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8일 일요일

잃어버린 태양계 권력, 명왕성(Pluto)은 되찾을 수 있을까

뉴호라이즌스號 7월 14일 명왕성 접근
美·유럽 우주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美가 유일하게 찾은 행성, 유럽이 퇴출시켜
명왕성의 세 가지 미스터리 풀릴까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지구를 출발한 것은 2006월 1월 19일이었다. 그로부터 9년 반, 뉴호라이즌스호가 드디어 목적지인 명왕성(冥王星)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명왕성은 행성(行星)의 지위를 잃고 왜소 행성(矮小行星·dwarf planet)이 되었다. 하지만 명왕성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미지의 세계이고, 태양계의 비밀을 풀려면 꼭 밝혀내야만 할 숙제이다. 명왕성은 왜 행성에서 퇴출됐을까. 뉴호라이즌스호가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 최근접하는 뉴호라이즌스호의 상상도. 탐사선 바로 앞이 명왕성이고 그 뒤가 가장 큰 위성인 카론이다.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 최근접하는 뉴호라이즌스호의 상상도. 탐사선 바로 앞이 명왕성이고 그 뒤가 가장 큰 위성인 카론이다. /NASA 제공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

명왕성은 1930년 2월 18일, 미국 그랜드캐니언 남동쪽에 있는 로웰 천문대에서 톰보라는 천문학자가 발견했다. 아홉 번째 행성 발견 소식은 곧 전 세계에 알려졌고, 할아버지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영국의 11세 소녀 베네샤 버니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왕 '플루토(Pluto·플루톤의 영어명)'가 이 행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생각은 할아버지와 영국의 천문학자를 거쳐 행성 발견자인 톰보에게 전해졌다. 결국 톰보는 로웰 천문대의 설립자이자 아홉 번째 행성 예언자였던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이름 머리글자 'PL'과 같은 명왕성(Pluto)을 공식 이름으로 채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왕성 근처에서 형태가 비슷한 작은 천체(天體)가 계속 발견됐다. 결국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 작은 얼음 천체가 모여 있는 궤도가 알려지게 되었고, 그곳에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후 명왕성이 카이퍼 벨트에 있는 다른 천체와 비슷한 작은 얼음 천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해야 할 결정적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5년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명왕성 궤도 바깥에서 명왕성보다 큰 새로운 천체(에리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8월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회의를 열고, 명왕성을 에리스와 함께 왜소 행성으로 분류했다. 명왕성은 미국에서 발견된 최초이자 유일한 행성이었다. 미국 과학자들에게는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었던 명왕성을 유럽 천문학자들이 행성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한 지 불과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아직도 불만 소리가 높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끌어내린 직접적 원인이었던 에리스의 크기가 실제로는 오차 범위 내에서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작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탐사를 계기로 명왕성을 다시 9번째 행성으로 되돌리고 싶어 할 것이다.

위성 공전 둘러싼 미스터리

뉴호라이즌스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명왕성을 도는 위성들을 관측하는 것이다. 명왕성도 태양계 다른 행성처럼 위성을 갖고 있다. 명왕성에는 가장 큰 카론을 포함해 위성이 모두 5개 있다. 그런데 행성과 위성 관계가 독특하다. 위성들이 정확히 명왕성을 중심으로 돌지 않고, 명왕성에서 약간 떨어진 가상의 점을 중심으로 돈다.

먼저 위성을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태양계 초기에 명왕성과 카론이 충돌했고, 그 부스러기가 모여서 나머지 위성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왕성 크기는 지름이 약 2300㎞이고, 카론은 그 절반 정도인 1200㎞이다. 나머지 위성은 명왕성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스틱스, 닉스, 케르베로스, 히드라 순으로 돌고 있다. 스틱스 지름이 10~25㎞로 가장 작고, 케르베로스 13~34㎞, 닉스 46~137㎞, 히드라 61~167㎞ 순으로 크다. 워낙 멀리 있어 현재로선 이렇게 어림치로만 크기를 추정한다.

위성이 행성 주위를 도는 것은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성이 행성 주변을 도는 궤도의 중심은 둘 사이의 중력 중심, 즉 질량 중심이다. 지구는 달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 둘 사이 질량 중심이 지구 내부에 있다. 그래서 지구는 가만히 있고 달만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관계는 좀 다르다. 카론의 질량은 명왕성의 약 8분의 1이나 된다. 카론 역시 명왕성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한 질량인 것이다. 이 때문에 명왕성과 카론의 중력비는 8대1이 되고, 질량 중심은 둘 사이를 그은 선에서 명왕성 쪽 9분의 1 지점이 된다. 명왕성도 이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돈다. 카론은 질량 중심을 따라 좀 더 큰 원을 그린다. 나머지 위성도 명왕성과 카론 사이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돈다. 과학자들은 이런 관계가 두 항성(恒星)이 서로 공통 질량 중심을 도는 이중성(二重星)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중(二重) 행성'이라고 부른다.

둘째 미스터리는 명왕성의 작은 위성들이 어떻게 서로 부딪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 수 있느냐이다. 명왕성의 위성들은 다른 행성의 위성보다 아주 가까이 붙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찾은 해답은 '궤도 공명'이라는 현상이다. 이것은 여러 위성이 중력으로 서로 묶여서 도는 현상을 말한다. 스틱스와 닉스, 그리고 히드라는 각각 지구 시간으로 20.2일, 24.9일, 38.2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 대략 3:4:6 비율이다. 결국 세 위성이 한 묶음으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지 않고 돌 수 있다는 것이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도 궤도 공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공전주기는 1:2:4 비율이다.

명왕성 스쳐 가는 뉴호라이즌스호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명왕성의 또 다른 비밀을 발표했다. 명왕성에서 보이는 위성 모습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것. 달은 늘 지구에 같은 면을 보여준다. 마치 하인이 항상 주인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태양계의 많은 위성들도 그렇다. 달이 지구에 같은 면만 보이는 것은 달보다 지구의 질량이 훨씬 크고 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위성이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한쪽 얼굴만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명왕성 위성들의 자전주기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명왕성과 카론의 이중 행성계가 미치는 중력이 다른 행성계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위성 자체의 모양이 럭비공처럼 찌그러져 있다면 자전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가까이 가면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오는 7월 14일, 명왕성에서 약 1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같은 왜소 행성인 세레스를 탐사하는 '돈(Dawn)'호가 세레스 주위를 돌면서 지속적으로 탐사하는 것과 달리,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또 다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 바깥에 천체가 밀집해 있는 카이퍼 벨트도 탐사할 계획이다. 과연 이번에 명왕성의 비밀이 밝혀지고, 이를 통해 잃었던 9번째 행성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뉴호라이즌스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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