우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요 대학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정원수를 줄이거나 비인기 학과를 축소시키고 있죠. 실제로 중앙대학교는 안성 캠퍼스에 예체능 학과만 남기고 다른 학과들은 서울 캠퍼스로 이동을 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는 상경계 중심으로 선발했어요. 학생 선발 방식도 학부 방식에서 학과 선발 방식으로 전향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죠. 모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수단이라고 봅니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최윤식 소장은 미래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은 시작됐고, 대학의 경우에는 2020년과 2025년 사이에 구조조정이 끝날 것이라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학교들이 몰락할 것이다.


“향후 5~10년간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데 인색할 거예요. ‘좋은 대학이 좋은 일자리로 이어진다’라는 스펙 중심의 선발 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기업의 좁은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보다 좀 더 먼 미래로 간다면? 최 소장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탠다.
“20, 30년이 지난 시점에는 굳이 19세에 좋은 대학을 들어가도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평균수명의 연장 때문이죠. 과거에는 한 번 직장은 평생직장이었어요.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적어도 2, 3개 직장은 새롭게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30, 40대에도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겠죠. 그럼 대학도 30대 이상의 연령대가 중요한 학생층이 될 것이고 입시의 틀이 바뀔 여지가 있지요.”

미국은 이미 겪었던 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 입학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충분히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시점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미래는 분명 지금과 다르다
대학 입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진로 문제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후, 내 아이가 직업을 구하는 시점에는 ‘제3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사회는 급진적으로 변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화 로봇(AI)로 인해 향후 20년 후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없어질 거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먼저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직업군이 1순위로 없어진다. 대중교통 운전사, 물류 운송업, 펀드매니저, 세무사뿐만 아니라 파일럿, 기자, 약사, 변호사도 사라질 직업군이다. 이미 이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알고리즘은 개발돼 있다. 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인 ‘로봇 저널리즘’은 이미 상용화돼 결과가 숫자로 환산되는 스포츠나 금융 관련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최 소장은 지금이 바로 아이의 진로를 위해 부모가 먼저 정보 수집에 나설 때라고 단언한다.


“중국의 한 공장에서 2만 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공장이 올해 들어 기계와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는 100명만이 남았어요. 이미 단순 노동직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어요. 부모님들이 기존에 가졌던 유망 직종에 대한 로망을 버리셔야 해요. 공무원, 교사, 의사, 변호사. 요즘 모두 상황이 좋지 못해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여전히 과거의 인기 직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시죠?”

의심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다. 그는 이런 미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전문가들의 책을 통해 내 아이는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모든 전문가들이 유망 직종으로 뽑는 바이오 분야, 나노기술, 우주공학,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미래형 산업과 관련 직업군들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아이가 이런 쪽에 관심이 있다면 말이죠. 이런 전문 분야는 금세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 당장 서점에 가시면 관련 책들이 많아요. 부모님들이 먼저 자녀를 위해 공부해보세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짐승 같은 적응력이 경쟁력이다. 기존 직업군의 개념에서 빨리 나와야 한다. ‘진짜 그러네’ 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입시란 누구에게나 혹독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혹독할지도 모르는 것이 우리 자녀가 살아갈 미래의 삶이다. 그럼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은 무엇일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다. 예측한 미래가 맞든, 아니든.
레이디경향

IQ의 시대는 지났다…메타인지 학습법

최근 심리학자와 교육학자의 실험에서 공부나 성공에 관여하는 능력은 IQ보다 메타인지의 능력치와 훨씬 더 큰 연관성을 보인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메타인지란 무엇일까? 게다가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노력이나 훈련에 의해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이 메타인지 향상법&학습법을 알아본다.


 
메타인지력이란?
메타인지력에서 ‘메타(Meta)’는 ‘최상의’, ‘초월의’, ‘최고의’라는 접두어다. 즉 최상의 앎, 쉽게 말해 ‘진짜 안다’라는 뜻이다. 메타인지력이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잘하는 아이의 경우 수업이나 시험이 끝난 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안다는 것의 의미는 완벽한 숙지로 본인이 스스로 관련 내용에 대해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일반적인 아이들은 설명을 듣고 이해됐을 때 그것을 안다고 표현하지만 진짜 아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메타인지력이 높은 아이의 특성
1 메타인지력이 높은 아이는 공부에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을 때까지 매달린다. 혹시 모를까 봐 정리에 정리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2 책상 정리 방식에서도 메타인지력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더 많이 쓰는 물건, 덜 쓰는 물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3 시험을 보고 난 뒤 정답을 맞춰보지 않아도 본인의 점수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틀린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메타인지력이 낮으면 “아는 문제인데 실수했다”라고 곧잘 표현한다. 메타인지력이 높으면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몰랐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5 내일 시험에 ‘아는 것만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라기보다 모르는 것이 나올까 봐 안달한다.

훈련을 통해 메타인지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오름교육연구소의 구근회 소장은 메타인지력은 능력보다는 습관에 좌우되기 때문에 주로 주변 어른들의 생활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환경의 유전이라 말할 수 있다. 메타인지력이 높은 아이 곁에는 본보기로 배울 수 있는 어른이 있다. ‘나 그거 알아’ 하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악착같이 해내는 사람이 메타인지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생활습관을 보고 자연스레 자신의 습관으로 흡수한다. 습관은 비단 공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성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구 소장은 본인 자녀들의 공부 습관을 예로 들어 메타인지력을 설명한다.

“전 메타인지력을 언제든 연령에 상관없이 키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중2, 중1, 초6의 아들 셋을 키우고 있어요. 다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전교에서 상위권에 들지요. 제가 저희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메타인지력을 이용한 공부 비법을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공부나 수업을 들은 뒤 노트 왼쪽에는 모르는 것을, 오른쪽에는 아는 것을 구분해서 적어놓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에요. 어떤 과목에도 적용이 가능해요.”

