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5일 화요일

2018 과학고 자기소개서 특강④-수학 소재


모든 과학고들은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수학적 경험을 묻는다. 수학은 과학과 더불어 과학영재들에게는 필수 소양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학 실력이 뛰어난 상당수 지원자들도 자신의 수학 관련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과학이나 다른 영역보다 유독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 특성상 실천적이거나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자소서 수학 영역, 그 이유와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수학 소재, 어떻게 선택할까?
자신이 지원할 과학고의 자소서 양식에서 수학 관련 항목을 먼저 살펴보자.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중심이다.
·수학 분야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탐구 활동, 그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
·수학 분야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 탐구 사례,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수학 관련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과 그를 통한 성장과 변화.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수학 관련 활동이나 탐구 경험, 배우고 느낀 점.
비슷한 듯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분석해보면 공통적으로 써야 할 내용이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뉨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탐구‘나 ’학습‘ 같은 경험 영역이고 둘째는 ‘의미’나 ‘배우고 느낀 점’ 등과 같은 해석 영역이다. 보통은 자소서 작성 순서에 따라 먼저 수학과 관련된 경험 소재를 떠올리고 해당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해본 적 있다면 그 증명 과정을 일단 소재로 정한 이후에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는 식이다. 하지만 경험과 의미 부여는 서로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고 상호 얽힐 수밖에 없는 만큼 소재 선택 단계에서부터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하노이 탑 놀이에서 조건 변화에 따른 수학적 해법의 규칙을 찾아봤던 경험을 자소서 소재로 선택할지 고민한다고 치자. 이 경험의 결과는 자신이 원했던 규칙을 찾아낸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나뉠 수 있다. 보통의 지원자라면 해당 결과의 유무를 소재 선택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기 마련이다. 규칙을 찾아냈다면 소재로 선택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소재를 찾는 식이다. 그런데 결과가 좋아 막상 소재로 선택하고 보니 그 과정이나 결과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 단순히 누군가 제시했던 퀴즈를 우연히 맞혔거나 무작위적인 접근에서 뜻밖의 행운으로 문제가 해결된 경우, 혹은 특별히 자신이 좋아하거나 평소 관심 있던 분야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느낀 점을 우겨 넣는다면 자소서가 부자연스러워질 뿐 아니라 면담에서 오히려 감점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규칙을 찾아내지 못했을지라도 평소 하노이 탑 놀이를 즐겨했고 수학에서도 수열과 같은 관련 영역에 강점을 지녔다면 해당 경험에 대한 의미 부여는 수월해질 수 있다. 또한 면담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답변의 진정성과 다양한 자기 이야기의 확보가 수월해 높은 평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결론적으로 자소서 소재의 변별력은 단순히 학업적 수준이나 성과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활동 내에서 학업적 역량을 찾아내는 것이 합격에 더 가까운 소재 선택법일 수 있다.
실력보다 특성을 드러내야
앞서도 언급했지만 수학은 과학과 달리 실험이나 탐구보다는 문제풀이나 개념의 이해 등 학업 활동 자체가 정적이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지원자들이 수학 영역 작성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자소서 항목에 나오는 표현 중 ‘탐구 활동’에 대한 지원자들의 좁은 해석도 문제다. 구체적인 산출물이나 특정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활동, 실생활과 연계된 문제해결 등 탐구 조건에 대해 스스로 까다로운 기준을 세워둘 때가 많다. 누구든 수학에서는 그런 경험이 흔치 않다보니 고민 끝에 많이 찾는 것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 경험이다. 물론 쉽게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기 좋은 소재일 수도 있다.
다만 한두 개의 고난도 문제풀이 경험을 입학담당관이 과연 나의 전반적인 수학 역량으로 평가해줄 수 있느냐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 어떤 소재라도 제한된 자소서 지면에 나의 수학적 역량을 온전히 신뢰하도록 드러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학담당관들 또한 자소서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자소서 작성에서 실력을 뽐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학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왜 수학을 좋아하며 그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지, 또는 수학적 문제에 접근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나 습관 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써 개별 소재들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자르그의 정리’에 대한 증명 경험을 소재로 선택했다면 자신이 평소 얼마만큼 기하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천착할 수 있었는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하거나 유용했던 자신의 자세나 습관 등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어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 입학담당관들이 호기심을 갖고 지원자에게 더 의미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소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과학고 입시에 자신의 수학적 역량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곳은 자소서가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면담과 면접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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