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일반 상대성 이론

 

학습 목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원리를 바탕으로 중력 렌즈와 블랙홀, 중력에 의한 시간 변화 등을 정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 전개도

1. 가속 좌표계와 관성력

관성계(등속 운동, 정지)에서만 적용되던 뉴턴 운동 법칙이 비관성계에서도 작동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뉴턴은 '관성력'이란 가짜 힘을 고안하였다. 이로써 관성계에 머물렀던 F=ma 세계관이 비관성계로 넓어지게 됐다.

 

1) 관성계

똑같은 속도로 운동을 하는 두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의 흔들림이 없고 자동차 안의 사람이 주변 상황을 볼 수 없으며 상대방 자동차만을 볼 수 있다면, 상대방 자동차가 정지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자동차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등속도 운동하는 좌표계와 정지한 좌표계는 구분이 불가하다. 동쪽으로 시속 60km/h로 등속 운동하는 자동차가 있다면 이게 진짜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건지, 자동차를 관찰하는 좌표계가 서쪽으로 시속 60km/h로 등속 운동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더 나아가 각 좌표계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 역시 동일하다.

트럭 위의 사람이 공을 위로 던지고 있다.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트럭 안의 사람과 트럭 밖에서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보는 공의 운동 궤적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공이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결과, 즉 바닥에 닿는 공의 속력과 바닥에 닿는 데 걸린 시간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관찰된다. 왜냐면 이 물체에게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속도가 변화하는 경향(F=ma)은 두 사람에게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두 사람은 각각 정지해 있고, 등속 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계를 기준계로 설정하고 이를 '관성계'라 하는 것이다. 

 

2) 비관성계

반면에 가속도 운동을 하는 좌표계는 정체성이 확고해서 구별이 가능하다. 일단 가속도의 방향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속 좌표계가 관성계가 아님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다. 가속 좌표계 안의 관찰자, 관성계 안의 관찰자에 따라 뉴턴 운동 법칙의 일관성이 어그러진다는 것이다. 다음 상황을 보자.

오른쪽으로 가속 운동하는 버스

a로 가속 운동하는 버스에 추가 매달려있다. 이를 관찰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버스 밖, 즉 정지한 좌표계인 관성계에서 관찰하고 있고 한 사람은 버스 안, 즉 가속 좌표계인 비관성계에서 관찰하고 있다. 버스에 매달려있는 추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들어보도록 하자.

 

①관성계의 관찰자 입장

이 사람은 추가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버스가 a로 등가속도 운동하므로 버스에 매달려있는 추도 a로 등가속도 운동해야 한다. 그 말은 추에 작용하는 알짜힘이 ma라는 뜻이다. (추의 질량이 m이라면) 

추에 작용하는 실제 힘들은 장력과 중력이며, 이 두 힘의 합력은 오른쪽을 향하며 크기가 ma이다. 그러므로 추는 등가속도 운동을 한다.

 

②비관성계의 관찰자 입장

그러나 버스 안의 관찰자는 추가 정지해 있다고 판단한다. 추가 정지해 있다는 건 추에 작용하는 힘들이 평형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추에 작용하는 실제 힘들은 장력과 중력인데, 이 두 힘의 합력을 상쇄할만한 또 다른 힘이 있어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런 힘이 단지 관찰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생겨야 한다는 건 논리적 합당함과 거리가 멀다. 관찰자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관찰자의 남다른 아우라가 힘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3) 관성력

모든 상황이 같은데 단지 관찰자가 달라져서 뉴턴 운동 법칙이 어그러지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뉴턴은 비관성계에서도 뉴턴 운동 법칙을 성립시키기 위해 '관성력'이라는 가짜 힘을 고안하였다. 비록 가짜 힘이긴 하지만 관성력을 느낄 수는 있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가속도 방향이 동쪽이면) 뒤로 밀리게 되는데, 이는 관성력이 서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버스가 급정거하면(가속도 방향이 서쪽이면) 앞으로 쏠리게 되는데, 이는 관성력이 동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가속 좌표계 안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힘을 '관성력'이라고 하며, 크기는 다음과 같다.

