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6일 화요일

하버드 총장 "신경숙은 여성교육 중요성 보여주는 대표사례"

농촌 출신인 신경숙 소설가는 16살에 공장일을 하면서도 야학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신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란 베스트셀러를 내는 등 세계적인 소설가로 우뚝 선 것은 교육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370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Faust·66) 총장이 22일 오전 이화여대 김영의 홀에서 ‘여성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다’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첫 방한이다. 2007년 취임한 그녀는 사학자로서 남북전쟁과 노예제도에 처한 미국 여성의 삶과 지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왔다.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 날 파우스트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인 신경숙을 예로 들며 여성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신 작가는 1982년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1984년 졸업하기까지 2년 동안 오로지 책 읽고 글쓰기에만 전념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근대 한국 여학생들의 이야기도 꺼냈다. 파우스트 총장은 “19세기 한국 여성들은 배움을 훔칠 수밖에 없어서 병풍 뒤에 숨어 남학생의 수업을 몰래 들었고, 그러다 걸리면 책을 뺏기고 벌도 받았지요. 그러나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이 여성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여성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 세 가지로, ‘공정성’ ‘효율성’ ‘변화’를 들었다. 그는 “여성 교육은 그 자체로 공정한 것이며, 현명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을 교육할 때 실현되는 사회경제적 혜택이 매우 크다”며 월드뱅크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는 160만명 여아를 교육할 경우 매년 국민총소득이 34억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여성 인력을 배제하는 국가가 있다면 스스로 성공을 저해하는 국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날 파우스트 총장은 자신의 경험담도 많이 털어놨다. 총장은 “나는 이화여대보다 한 해 앞선 1885년에 설립된 브린모어 여대를 졸업했다”며 “하지만 그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지금은 총장으로 있는 하버드대의 도서관을 드나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총장은 “청년실업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크게 걱정하는 점이지만, 자신의 길을 너무 좁게 보면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배워서 얻는 것이 좋은 직장과 연봉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중국 속담에 ‘여자가 하늘의 반을 떠받치고 있다’란 말이 있는데 왜 꼭 하늘을 반으로 나눠야 하나? 남녀가 함께 더 넓은 하늘을 보면 안 되나? 모든 여성은 본인의 길을 선택하고 갈망하는 바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강연을 끝냈다.

이 날 강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박진 전 의원,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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