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 학부모가 조언하는 학원 똑똑하게 갈아타는 법
두 자녀를 각각 서울대와 연세대에 보낸 이순애(52)씨는 몇 년 전 첫째 아이를 과학고에 보낸 이후 줄곧 "애를 어떤 학원에 보냈느냐"는 주변 엄마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그럴 때마다 이씨는 "남이 추천한 학원을 무조건 믿지 말라"고 대답한다.
이씨가 처음 학원 문을 두드린 건 당시 중3이던 첫째 아이가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아이가 중3이 되더니 불쑥 '과학고에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땐 하는 수 없이 사교육의 힘을 빌렸죠. 아이도, 저도 과학고 입시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었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조해 대여섯 곳의 '후보 학원'을 정한 후 아이와 직접 방문해 청강해가면서 골랐어요. 실제로 입시 준비 전략 등 제가 도울 수 없는 부분에서 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반계 고교에 다닌 둘째 아이 땐 학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씨는 "둘째 역시 중3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취약한 과목(국어)과 잘하는 과목(수학) 실력을 고루 키우기 위해 학원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특정 과목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바로 학원에 보내진 않았다. 대신 아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했다. 혼자 공부하며 겪는 한계를 파악해야 학원에 보냈을 때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학원을 고르거나 바꿀 땐 아이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효과가 없거나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아이가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면 그 말에 따랐다. 첫째 아이가 고1일 때 한 학기 동안 학원을 세 번이나 바꾸며 얻은 교훈이다.
"과학고엔 워낙 우수한 아이들이 모이니까 자연히 중학교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게 마련이죠. 초조한 마음에 아이에게 소문난 명강사 수업을 억지로 듣게 했어요.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한두 달에 한 번꼴로 학원을 바꿨죠. 나중엔 아이가 화를 내면서 '원래 다니던 학원에, 주말에만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서야 '내가 단단히 잘못했구나' 깨달았죠."
case2ㅣ설명회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말아야
자녀를 고려대에 보낸 엄마 유인혜(46)씨는 아이가 중학생일 때부터 발이 부르트도록 학원 설명회장을 쫓아다녔다. 신문에 끼워 배달되는 학원 전단 한 장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단, 설명회장을 찾을 땐 늘 신중을 기했다. 어디까지나 목적이 '학원 홍보'에 있는 행사인 만큼 그 내용을 무조건 믿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한두 군데 설명회에 가보곤 주최 측 얘기에 혹해 학원을 바꾸는 엄마도 있어요. 하지만 몇 차례 설명회 참석으로 그 학원의 본질을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갖고 다양한 설명회에 다녀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녀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게 돼요. 저 역시 설명회장을 이곳 저곳 방문하며 아이의 단점을 보강해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파악한 후에야 학원을 바꿨어요."
일단 한 번 결정한 학원은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도 최소 6개월의 '적응 기간'을 두려고 노력했다. "6개월 후에도 아이가 다니기 싫어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학원 교체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했어요. 학기 중엔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 중심으로 학원에 보내고 고2때 부턴 방학마다 사회탐구 과목과 논술 학원에 보내는 식으로 시기도 조절했습니다."
case3ㅣ자녀가 부모 방식 따를 땐 '숨 쉴 틈'을
자녀를 서울대에 보낸 나영옥(49)씨는 학원과 그룹 과외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생 시절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 학원 과제가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매일 일정한 과제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숙제를 거의 안 내줬어요. 그래서 영어, 수학 학원에 보내며 아이에게 '과제는 반드시 그날 안에 끝내라'고 강조해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죠."
나씨의 자녀는 영재교육원에 다닐 정도로 수학 실력이 탁월했지만 인문계열 과목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학교 입학 당시 성적은 전교 100등. 과목 간 성적 편차가 너무 심해 고민하던 나씨는 학교에서 만난 어머니 셋과 뜻을 모아 과외 그룹을 짰다. 중1 땐 수학과 영어를 시키다가 이듬해엔 국어를, 그다음 해엔 과학을 추가하며 학습량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룹 자체에서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됐고 나씨 아이도 뛰어난 또래들과 경쟁하며 성적이 크게 올랐다. 중학교 졸업 당시 성적은 전교 20등으로 껑충 뛰었다. "그룹 과외 당시 스트레스로 아이가 그만두고 싶어한 적도 많아요. 그래서 아이가 '양이 너무 많다'며 숙제를 안 해갈 땐 슬쩍 눈 감아주곤 했어요. 제 방식을 따라주는 아이가 스트레스라도 덜 받도록 '숨 쉴 틈'을 열어준 거죠."
고교 진학 후 "학원도, 그룹 과외도 그만두겠다"는 아이 말에 나씨는 두말없이 동의했다. 1년이 지나자 아이가 먼저 "다시 학원에 다니겠다"며 희망 학원까지 정해왔다. "고3 때까지그 학원에 다녔어요. 3학년 초엔 '학원에서 풀어주는 외국어영역 문제 수준이 너무 높아 따라가기 어려우니 동네 학원에 함께 다니며 영어 독해와 문법의 기초를 다지고 싶다'더군요. 결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치를 때까지 당시 고른 동네 학원에 다녔는데 고3 내내 1등급 한 번 받기 어렵던 아이가 실제 수능에선 만점을 받았어요. 고교생쯤 되면 부모 뜻보다 자녀 선택에 맡기는 게 현명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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