물체의 질량과 좌표계의 가속도의 곱으로 나타나며, (-) 부호는 관성력의 방향이 좌표계의 가속도 방향과 반대임을 뜻한다. 

 

2. 중력은 관성력의 일종이다?!

질량은 두 가지의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질량에 대한 중력 끌림과 가속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관성의 특성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다른 두 힘이지만 질량에 비례하는 공통된 관계를 갖는 두 힘의 정체는 뉴턴과 많은 다른 물리학자들을 오랜 시간 동안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1916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중력은 관성력의 일종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등가 원리

가속 운동에 의해 나타나는 관성력의 크기는 가속도의 크기뿐 아니라 물체의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중력의 크기도 물체의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우주선의 가속도가 g라면, 우주선 안에서 사람이 느끼는 관성력의 크기(=저울의 눈금)는 mg다. 

만일 우주선이 중력 가속도가 g인 지표면 위에 정지해 있다면, 사람은 저울 위에서 올라섰을 때 mg를 가리키는 눈금을 확인할 것이다. 이때 mg는 중력의 크기다. 만약 우주선 안의 사람의 우주선 바깥을 전혀 볼 수 없다면, 가속 운동에 의한 효과와 중력에 의한 효과를 구별하긴 힘들 것이다.

이와 같이 '가속 운동 하는 좌표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중력이 작용하는 좌표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서로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등가 원리'라고 한다. 

 

3. 변형되는 공간, 장(Field)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질량의 이중적 행태가 두 행태 간의 아주 상세하고도 기본적인 결합의 증거가 되었다. 그는 어떠한 역학 실험으로도 중력과 관성력을 구별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중력이 작용하는 관성계와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가속되고 있는 비관성계는 완전히 동등하다. 상대적으로 가속되고 있는 두 좌표계는 서로 구분될 수 없으므로, 이는 서로에 대해 나란히 가속되고 있는 좌표계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확장된다. 이는 관성계에만 한정시켰던 특수 상대성 이론의 인위성을 해결해 준다. 

 

지금까지는 질량을 가진 물체에 생기는 효과인 중력과 관성력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했다. 이제 질량이 없는 빛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해 볼 차례가 왔다.

 

1) 등가 원리와 빛

그림과 같이 위로 가속되는 공간을 가로질러 빛을 수평 방향으로 보낸다고 하자. 공간 밖의 관성계에 있는 사람에 의하면 공간이 위로 가속되고 있고, 빛은 빨간 점선을 따라 직진한다. 하지만 공간 안의 비관성계에 있는 사람에 의하면 공간이 위로 가속됨에 따라 빛의 궤적은 아래로 굽어진다.

공간 안의 사람이 본 빛의 궤적

그렇다면 중력이 작용하는 정지한 공간에 있는 관찰자가 보는 빛의 궤적은 어떨까? 

등가 원리는 그 어떤 실험도 'g로 가속되는 좌표계'와 '중력이 작용하는 관성계'의 구분을 허용하지 않는다. 빛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휘어진 궤적으로 움직인다는 추론을 낸다.

엄밀히 따지면 이 추론은 '등가 원리'란 대전제를 연역해서 얻은 결론이었다.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휨을 입증할만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는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에 의해서 밝혀진다.

 

2) 변형되는 공간, 장(field)

에딩턴은 1919년 5월 일식이 생길 때 태양 뒤의 별을 볼 수 있는지 관측하였다. 즉, 빛이 태양 근처를 지나면서 태양의 중력을 받아 휜다면, 그림처럼 태양 뒤에 가려진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의 예상이 옳다는 게 발표됐다.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는 결론을 두고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해석했다. 중력이란 응당 질량이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질량이 없는 빛에 작용하는 중력은 0일 텐데 진행 경로가 어떻게 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빛이 휜다는 사실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걸 뜻한다. 이것은 '광속 불변의 법칙'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특수 상대성 이론은 광속 불변의 법칙을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스스로 자신의 위대한 이론인 특수 상대성 이론의 토대를 허무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속 불변 법칙을 고수하면서 빛의 휨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아야 했다.

