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경시대회 우승자’ ‘○○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 등을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오는 학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자녀를 각종 학원, 과외 수업에 보내봐도 학교 수학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자녀를 생각하면 수학적 재능이 특별한 ‘남의 집 아이’들은 어떻게 수학을 그렇게 잘하는지 그저 아리송할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민을 지닌 학부모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타고난 수학 수재로 보이는 학생들 중 상당수는 ‘문제집 씨름’이 아닌 놀이, 독서, 체험 등 생활 속 활동을 통해 일찍이 수학에 흥미를 붙였다는 점. 유아·초등생 때 자녀가 수학에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이후 자녀의 수학 성적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초등 4학년 때부터 각종 수학경시대회 및 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기 시작해 민족사관고 졸업, ‘대통령과학장학생’ 자격으로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한 김용균 씨(26·서울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의 어머니 임미성 씨(53)는 최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서도 강조되는 스토리텔링, 실생활 적용, 교과통합 등 방법으로 아들에게 수학적 흥미를 심어준 대표적 사례.
임 씨가 2008, 2009년 자신의 특별한 자녀 수학지도 경험을 담아 출간한 책 ‘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초등편’(동아일보사)은 6만여 권이 판매될 정도로 초등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임 씨는 최근 4∼6세 영유아 학부모를 위한 유아 수학교육 지침서 ‘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유아편’(동아일보사·1만2000원)을 펴내면서 또다시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다.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엄마표’ 실생활 수학지도 노하우를 임 씨가 소개한다.
“독서·놀이로 수학에 ‘재미’를 느끼는 게 우선”
임 씨는 자녀의 첫 수학 공부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게 지론. 자녀가 수학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녀가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레 수학적 개념 원리를 적용해 보는 스토리텔링식 수학 공부가 좋은 방법이 된다. 꼭 수학동화가 아니더라도 일반 동화나 전래동화, 교과서 속 ‘창의 마당’에 실린 이야기 등 모두가 좋은 스토리텔링 학습재료다.
임 씨는 틈나는 대로 아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며 수학적 흥미를 경험시켰다. 장난감 블록 20개를 준 뒤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때마다 자녀를 칭찬해주는 방법으로 수학에 대해 성취감을 심어준 것. 그는 숨은그림찾기, 미로, 퍼즐 맞추기 등 놀이를 하면서 수학 공부에 필요한 집중력과 관찰력도 일찍이 길러주었다.
“마트 장보기로 ‘실생활 수학’ 공부”
생활에서 수학을 공부시킬 방법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자녀의 수학 교과서부터 펼쳐보자. 임 씨는 수학 교과서에 담긴 생활 소재 문제를 하나씩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2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옷 재단하기’ 관련 이야기를 함께 읽은 뒤 자녀의 키, 책상의 길이, 방과 거실의 거리를 직접 재보며 척도를 공부할 수 있다.
임 씨가 추천하는 방법은 자녀와 함께 마트에서 장보기.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 세일’ 광고를 보며 분수·나눗셈을 해보거나 엄마가 카트에 담은 상품의 총액을 자녀가 암산해보고 반올림, 내림 등 ‘어림하기’를 해보게 할 수 있다. 박스를 포장하는 데 필요한 테이프와 끈의 총 길이를 구해보는 것도 한 방법.
마트의 구조를 잘 아는 초등 5, 6학년에게는 가장 짧은 동선으로 구매 품목을 모두 살 수 있는 ‘최단’ 코스와 시간을 구해보거나 제한된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는 방법을 구성해 보도록 시키면 도형, 방정식 등의 수학 개념을 자연스레 공부시킬 수 있다.
“날씨 뉴스 보면서 수학·과학·경제 통합학습”
학부모 입장에선 어감부터 부담스러운 ‘교과통합’ 학습. 임 씨는 자녀와 함께 공원에 산책을 가는 것만으로 교과통합형 공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나무의 총 개체수와 종류 수를 세어보면서 기본 연산이나 평균 구하기 등을 해볼 수있다. 또 나무의 분류와 명칭, 특징을 더 조사하면 과학 공부, 나무의 이름이나 모습에 대해 느낀 점을 말과 글로 풀어보게 해 국어 공부도 할 수 있다.
초등 5, 6학년의 경우에는 특히 가족과 함께 신문이나 TV 뉴스를 볼 때를 잘 활용하라는 게 임 씨의 제안. 그는 “기상 보도에서 ‘내일 강수확률 70%’라고 나올 경우 △퍼센트(%)의 개념 △강수량 측정법 △강수확률 정보 활용 사례 등을 함께 설명해주면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교과의 공부를 알차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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