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학교 2학년을 상대로 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가 수학에서 2등, 과학에서 4등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 50개국 23만명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공신력이 있는 데다 우리나라는 3년마다 이뤄지는 평가에서 이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2006 국제학력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는 수학에서 평가대상 57개국 가운데 3등을 한 것으로 발표됐다. 당시 평가에는 문제해결 능력을 묻는 '해결력'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었고, 여기서 우리나라는 1등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교육과정평가원은 "그동안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한국이 높은 순위를 얻은 것을 놓고,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결과인 만큼 한국 학생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상당히 불식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이러한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고력과 학습능력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할 만한 근거가 된다.
다만 '평균적으로' 공부를 잘한다는 조사결과가 진짜 우리 학생들의 실력을 반영한 것일까를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바로 지난달 말 서울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유한구 박사의 논문이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채 박사 등은 2006 PISA 수학자료를 토대로 조사대상 국가의 수학평균 점수를 주당 학습시간으로 나눠 비교했더니 우리나라의 실제 실력은 3등이 아니라 48등이라고 주장했다. 주당 수학 학습시간이 7.14시간으로 시간당 점수는 99점이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수학실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난 대만, 홍콩, 핀란드는 각각 138점과 151점, 139점이었다. 결국 우리 학생들의 경우 시간을 많이 들여서 반복 연습과 유형 분석을 하는 식으로 문제 푸는 요령만 습득함으로써 총점상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지만 효율은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가 '수학 잘하는' 우리나라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돋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범재(凡才) 100명을 기르기보다 수재(秀才) 1명을 길러 나머지 99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대세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거 양적 발전 시대의 방식인 '벽돌 찍기'식 교육(별다른 장점은 없지만 큰 단점도 없는 평균적인 인간형을 길러내는 교육)으로는 미래의 한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장에서 제품생산 매뉴얼을 이해하고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평균적 상식과 기능을 가진 일꾼이 필요했던 과거에서, 창의력과 통찰력을 가진 일꾼이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부에 대한 접근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 고루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이 뒤섞여 있는 가운데 잘하는 학생이 더욱 잘하게, 못하는 학생은 끌어올릴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몇몇 천재 혹은 괴짜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진리를 되새겨 볼 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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