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4일 일요일

소문의 전파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까?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해킹이나 개인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거대한 포털 사이트와 유조 회사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공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서 그 손해를 따지기가 어렵다. 게다가 요즘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서 전해지는 스팸 메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스팸 메일을 차단해 놓아도 신종 스팸 메일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얼마 전 필리핀에 사는 한 친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왠지 스팸 메일 같아보였으나 친구의 메일이라 얼른 서둘러서 읽어 내려갔다. 
‘여기에 쓰여 있는 내용과 똑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써서, 1주일 안에 7명에게 보내면 행운이 오고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다가올 것’이라는 내용 때문에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운의 편지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되어 메일뿐 아니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로도 전달된다. 이런 문자에 현혹되어 다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간혹 몇 사람은 심심풀이로 보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문자를 이어서 보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를 받은 사람은 모두 각각 또 다른 세 사람에게 1시간이 걸려서 문자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중복되어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하면 다음 표와 같이 된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이제 24시간이 지나면 문자를 받은 사람은 모두 1+3+9+27+…324와 같이 된다. 1, 3, 9, 27, …과 같이 앞에 있는 수에 일정한 수를 곱해서 그 다음 수가 정해지는 수의 열을 고등학교에서는 등비수열이라고 하고, 이러한 항들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공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몇 번째 항까지의 합을 구해봄으로써 귀납적으로 그 합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 수학이야기](35)수열
그러므로 1+3+9+27+…324는 325=847,288,609,443에서 1을 빼고 2로 나눈 값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 합은 423,644,304,721로 24시간이 지나면 4천억명이 넘는 사람이 문자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문자를 보낼 때,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문자를 받게 되는 시간을 계산해 보자. 20시간 후면 5,230,176,601명이 문자를 받게 되고, 21시간 후면 지구상의 인구인 67억명을 훨씬 초과하는 15,690,529,804명이 문자를 받게 된다. 
만약 3명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4명에게 문자를 보낸다면 그 시간은 얼마가 될까? 이 때 합을 구하는 방법은 앞의 방법에서 2로 나누지 않고 3으로 나누는 것과 같게 된다. 이 경우 16시간이 지나면 지구 인구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5,726,623,061명에게 문자가 보내지게 된다. 즉, 3명에서 4명에게 보내도록 하면 4시간 정도가 절약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자를 받고 읽고 보내는 데 1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며, 3명씩에게 보낼 때는 불과 21회만 계속되면 되니, 이렇게 똑같은 비율로 커지는 수들의 엄청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유명 연예인의 자살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겪는 우울증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악성 댓글의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악성 댓글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의 전파 속도는 위에서와 같이 신속하다. 이러한 현상들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등비수열로서 설명되어질 수 있겠지만 수학이 아닌 현실에서는 그것이 전해지면서 그 내용이 와전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일이다. 그로 인해 요즘에는 이러한 인터넷 댓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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