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자녀 명문대 보내기 미국 부모들의 꼼수
학교에서 시험지를 배부하는데, 한 여학생이 와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그의 프로그램에는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중간 단계 격인 ‘리소스 룸(resource room)’ 시간이 표시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서적 혹은 지능적 장애로 학업을 소화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숙제를 도와주고, 다른 환경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제도다. 여기에 속한 학생들은 일반 과목을 수강하면서 하루 한두 시간씩 특수 교사로부터 보충수업을 받는다. 이들의 권리는 교육법에 의해 보호받는 것으로 교사가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시험 문제를 봉투에 담아 그 여학생에게 건네주며 이틀간의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봉투를 받아 든 그는 따로 마련된 리소스 룸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그 학생은 거의 무제한의 시간 동안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시험을 치른다. 특수교육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학교에서의 시험은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이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은 각 학생별로 세워진 교육 계획에 따라 시험을 보는 방법과 시기가 달라진다. 장애 학생에 대한 특별대우는 모든 다른 원칙보다 우선한다. 그러나 이런 배려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을 동원해 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SAT 허점 이용해 부자 학생들 시간 번다’라는 제목의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매사추세츠 주까지 미국 전역의 부촌 지역에 거주하는 재력가의 자녀들이 SAT 시험 당시 심리학자가 써준 ‘학습장애 증명서’를 가지고 가서 시험 시간 연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방송은 보스턴 인근의 명문 학교 웨이랜드 고교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 학교 학생 가운데 ‘학습장애자’라는 소견서를 제출해 SAT 시험장에서 일반 학생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받은 학생이 전체의 12%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 고교 학습장애자 비율에 비하면 6배나 높은 수치다. 이 학교의 한 카운슬러는 “실제로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 정상이면서도 학습장애라는 심리학자의 소견을 받기는 매우 쉬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ABC 방송은 또한 수많은 고교 카운슬러들이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학습장애 소견서를 써줄 심리학자를 찾아다니’는 소위 ‘소견서 쇼핑(diagnosis shopping)’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재력가 학부모들끼리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주의력 결핍(ADD)’으로 몰아가면 된다”는 농담을 한다는 것이다.
SAT 시험 특혜 받기 위해 허위로 학습장애 진단 받기도
그러나 실제로 학습장애자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받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1994년부터 시작된 이 장애자 지원 프로그램 이용자 중 미국의 대표적인 빈촌인 사우스이스트 LA 지역 고교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칼리지보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SAT 시험장에서 장애자 지원 혜택을 받은 학생 가운데 백인의 비율이 84%에 이른다고 한다.
부유층이 이렇게 가짜 진단서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장애아들에 대한 특혜가 SAT 시험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도 혜택을 받아 일반 학생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성적으로 명문대 입학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자식이 잘될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이 세계 어딜 가나 다 같은 부모 마음이지만 이 같은 일부 부자 백인들의 행태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이 ‘나이롱 환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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