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제도가 자주, 또 어렵게 바뀐다는 얘기가 많다. 이런 변화는 서울, 특히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유리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본보가 수시모집 도입 이후의 합격자를 지역별로 분석했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한양대가 2001학년도 입시 이후 지금까지 뽑은 합격자는 4만여 명. 수시모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직후에는 서울지역 응시생이 합격자의 절반을 넘길 정도였다. 입시 제도를 바꿀 때, 신중히 하지 않으면 지역별 또는 계층별로 격차가 심해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 수시모집에서 서울 수험생이 최강
본보는 2001∼2013학년도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전형자료를 입수했다. 이 기간 지원자는 71만3936명, 합격자는 4만6023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출신 합격자가 2001학년도에 31.0%에서 이듬해 40.2%까지 늘었다. 이 비율은 2003학년도에 50.1%를 거쳐 2004학년도에 51.8%까지 급증했다. 반면에 비수도권 지역 합격자는 같은 기간에 45.0%에서 19.7%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1999년 시작한 수시모집이 이 무렵에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지방 학생의 합격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정보력과 경제력을 갖춘 서울 수험생이 새로운 전형방법에 더 빨리 적응한 결과라는 얘기다.
수시모집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전형에 반영한다. 한양대는 2001학년도에 90명 정원으로 수시모집을 도입한 뒤 다음 해에 △수학 △과학 △리더십 △발명 등의 특기자전형을 마련하고 모집정원을 439명으로 4배 가까이 늘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에서는 2002년 이후 수시모집에 대비하자며 경시대회 열풍이 불었고 나중에 이를 막으니 논술 바람이 다시 거세졌다”며 “한양대의 서울 수험생 강세 현상은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험생이 수시모집에 더 많이 지원하면서 합격자가 늘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2002학년도 서울 일반계고 3학년 학생은 전국에서 25.6%에 불과했지만 수시모집 지원자 비율은 42.8%를 차지했다. 서울 수험생의 수시모집 응시율은 △2003학년도 45.6% △2005학년도 42.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 수시 세부 변화 영향 먼저 분석해야
수시모집 합격자의 지역별 분포는 세부적인 전형 내용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인 요소가 내신 반영 방법이다. 2007학년도까지는 석차와는 무관하게 ‘수 우 미 양 가’만 표기하던 절대평가 덕분에 서울 수험생이 이득을 봤지만 2008학년도부터 상대평가를 도입하면서 지방 학생이 더 유리해졌다.
실제로 서울 수험생의 수시모집 합격자 비율은 2005학년도 이후 줄어든다. 2006학년도에 41.1%를 차지했다가 2년 뒤에는 37.2%로, 4년 뒤에는 31.1%로 낮아졌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전략연구실장은 “수시모집에서는 내신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2005학년도 이후 적성검사와 논술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줄어든 점 역시 서울 수험생에게는 불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수험생 중에서 서울 일반계고 3학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25.6%(2002학년도)→23.1%(2006학년도)→16.8%(2013학년도)로 해마다 줄어든 가운데서도 합격률이 3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수시로 바뀐 제도가 서울 수험생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시모집의 지역별 합격률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과 달리 정시모집 합격률은 해마다 비슷하다는 점이다. 수험생의 실력이 아니라 입시 제도에 따라 당락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양대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서울 수험생의 비율은 △2001학년도 35.8% △2004학년도 34.9% △2007학년도 32.3% △2010학년도 30.8% △2013학년도 33.6%였다. 반면에 서울 수험생의 수시모집 합격률은 정시모집보다 최대 16.9%포인트까지 높았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학생의 실력이 해마다 크게 변하지 않는데도 합격률은 크게 달라지는 점이 문제다. 입시 제도를 바꾸려면 어떤 전형요소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정확히 분석해야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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