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몹·은어 속에 숨은 수학적 상황들
이제 한 해가 다 지나간다. 누구나 한 해가 시작될 때는 희망을 가지고 여러 가지 결심을 하곤 한다. 여러분은 금년에 결심했던 일들을 다 이루었는가? 그랬다면 대단한 사람이다. 아직 다 이루지 못했다면 남은 며칠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이루도록 하자.
신문에서도 금년 한 해를 결산하는 기사들이 등장한다.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지만 필자의 눈을 끄는 기사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주식시장에 등장한 용어이다. 금년에 주가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반 토막 난 주식이나 펀드의 계좌를 고등어, 3분의 1 또는 4분의 1 토막 난 계좌를 갈치라고 부른다고 한다. 반으로 잘라 굽는 고등어, 3, 4등분하여 굽는 갈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주식 시장에서 고등어는 ½, 갈치는 ⅓ 또는 ¼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일의 출발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라. 1 다음에 0이 52개 붙은 수를 나타내는 ‘항하사’라는 말은 인도의 갠지스강의 모래라는 뜻이다. 누가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를 세어 보고 한 말이겠는가? 1 다음에 0이 100개 붙은 수를 나타내는 ‘구골’이라는 이름은 1938년에 케스너라는 수학자의 조카가 붙인 이름이다. 이런 이름이 처음에는 한두 사람이 쓰던 말이었으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의 이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중에 ½, ⅓, ¼과 같은 단위분수의 이름으로 고등어, 갈치와 같은 이름이 사용될지도 모른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건이 있다. 명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한도전×2라는 이름의 플래시몹이다. 무한도전은 TV 프로그램에서 따온 것 같은데 그 뒤의 ×2는 무슨 의미이고 플래시몹은 무엇일까? 신종 언어가 자주 등장하는 현대사회이기는 하지만 조금 낯선 단어이다. 플래시몹(Flashmob)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특정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정한 뒤에 모여 어떤 약속된 행동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흩어지는 모임이나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2라 함은 그 수가 두 배씩 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결국 불특정 다수인들이 2배씩 모이는 미션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8월 31일 서울 강남역에서 여러 젊은이들이 모여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90도 허리 숙여 “건강하세요!”하고 인사하며 흩어진 게 첫 플래시몹이라고 한다. 플래시몹을 검색하다 동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미국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는 약 1분 30초간 미션으로 “Freeze in place at the exact same moment”가 주어졌다. 역사 안은 어떤 행위예술이라도 보여주듯이 사람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어떤 이는 신발을 묶다가, 어떤 이는 바나나를 먹다가 얼어붙어 있었고, 어떤 이들은 손을 잡고 걷다가 얼어붙어 있었고, 어떤 이들은 표에 대해 의논을 하다가 얼어붙어 있었다. 1분 30초 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자신의 갈 길을 가거나 신발 끈을 다 묶고 일어나서 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
지금 명동에서 진행되는 플래시몹은 지난 12월 9일부터 시작하여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퍼포먼스로, 신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필자는 그 모임의 성격보다는 모임 진행 방식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게임은 첫날인 9일에 1명, 그 다음 날에는 2명, 또 그 다음 날에는 4명과 같이 매일 전날보다 2배의 사람이 모이면 해산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동안 헌혈도 하고 말뚝 박기도 하고,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했다고 하니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이 행사는 19일 1024명이 모였지만, 20일에는 경찰의 방해로 2048명이 모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4096명이 모이면서 그 행사를 마감했다고 한다.
2배가 되는 사람들의 모임! 누가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 궁금하다. 전 날의 두 배 또는 몇 배가 되는 일은 주변에서도 많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등학교에서는 등비수열이라고 부른다. 유산균이 증식하는 것이나 이자가 불어나는 것도 모두 2배씩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등비수열을 이루게 된다.
두 배씩 불려주는 요술항아리 이야기나 임금을 쌀 한 톨에서 시작하여 매일 그 전날의 두 배씩만 받기로 한 하인의 이야기도 명동에서 벌어진 무한도전과 같은 수학적 상황인데, 옛날 이야기에나 등장하는 것 같은 상황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수학적 재치가 꽤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서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수학을 적용해서 우리 주변을 변화시켜 보고 생활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보는 활동을 내년에도 계속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은 수학으로 이루어졌으니 얼마든지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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