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책읽는 사람이 오래산다.

와다나베 쇼이찌(渡部昇一)는,
일본의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평론가이다.
야마가다현의 조치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독일의 뮌스터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석학이기도 하다.
이미 그는 여러권의 책을 쓴바 있으며 최근에는 ‘지적(知的)으로 나이 드는법’ 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와다나베 교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산다’ 는 특이한 항목을 설정, 그 내용을 설명하고있다.
‘독서와 장수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독서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두뇌의 작업이다.
뇌속에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뇌를 위해서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다.
뇌가 작용하는 온갖활동에 작용한다.
따라서 뇌운동은 건강과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다.‘
두뇌를 자극하는것은 결국 몸 전체의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의미다.
지금 80세인 자신의 건강도 오래동안 책을 읽고 글을써온 생활습관의 결과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제 와다나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실험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유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결과를 보면,
일단의 신경과학 연구진은,
신체건강한 20대 자원봉사자들에게 양손으로 3개의 공을 순차적으로 잡아 돌리는
저글링(juggling)훈련을 3개월간 실시했다.
그후 훈련전에 찍은 뇌의MRI 와 3개월후에 찍은 MRI 사진을 정밀비교 해 봤다.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뇌의 신경줄기가 모여있는 뇌피질이 두꺼워진 것이다.
저글링 훈련을 통해 양손과 뇌의 조화기능만 향상된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가 바뀐것이다.
뇌는 훈련여하에 따라 성형이 된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60세 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조건의 저글링훈련을 시켜봤다.
물론 그들은 20대처럼 저글링을 능숙하게 잘 해 내지는 못했지만 결과는 젊은사람들과
똑같았다.
기억을 관할하는 뇌조직인 해마의 두께가 커진것이다.
따라서 책을읽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주장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게
됐다.
독서역시 뇌기능에 자극을 주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암기와 연산훈련,
새로운 학습과 끊임없는 배움.
이런 생활습관은 뇌기능을 자극, 뇌의 용량이 커지는 과학적 결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끊임없이 책을 읽고 생각-사고(思考) 하는 사람은 가장 무서운 노년병인
치매에 걸릴확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설사 치매에 걸리더라도 그 정도가 약하다.
반대로 리모컨을 손에쥐고 소파에 앉아 TV만을 지켜보고,
궁금한게 있으면 즉시 인터넷을 열거나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를 생각-사고능력으로 구체화 하는 능력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뇌의기능-생각하는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심한 경우 스마트폰을 집에두고 나왔을때 자기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할때가
많다.
현대인들은 속도와 편리에 살고 깊이에서는 죽은것이다.
지금처럼 머리 -뇌의 긍정적 기능을 대신하는 온갖 IT기기에 매달려 사는한
늙어서의 무서운 치매는 막을길이 멀어진다.
네비게이션 없이는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기계에 종속되는인간이
된다.
이것이 인간의 기능적 퇴화인 것이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일수록 우리모두는 우리의 뿌리인 아날로그의 세계에 대해서도
균형있는 이해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인간이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을 사는길은 머리-뇌의 사고기능을 향상 시키는데
있다.
특히 장수시대를 위해서도 뇌기능의 향상은 절대적 조건이 된다.
뇌를 자극하고 훈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수 있다.
그중 인류문화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서-책 읽기다.
그렇다면 책(冊)이란 무엇인가.
그건 곧 ‘기록’ 이다.
따라서 독서-책을 읽는다는것은 그 다양한 기록들을 읽는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배움과 깨달음이 인간을 더 성숙하게하고 사는 방법을 바꾸게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한다.
모든 인간은 독서라고 하는 배움의 과정을 통해 크게 향상될수 있다.
더 넓고깊은 세계를 알게되고 지식이 늘어나며 그만큼 더 세련된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질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한 인간을 더 경쟁력있는 존재가 되게하며
그만큼 ‘인간적 성공’ 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한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책은,
점토판에 쐐기문자(설형문자)를 쓴후 불에 구워낸 토판이었다.
그때가 인류최초의 문명인 ‘수메루문화’ 의 시기였으며
지금으로부터 5000여년전인 BC3000년경 얘기다.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그 쐐기글자는 한 지혜로운 수메루시대의 인간이 강가에 남아있던
물떼새들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점토판의 용도는 거개가 상업적 계약서와 거래 내역이었으며
우르에 살았던 히브리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실재했던 인물임도 이 점토판의 여러 가지
거래기록으로 확인된바있다.
점토판 다음에 등장한 대표적인 물건이 이집트의 파피루스다.
나일강가의 갈대를 쪼개어 엇갈리게 짠 파피루스는 이집트의 문서뿐 아니라
구약과 신약성경이 쓰여진 옛종이이기도 하다.
이어 등장한것이 양피지.
비로서 기록은 두루마리가 되었다.
그후 양피지의 기록은 낱장으로 엮은 책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나는 시나이반도 시내산 아래에 있는 카타린수도원 도서관에서 수백년동안 보관
되어온 수많은 양피지 책들을 직접 살펴본 경험이 있으며 우리시대에 발견된
사해사본도 예루살렘에서 읽어봤다.
두 경우 그 필사는 거의 인쇄주순의 정교한 것이었으며 보관상태도 좋았다.