 

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결론은 과감했다. 아인슈타인은 애초에 중력이란 건 없다고 봤다. 단지 질량의 존재가 그 질량 주위의 시공간의 곡률을 야기하며, 이 곡률이 모든 자유로이 움직이는 물체가 따라야 하는 시공간상의 경로를 결정한다고 본 것이다. 즉, 빛은 질량에 의해 휜 공간을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휘어져 보인다.

 

그저 자연법칙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공간 개념이 객체와 상호 작용하여 변형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새로운 공간을 '장(field)'라 정의하고, 질량과 상호 작용하는 시공간을 '중력장'이라 하였다. 이 골자를 토대로 세워진 일반상대성이론은 힘의 개념을 휘어진 시공간을 따르는 물체의 운동으로 대체하였다.

 

 

3)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공간이 왜곡됨에 따라 시간이 왜곡된다. 그 이유는 어떤 상황이 와도 광속의 절대성은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간과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공간이 왜곡되었다면 그 물체 주변의 시간도 왜곡되어야 한다.

GPS 시스템은 궤도상의 위성과 지구 사이에서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GPS 위성은 지구에 있는 우리에 비해 지구의 중력장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결국 위성에서의 시간과 지구상의 시간은 동일하지 않으며, 실제 지구에서의 시간은 위성에서의 시간보다 살짝 느리게 흐른다. 지상 2만 킬로미터 상공 궤도에서 인공위성은 하루에 39 마이크로초 더 빨라진다. 70년이 지나면 지구의 시계는 우주 공간의 시계보다 1초 더 느려지는 정도다. 만약 이 시차를 무시하고 거리 계산을 보정하지 않으면 GPS를 통해 얻은 결과는 지구에서 쓸 수 없게 된다.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비유

동심원을 이루며 여러 겹으로 된 회전목마를 생각하자. 중심에서 가까운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사람의 손목시계와 멀리 있는 사람의 손목시계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상대론에서는 빨리 움직이는 물체일수록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중심에서 멀리 있는 회전목마에 탄 사람의 손목시계가 더 천천히 가지 않을까?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계가 점점 더 천천히 가게 된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은 자기가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원심력(관성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 관성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등가원리에 따르면 관성력과 중력은 같은 것이다. 따라서 회전목마를 탄 사람은 중심에서 먼 곳의 시계가 천천히 가는 것이 속도 때문이 아니라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력이 크면 클수록 시계가 천천히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중력 렌즈

중력 렌즈 현상은 1924년 처음 언급되었으나 그 당시 과학자들은 중력 렌즈 효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추어 과학자의 제안에 따라 아인슈타인이 1936년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중력 렌즈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1979년 '퀘이사'라는 천체를 관찰하면서 두 개의 별이 동일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중력 렌즈에 의해 생긴 두 개의 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에 중력 렌즈 현상이 계속 발견되었고, 현재에도 많은 중력 렌즈 현상들이 발견되고 있다.

 

4. 블랙홀

1) 아인슈타인의 우주 방정식

전하들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전자기장을 통해 전기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두 질량 사이의 중력 역시 중력장을 통해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장은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으며 움직이고 진동하며 파동을 만들 것이고, 두 질량 사이를 연결하는 '중력선'들이 존재해 중력장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 맥스웰 방정식을 본떠 중력장에 대한 방정식 '우주 방정식'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등장하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의 실체를 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절대공간에서는 이러한 거리의 제곱이란 말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운동에 따라 달리 정의되는 상대성의 시공간에서 거리의 제곱이란 말은 의미를 상실한다. 그는 4차원의 세계에서의 힘을 정의하기 위해 골몰한다. 직관적으로 이것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과 같은 무거운 존재가 시공간을 휘게 하고, 그에 따라 휘어진 공간의 곡률의 정도에 비례하는 힘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구형의 곡률은 반지름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하학적 직관을 4차원의 정교한 수학으로 만들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10년 동안이나 공부했다. 마침내 그는 4차원 공간에서의 질량을 갖는 존재가 만드는 공간의 구부림과 그 구부림이 만들어내는 힘을 정의하는 우주 방정식을 유도해낸다.

