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자습 습관·교과 개념, 고 1 때 '완전 정복'을

고 3이 중 3에게 전하는 '고교 생활 팁'

고교 교사들은 흔히 고 1을 가리켜 '중 3 습성 못 버린 철부지'라고 말한다. 입학 직후부터 차근차근 입시를 준비해도 부족할 판에 내신 관리나 비교과 활동 등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채 1년을 허송세월하기 때문.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수시 지원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대입 수시 합격자들은 고교 입학을 앞둔 중 3 후배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을까? 맛있는공부는 지난 3일 고 3 학생 2인과 중 3 학생 2인의 만남을 주선, 바람직한 고교 생활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 인터뷰 참가자(가나다 순)

권재은(16·서울 문창중 3년), 김지원(16·서울 구암중 3년, 서울 세화여고 입학 예정), 손주현(19·서울 상명고 3년,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입학 예정), 유예림(19·서울 세화여고 3년, 서울대 건축학과 입학 예정)
(왼쪽부터)손주현·권재은·김지원·유예림 양./염동우 기자
◇선행학습? 공부 습관 확립이 우선
권재은·김지원양은 최근 (지난해 3월 치러진) 고 1 모의고사 기출문제와 언어영역 문제집을 풀며 고교 공부를 맛보기로 경험했다. 중학교 때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 형태와 난이도에 두 사람 모두 적잖이 놀랐다. 권양은 "언어영역 문제에 딸린 긴 제시문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지원양 역시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외국어영역 성적이 형편없더라"며 "이과에서도 외국어영역 성적이 중요하다는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손주현·유예림양은 두 후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고교 공부에 대해 벌써부터 초조해하며 무리하게 선행학습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자습 습관 들이기'예요. 요즘 학원 공부에 익숙한 학생이 많은데 고 3이 되면 (상위권 학생 중) 학원에만 의존하는 학생은 거의 없거든요. 지금부터 하루 두세 시간이라도 계획을 세워 혼자 공부하는 훈련을 시작하세요. 집에서 공부하는 게 익숙지 않다면 고 1 때부터 학교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것도 좋아요. 문제집 한 쪽만 풀더라도 일정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공부 습관도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손주현)

"대입 준비가 본격화되는 고 3 땐 계획 수립이 정말 중요해요. 전 고 3 초반에 EBS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연계 교재 출간 예정표를 보고 연간 공부 계획을 세웠어요. 덕분에 분량이 많은 EBS 수능 연계 교재를 적게는 3회, 많게는 5회까지 반복해 풀어본 후 수능을 치를 수 있었죠. 평소에도 잠들기 전 다음 날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고요."(유예림)

◇'내게 맞는 공부법·속도'부터 찾길
손주현·유예림양은 학습과 관련, '페이스 조절'을 강조했다. 둘은 "'어휘는 고 1 때 끝내야 한다' '고 3 첫 모의고사 성적이 실제 수능 성적이다' 같은 풍문에 괜히 휘둘릴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고 3 올라온 후 고 1 말 무렵 수학 10-가·나 공부에 소홀했던 걸 후회했어요. 고 1 말이 되면 대부분의 친구가 (2학년 때 배울) 수학Ⅰ 공부를 시작하거든요. 저도 덩달아 수학Ⅰ을 공부했는데 정작 고 3이 되니 10-가·나 내용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그땐 복습할 시간도 없는데 말이죠. 고 1 때 내신 공부를 철저히 하면서 교과 개념을 완벽하게 정복하는 게 좋아요."(손주현)

"언어영역은 고 1 때 성적만으로 안심해선 안 돼요. 저 역시 언어영역 공부를 소홀히 하다가 고 2 말 갑자기 성적이 떨어져봤거든요. 당시 전 언어영역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개념어를 싹 정리해 자투리 시간마다 외우고, '보기와 같은 관점 찾기' 등 문제 유형별 풀이법도 익혔어요. 문제집 한 권을 네댓 번씩 반복해 공부하면서 지문 이해력을 키운 덕분에 실제 수능 언어영역에선 만점을 받았죠."

◇최고의 '스펙'은 다양한 교내 활동
손주현·유예림양 모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두 사람에겐 이렇다 할 교외 수상 실적이 없다. 합격 비결은 내실 있는 교내 활동,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내용이었다. "고 3 내내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어요. 리더십 경험이라고 해봐야 학급 반장 한 번 맡은 게 전부였죠. 대신 교내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했고 학업우수상도 여러 차례 받았어요. 건축학과를 지망한 건 고 1 여름 즈음이었는데 이후 대입 직전까지 줄곧 일간지를 정독하며 건축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어요. 이렇게 모은 자료는 수시 지원 당시 '전공에 대한 열정' 입증 자료로 톡톡히 활용했죠."(유예림)

"책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고교 3년 내내 교내 문예창작반 활동을 했어요. 교내 백일장 대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했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엔 선생님들이 '(학교가 위치한) 노원구 고교 연합 백일장 대회가 있으니 참가해 보라' 같은 정보를 자주 알려주셨어요. 책을 읽은 후엔 항상 독후감을 써서 담임 선생님께 제출, 학생부에 독서 이력이 충실하게 기재되도록 했죠. 제 학생부를 보면 국어 등 문과 계열 성적은 좋지만 과학에선 4등급도 있을 정도로 이과 계열 성적이 나빠요. 그래서 독서할 땐 이과 계열 책까지 고루 읽으며 균형을 맞췄습니다."(손주현)

두 선배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비교과 활동 실적보다 중요한 건 내신"이라고 강조했다. 유예림양은 3년 평균 내신 1.9등급, 손주현양은 1.6등급이었다. 유양은 "서울대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내신이었지만 3년 내내 수학·과학 교과 1등급을 지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손양은 '꾸준한 성적 상승세'에 초점을 맞췄다. "고 1 때 2등급 중·후반에서 출발, 고 3까지 꾸준히 성적을 올렸어요. 관심사인 국어 교과는 늘 1등급이었고요. 입학사정관 전형에선 평균이 같더라도 성적이 들쭉날쭉한 사람보다 상승세가 꾸준한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요. '이젠 성적 오를 일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거예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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