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8일 일요일

수학적 사고력의 새로운 제안, 다비수

수학의 시작은 사칙연산이다. 초등 1학년 덧셈으로 시작해 2학년 뺄셈과 곱셈에 이어 4학년은 나눗셈을 배운다. 이 지점에서 수학을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가 구분된다. 나눗셈을 못하면 다음 단계인 분수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수학의 길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아가 된다면 아이가 기다리는 건 불행히도 ‘수포자(수학포기자)’의 늪이다.



 
왜 우리는 수학을 두려워하나수학이 좋아 학교 다니기 즐겁다는 자녀가 있다면? 당신의 자녀는 행복한 1%에 속한다. 사단법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수학 교과 관련 학부모들의 의식 조사를 했는데, 무려 99%가 “아이들이 수학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라고 답한 것. 그렇다.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가장 지치고 힘들게 했던 과목은 단연 수학인 것이다. ‘고통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첫 번째,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두 번째, 수학 내용이 어려워서, 세 번째,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순으로 응답했다. 이것이 어느 동네나 수학 학원이 즐비한 대한민국 수학 교육의 현실이라 생각하면 참담할 뿐이다.

이런 현실에도 수학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미국 상위 고액 연봉자 중 25%가 수학과 출신이라는 통계자료가 있다. 또 제3차 산업혁명을 내다보고 있는 미래학자들도 향후 30년 동안 수학과 관련된 직종이 인기를 끌 것이라 예측한다. 빅 데이터 분야에서 심리검사까지 많은 분야에서 수학적 분석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3D프린터의 작동 원리에도 미분이 적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바탕이 되는 학문인 수학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질 것이다. 수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뒷걸음치는 자녀가 있다면, 친근한 숫자 놀이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수포자’였던 엄마도 아이와 함께 수학 개념을 익히다 보면 백기를 흔들었던 과거를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수학과 놀자, 다비수란?
수학 콘텐츠 개발 회사인 EBBstudy의 최갑숙 대표는 강남에서 15년간 7곳의 학원을 운영한 수학 강사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던 노하우로 ‘다양한 비법 수학(이하 다비수)’을 개발했다. 그 원리는 최 대표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녀가 강남 등지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상위 1%의 수학 영재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아이들의 독특한 연산 방법을 보며 착안한 것이다.


연구원이 수가림판을 이용한 방정식 개념의 다비수 학습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상위 1%의 아이들은 소위 영재들이죠. 그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은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들은 당연히 손으로 적어가며 풀어야 할 복잡한 숫자들을 머릿속으로 척척 계산해내는 거예요. 특별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1% 아이들의 계산법을 일반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콘텐츠 개발을 시작했죠.”

그것이 바로 다비수다. 계산법 자체를 공식화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의 아이들처럼 암기로 연산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기초 수에 대한 개념을 튼튼하게 하는 수학 놀이다. 최 대표의 경험에 의하면 다비수는 양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6세부터 가능하며 초등학교 저학년에 시작해야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비수 시작의 관건은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를 이용해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놀 수 있는가’입니다. 저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학습 교구 특허 3개를 갖고 있어요. 그럼 이제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5가지 다비수 학습법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수의 양적 개념이 희박한 6세 이하 유아들은 숫자로 수학을 학습하기보다 이미지화된 수로 접근하는 것이 더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최 대표가 고안한 이미지화된 수의 표기법이다.
첫 번째는 ‘5까지 동수 갖고 놀기’다. 1+1, 2+2, 3+3, 4+4, 5+5 이런 식으로 같은 수끼리의 덧셈을 죽 늘어놓고 계산해본다. 두 번째는 ‘5 만들기’다. 숫자 더하기를 통해 5를 만들어본다. 아이가 0+5, 1+4, 2+3 3가지라고 하면 엄마가 개입해 4+1도 제시해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 아이는 5라는 숫자를 만들며 나머지 수를 옆으로도 보고 뒤로도 보고 다양한 각도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는 가운데 숫자인 5를 기준수로 1, 2, 3, 4, 5를 차례대로 더해본다. 5+1=6, 5+2=7, 5+3=8… 이런 식으로 말이다. 네 번째는 숫자가 10까지 확장된다. 6부터 10까지 동수를 더한다. 다섯 번째는 모든 숫자의 덧셈을 이용해 10 만들기를 한다. 쉽게는 5+5가 있을 것이고 더 숫자를 쪼개보면 1+3+6=10, 1+2+3+4=10도 될 수 있다. 아이는 어느새 몰입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찾아낼 것이다. 성취감을 통한 즐거운 경험은 ‘숫자란, 수학이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들이 10개의 숫자를 더하고 쪼개다 보면 자동으로 수의 분해, 결합, 배열까지도 눈으로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놀면서 나중에 자릿수의 개념만 알면 백, 천, 만 자리 숫자 연산도 쉽게 할 수 있게 돼요. 어머니들은 아이들 기죽이면서 공부 가르치지 마세요. 늘 놀이 속 학습 방법을 고민해주세요.”