중세시대의 수도원은 종교적인 기능외에도 인류문명과 문화를 기록해 전수한 큰
공로가 있다.
거의모든 사람들이 문맹이었던 시대에 글을 알고있는 수도사들은 전문필경사 로서
수많은 필사본을 후대에 남겼다.
대표적인것이 성경임은 말할것도 없다.
한편, 인간의 정신사에서 구텐베르그의 인쇄기는 글자그대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1445년 그가 완성한 활판인쇄기는 지식의 대중화라는 획기적인 기능으로 유럽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꾸어 놨다.
그러나 아랍세계는 거룩한 경전을 인쇄하는 일이 신성모독이라고 결정, 인쇄기의
반입을 금지했다.
그때 이스탄불에는 8만명의 필경사가 있었다.
지금도 아랍세계 전체가 10년동안 발간하는 책이 스페인의 1년치 보다 적다.
오늘날 아랍세계가 겪고있는 후진성과 가난, 폭력적 혼란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수
있지만 지식-학문이 대중화 되지못한것도 결정적 이유의 하나가 될수있다.
종교근본주의는 인구의 절반인 여자들을 묶어놨고 책을 멀리 함으로서 첨단과학
시대에 크게 뒤처지는 아픈대가를 치르고 있다.


빵이 육신을 위한 양식이라면,
책은 정신을 위한 양식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 두가지 양식을 균형있게 섭취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평균연령이 크게 늘어나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젊었을 때에는 속도와 편리에 의지해 살지만 나이들어 노후를 살게되면 깊이가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그 깊이를 준비하는 구체적 수단이 곧 책이며 독서습관이다.
나는 일년에 신간기준 100권이 넘는 책을 읽고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책을 읽을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래서 오래동안 축적된 ‘독서노하우’ 를 많은분들 에게 참고가 될수 있도록 정리해
봤다.
우선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主題)를 정해야 된다.
내 경우는 언제나 문화사-文化史 가 기준이다.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고고학, 지질학, 철학, 종교학, 정치제도와 경제,
문헌학까지 섭렵하게 된다.
그게 어떤 분야든 자기가 알고싶은 주제를 먼저 정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하나의 큰 일관성을 가지고 학문의 길을 갈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 책을 구입해서 읽는 요령이다.
책을 구입하기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책들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 세심하게 검토하고 선택해야 된다.
지금은 베스트셀러도 조작되는 시대임을 감안해야 한다.
일단 책을 구입한 이후에는
가장 신경써서 읽어야 할 부분은 저자의 ‘서문’ 이다.
서문만 잘 읽어도 책 전부를 읽은것과 같은 지식을 얻을수 있다.
나역시 서문만 읽는책이 의외로 많은편이다.
서문만 다시읽는 책도 많다.
다음은 목차에 대한 세심한 검토다.
어떤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지만,
어떤책은 몇가지 주요부분만 읽어도 된다.
오래동안 독서하다 보면 내용적으로 겹치는 부분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생략은 언제나
가능하다.
또 어떤책은 두 번, 세 번 읽는 경우도 있고,
어떤책은 특정부분만 따로 여러번 읽게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공통점은 반드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는것과 다른자료를 찾아서 알게된
내용을 여백에 메모해 두는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친다는것은 그부분의 내용에 대해 생각-사고한다는 의미가
있다.
밑줄치고 메모에 충실하면 그 책을 다시꺼내 읽을때 큰 도움이 된다.
읽었던 책을 다시읽는 경우 그 내용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이 먼저보다 더 깊어지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낄수 있다.
그만큼 정신적 으로도 더 성숙해 지는것이다.


유사이전(有史以前) 이라는 말이있다.
인류가 문명을 가지고 생활하기 이전의 시대라는 뜻이다.
유사이래(有史以來)라는 말도있다.
역사가 기록을 시작한 뒤, 라는 뜻이다.
이렇게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게 ‘기록’ 이다.
기록이 시작된 것이,
읽어서 알수있는 역사가 시작된 뒤가 되는것이다.
그 이전에도 역사는 있었지만 기록이 없기 때문에 역사이전이 되는것이다.
기록은, 곧 책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출판되는 종이책은 200여종이다.
오늘이라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것이다.
책이 없어질수 없는 숙명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책은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다.
처음 컴퓨터가 화려하게 등장했을때 모두가 입을모아 이제 종이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모두가 아는대로 종이는 그전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있다.
늘어나 유통되고있는 정보의 양과 정비례, 종이의 양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게 기록이 가지는 역사적인 속성이다.


아이패드같은 첨단의 IT기기가 나타났을때,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했다.
어떤면에선 제대로 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말한대로 책 자체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그 형태가 시대에 맞게 진화할 뿐이다.
스마트폰의 모니터로 세익스피어는 읽을수 없다.
세익스피어는 묵직한 종이책을 손에들고 안락의자에 깊숙이 앉아 따뜻한 조명밑에서
차를 마시면서 읽는 책이다.
그러한 읽기자체가 지극히 문화적인 행동양식이다.
첨단의 아이패드라 해도 마찬가지다.
모니터는 그 기계적 속성이 ‘일별’ 하는 수단일뿐이다.
거기에는 읽기-생각-사고의 기능이 없다.
따라서 책은 앞으로 그 기능에 따라 나뉘어 출판될 것이다.
여행안내서, 요리책, 각종안내 서비스, 외국어통역기능등은 전자책으로,
철학, 종교와 신학, 의학, 역사와 인문학 분야는 종이책으로 출판될 것이다.
즉 콘테츠별 구분이 일어나는 것이다.
속도와 편리는 전자책이, 깊이는 종이책이 담당하게된다.
이 구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사람이 나이들면 속도와 편리에서는 멀어지고 깊이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게 정상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종이책을 선택하고 읽는습관을 길러두는것은 또 하나의 현명한 삶을 위한 가장 큰
준비라고 할수있다.
건강하게 오래사는 길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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