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6일 토요일

"한국 학생들 '수포자' 만든 건…" '필즈상' 허준이 교수의 일침

 필즈상' 허준이 교수 한국 수학교육에 일침


수학공부 조급해 말고 쉬면서
어른들은 교육정책 바꿔줘야

수상기념강연서 연구성과 설명
"수학의 경계 허물며 관계 맺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청량리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부설고등과학원에서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청량리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부설고등과학원에서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수학 교육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만드는 배경인 것 같다.”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사진)는 13일 서울 회기동 한국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용기를 갖고 거침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사회교육 정책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분들은 학생들의 이런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세상에 수많은 수학자와 수학 전공 학생들이 수학이 즐거워서 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쉬어야 할 때 쉬어가며 공부한다면 언젠가 준비됐을 때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연구의 산업계 적용 가능성에 대해 허 교수는 “예를 들어 말하자면 기존에는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응용 분야에 대해서는 “적용 산업을 1 대 1로 연결 짓는 것은 어렵다”며 “중세 시대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교육하는 것이 바로 다음해 흉작을 예측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간담회에 이어 열린 ‘2022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경계와 관계’를 제목으로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허 교수는 복잡한 넓이를 측정할 때 작은 정사각형을 그린 뒤 그 개수를 센다거나, 수없이 많은 작은 쌀알의 개수를 컵으로 정량화해 측정하듯이 셀 수 없는 것을 셀 수 있게 만들어서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내 연구는 조합과 해석, 기하라는 수학의 서로 다른 영역을 ‘호지 구조’라는 것을 통해서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인접한 점에 서로 다른 색을 넣어 표현하는 법을 수식으로 옮긴 ‘채색다항식’에서 숫자들의 패턴이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된 리드의 추측을 증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연에서 발생한 많은 일을 수식으로 옮겼을 때, 밥그릇을 엎어 놓듯 오목한 모양으로 ‘로그-오목’한 모습이 나오는 것에서 연유한 ‘로그-오목성’ 관련 난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허 교수가 풀어낸 리드 추측을 비롯한 호가 추측, 메이슨-웰시 추측, 로타 추측, 도슨-콜번 추측 모두 특정 수식에서 나오는 로그-오목성과 관련이 있다.

허 교수의 연구 성과는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물류,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허 교수는 미국 고등연구소 연구원, 스탠퍼드대 교수를 거쳐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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