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계 안팎으로 떠오른 핫이슈가 있다. 바로 초등 국어 교과서 한자 병기다.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초등 교과서 속 한자가 다시 부활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학습 부담 증가와 사교육 증가, 교과서에 대한 거부감 발생 등으로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과, 단어의 정확한 이해와 언어 능력 및 학습 능력 향상을 근거로 찬성하는 이들의 뜨거운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한 교육 정보 커뮤니티(맘앤톡)에서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총 744명 중 65.6%가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차피 해야 하는 한자라면 좀 더 일찍 하는 것이 좋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는 9월 한자 병기 여부의 결정을 앞두고, 한자가 국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살펴보기로 하자.
국어 성적에 영향 주는 한자?
지난해 9월 교육부는 문과와 이과 교육을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 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시안)’ 공고를 통해 ‘한자 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초·중·고 학교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 병기의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내용은 초등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를 병기하는 것이다. 가열된 찬반 논쟁은 뒤로하고, 학부모의 입장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가뜩이나 서술형 교과 과정 개편과 서술형 평가 때문에 국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한자 병기까지 추진될지도 모른다니 말이다.
벌써부터 어떻게 국어 공부를 시켜야 하는가, 고민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교육부의 한자 병기 정책의 찬반을 뒤로하고서라도 한자 공부의 유익함에는 모두가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다. 또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글로만 하는 국어 학습으로는 어휘력이나 이해력 등이 완전하기 어려운 점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희곡에 대해 국어 수업을 한다고 치자. 크게 지문(地文)이라는 단어를 보고 손가락의 지문(指紋)을 떠올리는 아이와, 희곡에서 해설과 대사를 뺀 나머지 부분의 글임을 아는 아이로 나뉠 것이다. 적어도 한자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희곡 수업에서 손가락 지문을 말하진 않을 것이다.
한자를 활용해 학습하면 이 같은 착오 없이 어휘력이 월등하게 높아진다. 어휘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독서겠지만, 어휘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자다. 국어 실력의 단단한 뿌리가 되는 어휘력 말고도 한자 공부는 문장의 이해도와 사고력, 논리력도 배가시킨다. 내용 파악이나 문장 구성, 문장 이해에 국어 단어가 가진 본 의미, 한자가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국어는 읽기와 쓰기 같은 국어 사용 능력을 다루는 교과적 특성이 있다. 때문에 국어 실력의 부진이 다른 교과의 학습 부진의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어를 잘해야 다른 과목도 잘한다’라는 말은 이런 국어 교과목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어의 읽기와 쓰기 성적은 단어 어휘력과 문장 이해에서 결정된다. 국어 능력은 단기적인 노력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단순히 교과서를 많이 읽고 문제를 많이 푼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과목이 아니다. 국어 과목이야말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자의 실력에 맞게 어휘 공부를 해야 한다. 한자 병기 정책의 시행 유무와 상관없이 국어 공부를 하는 데 한자 공부를 염두에 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어 실력 향상에 한자를 보다 영리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암기보다는 사전 찾기 큰 도움국어 실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독서를 꼽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빠르게 많이 읽는 독서법이 좋은 독서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는 국어 실력과 전반적인 학습력 향상 그리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느리게 읽기 독서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잘 맞는 것이 한자 단어 익혀가며 읽기다.
한자 단어라고 해서 한문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의 줄임말로 아는 대학생도 많다는 요즘, 책 속에서 아이가 모르는 단어들,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을 그저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을 찾아 하나하나 원래의 의미를 알고 넘어가는 것이다. 기본적인 한자는 어느 정도 암기도 해야겠지만, 국어 실력 향상을 위한 한자 공부가 ‘한자 암기’가 돼선 안 된다. 무조건식의 암기는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학습 양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한자 병기란 어디까지나 어휘의 정확한 본래의 뜻을 알자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앞서 국어는 읽기와 쓰기 능력이라 했다. 글에도 우리 몸처럼 뼈와 살이 있다. 최소한 교과서 지문을 통해서라도 아이에게 문단을 나누는 연습을 시키자. 그리고 그 안에서 생소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게 하자. 그 뒤에 중심 문장을 찾고 그 안에서 핵심어를 찾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맥을 유추해 문단을 나누고, 그 안에서 중심 문장을 찾아 이으면 그것이 바로 지문의 줄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읽기와 쓰기 공부가 된다. 또 이 과정의 시작이 생소한 단어의 본래 뜻을 아는 사전 찾기임을 기억하자.
사전에는 낱말의 뜻풀이와 함께 한자도 표기돼 있다. 한자 풀이가 된 예문을 외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문단을 나누고 핵심어를 찾은 뒤 핵심어를 중심으로 한 줄 요약 연습을 시키는 것도 좋다. 정리해보면 모르는 단어 사전 찾기, 문맥을 이해해 문단 나누기, 핵심어 찾기, 핵심어로 중심 문장 만들기다. 이런 연습은 다양한 형태의 국어 시험문제들, 즉 제시문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이해력을 길러준다.
더 나아가 동양 고전에도 도전해보자. 중국 양나라 무제의 명으로 1,000개의 한자에 세상의 이치를 담아 만든 책 「천자문」부터 바른 생활 실천서라고 할 수 있는 「소학」,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으로 돼 있는 유교의 경전이라 불리는 「논어」 등은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한 동양 고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를 익히고 사고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데 이만 한 것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전은 주로 시적인 경구로 돼 있으며 글자 하나하나마다 그 뜻을 담고 있기에 문장을 찬찬히 읽고 곱씹어 상상력을 발휘해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것. 그렇게 천천히 한 문장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도 길러질 것이다.
선호도 높은 한자 능력 인증시험 3
1 가장 권위 있는 한국어문회의 한자 능력 검정시험난이도 있는 시험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공신력이 있고 권위를 인정받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각종 취업이나 입시 시험 등에도 공증된 시험이며, 우대 사항 또한 좋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이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시험이다. 난이도는 높지만 공인된 한자 성적을 준비해야 한다면 한국어문회 시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시험 일정 69회 5월 23일(토), 70회 8월 22일(토), 71회 11월 28일(토)
비용 1만5천~4만원
문의 02-6003-1400, www.hanja.re.kr
2 다양한 자격증을 갖춘 한자교육진흥회 한자 자격 검정시험정시험
한자실력급수, 아동한자지도사, 한문지도사 그리고 동양고전교육사와 한자혼용국어실력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연 6회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난이도가 비교적 높지 않아 처음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다. 무엇보다 실생활 위주의 한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시험 일정 76회 5월 30일(토), 77회 8월 22일(토), 78회 10월 17일(토), 79회 11월 28일(토)
비용 1만4천~5만5천원
문의 02-3406-9111, www.hanja114.org
3 고전의 전통을 지키는 대한검정회 한자급수 자격시험
순수한 문학과 한국학을 기본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단체에서 주최하는 시험이다. 고대 문어체와 중국어를 위한 한자 위주로 시험문제가 출시된다. 한자와 한문지도사 검정시험과 서예대전, 전국 한문 실력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중국어나 동양 고전에 관심이 있고 그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로 응시하는 편이다.
시험 일정 67회 5월 30일(토), 68회 8월 22일(토), 69회 11월 28일(토)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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