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5일 금요일

글로벌호크, 한반도에 뜰까



1조 3000억 원이나 하는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는 우리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오늘날 무인기의 역할은 정찰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레이더로 볼 수 없는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에 한창이다.
미래의 하늘에서는 정말 유인전투기와 무인전투기의 대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는 유인기가 할 수 없던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다.
곤충만큼 작아질 수 있고, 땅에 내려오지 않고 하늘을 영원히 날며, 마하 20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의 하늘에도 무인기를 띄울 계획이다.
지구는 물론 외계 행성의 하늘도 이제 무인기가 지배한다. 더욱 은밀하게.



요즘 우리나라에서 글로벌호크 구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015년 12월 1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앞두고 정부가 글로벌호크 구매 계획을 세우면서부터다. 글로벌호크는 20km 상공의 고고도에서 28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하며 정찰과 감시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다.

미국이 제시한 글로벌호크 1세트(4대)의 가격은 무려 1조 3000억 원. 이는 우리 정부가 예상한 4000여억 원보다 3배나 많다. 미국이 작년에 제시한 9400억 원에서 3600여억 원이 또 올랐다. 가격이 너무 오르자 우리 정부는 글로벌호크 대신 다른 고고도 무인정찰기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값비싼 무인정찰기가 정말 필요할까. 무인기를 도입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게임하듯 앉은 자리에서 수천 억 원에 달하는 무인기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글로벌호크는 과연 최강 무인기일까. 잠시 숨을 크게 쉬고 하늘을 쳐다보자.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비행기가 내려다 본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 보자.

왜 고고도 무인정찰기인가
지금까지 우리 군은 주한미군의 U-2 정찰기와 미국의 정찰위성으로 얻은 첩보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얻은 정보를 우리에게 100%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었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U-2정찰기를 빠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대북감시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글로벌호크 도입이 검토됐다. 문제는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이다. 이렇게 값비싼 고고도 무인정찰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를 살펴보자. 지상에서 1.5km (5000피트) 상공까지를 초저고도, 6km(2만 피트)까지를 저고도, 다시 13.7km(4만5000피트)까지를 중고도, 그 이상을 고고도라 한다. 6~13.7km인 지역은 국제선 항공기 등이 육안이 아닌 계기판을 통해 조종하는 계기비행을 하는 고도다. 글로벌호크와 같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는 이보다 높은 성층권이 주요 활동 무대다(성층권에서는 산소가 매우 부족한데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뒤에 자세히 설명한다). 민간 항공기와 항공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사실상의 독무대다.
고고도 무인정찰기는 높이 때문에 지상에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이 잘 닿지 않는다. 연료가 허락하는 한 민간 항공기나 적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비행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원한다면 언제든 특정 지역의 하늘로 날아가 영상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무인정찰기만의 장점이다. 정찰위성은 약 500km 고도로 다른 위성에 비해 비교적 지상과 가까운 궤도를 돈다. 하루에 지구 둘레를 10바퀴 돌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항상 같은 궤적을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돌아오려면 48시간이나 걸린다. 따라서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장시간 얻는 능력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만이 가능하다. 글로벌호크 1대는 한 번에 28시간 이상 비행하며 3000km의 동북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최강의 무인기인가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기체계실장 “글로벌호크는 가장 높은 고도에서 나는, 전쟁수행능력이 입증된 무인정찰기”라고 설명했다. 1998년 처음 개발된 이후 ‘세계를 나는 매’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국의 전장을 날며 충분한 성능검증을 마쳤다는 뜻이다.

글로벌호크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시제품 상태로 처음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1800여 회 전투 및 재난 구호 작전에 투입됐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 상공을 통해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봉쇄하는 임무를 맡은 바 있으며,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일본 쓰나미 원전 사고 현장에도 투입된 사례가 유명하다.

글로벌호크는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해 지표면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센서를 모두 쓸 수 있다. 최대 해상도는 지상에 있는 30cm 크기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데 이런 해상도로 24시간 동안 7600km2를 촬영할 수 있다. 서울시의 10배가 넘는다.