구 소장은 ‘내가 아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사고하는 순간에 이미 학습 성공, 실패의 길이 갈린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메타인지력이 높은 최상층 아이들의 공부 습관 중에는 오답 노트 구분이 습관화돼 있다.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저는 포스트잇을 사용해 공부하도록 해요. 완벽히 아는 것은 파란색, 헷갈리는 것은 빨간색, 모르는 것은 노란색, 궁금한 것들은 초록색으로 구분해서 적어놓는 거지요. 어른들의 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요. 꼭 해야 하는 것은 빨간색,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초록색 등으로 표시해서 구분할 줄 알아야 메타인지력이 높은 것이죠.”


아이의 메타인지력을 높이기 위한 습관1 아이의 시험 점수가 나쁘다고 나무라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왜 틀렸을까? 이유를 묻는 것이 아이의 앎과 모름의 착각 지대를 줄이는 일이다.
2 학원 뺑뺑이로 진도 빼기는 그만. 아이가 모르는 것이 어떤 부분인지 먼저 파악한 뒤 학원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진도만 나간다면 선생님이 공부하는 것이지 아이가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진도가 아니라 반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앎이란 보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어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다. 공부란 계단식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며 올라갈 때 더욱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 메타인지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독서는 눈으로 읽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한 뒤에는 꼭 책을 보지 않고 요약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4 아이와 약속 노트를 만든다. 앞에서 말했듯이 메타인지력의 향상은 실천 능력과 연결돼 있다. 종이에 아이와 부모가 지켜야 하는 약속들을 적는다. 마치 각서처럼 말이다. 부모가 먼저 악착같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의 생활 태도와 인성도 바뀐다. 공부도 큰 의미의 약속이 아닌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메타인지 학습법
메타인지의 개념을 정리해보고 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 생활 속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이번에는 중·고등학생들의 학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메타인지적 학습법에 대해 알아본다. 스카이에듀는 ‘메타인지 학습법의 신개념 도입’으로 전통적인 온라인 수능 교육 사이트를 꺾고 14년 만에 판도를 바꿔 수능 교육 강좌 1위에 등극했다. 스카이에듀의 김진우 대표는 자신들의 본질적인 교육 철학에 메타인지 개념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이야기한다.

개념 정리, 문항 풀이 접근법, 모의고사 반복수능처럼 시험을 통해 성적을 달성해야 하는 학습 과정에서는 개념 정리와 문항 풀이 접근법 그리고 모의고사 반복의 3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 먼저 개념을 알고 있는 것(개념 정리)과 함께 실제 시험장에서 이런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올바르게 풀어내야(문항 풀이 접근법) 원하는 성적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실력대로 시험 결과가 나오게 하려면 마지막으로 모의고사 반복이 필요한 것. 이러한 3가지 측면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단계인 ‘개념 정리’일 것이다.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적 접근 방법이다.

TIP 최고난도 개념 연습 기법수능을 보면 매번 최고난도 문항이 나오는 단원은 반복적으로 출제되는데, 수학 같은 경우 지수·로그함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해당 단원이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1차적으로 이해했어도 이에 대한 자유로운 적용 및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원들은 어설프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실제 수능에서 출제되는 수준보다 난도가 더 어렵게 설계된 문제들을 모아 충분히 연습해야 실제 수능에서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개념 정리는 한 번만! 무작정 강의, 기본서 반복은 무의미스카이에듀가 자체적으로 수능 단기 고득점자 및 역전자 352명과 수능 만점자의 공부 패턴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1~2등급)의 72%는 최초 1회 개념 정리 후 문제를 풀며, 모르는 내용은 찾아보면서 이해하지 못한 개념만 다시 공부한다. 반면 중위권(3~5등급)의 대부분(강의 반복 40%, 기본서 반복 10%)은 단순히 강의나 기본서를 반복하며 학습한다. 기존의 통념과 달리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무작정 반복 학습하는 방법이 실제 성적 향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개념을 무작정 반복 학습하는 방법은 공부의 흥미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내가 잘 알고 있는 개념’에 대해서도 시간을 쏟아 공부 시간을 낭비하는 좋지 않은 학습법이다.

TIP 단권화 공부법여러 개의 기본서를 참고하더라도 1개의 기본서를 설정하고 강의에서 들었던 개념이 아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실제 고득점자들을 보면 단권화한 기본서에 연필로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개념을 다시 적고, 향후에 더 정확하게 이해되면 다시 지우고 작성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개념의 논리적 연결 관계를 이해하자
메타인지 학습 기법이 적용된 개념 강의는 가장 기본적으로 각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리적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한국사에서 한반도는 ‘기원전 15~20세기는 청동기, 기원전 4세기 이후는 철기 시대’라고 단순히 반복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철기보다 청동기 시대가 먼저 등장하게 됐는가?’, ‘철기 시대의 경우 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청동기와 철기가 혼용되는 초기 철기 시대가 존재하는가?’, ‘이러한 도구의 원재료 변화에 따라 사회가 어떤 영향을 받고 변하게 됐는가?’ 등의 논리적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개념 정리에 훨씬 중요하다. 이것이 단순 암기에 비해 개념을 훨씬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이해도 빠르다. 또 실제 시험에서도 단순히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닌, 논리적 연결성을 이해하고 시대적 흐름을 판단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확한 개념 정리가 되면 메타인지 기법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자기설명(Self-explanation)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김 대표는 메타인지는 IQ와 달리 연습할수록 향상되는 기술이므로 빨리 시작하고 이에 따라 학습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저학년 강의에 메타인지 개념을 더욱 도입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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