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0분 야외 수업한 학생들, 실내에서 공부한 학생들보다 3년 뒤 근시 발생률 10%p 적어
햇빛이 눈 보호 물질 분비 도와… 날마다 3시간 이상 쫴야 효과
◇전염병처럼 번지는 근시
근시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근시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억명이 근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호주 국립대 이언 모건 교수는 19일(현지 시각) 발간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근시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는 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60년 전 중국 인구의 10~20%만이 근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 청소년의 90%가 근시로 추정된다. 서울에서는 19세 남자의 96.5%가 근시라는 통계도 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국가와 다른 지역의 가장 뚜렷한 차이를 '공부 시간'에서 찾아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1주일 동안 영국의 15세 아이들은 숙제를 하는 데 5시간, 미국 아이들은 6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아이들은 14시간 이상 숙제를 했다. 아이들의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지면서 근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빛을 보라
모건 교수는 근시가 늘어난 원인이 '빛 부족'에 있다고 봤다. 책 읽기가 근시의 원인인 것도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건 교수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야외의 빛이 아이들의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중국 광저우의 6개 학교에서 6~7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40분씩 야외 수업을 진행했다. 3년 뒤 야외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40%가 근시가 된 반면 야외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30%만 근시가 됐다. 대만에서 진행된 비슷한 실험에서는 야외 수업 시간을 80분으로 늘렸다. 그 결과 야외 수업을 받은 학생은 불과 8%만 근시가 됐고, 실내에 머무른 학생들은 18%가 근시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햇빛이 망막에서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을 방출하도록 해 눈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망막 도파민은 보통 낮시간 동안에 나온다. 실내에 많은 시간을 머무를 경우 사람의 몸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망막 도파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그 결과 안구가 변형돼 근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모건 교수는 "계산 결과 아이들의 근시를 완전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룩스(Lux) 이상의 빛을 매일 3시간 이상 쫴야 한다"고 말했다. 룩스는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서 1룩스는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를 뜻한다. 1만룩스는 화창한 여름날에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정도의 밝기다. 사무실이나 교실은 채광이 잘 된다고 해도 밝기가 500룩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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