또 지상에서 움직이는 타깃만을 찾는 모드(MTI)를 사용하면 무려 1분 만에 경기도 넓이에 조금 못 미치는 1만 5000km2 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불필요한 고성능”이라는 반대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단점이 있다. 비싼 유지비다. 한 공군예비역 관계자는 “글로벌호크 1세트의 1년 유지비가 현재 공군전투기 135대 유지비보다 많은 3000억 원”이라고 예상했다. 구 실장은 글로벌호크의 유지비가 비싼 원인 중 하나로 가스터빈엔진을 가리키며 “공기가 희박한 20km 상공의 성층권을 비행하려면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호크 외에 가능한 기종으로 검토되고 있는 보잉사의 ‘팬텀아이’나 에어로바이론먼트사의 ‘글로벌옵저버’는 수소연료전지 모터를 사용한다.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공중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모두 4일 이상이다. 글로벌호크보다 수 배나 길다. 하지만 구 실장은 “팬텀아이나 글로벌옵저버는 아직 개발 단계의 기종이라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타지 않아서요즘 ‘잘 나가는’ 무인기를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외관이 2종류로 나뉜다. 공격이 가능한 무인기로 유명한 프레데터(MQ-1)나 리퍼(MQ-9)는 앞부분이 꼭 고래를 닮았다. ‘칸다하르의 야수’란 별명으로 불리는 센티넬(RQ-170)은 동체 전체가 날개인 전익기다. 두 형태 모두 비행기 안에 조종사가 타지 않기 때문에 설계가 가능한 디자인이다.

사실 기존 비행기는 불완전한 구조다. 사람이 타야 하기 때문이다. 구삼옥 실장은 “조종사가 앞을 보기 위해서는 유리창을 둬야 하는데 이 때문에 비행기 머리가 미사일처럼 상하대칭 형태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람이 타면 완전한 유선형으로 만들 수 없어 유체역학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는 이런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점점 더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개발 중인 핵공격이 가능한 무인기 뉴론(nEUROn) 또한 사람이 타기 힘든 구조의 전익기다.

그렇다면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비행기가 뜨는 원리야 유인기나 무인기가 같다. 핵심은 조종이다. 무인기는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모형 자동차나 모형 비행기와 같다. 대신 대형 고고도 무인기는 넓은 작전 반경 때문에 지상 통제소에서 위성을 통해 조종한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무인기라도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약 1초 정도의 시간 지연이 생긴다. 전자기기를 통과할 때마다 신호를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위성 방송으로 시청할 때 시간 지연이 생기는 것과 같다.

프레데터(MQ-1)나 리퍼(MQ-9) 같은 무인기는 지상에 폭격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간 지연이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까. 구 박사는 “무인기를 포함해 대부분의 항공 임무는 미리 동선을 철저하게 짜고 레이더와 계기판에 의존해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 지연이 큰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저고도 무인기 같은 작은 기종은 위성 대신 지상에서 전파를 쏘아 직접 조종한다. 그런데 산악에 가로막혀 무인기가 보이지 않게 되면 통제가 안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종종 지상 중계기를 만들거나, 공중에 중계용 무인기를 띄워서 운용 반경을 넓히기도 한다.



무인기의 속도를 높이고 체공 시간 및 탑재 중량을 늘리는 것. 현재 무인기 세계의 화두다. 2030년 중반이 되면 과연 어떤 무인기가 하늘을 날고 있을까. 최근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보고서 ‘무인시스템통합로드맵 2011-2036’에 따르면 무인기는 서로 대화하고 사람이 원격 조종하지 않아도 되며 종국에는 임무 수행시 사람의 의중까지도 읽을 수 있게 된다.

무인항공기 기술에서 가장 앞선 미국은 2036년 무인기 진화의 키워드로 자율 시스템을 강조한다. 단순히 인공지능 컴퓨팅만으로는 궁극의 자율 시스템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036년까지 미국에서 개발될 무인항공기는 항공기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한다. 유체, 장애물, 연료 상태, 다른 항공기, 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를 모델링하고, 나아가 다른 항공기(와 이를 원격 조종하는 사람)의 의중까지 가늠한다.

이를 위해 우선 무선 통신을 위한 주파수와 전송 대역 확보, 커뮤니케이션 보안 등을 해결하고 무인기가 인식하는 핵심 정보만을 추출하는
전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뉴로퍼지 시스템과 신경과학, 인지과학의 발달이 받쳐줘야 한다.

특히 뉴런과 퍼지 이론의 합성인 뉴로퍼지 시스템은 고정된 절대값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신경처럼 여러 상황을 고려한 후 최대한 인간처럼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가령 무인기가 공중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판별할 때 레이더 센서보다 이미지 센서가 읽은 정보에 가중치를 스스로 두고, 물체의 거리를 측정할 때는 반대로 거리 측정계와 레이더가 읽은 정보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무인항공기끼리 서로의 활동을 조정하고 임무 수행 과정 자체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스스로 해석하며 원격 조종 없이도 공통 목표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이 타지 않는 무인기라는 개념보다 사람 없이도 사람의 의도를 읽어내는 무인기가 될 것이란 의미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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