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6일 수요일

왜 수학을 대학입시 과목에 둘까?

그러나 울프램 같은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태도는 옳지 않다.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얼마나 잘 맞히는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이 나왔다는 것이다.  

기구를 이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해당 기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는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골프 경기에선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잘 다뤄야 하고 야구 경기에선 배트나 공을 잘 다뤄야 한다. 자동차 운전이나 비행기 조종에서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조작이 수학 능력 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은 이런 관점에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컴퓨터로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더 장려해 컴퓨터 활용 능력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수학시험은 정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 원리를 어떤 상황에 응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문명이 고도화하면서 이 토대인 수학도 더 난해해지고 있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계산하면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릴 수학 문제도 등장했다. 컴퓨터가 이런 문제를 풀어준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컴퓨터가 어떠한 연산 작용으로 이 문제를 풀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결과만 가져다 쓴다. 오랜 세월 수학자들 사이의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푼 것도 컴퓨터 덕분이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어떻게 풀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가가 많다. 심지어 과연 풀었다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문명에서 이런 사례는 흔히 목격된다. 사람들에게 컴퓨터는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 우리는 입력하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만 알 뿐이다. 컴퓨터가 어떤 연산 작업을 거쳐 그런 결과를 내놓는지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결과를 믿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과학기술의 산물이 우리의 지적 육체적 능력의 확장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현대 문명을 떠받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발명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교육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교과서 대신에 태블릿을 쓰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웬만한 과제물은 컴퓨터를 이용해 제작하도록 하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명의 이기가 지적 발달에 장애가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나 사회 여러 분야에서는 체계 자체를 변혁하지 않은 채 컴퓨터만 그냥 도입하고 있다. 이런 경우 문명의 이기로 지적 퇴화가 발생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수학은 권력이다  

필자는 수학을 잘했다. 대학에서 전공과 다소 무관한 어려운 수학 과목 몇 강좌를 들은 적이 있는데 좋은 학점을 받았다. 이유는 필자의 뇌가 수학이 아니라 계산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당시 문제가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는 알지 못해도 일단 정답을 풀어내는 데엔 재주가 있었다. 인간 계산기 역할에 충실한 쪽이었다. 

이런 능력은 강의실 밖에선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계산기와 컴퓨터라는 훨씬 더 값싸고 성능 좋은 대체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이 요구하는 사람은 인간 계산기가 아니라 일종의 기획 설계자다. 고도의 수학을 이용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과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이다. 주식, 보험, 투자, 경제계획, 도시설계, 미래예측 등에서 이런 사람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물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설계자는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 우주 판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문제 풀이 수학교육에 진절머리가 난 대다수가 수학을 외면하는 사이 이런 소수의 기획설계자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결과물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최근의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때로는 잘못된 예측이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기도 한다.  

문명 발달과 함께 수학은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학 지식의 수준은 사람마다 달라졌다. 지금도 현실과 무관해 보이는 추상적인 수학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계산기의 사칙연산 기능 외에는 전혀 쓸 일이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수학 지식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 이런 분야가 우리 문명의 발전이나 퇴보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이 분야의 핵심적 인물은 높은 대가를 얻게 된다. 결론적으로 현대에 들어 수학은 다시 권력이 되고 있다. 적어도 삶의 여러 맥락에 적용되는 수학의 원리나 가치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어 있다.  

정신과 우주를 연결하는… 

고대 문명은 수학과 더불어 꽃을 피웠다. 그리고 현대 과학 문명은 고도의 수학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한 가지 의구심을 갖는다. “왜 수학이 현대 과학 문명의 토대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해답으로 “수학 자체가 현실에 잘 들어맞는다”는 점이 제시된다. 이는 반증으로 입증될 수 있다. 비행기 항법 장치에 쓰이는 수학이 현실 세계와 맞지 않다면 비행기는 추락할 것이다. 수학은 원의 지름과 둘레의 비가 일정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재어보았을 때 지역마다 다르다면?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수학은 현실을 잘 설명해내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현대 사회학자인 카를 만하임 등 여러 학자는 수학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구축물이 아닌 절대 진리로 봤다. 이는 수학이 외부 세계에 영향을 받지 않은 정신의 산물이라는 의미다.  

정신이 수학을 낳았고 수학이 세계를 설명하므로 정신과 세계도 연결된다. ‘정신이 우주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가정이 가능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우주 전체에 하나의 수학 체계가 작동한다고 믿는다. 이에 따르면 수학은 우리의 정신과 우주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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