숫자 놀이 하는 법을 생각하자면 무궁무진하다. 최 대표가 제안하는 한 가지는 ‘5 만들기’ 주사위 놀이다. 우유갑에 종이를 붙여 주사위를 만든다. 6면에 0에서 5까지 차례대로 숫자를 표시한다. 엄마가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를 보고 아이가 합이 5가 되는 짝꿍 숫자를 맞히는 놀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에서 1이 나오면 ‘4’라는 짝꿍 수를 말해야 한다. 놀이를 거듭할수록 익숙해지는 숫자 놀이에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아이는 숫자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저 주사위 놀이를 수학 공식으로 표현해볼까요? 3+X=5, 바로 방정식이에요. 방정식을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한 것뿐이죠. 아이들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몸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주사위는 다양한 숫자를 이용해 10 만들기로도 확장 응용이 가능하고요. 이렇게 한 달을 놀게 하세요. 단, 양의 개념이 없는 6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숫자보다는 점 같은 그림을 그려서 해주는 게 효과적이에요.”

놀이를 이어나가다 보면 교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엄마와 말로 주고받으며 게임을 할 수 있다. 엄마가 4를 외치면 아이가 6을 외치면서 10 만들기를 한다. 단계적으로 100 만들기 게임, 1,000 만들기 게임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비수의 응용, 1%의 계산법단순히 계산하는 행위는 좌뇌의 영역이다. 그러나 ‘어떻게 풀까?’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우뇌의 영역이 작동한다. 상위 1%의 영재 학생들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이용하며 수학 문제를 푼다. 사고의 힘만 키우면 일반 학생들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실제 초등학교 3학년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제시했다.


“399+289+36은 몇일까요? 그냥 차근차근 더해서 풀 수 있는 문제지만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수학경시대회 문제니만큼 사고력을 이용해서 풀어보는 거예요.”


399에는 1을 더해 400을 만들고, 289에는 11을 더해 300을 만든다. 계산하기 쉬운 숫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그런 다음 더해준 숫자들을 36에서 뺀다. 그럼 24다. 결국 ‘400+300+27=?’라는 머릿속에서도 쉽게 암산할 수 있는 문제가 만들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곱셈도 가능해요. 두 자리 수끼리의 곱하기도 3초 안에 계산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제가 개발한 것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6학년짜리 학생이 제게 가르쳐준 방식입니다. 13x12=? 바로 계산할 수 있나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숫자를 계산하기 좋은 10단위로 쪼개어 각자 곱한 뒤 더한다. 곱셈 문제였던 13×12는 덧셈 문제인 120+36으로 변한다. 역시 암산으로도 충분히 계산할 수 있는 문제로 탈바꿈해버렸다. 더 어려운 숫자도 가능하다. 99×65=?


99×65란 99를 65번 연속으로 더한다는 의미다. 계산하기 복잡해 보이는 99라는 숫자에 1을 더해 100으로 만들어본다. 그리고 나온 결과값에 전에 더했던 1, 즉 한 번에 해당하는 65을 빼면 정답인 6435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비수는 하나의 숫자를 놓고 여러 가지 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학습법이다. 숫자를 쪼개고 더해서 사칙연산이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연산의 예를 보여드렸지만 어떤 숫자 하나를 던져주면 그걸 이용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분수, 소수점까지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줄 아는 아이가 돼야 합니다. 억지로 공식을 외우며 하는 선행학습이 아니에요. 원리대로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어느새 할 줄 아는 아이로 자연스럽게 키워야 해요. 그것이 진정한 선행이 아닐까요?”


다비수의 원리를 들어본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초등 수학을 넘어 중등 수학의 원리까지 사고의 확장을 통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시킨다는 취지는 매우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로 보통 수준의 우리 아이가 어느 단계까지 무리 없이 쫓아갈지는 미지수다. 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 아닌가. 그리고 다비수를 학습한 아이일이지라도 ‘수포자’가 가장 많이 발생되는 중·고등학교의 무시무시한 수학1, 수학2에서도 ‘사고의 확장’이라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기자도 ‘수포자’의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기에 솔직히 말해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인 연산을 재미있는 놀이로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숫자 쪼개고 더하기는 주산을 배울 때도 나오는 개념인데, 수 개념을 체득하는 방식이나 창의력 발달은 확실히 다비수가 월등해 보인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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