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 노벨상 역사에서 다섯 번째로 두 번 수상하는 과학자가 탄생했다. ‘노벨상 2관왕’인 셈이다. 배리 샤플리스(81)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캐럴린 버토지(55·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2001년 의약치료제 신물질 개발 공로로 수상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마리 퀴리와 존 바딘, 프레데릭 생어, 라이너스 폴링이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샤플리스 교수와 버토지 교수, 멜달 교수를 202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화학상은 어려운 과정을 더 쉽게 만드는 기술에 관한 분야”라며 “수상자들은 분자 구성 단위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생체직교 클릭화학’(Click Bioorthogonal Chemistry·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듯 여러 화학 성분을 쉽게 연결하는 분자조립 기술)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화학자들은 그동안 점점 더 복잡한 화학 물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반응을 연구했지만, 이런 물질을 만드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필수적이다. 세 사람은 물질의 작은 분자를 빠르게 결합하는 반응을 연구하는 클릭화학 연구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개발한 화학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세포를 탐구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토지 교수는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 맞추기로 유명해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톰슨-로이터 등에서 유력 후보로 단골 거론돼온 인물이다. 스탠퍼드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생물직교화학(Bioorthogonal Chemistry)’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노벨위원회는 버토지 교수에 대해 “클릭화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고, 이 반응을 살아있는 생명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멜달 교수는 칼스버그연구소 유기합성그룹장, 코펜하겐대 나노과학센터 센터장 등을 지냈다. 이번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DNA 매핑에 적합한 물질을 만들 수 있는 화학 반응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샤플리스 교수는 1963년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하버드대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생체의약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스크립스연구소(TSRI)에 자리 잡았다. 그는 전이금속인 타이타늄을 이용해 인체에 유용한 한 개의 광학이성질체만 합성할 수 있는 산화 반응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혈압·심장질환 치료제로 쓰이는 신물질 ‘글라이시돌’을 개발해 2001년 윌리엄 놀스, 노요리 료지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를 주는데, 공동 수상은 상금을 3등분해서 나눠 받는다. 노벨상은 이날로 과학 분야 수상자가 가려졌으며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시상식은 ‘노벨 주간’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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