우주 방정식

왼쪽은 4차원 시공간에서의 가속도항을 나타내고 오른쪽은 만유인력을 나타내는 중력가속도다. 본질적으로 이 식은 'F=ma'를 상대론적으로 수정한 것으로써 질량에 의해서 휘어지는 시공간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입증한다.  

 

2) 우주 방정식의 해, 블랙홀

아인슈타인의 우주 방정식을 풀면 '블랙홀'이라는 특수해가 나온다. 처음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이 틀린 것으로 생각했고,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았는데, 아인슈타인 사후 1965년 펜 로즈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제시한 논문을 냈다. 이후 2019년, 실제 블랙홀이 발견됨으로써 그 존재가 입증되었다.

블랙홀은 2019년 4월 인류 역사상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북·남미, 유럽 등의 과학자 200여 명의 연구진이 전 세계 거대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블랙홀 모습을 최초로 촬영했다. 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블랙홀 ‘M87’이다. 연구진은 M87 주변에서 왜곡된 빛의 조각들을 일일이 모아 950억㎞에 달하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찾아낸 것이다. 

 

3) 사건의 지평선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곳에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따라서 블랙홀 근처로 가면 중력이 점점 커지므로 지구에서는 블랙홀 가까이 지나가는 우주선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으로 관찰하게 된다. 우주선의 시간이 정지한 것으로 관찰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우주선의 시간이 정지되고, 무한대의 시간이 걸리는 곳을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만일 우주선이 이 선을 넘어가게 되면, 더 이상 우리는 우주선과 통신을 할 수 없게 되어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는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사건의 지평선을 넘나들 수 있다면 시공간 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이를 묘사한 영화가 인터스텔라다.

 

 

 

 

4) 우주 방정식의 또 다른 해, 웜홀

웜홀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블랙홀의 해'로부터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풀면 특정한 조건에서 블랙홀이 그 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블랙홀에서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데 반해 시간이 역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도입하면 새로운 해가 등장한다. 이 해를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 불렀다.

 

블랙홀이 안정된 해인 데 반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는 아주 불안정한 것이었다. 이 해는 순식간에 생겼다가 곧바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여겨져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묵은 채로 있던 이 해는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휠러가 '웜홀'로 바꿔 부르면서 '시공간의 거품'의 형태로 다시 도입되었다.

 

5) 중력파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 시공간의 곡률 변동이 파동의 형태로 전파하는데 이를 '중력파'라고 한다. 중력파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지만 1세기가 지나도록 관측되지 못하다가 2015년에 검출되었다.

 

2015년 9월 14일 오전 9시 50분 45초에 당신은 아주 잠깐이나마 키가 조금 자랐다. 태양보다 질량이 각각 30배나 큰 두 개의 블랙홀이 격렬하게 합쳐지면서 시작된 중력파 물결의 마루가 13억 년 동안 우주를 가르며 공간을 왜곡하다가 바로 그 시간에 우리를 지났다. 중력파를 정면으로 맞은 공간은 수직으로는 늘어나고 수평으로는 축소되며, 파동 마루가 지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 몸이 파동이 지나는 길에 있다면, 파동이 지나면서 몸이 길어지고 홀쭉해지다가 짧아지고 넓어지는 주기가 반복된다.

양성자 너비의 100만 분의 1도 채 되지 않을 만큼 키가 자란 당신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물리학자들은 알아차렸다. 이렇게 중력파가 검출됨으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강력한 증거를 갖게 되었다.

뻔하지만 Fun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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